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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두만강문학상 심사평: 청산 같은 우리 문학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5월11일 00시00분    조회: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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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렬

5월은 참 좋은 달이다. 문학의 달인 줄로 안다. 바로 ‘두만강’문학상 달인 줄로 안다.

이번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평의위원들은 즐거운 고민 속에서 투명성, 공정성, 공신력의 원칙하에 최선을 다하여 주옥 같은 수상작들을 선정했다.

대상 작품 한편을 선정함에 있어서도 막상막하의 수준급들이 여러 편 되여 취소하는 아쉬움을 남기는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수상작들은 1차, 2차 심사를 거쳐 거의 1 대 십몇편의 심한 경쟁률을 뚫고 어렵사리 선정되였다. 따라서 본인은 주최측과 평의위원들의 위탁을 받고 그 어느 때보다도 알차고 깐깐한 심사평을 작성하도록 노력했다.

그럼 아래에 본상 작품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박장길의 시 〈바다〉(외 2수)를 보면 시적 자아 ‘나’는 끝없이 팽창하고 날뛰는 바다의 욕망에 공감하며 손을 들어주는 듯하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반전을 가져오며 결국 ‘바다가 준 선물’로서의 바람직한 무욕의 경지를 창출해낸다. 반전의 묘미를 잘 리용하고 있다. “상처로 푸르게 멍든 바다”이미지가 참신하다. 〈바줄〉은 바줄이라는 시적 상관물로 ‘우리의 세월’을 묶어내고 있다. 그것은 “진주로 꿰여져 쓰리랑 고개/ 또 넘어가”는 민족의 아름다운 기원에 다름 아니다. 〈들국화 옆에 무덤처럼 앉아〉는 ‘향기를 전해주는 가을 녀인’, ‘행동하는 계절의 애인’으로 ‘가장 고향의 꽃같이 피는 꽃’―들국화를 노래하고 있다. “가을하늘이 내려와 꽃잎에 앉아있다”, “가을하늘을 찾아 만져보고”, “하늘의 향기를 뽑아왔다” 등은 이미지 및 그 조합이 참신하다.

김정권의 시〈촌부의 音〉(외 2수)은 우리 조선족의 고즈넉한 농촌의 아침과 저녁 점경을 노래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나를 버리고 간 통한’, ‘내 자식 놈, 차마 그리’운 비극적 색채가 비껴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촌부의 音’ 즉 소박한 사설적인 주절주절 속에 ‘쇼팽의 녹턴’, ‘둥기둥둥 가야금’, ‘비파’ 등 음악으로 노래함으로써 역설적인 이채로움을 줌과 동시에 건전한 민중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외에 〈보리고개〉는 눈물겨운 보리고개를 통해 모성애를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분꽃〉은 사랑에 급급한 처녀의 심리를 잘 나타내고 있다. 동시 같은 맛에 정경(情景)―‘분이’와 ‘분꽃’이 하나로 녹아든 시적 경지가 재미 나다.

량영철의 수필 〈쑥꽃〉은 쑥꽃 같은 할머니의 할아버지에 대한 즉 “할아버지의 발밑에, 주변에 웃는 꽃만으로 만족코저 한” 마조히즘적인 무조건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이 사랑은 ‘제사음식과 꽃에는 엄청난 정성을 기울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물론 이 사랑에는 남존녀비의 이른바 봉건적 색채가 없지 않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인간의 진정한 사랑의 감정이 녹아있다 할 때 그것은 감동을 준다. 특히 오늘날 우리의 대가적인 사랑론리를 되돌아볼 때 더욱 그렇다.

채운산의 소설〈길고양이의 수난〉은 인도주의색채가 진한 소설이다. 문학의 근본 본령에 가닿고 있다. 이 소설은 ‘인간세상에서 소외’된 양로원을 배경으로 하여 우리 사회의 약소군체에 대한 다함없는 사랑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사랑은 ‘나’가 ‘미숙이와 민우를 끌어안’는 마지막 장면에서 고조를 이루며 클로즈업된다. 이 소설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반전의 묘미를 가져오며 주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를테면 하나의 주제적 상징장치로 리용된 길고양이가 결국 ‘원장이 놓은 덫’에 죽게 만듬으로써 표피적인 희극성을 심각한 비극성으로 전환시킨 데 깊은 문제의식과 더불어 많은 음미할 여지를 준다.

김철호의 소설〈비누〉는 삶의 질과 행복지수의 아이러니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삶의 질은 낮으나 행복지수가 높은 ‘50대 초반의 녀인’과 삶의 질은 높으나 행복지수가 낮은 ‘나’의 선명한 대비 속에서 이 점을 인상 깊게 풀이하고 있다. 그러면서 전자에 손을 들어주고 후자에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로부터 우리 현대인간들의 보편적인 삶의 비극적 실존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삶의 질과 행복지수가 조화된 바람직한 삶의 지표를 나타내고 있다.

채운산의 소설 〈길고양이의 수난〉과 김철호의 소설 〈비누〉는 양로원과 침대기차칸에 초점을 맞추고 두세명의 등장인물 및 간단명료한 이야기구조 등 특성으로 실로 단편소설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다음 청산우수상 작품을 살펴보도록 하자.

김향란의 〈서커스는 아파서〉는 ‘지나친 관심과 걱정’을 하는 로파심으로 ‘마마보이’ 어린이를 키우기보다는 ‘사랑과 믿음’으로 인생과 사회무대에 대담하게 놓아주고 내보내 자주독립성이 강한 어린이로 키워야 한다는 교양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어린이교양 수필로서 참 좋다. 물론 이것을 생경한 설교나 론리로 펼쳐보인 것이 아니라 제목에서 시사하다 싶이 서커스를 중심으로 한 여러 에피소드들 및 마지막 부분에 아들과 대화하는 듯한 서정적인 서한체에로의 필체 전환 등으로 실로 정답고 감동적으로 안겨준다.

김경화의 〈당신의 풍경〉은 녀성의 정체성 문제를 다룬 중수필이다. 녀성의 주체성 상실과 각성을 토로하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확실하지 못한 것에 모든 것을 걸고 맹목적으로 앞만 보고 달려온 전통적인 녀인상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몸은 망가지고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여기에 물앉고 마는 것이 아니고 반동으로 리상적인 ‘당신의 풍경’으로 대변된 주체적인 멋진 삶의 지표를 형성해간다. 여기서 ‘당신의 풍경’은 녀성의 정체성 문제라는 주제를 나타내기 위한 감관판 장치로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녀성적인 톤을 구사하여 서정적으로 잘 소화해내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한편의 페미니즘적인 아름다운 서정수필로 볼 수 있다.

이상 수상작들은 모두 우리 문학의 수준급 현주소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이런 수준급 문학이 탄생하게 된 데는 통화청산그룹이 후원하는《길림신문》 ‘두만강’문학상이 크게 한몫 한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 ‘두만강’문학상”이 이번 제5회로 막을 내린다고 하니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청산’은 영원하리라고 믿는다. 우리 문학에 대한 사랑과 지지와 성원 속에 말이다. ‘청산’은 금산, 은산보다 낫다고 했거늘 우리 문학도 청산을 이룰지어다! 우리 ‘문학의 청산’ 영원히 푸르청청하리라.

길림신문/사진 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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