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고전문학 감상] 조선과 고려, 갈림길에 선 그들
조글로미디어(ZOGLO) 2021년4월21일 06시58분    조회:338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500년 고려' 내리막 끝에
새로운 나라 조선 세워지자
개국공신 정도전 기쁨 내색
선비 길재는 아쉬움 한가득

정몽주 포섭하려던 이방원
하여가로 설득 시도했지만
단심가 지어 대답한 정몽주
고려향한 충심 단호히 표현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오백 년'은 어느 정도의 길이일까. 오백 년은 한 사람이 결코 겪어낼 수 없는 아주 긴 시간이다. 우리가 가늠하기 쉽지 않은 꽤 오랜 기간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역사에 친숙한 사람이라면 '오백 년' 하면 자연스레 '고려'가 떠오른다. 아주 먼 옛날 한반도에 자리 잡았던 나라 고려가 오백 년 정도의 역사를 가졌기 때문이다.

'길재'라는 선비가 남긴 노랫말이다. '오백 년'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이 시에서 오백 년은 고려가 이 땅에서 건재했던 기간을 가리킨다. 이 시의 작가는 고려의 몰락과 조선의 건국을 모두 지켜본 사람이다.

시 속 화자는 고려 왕조의 옛 도읍지를 거닐다가 산과 냇물을 바라본다. 그리고 아쉬움을 느낀다. 산이나 냇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지만, 세상을 호령하던 고려의 옛 영웅들은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마음은 조선보다 고려 쪽으로 더 기울어져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기에 이 짧은 노랫말에도 아쉬움이 한가득 묻어 있다. 길이는 짧지만 이 노래가 전달하는 아쉬움의 크기는 작지 않다. 작가는 새 나라인 조선을 반기는 쪽이 아니라 고려의 몰락을 아쉬워하는 쪽이었다. 고려를 그리워하는 작가의 마음도 가늠할 수 없이 커 보인다.

고려의 몰락을 아쉬워한 사람이 있었다면, 다른 쪽에서는 조선의 시작을 기뻐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정도전은 길재와 같은 시대에 활동한 선비다. 하지만 이 둘이 택한 노선은 꽤 많이 달랐다. 길재가 저무는 해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아쉬워하는 쪽이었다면, 정도전은 새롭게 떠오르는 해를 반기는 쪽이었다.

'선인교'는 개성에 있는 다리의 이름이고, '자하동'은 개성에 자리한 마을 이름이다. 모두 고려 도읍지인 '개성'에 자리 잡은 것들이다. 화자는 개성에서 물소리를 듣고 있다. 그런데 화자에게 개성은 더 이상 고려 도읍지가 아니라 물소리 가득한 동네에 불과하다. 찬란했던 고려의 영광은 모두 사라지고 이제는 물소리만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고려는 더 이상 회복 불가의 상태라고 판단한 화자의 확신이 담겨 있다. 노랫말 속 화자는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사실 이 질문은 의문을 가장한 지적이다. 화자는 아이에게 더 이상 고려의 흥하고 망함을 묻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고려의 흥망은 더 이상 관심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고려가 내리막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당대를 살고 있던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 있던 사실일 것이다. 오백 년을 이어온 왕조가 하루아침에 몰락할 리는 없다. 꽤 오랜 기간 내리막을 걸었을 것이고, 그 역사의 마무리를 모두가 예감하고 있었을 것이다. 고려의 몰락과 새 나라의 도래를 확신하는 화자는 이제 더 이상 왕조의 흥망을 묻는 일이 소용없다고 꼬집어 이야기하는 것이다. 저물어가는 고려를 잊고 새롭게 시작하는 조선에 집중하자는 의도다.

우리는 여러 시조를 통해 고려와 조선의 갈림길에 선 선조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그들의 입장 차이는 분명해 보인다. 시조 속 인물들은 고려를 아쉬워하거나 조선을 반기는 입장 중 하나를 단호하게 보인다. 그 입장 차이를 선명하게 보이는 작품이 바로 이방원과 정몽주가 주고받았다는 '하여가'와 '단심가'다.

이방원은 조선을 세운 이성계의 아들이자 조선의 세 번째 왕이다. 하여가는 이방원이 고려 충신 정몽주에게 건넸다는 노랫말이다. 이 노랫말은 '이러면 어떠하고 저러면 어떠하냐'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칡덩굴이 좀 얽힌다고 해서 그게 무슨 대수냐는 것이다. 능청스럽게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이 물음의 의도는 정몽주를 설득하기 위함이다. 우리가 함께할 나라가 고려인지 조선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정몽주를 조선 쪽으로 강하게 당기고 있는 것이다. 고려 충신이자 수많은 제자를 거느린 정몽주를 자기 편으로 포섭한다면 이방원은 아주 큰 지원군을 얻는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몽주의 대답은 너무나 단호하다. 하여가에 대한 답가인 단심가를 보면 그의 단호함에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다. 화자는 자신의 몸이 모두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순간을 가정한다. 그리고 그 순간까지도 고려를 향한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한다. 설득을 시도한 이방원의 하여가가 민망해질 정도의 단호함이다.

역사의 전환기에 선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자신이 걸어갈 길을 선택한다.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다. 잘못하다가는 역적이 되거나 시대에 뒤처진 사람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아주 먼 옛날 이 땅에서 오백 년을 이어온 고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선조들은 자신들이 가진 가장 민감한 촉과 지혜를 풀어내 자신의 입장을 정했다. 수많은 고심 끝에 각자의 입장을 취하고 그것을 노랫말로 남겼던 것이다. 우리는 옛 시조를 통해 역사의 격변기를 겪어내는 선조들의 고민과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전현선 양주고 국어교사]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71
  • 莫言:“诺贝尔文学奖”中国第一人,现状如何? 莫言注定要在伟大祖国历史上青史留名, 他的贡献无需多说,单单“诺贝尔文学奖”中国第一人的地位,怎么说都不为过。相对客观的来说,莫言在获得诺贝尔文学奖之前,知名度不是想象的那么高。想必诸位都有同感,大多都是在莫言获得“诺贝尔文学奖&r...
  • 2019-10-14
  • [북간도 연대기 ④] '명동촌'서 나고 자란 시인 윤동주 북간도 문화 발상지…민족+기독교, 시대정신 꽃피워 "윤동주의 '하늘'은 '맹자' '자아성찰' '기독교' 세 의미" "'모든 죽어가는 것' 사랑할 줄 아는 이는 혁명적 존재" 영화 '동주' 스틸컷(사진=메가...
  • 2019-09-16
  • 2019 노벨상 시즌이 다가온다 문학상은 10일 발표하기로 지난해 성추문 등으로 건너뛰어 응구기 와 시옹오노벨상의 계절이 다가온다. 노벨재단은 다음달 7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14일 경제학상까지 2019년 노벨상 수상자 발표 일정을 내놓았다. 노벨상 여섯 개 분야 가운데 가장 일반의 관심이 높은 문학상과 평화상은 각...
  • 2019-09-14
  • [뉴스엔 황혜진 기자] 가수 윤형주가 육촌형인 고(故) 윤동주 시인의 생가와 묘를 방문했다. 8월 15일 방송된 KBS 2TV '별 헤는 밤'에서 윤형주가 아들과 함께 중국 북간도 용정(윤동주 생가, 윤동주 묘가 보존된 곳)을 방문한 모습이 그려졌다. 윤동주는 "형님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시를 통해서 세상에 감동을 받...
  • 2019-08-16
  • [짬] 구상 시인의 딸 구자명 소설가  구자명 작가는 부친에게 물려받은 정신적 유산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세상은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것 너머에 더 많은 진실을 품고 있다는 생각이죠. 아버지는 목전의 이해나 판단에 갇혀 살지 말라고 하셨어요. 늘 되새기죠.” 강성만 선임기자 “...
  • 2019-07-18
  • 1993년 등단후 '작가회의 술자리 성추행' 폭로한 시 '등단 직후' 소개 "사랑 떠올릴 수 있는 동안 시 잃지 않을 것…직구뿐 아니라 변화구도 던져"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등단한 직후 문단 술자리에 나가서 내가 느낀 모멸감을 표현한 시에요. 밥이 되었다, 꽃이 되었다…. 작가회의...
  • 2019-06-25
  • 民国文人的爱情,生死契约,与子成说,从来不是空口白话 爱情是什么,相信不同的人会有不同的回答。 爱情是初见时,你惊艳了我的时光,从此人间无数繁华,我只爱你的笑靥如花。 爱情是分隔千里,剪不断的绵绵思念,纵是山高路也长,也阻挡不了我们在梦里相聚。 爱情是眼里有光,身边有你。不负这山河万里,不负岁月悠长,执...
  • 2019-06-23
  • 단편소설집 `내 여자친구의 아버지들` 낸 김경욱 진지함·찌질함 공존하는 소설 우연 부딪힌 인간 모습 그려 "한 인간의 生을 들여다보는 건 우주 들여다보는 일과 같아"   현미경으로 보면 근엄한데 망원경으로 보면 폭소를 자아내는 이형의 세계다. 작가 표현을 빌려 저 폭소를 환언하면 `찌질함`쯤 되시겠다...
  • 2019-06-10
  • 브란튼베르그… 여성 웹사이트 '메갈리아' 유래된 '이갈리아의 딸들' 소설가 인터뷰   페미니즘 입문서로 불리는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민음사)을 쓴 작가 게르드 브란튼베르그(77)는 기자를 보자마자 물었다. "왜 한국에서 내 책이 다시 잘 팔리기 시작한 거죠?" 1996년 국내에 번역...
  • 2019-06-07
  • "한국 무당 만나고 싶다…차기작 '판도라의 상자' 주제는 환생"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한국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프랑스 베스트셀러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5일 "우리가 왜 태어났을까, 죽으면 어떤 일이 펼쳐질까, 스스로 질문하지 않으면 우리 삶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베르베르는 이날 ...
  • 2019-06-05
  • 이탈리아 유력신문 인터뷰 …‘표절사태’ 침묵 이후 4년만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소설가 신경숙이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노력을 지지하며,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 작가는 지난 4월17일 소설 ‘리진’의 이탈리아어 번역·...
  • 2019-05-20
  • 이윤석 전 연세대 교수, 황일호 문집서 홍길동 일대기 찾아 "한글 홍길동전은 18세기 후반에 나온 작자 미상 소설" 황일호 문집에 나오는 홍길동전붉은색 선 안이 제목인 노혁전(盧革傳)이다. 푸른색 선 안은 "성은 홍(洪)이고, 그 이름은 길동(吉同)"이라는 뜻이다. [이윤석 전 연세대 교수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
  • 2019-04-24
  • 작가 이외수.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지은 인턴기자] 작가 이외수, 전영자 부부가 졸혼의 형태로 결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우먼센스’ 5월호에 따르면 이외수 부부는 지난해 말부터 별거에 들어갔으며 이혼 논의 끝에 졸혼의 형태로 결별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외수 작가...
  • 2019-04-23
  • 옛 사진 보며 대화 끌어내니, 손사래치던 엄마도 이야기 술술 과거 복원하며 이해 커져… 사회적기업 ‘허스토리’가 제작 도와  부모님의 옛 사진을 보고 있자면 한 가지 사실만이 분명해진다. 내가 그 시절에 대해 너무 아는 게 없다는 사실. 김혜영 기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골똘히 들여다보고 있는...
  • 2019-04-13
  • 신동엽 시인 50주기 장남 신좌섭-연구자 김응교 인터뷰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달 26일 신동엽 시인의 집이 있던 서울 성북구 동선동 5가 45번지에서 아들 신좌섭(왼쪽) 교수가 신동엽 평전을 낸 김응교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홍인기 기자 탄압과 암흑의 시대였다. 1975년 4월 30일 박정희 정권은 계엄령에 준하는 ...
  • 2019-04-03
  • 니나의 노나메기를 향한 니나노의 한바탕 [오마이뉴스 이도흠 기자] '버선발'은 고통받는 노동자 민중의 곁을 지키고, 한평생 평화와 통일의 길을 걸어온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소장이 자신의 삶과 철학, 민중예술과 사상의 실체를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낸 책 의 주인공입니다. '버선발'은 '맨발, 벗은...
  • 2019-04-01
  •   여러분의 참여를 기대합니다!   봄이 왔습니다. 아름다운 산천이 우리를 손짓합니다. 우리의 터, 우리의 숨결, 우리의 력사, 우리의 문화가 어울려 아름다운 서정과 풍경으로 우리를 부릅니다. 우리 연변주 관광산업의 정신에 힘입어 연변을 중심으로 나아가 동북3성을 비롯한 국내외 아름다운 화폭과 서정의 ...
  • 2019-03-25
  • 김영건 등 6명이 11월 20일 연길 백산호텔에서 있은 2015_2017년 해란강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번 시상식은 3년만에 치러지는 시상식이고 정부의 후원으로 펼쳐진 시상식이여서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주당위 선전부 채영춘(좌1) 전임 부부장과 연변작가협회 최국철(우1) 주석이 '해란강문학상' 본상 수상자들...
  • 2018-11-20
‹처음  이전 1 2 3 4 5 6 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