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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역사부터 냉면집 탐방까지… 여름이 서늘해진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7월15일 09시29분    조회: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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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지에 가져갈 한 권의 책] [1] 논픽션
 

여름의 한복판을 벗어나 어디론가 떠날 때 책을 꼭 챙겨 넣는다는 '북 마니아'에게 물었다. 이번 휴가 때 가지고 갈 책 한 권은 무엇입니까?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영국인 칼럼니스트 팀 알퍼, 소설가 편혜영, 경제학자 우석훈이 추천했다.

 
'울트라 소셜'
선글라스는 마음을 감추려고 쓴다
 
 

울트라 소셜|장대익 지음|휴머니스트|272쪽|1만5000원

언젠가부터 여름이 되면 죄다 선글라스를 쓴다. 그러나 처음부터 누구나 선글라스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주 오래전, 선글라스를 정말 폼 나게 쓰고 느닷없이 나타난 사람이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고, 서울시청 앞에 나타난 박정희는 아주 폼 나는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수류탄을 가슴에 매단 차지철과 권총을 허리에 찬 박종규를 양쪽에 세우고 뒷짐 지고 서 있는 박정희의 모습은 카리스마 그 자체였다. 그때 그는 왜 선글라스를 썼을까? 눈의 '흰자위'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다.
 
김정운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문화심리학자
인간만 눈에 '흰자위'가 있다. 전문용어로는 '공막'이라 한다. 눈의 흰자위는 시선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 있다. 눈의 방향이 곧 마음이다. 그래서 인간은 무조건 남이 보는 방향을 따라 보려 한다. '함께 보기(joint-attention)'다. 인간이 다른 포유류에 비해 탁월했던 것은 바로 눈에 흰자위가 있기 때문이다. 박정희의 선글라스는 그의 '마음'이 드러나지 않도록 한 최고의 연출이었다. 장대익(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의 책을 읽고 난 후의 내 해석이다.

장대익의 책 '울트라 소셜'은 이런 흥미 있는 주제로 가득하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획기적 실험 결과들을 근거로 인간의 공감 능력이나 배려, 스토리텔링 등등 문명의 핵심 요소를 매우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여름휴가에는 이 정도 함량의 책은 읽어줘야 뭔가 뿌듯해진다. (하지만 책 제목과 디자인은 참 아쉽다!)

 
'갈리아 전기'
전쟁의 영웅이자 뛰어난 역사가

갈리아 전기|율리우스 카이사르 지음박광순 옮김|범우|330쪽|1만2000원


역사물은 휴가에 가장 적합한 장르다. 휴가의 핵심은 각종 고지서와 야근, 마감, 그리고 혼잡한 출퇴근길과 숨 막히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인데,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여행을 떠나는 것 또한 멋진 탈출구이기 때문이다. 황제와 야만족이 공존했던 고대를, 보이지 않는 관중이 되어 둘러보는 것보다 흥미진진한 일은 많지 않을 듯하다.

카이사르가 켈트족이 살던 갈리아(현재 프랑스 지역)를 정복하고 혼자 힘으로 로마제국의 초석을 다지는 과정을 직접 기록한 '갈리아 전기'는 때로 무척이나 잔인하고 다분히 자기과시적이다.
 
팀 알퍼 칼럼니스트
팀 알퍼 칼럼니스트
카이사르는 단지 위대한 장군만이 아닌, 뛰어난 문장가이기도 했다. 그의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체는 흥미로움을 더하고 군사작전에 대한 일련의 이야기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카이사르는 켈트족을 인류 역사의 무대 밖으로 쫓아낸 장본인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선 그들을 야만적으로 그리지 않고 자신을 사로잡을 정도로 매력적인 문화를 지닌 고귀한 존재로 묘사했다. 또한 켈트족의 신비스러운 사제 계급이었던 드루이드를 언급한 부분은 독자들에게 특별히 흥미롭게 느껴질 것이다. 드루이드는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았는데, 카이사르는 그들의 문화와 관습을 기록한 유일한 역사가이기도 하다.

복수심에 불타 살인을 서슴지 않는 고대인들의 음모와 계략으로 가득하다. 소설 같은 이야기들이 사실이라니 놀랍고, 그래서 더 재미있다.

 
'외로운 도시'
고독, 나와 만나는 '특별한 장소'

외로운 도시|올리비아 랭 지음|김병화 옮김|어크로스|416쪽|1만5000원


이 글은 여행지에서 썼다. 원고 청탁에 응한 건 순전히 내가 멀리 가 있어서였다. 공간과 언어가 낯설고, 태풍 탓에 날씨는 나쁘고, 카페에 틀어박혀 있자니 집에 돌아가고 싶어졌다. 집에 가면 올리비아 랭의 '외로운 도시'를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휴가철에 적당한 책을 추천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 책은 휴가가 끝날 무렵 읽기 적당한 책이다. 휴가를 시작할 때의 들뜬 기분이라면 책에 나오는 예술가들의 고독하고 극단적인 삶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휴가가 한창이어서 즐거울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지난 시간이 아쉽고, 돌아가야 할 일상을 떠올리며 초조한 기분이 들 때, 한마디로 몹시 외로워질 때 읽기를 추천한다.
 
편혜영 소설가
편혜영 소설가
처음엔 지나치게 솔직해 인상적이지 않은 제목 등이 탐탁지 않았으나, 독일 출신 사진가 리사 라슨(Lisa Larsen)의 사진이 담긴 표지를 보자마자 생각이 달라졌다. 검은 옷을 입은 여인(책을 읽다 보면 영화배우 그레타 가르보라는 것을 알게 된다)이 대도시의 도로를 가로지르는 사진이다. 표정이 보이지 않는 여인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솟은 건물과 완강히 닫힌 창문, 주차된 묵묵한 차들뿐이다. 도시는 존재하는데, 여인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여인은 고립된 것 같다. 마치 이 도시의 우리가 그런 것처럼.

책에 나오는 에드워드 호퍼, 헨리 다거, 밸러리 솔라나스 같은 예술가들에 관한 글을 읽고 나면 고독이 왜 한때의 감정이 아니라 '아주 특별한 장소'인지 알게 되고, 그 공간이 두렵지 않게 느껴진다. 경이롭게도 인간은 고독 속에서 자기 자신과 가장 잘 만난다. 휴가나 여행이 그런 시간을 선사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무례한 아저씨' 되고 싶지 않다면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정문정 지음|가나출판사|264쪽|1만3800원


"나는 희망 없는 도시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내가 태어난 대구시는 1인당 지역총생산이 22년째 꼴찌인 도시다. 청년 실업률은 항상 전국 3위 안에 든다."

대구는 보수를 대표하는 도시다. 대구 출신 여성 작가들이 가끔 자신의 고향에 대해서 얘기할 때,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 든다. 에세이스트 이현진이 그렇고, 올해 가장 잘나가는 책의 작가인 정문정이 그렇다. 예전에 기형도는 '짧은 여행의 기록'에서 "시인만 있는 것 같은 도시"라고 대구를 소개했고, 젊은 장정일과 만났던 기억을 정말로 맛깔나게 우리에게 보여준 적이 있다. 보수와 남성 근본주의, 여기에 '가난', 이런 것이 젊은 여성 작가들의 눈에 비친 오늘날 대구의 모습이다.
 
우석훈 경제학자
우석훈 경제학자
이 에세이집의 톤은 부드럽다. 그렇지만 2018년 상반기를 대표하는 가장 도발적인 책이기도 하다. 여성의 입장에서 만나게 된 한국의 일상, 고운 소리 나오기 어렵다. "저는 가정부 되려고 결혼한 건 아니어서요. 그리고 남편도 딱히 아침밥 때문에 저와 결혼한 건 아닐 거예요." 젊은 여성, 그리고 결혼한 여성이 직장 등 일상에서 만나게 된 절벽 같은 현실이 섬세하게 묘사돼 있다.

많은 남성이 이 책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그렇지만 20~30대 여성에게는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고, 독자의 70% 이상이 여성이다. 휴가지같이 편한 곳에서 한국의 '무례한 아저씨'를 대하는 한국 여성의 마음 읽기를 권하고 싶다. 보기 싫어도 이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 삶에 도움이 될 것이다. 책 시장을 비롯해 한국의 소프트 마켓에서 정문정 독자들이 이제는 주류다. 


Books팀도 추천했습니다
 
 
이 여름 시원한 에어컨바람 맞으며 집에서 벽돌책과 뒹굴고 싶은가. 1428쪽짜리 평전 알렉산더 해밀턴(21세기북스)에 도전해보자. 서인도제도 출신 가난한 사생아에서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우뚝 섰다가 권총 대결로 어이없게 쓰러지기까지 극적인 인간 드라마가 전개된다. 냉면의 품격(반비)을 들고 떠나는 맛집 투어는 어떨까. 서울·수도권의 이름난 평양냉면집 31곳을 탐방했다. 평가가 신랄하다. 국물이 '공업의 맛'이라 지적받은 곳도 있다.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돌베개)의 무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에게 봉쇄된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 식량 공급이 차단돼 굶어 죽어가면서도 끝내 굴복하지 않은 시민들의 저항과, 그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를 만든 쇼스타코비치의 열정이 어우러져 감동을 자아낸다. 플랫폼 제국의 미래(비즈니스북스)는 구글·애플·아마존·페이스북의 성공 스토리 이면을 들춘다. 이들이 어떻게 시장의 룰을 파괴하고 불공정한 행위로 세력을 확장했는지 살핀다. 틀린 맞춤법을 발견하는 순간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면 뉴욕은 교열 중(마음산책)을 펼쳐볼 것. '단어광(狂)들을 위한 순결한 포르노'(워싱턴포스트)다. 다섯 권 모두 올해 상반기 출간됐다.
 
문명의 역사부터 냉면집 탐방까지… 여름이 서늘해진다
/일러스트=박상훈
조선일보 김태훈 출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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