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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사소설 속 ‘거인들’ □ 리광부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3월12일 00시00분    조회: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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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웨일스 탄광 동네에서부터 시작한다. 시대는 1차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인 1911년부터이다. 귀족과 천민이 확실히 구분되고 녀성에게는 참정권도 없었던 그 시대는 바로 현재로부터 고작 백년 전에 불과했다.

영국에서 시작한 이 소설은 미국과 독일, 로씨야로 이어지며 딱히 누가 주인공이라 할 것없이 유년시절부터 이야기가 진행된다. 귀족과 천민, 시간과 공간 그리고 력사적 사건들을 넘나드는 이런 방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짜임새 있게 구성하는지, 읽는 내내 작가의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력사소설을 읽으면 좋은 점이 인생을 거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이 1차세계대전에 대한 사실의 라렬 만으로 점철되였다면 아마 몇페지 넘기다 덮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귀족이든 천민이든 그 인생의 디테일을 파고들었고 물처럼 이어지는 그 디테일 속에 독자의 인생과 심리도 엿볼 수 있다. 이를테면 광산에 처음 들어간 13살짜리 빌리라는 아이가 등장하는데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심술궂은 빌리의 상사는 신고식으로 지하 몇백메터 막장에서 호롱불 하나 없이 하루를 보내게 한다. 탄광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겁을 주는 선배들을 바라보며 빌리는 이러한 생각을 한다.

“대개 어른은 아이의 무지를 드러내고 비웃기를 즐긴다.”

웨일스 탄광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사라예보의 총탄으로 시작되였다고 알려진 이 1차세계대전으로 이어진다. 이 책의 묘미는 그 시간차 동안 존재한 각국 정상들 및 관료들의 리해관계 계산 등 디테일한 이야기에 있다.

켄 폴릿의 이 소설은 복잡해보이는 전쟁과 평화의 메커니즘을 평범한 인민의 시각에서 리해하기 쉽게 묘사한다. 묵직한 력사를 다룬 소설이나 영화가 의례 그렇듯 우리가 알고 있는 단편적 지식들은 과거 그 시대 사람들의 삶 속에서 립체적으로 재현되여 새롭게 전해져온다. 건조하게 라렬된 력사적 사실 속에서는 쉽사리 찾아볼 수 없던 당시 사람들의 ‘개별적 삶’이 눈에 들어온다. 전쟁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던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각자 어떤 과정을 거쳐 전쟁에까지 이르는지, 그 다양한 경로를 통해 드러나는 삶의 무늬를 손으로 만지듯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마치 력사의 법정에서 자기의 립장을 열성적으로 변론하는 듯한 등장인물들의 견해를 통해 서로 다른 관점을 저울질해보는 즐거움도 각별하다.

소설 속 제목에 등장하는 ‘거인들’은 영국과 독일, 로씨야를 가리키는 은유적 표현이다. 좁은 섬을 벗어나 세계를 식민지로 물들이며 거대한 제국을 형성해나가던 영국, 특유의 합리적 태도와 근면함을 바탕으로 위대한 국가를 건설하고저 했던 독일, 차르의 독재를 기반으로 오랜 시간 견고한 지배체제를 유지하고 있던 로씨야가 전쟁을 전후로 하여 어떤 중대한 변화를 겪게 되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제국주의의 저변에 깔려있던 인식 즉 인민들의 세계관이 전복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그로 인해 전쟁 전에는 결코 허물 수 없을 것처럼 보이던 계급사회의 단단한 벽이 마른 모래더미처럼 바스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개인의 삶과 인식이 갖는 힘을 절감할 수 있다. 소설이 갖는 큰 장점은 거인들의 파워게임과 그로 인해 달라지는 사회의 풍경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변화가 론리적으로 매우 섬세하게 묘사되였다는 점이다.

소설은 우리가 희망하는 사회의 모습을 무책임하게 그려내기보다 우리가 두발 딛고 살아가는 이 사회가 과거로부터 어떻게 흘러왔으며 또한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과거와 현재는 련결되여있으므로 모든 력사적 사건은 그 안에서 살다간 사람들의 개별적 삶을 관통하는 동시에 다음 세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련속성을 지닌다. 아마도 이것이 우리가 소설 속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리유일 것이다.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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