평소 로인들은 연길천일양로원에서 화토, 트럼프를 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있다.
이제 며칠 지나면 곧 음력설이다. 음력설은 온 가족이 모이는 전통명절로 천리밖에 있는 사람들도 이날은 될수록 가족과 함께 모이기 위해 바삐 움직인다. 그럼에도 이런 저런 원인으로 집에 가지 못하거나 집에 가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중에는 양로원에 입주해있는 로인들도 적지 않다.
27일 오전, 연길시 조양천진에 위치해있는 연길시천일양로원을 찾아갔을때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화토치기도 하고 텔레비죤을 보고있는 로인들로 인해 실내는 벌써부터 명절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연길시에서 가장 큰 민영양로원인 천일양로원은 현재 70여명의 로인들이 거주하고있으며 평균 년령은 70세 정도였다.
올 음력설은 어디에서 쇠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적지 않은 로인들은 집에 가지 않고 이곳에서 설을 쇤다고 답했다.
강순옥(83세)할머니는 전에 집에 혼자 있을때면 텔레비죤을 보는것이 유일한 소일방식이였지만 양로원에는 동년배 친구들이 많아 함께 화토, 트럼프를 치고 담소를 나눌수도 있어 활기차다고 말한다. 지난해 설에 딸이 기어이 집으로 모셔갔지만 사흘만에 “자기 집”인 천일양로원에 돌아왔다는 강순옥할머니는 그래도 “내 집”이 편하다면서 올해에는 아예 양로원에서 설을 보낼것이라고 했다.
뇌경색으로 반신불구가 된 김수설(62세)아주머니는 천일양로원에서 설을 쇤지 3년째 된다. “아들은 사진관에서 근무하다보니 명절때면 더 바쁜데 나까지 가 있으면 일에 영향을 줄수도 있죠. 게다가 나를 6층에까지 업고 오르내려야 하기에 올 설도 양로원에서 쇠렵니다.”고 말하는 김수설아주머니는 음력설이면 양로원에서 물만두도 빚고 맛갈스러운 음식도 차려주기에 자식들한테 부담을 주고싶지 않다며 자식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표현했다.
또 일부 로인들은 평소 바삐 보내는 자녀들이 설에 어쩌다 며칠 휴식하는데 푹 쉬게 하고싶다면서 자녀들이 양로원에 보러오는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어찌보면 이들은 마음속으로는 누구보다도 자식을 그리워하면서도 자식들이 힘들어할까 자신들의 마음을 깊게 감추는 같기도 했다.
자식들과 오래 갈려져있다보니 생활방식, 음식습관이 달라 함께 있으면 오히려 더 불편해 아예 안 간다는 로인들도 있었다. “우리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데 젊은이들은 밤 늦게 자고 점심때 거의 돼서야 일어나요. 또 남은 음식을 마구 버리는걸 보면 저도 모르게 자꾸 잔소리를 하게 돼서 얼굴을 붉힐때도 있어요…”
자녀들이 모두 외국에 나가있는 현채영(84세)할머니, 박생금(78세)할머니처럼 설 쇠러 갈데 없는 로인들도 있었다. 다행이 천일양로원에서 해마다 설이면 양로원에 남아있는 로인들을 위해 여러가지로 많이 배려해주기에 고맙다고 한다.
로인들이 설 쇠러 집에 가지 않는데 대해 연길천일양로원의 리향란원장은 예전에는 로인들을 양로원에 보내거나 명절에도 집에 모셔가지 않으면 자녀들을 불효자식 취급했지만 지금은 이런 관념이 많이 변한것같다고 했다. 그는 로인들이 설에 집에 가지 않으려는것은 자녀들한테 번거로움을 주지 않기 위해서이라고 분석하면서 자녀들도 로인들의 생각과 생활을 존중해주는 한편 평소 소통을 자주하는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글·사진 최미란 기자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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