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 4강 주역' 거스 히딩크(69) 감독이 네덜란드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중도에 내려놓았다.
네덜란드축구협회는 30일 "7월1일자로 히딩크 감독과 계약을 끝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브라질월드컵 본선 직후인 지난해 8월1일 루이스 판 할(64)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오렌지 군단' 사령탑에 오른지 10개월, 날짜로는 333일만이다. 당초 2016 유럽선수권(유로2016) 본선까지 2년 계약했지만, 자국 언론과 팬들의 혹평에 시달리다 임기를 절반 가량 채운 뒤 물러났다.
히딩크의 발목을 잡은 건 부진한 성적이었다. 네덜란드는 유로2016 예선 A조에서 3승1무2패로 승점 10점을 기록, 아이슬란드(15점)와 체코(13점)에 이어 조 3위를 달리고 있다. 유로2016 예선에서 각 조 1·2위는 본선에 직행하고 각 조 3위는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다. 네덜란드가 '감독 교체'라는 강수를 둔 건 남은 일정 동안 심기일전해 조 2위 이내로 올라서기 위해서다.
'히딩크표 오렌지 군단'은 경기력과 성적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히딩크 부임 후 치른 A매치 10경기 성적은 4승1무5패로 승률이 채 50%에 미치지 못한다. 히딩크 감독의 역대 최저 승률은 한국대표팀 감독 시절(36.8%)에 나왔지만, 당시엔 한국의 2002 월드컵 4강을 이끌어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부진이 이어지자 네덜란드 축구의 전설 요한 크루이프는 "현재 네덜란드는 눈뜨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오렌지 군단과의 재회를 악연으로 마무리한 히딩크 감독은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네덜란드 대표팀을 다시 맡은 건 영광스런 경험이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면서 "후임자가 유로 2016에서 성공을 거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히딩크 감독의 빈 자리를 다니 블린트(54) 네덜란드대표팀 수석코치가 채울 것"이라 전망했다. 블린트 수석코치는 네덜란드대표팀 수비수 달레이 블린트(25··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아버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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