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대신해줘야 사는 세대
조글로미디어(ZOGLO) 2016년6월30일 20시28분    조회:638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대필(代筆) 세대'가 떠올랐다

사직서까지 대신 써달라며 맡기는 세상이다. 이것을 디지털 세대의 폐해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혼자서는 못하는 젊은이들을 양산하는 가정과 사회의 문제로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대필'을 검색하면 자기소개서, 논문, 이력서, 리포트 대필 등 각종 대필 관련 단어가 연관검색어로 뜬다. 대학가에선 이미 과거부터 각종 리포트 등의 강의 과제와 논문 대필이 성행해왔고, 취업난이 극심한 요즘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등의 대필이 예사다.

면접 후기 8000원, 자기소개서 1만2000원… 명문대行 노하우 파는 명문대생들
학생이 쓰면 떨어져… 자기소개서 업체 기승
 
 

대필 업체는 호황, 신종 대필의 성행
대필 업체가 호황을 맞고 있다. 휴대폰 문자메시지나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같은 단문(短文)에 익숙해, 길고 논리적인 글을 써본 경험이 적은 '디지털 세대'가 주된 고객이라고 한다. 돈만 내면 어떤 글이든 써준다는데 자기소개서가 개중 많고, 그 외 탄원서·경위서·진술서·사과문·계획서 등 없는 게 없다.

대필 업체인 말글커뮤니케이션을 운영하는 김재화 원장은 "2003년에는 인터넷으로 영업하는 대필 업체가 10여곳에 불과했는데, 요즘은 100여개 업체가 왕성하게 활동 중"이라고 했다. 대필 시장이 커지면서 이들을 대변하는 이익 단체까지 생겼다. 지난해 8월 자기소개서와 학술 논문, 학업 계획서 등을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들이 모여 '한국대필작가협회'를 결성했다. 현재 125명이 협회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사직서·경위서'까지 대필 맡기는 직장인들
경기도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신모(28)씨는 이달 초 한 온라인 대필(代筆) 업체에 사직서를 대신 써달라고 의뢰했다. 어차피 그만둘 회사라고 사직서를 성의 없이 대충 썼다가 동종(同種) 업계에 좋지 않은 평판이 돌 수 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경쟁 업체로 이직을 준비하는 신씨로서는 흘려 넘길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는 회사를 그만두게 된 배경과 회사 생활을 하며 겪었던 애로사항을 간단히 적은 뒤 5만원을 동봉해 업체로 보냈다. 신씨는 "직접 써보려고 몇 번 시도했는데, 써놓고 보면 왠지 논리적이지 않고 불평과 짜증만 늘어놓은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서 "글 잘 쓰려고 애쓰느니 차라리 몇 만원 주고 해결하는 게 훨씬 속 편하다"고 했다.

김도원 화백

인천의 한 중소기업 계약직 사원 윤모(여·22)씨는 지난 17일 온라인 대필 업체에 1만원을 내고 경위서 작성을 부탁했다. 직접 쓴 경위서를 세 차례 퇴짜맞고 나서 내린 결정이었다. 본인이 저지른 잘못을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간단히 적어 보냈더니 1시간쯤 지나 대필 업체가 써준 경위서가 이메일로 도착했다.

윤씨는 "회사들이 나 같은 비정규직 사원의 꼬투리를 잡아 계약을 연장해주지 않으려고 조금만 잘못해도 경위서를 쓰라고 요구한다"면서 "경위서를 직접 써서 제출할 때마다 '문장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퇴짜를 많이 맞아서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했다.

아내가 요구한 '반성문'도 대필 맡기는 남편 
대필 업계에 따르면 최근에는 직장 생활뿐 아니라 가정에서 저지른 잘못에 대해 반성문을 대신 써달라고 요청하는 고객도 있다고 한다. 회사원 김모(34)씨는 유흥업소를 자주 다니다 아내에게 들키고서 "이혼하기 싫으면 반성문과 각서를 쓰라"는 주문을 받았다.

김씨는 정모(33)씨가 운영하는 온라인 대필 업체에 작성을 부탁했다. 김씨는 대필 업체가 써준 반성문을 이메일로 받은 뒤 이를 자필로 옮겨 적었다고 한다. 정씨는 "사과문, 진술서, 의견서, 경과 보고서 등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문서 영역에서 대필이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NOW] 사직서까지 代筆 맡기는 SNS세대
 

왜, 이런 세대가 생겼나?

취업 포털 커리어가 지난해 3월 구직자 315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64%가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서는 '평소에 글을 쓸 일이 별로 없어서'라는 답이 39%로 가장 많았고, 이어 '독서 부족'(23%), '평소 국어 사용 시 신경을 쓰지 않고 함부로 사용해서'(18%) 등의 순이었다.

장소원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SNS 세대는 감정을 짧은 글로 즉각 표현하는 데 익숙할 뿐 말을 재조립해서 논리적인 글을 쓰는 데는 약하다"며 "글은 쓸수록 느는 것인데, 자꾸 남에게 글을 맡기면 글쓰기 실력이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일반화되고 책이나
신문 등 텍스트(text)를 읽고
해석할 기회가 줄어들면서 어휘력과
글쓰기 능력은 물론 종합적인
사고력과 논리력도 떨어지면서
국어 성취도 떨어지는 것으로 보여

홍세희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스마트폰 일찍 쓸수록 국어 성적 떨어져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했거나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은 학생일수록 국어 성적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홍세희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서울에 있는 중학교 3학년 학생 4,672명을 대상으로 국어 과목의 학업 성취도를 분석한 결과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학생 2,293명의 국어 성취도는 35점 만점에 16.30점이었다. 이는 중학교 이후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학생들의 국어 성취도 17.17점보다 낮고 전체 평균 점수(16.60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함을 느끼거나 스마트폰 메신저로 대화하는 걸 직접 대화하는 것보다 편안하게 느끼는 '스마트폰 의존'이 심한 학생도 국어 성취도가 낮았다.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은 학생 366명의 국어 성취도는 15.67점으로 의존도가 보통이거나 낮은 학생(16.70점)보다 1.03점 낮았다.

'인터넷 용어'의 일상화, 미디어의 발달로 국어 실력까지 퇴화하는 세태
90년대 말, 2000년대 초 인터넷이 보편화하면서 '인터넷 용어'들이 일상화되었으며, 수천 건씩 올라오는 인터넷 기사들은 독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언어의 조합을 만들어 낸다. 또한, 젊은 세대들이 짧은 문자 메시지에 많은 내용을 담기 위해 말을 줄이며 쓰기 시작한 것도 잘못된 국어 생활과 국어 성적에 한몫했다.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상에서의 언어를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하는데, 이는 세대 간의 소통을 막는 것은 물론 학생들의 국어 실력까지 퇴화시키는 현상을 가지고 왔다. 학생들의 인터넷 용어 사용 현상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난해해지고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초기 인터넷 용어들이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고, 맥락을 알 수 있는 것에 반해 현재는 심한 축약, 상상하기 힘든 합성어, 과거보다 심해진 비문 사용 등으로 도저히 그 뜻을 알아볼 수가 없다. 우리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인터넷 신조어들의 범람으로 젊은 세대의 국어 사용은 더욱 빈곤해지고 있다.
▶ 관련기사 더 난해해지고 험악해지는 모니터 속 우리말
▶ 관련기사 뽀개기·알바·헐~… 정체불명 외계어에 신음하는 국어

혼자서 못하는 성인으로 길들이는 가정

우리나라에서 대학에 입학하면 스무 살가량 된다. 사회적으로는 성인인데도, 초등학생처럼 부모 간섭을 받는 대학생이 많다. 대학 상담소에는 "부모가 너무 간섭해 힘들다"는 대학생들의 고민이 쏟아진다. 대학생이 된 자녀 주위를 헬리콥터처럼 빙빙 돌면서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는 '헬리콥터 부모'들이 자녀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 상담센터에 법대 출신 A씨가 찾아왔다. 사법고시 공부를 한다는 A씨는 겉으로 보기에도 불안해 보였다.

"책을 펴고 앉으면 온몸이 벼랑 끝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만두고 싶어요." A씨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도 온몸을 벌벌 떨었다. 상담사가 "이런 상황인데 왜 고시 공부를 계속하느냐"고 묻자, A씨는 "부모님이 바라세요. 고시 안 하면 절 사람 취급도 안 할 거예요."라고 대답했다.

상담사는 "A씨는 부모가 '넌 공부 잘하니까 서울대 법대 가라'고 해서 법대 왔고 '법대 갔으니 고시 해라'고 하니까 고시 공부를 시작할 정도로, 부모의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는 학생"이라며 "고시가 적성에 안 맞는데도 부모에게 말조차 꺼내지 못해, 이제는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경제학과에 다니는 3학년생 김모(23)씨는 어릴 때 중국에서 살아 재외국민전형으로 입학했다. 부모는 중국 상하이에 있지만, 딸의 대학 생활을 꿰고 있다. 엄마는 딸 대학의 인터넷 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고 수시로 들어가 본다. 작년까지는 엄마가 강의편람을 훑어 시간표를 짜줬고, 올해는 김씨가 짠 뒤 엄마 허락을 받았다.

김씨 엄마는 딸이 한글 작문이 서툴러 1학년 때 교양과목에서 C학점 이하를 받자 학과 조교에게 전화해 "영어로 제출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학교에서 교양 세 과목 중 한 과목만 영어로 제출하는 것을 허용해주자, 나머지 두 과목은 김씨가 한글로 쓰고 엄마가 교정을 봐줬다. 김씨는 "이대로 살다가는 엄마 그림자밖에 못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대학 교수들은 "간섭이 지나친 부모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서울 지역 사립대 유모 교수는 "학부모가 전화해 '우리 애가 열심히 공부했는데 성적이 이렇게 나온 이유가 뭐냐'고 항의하고, '로스쿨 들어갈 건데 이런 과목을 듣는 게 맞느냐'고 묻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교수는 "강의실에 웬 중년 부인이 앉아있길래 누구시냐고 물었더니 '애가 아파서 대출(대리 출석)하러 왔다'고 해 기겁한 적이 있다"며 "그런 부모들은 자기가 독친(毒親)이라고 생각 안 하고, 자식을 위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인성 기자
 

지난 겨울 군대를 갓 제대한 대학생 B씨는 어머니와 함께 강남의 한 어학원을 찾았다. 어머니가 '이제 졸업이 1년 남았는데 놀면 안 된다'고 성화였기 때문이다.

B씨 어머니는 학원에 도착하자마자 상담 직원을 붙들고 "요즘 취업 이력서엔 어떤 영어 점수를 많이 쓰느냐, 스피킹(말하기)이 중요하다던데 어떤 강사에게 수업을 들어야 하느냐"를 꼬치꼬치 물었다. B씨 어머니가 직원 안내에 따라 토익 강의를 신청하는 동안 B씨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서 있었다.

최근까지 국내 유명 어학원에서 상담 직원으로 일한 배모씨는 "학원에 전화해서 '우리 아이가 이번 달 수업을 몇 번 들었는지, 어느 날 빠졌는지 알려 달라'고 하는 부모가 하루에 한두 명은 있었다"며 "부모가 자신보다 덩치가 큰 대학생 아들을 데려와 '넌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중국어 수업 듣고, 몇 시까지는 영어 수업 듣고, 이 시간에는 점심을 먹어라'는 식으로 스케줄을 다 짜주는 엄마들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강원도의 한 군부대 주임원사인 김모(45) 상사는 요즘 휴대폰 열기가 겁난다. 갓 전입온 신병 부모들에게 "병사들이 잘 적응하고 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더니, 부모들이 카카오톡에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그를 초대한 것이다. 그 이후 '우리 아들 사진 좀 보내주세요' '오늘 점심·저녁 메뉴는 뭔가요' '괴롭히는 선임 없는지 봐주세요' 같은 메시지가 밤낮없이 울려대고 있다. 김 상사는 "수시로 카카오톡이 울려대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면서 "까다로운 직속상관이 한꺼번에 여러 명 더 생긴 기분"이라고 했다.

충청도 부대에 근무하는 이모(45) 원사는 최근 김모(22) 이병의 어머니에게서 "아들이 다리가 아픈데 경계 근무를 서게 됐다"며 보직을 바꿔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 원사가 "건강엔 문제 없으니 걱정 말라"고 하자 "내 아들 잘못되면 책임질 거냐"는 호통이 돌아왔다. 부대는 결국 김 이병을 위해 따로 행정병 자리를 만들었다. 이 원사는 "혹시 병사가 다치면 진급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부모들의 민원을 받아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SNS와 짧은 글에 익숙한 젊은이들, 국어 능력이 떨어지는 젊은 세대에게 글쓰기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대신 맡겨야 하는 버거운 일이 됐다. 또 지나친 경쟁 사회의 폐단으로 본인이 쓴 것보다는 전문가가 써주는 글을 신뢰하고,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해서 대필을 맡기는 사람들도 늘었다.

스스로 글쓰기조차 어려워하는 젊은이들의 뒤에는 모든 걸 다 해주는 부모가 있다. 성인이 된 자녀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쏟으며, 심지어는 스스로 해야 할 대학교 강의 시간표 짜기와 심지어 전공까지 부모가 결정해주는 이런 비정상적인 사회에 씁쓸해진다. 어릴 때부터 스스로 하는 창의력을 길러주는 외국의 가정 사례를 접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누군가 대신해줘야만 하는 현실, 비단 젊은이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조선일보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9
결과가 없습니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