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DB.
경남 거제에 사는 백모(27)씨는 매일 아침 출근 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그날 찍은 자신의 사진을 올린다. 채팅방 멤버들을 향한 일종의 ‘기상신고’, ‘출근신고’인 셈이다. 이 채팅방에서는 백씨처럼 혼자 사는 직장인 4명이 매일 아침 8시에서 9시 사이 자신의 모습이나 아침 식사 장면, 회사 책상 사진을 찍어 올린다. 백씨는 “얼마 전 밤새 고열에 시달리는데 갑자기 ‘이러다 내가 죽어도 아무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음 날 주변에 혼자 사는 직장인들과 카톡방을 만들어 아침마다 서로 ‘나 밤새 별일 없다’고 알려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1인 가구가 늘고, 고독사(孤獨死)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매일 일정한 시간 인터넷 채팅방 등에서 ‘생존 신고’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주로 자취하는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 직장인 등 20대 ‘나홀로족’들이다. “오늘도 무사히 일어났다”며 단체 채팅방에 글을 남기거나, 출근하고 활동을 시작했다는 ‘인증 샷’을 올리는 방식이다.
이런 생존신고 문화는 취업난 등에 시달리는 20대들이 고독감이나 우울함을 덜기 위해 서로 안부를 묻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서 시작됐다. 취업준비생들이 이른 아침 만나 신문을 보거나 영어공부를 하는 '기상스터디', 식사시간에만 잠시 모여 함께 밥을 먹고 헤어지는 '밥터디' 등이 ‘생존신고’로까지 발전한 셈이다.
서울에서 혼자 자취하는 대학생 남모(24)씨도 또래 대학생 5명과 아침마다 생존 신고를 한다. 서로 수업 시간표를 공유하고 시간표에 맞게 수업에 들어갔는지 단체 채팅방에 인증사진을 남긴다. 남씨는 “한번은 술에 취해 늦잠을 자서 아침에 생존 신고를 못 했는데, 채팅방 친구들이 우르르 집에 몰려와 내 안부를 확인하고 갔다”고 말했다. 그는 “고시원에 혼자 살던 20대가 죽고나서 며칠 뒤에야 발견됐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느끼는 대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상학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위험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젊은 세대가 ‘생존신고’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든 것”이라며 “어릴 때부터 입시경쟁에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 등 젊은 층이 희망을 찾기 어려운 현실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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