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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 서로 더 사랑하려면 ‘거리두기’가 필요합니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5월3일 14시40분    조회: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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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SC] 커버스토리

간섭·잔소리 심한 모녀 관계

애정은 참견과는 다른 것

때로는 편지 한 장이 큰 도움

솔직한 대화가 관계 회복 지름길


딸은 엄마의 몸에서 태어났지만, 결코 엄마의 분신도 소유물도 아니다. 딸에게 엄마 역시 스트레스의 발산구도 아닐뿐더러 자신의 고충을 덜어주는 존재도 아니다. 엄마와 딸 사이의 대화를 단절시키는 장벽이 존재한다면, 이러한 그릇된 관계 설정에서 기인한다. 딸과 엄마는 다른 가치관을 지니고 다른 삶을 사는 독립된 인격체다. 잘못된 관계 설정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대화’다. 

클립아트 코리아 클립아트코리아■ 애정과 간섭은 달라

“엄마를 보면 우물가에 있는 아기 같아요. 나이는 쉰이 훌쩍 넘었는데, 아직도 10대 소녀처럼 살아요.” 직장인 정승연(가명·33)씨의 푸념이다. 청소와 빨래 같은 집안일부터 장을 보거나 은행 업무도 모두 정씨의 몫이다. 사람을 좋아하고 쉽게 사람을 믿는 성격이어서 엄마가 사기를 당한 적도 여러 번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그녀도 모르게 “엄마, 제발!” “그만하라니까!” “엄마는 도대체 왜 그래?” 등 잔소리를 할 때가 많다. 물론 정씨는 그것이 엄마에 대한 애정이라고 믿는다. “관심과 애정이 없으면 이렇게 엄마한테 그렇게 하겠어요?” 하지만 점점 표정이 어두워지는 엄마도 같은 생각일까? 반대의 경우도 많다. 엄마의 간섭이 심할 때도 자녀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해결 방법

잔소리하고 간섭하는 것을 ‘사랑’이라는 말로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딸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딸의 능력과 자존감을 덜 인정할 때도 개입과 간섭의 대화가 표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와 딸의 대화에서 간섭과 잔소리가 많다면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 생각해 보자. 어찌됐건 상대방의 계획과 결정을 존중하려는 말과 행동이 필요하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 “네 결정에 따를게” 등 판단의 주도권을 주는 말로 대화를 시작하면 도움이 된다.

■ ‘나만 옳다’는 생각 버려야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안정미(43)씨는 중학교에 진학한 뒤부터 학업에 치이는 큰딸을 보면 안쓰러울 때가 많다. 안아주고 보듬어줘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대화의 말투는 항상 지시조이거나 명령하는 투다. 그러다 보니 큰딸의 대화도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나 좋아하는 아이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응”으로 짧게 끝난다. “제 중학교 1학년 경험을 살려 학습이나 친구 관계에 대해서 가능한 조언을 해주고 싶은데, 어쩌면 아이한테는 ‘엄마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 강조한다고 느껴지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해결 방법

안씨는 최근 큰딸에게 편지를 썼다. 허심탄회한 대화를 끌어낼 방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중학교 시절을 되돌아봤음은 물론이다. 편지의 내용은 이렇다. “난 네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돌이켜 보니 너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딸이라는 점이야. 엄마가 공부를 강요했는데, 실은 엄마도 당시에 죽어라 공부했던 기억은 없네. 영어 단어시험 왜 보냐고 선생님께 항의했던 일부터 떠오르는구나. 중학교 때 공부만 열심히 하는 게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이었더구나. 짧은 3년의 중학교 생활 동안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 ‘자신’에 대해 더 알아가는 시간이 되길 바라.” 안씨는 대화가 지극히 부담스럽고 어려울 때, 편지로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 유용하다고 말했다.

■ 거리 두는 걸 두려워 말아야

교사인 최연정(34)씨는 엄마 때문에 괴롭다. 젊은 나이에 홀로되어 보험설계사 일을 하며 자신을 키운 엄마가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늙었다고 버리면 안 돼!”라며 나약한 모습을 드러낼 때가 부쩍 늘어서다. 최씨는 “‘쓸데없는 걱정 한다’고 대꾸하는 내 말투가 점점 신경질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나와 모든 일상을 함께하려고 하는 엄마가 자주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해결 방법

엄마의 전화나 문자, 카톡 메시지가 일상에 불편을 줄 정도로 자주 와서 짜증이 나거나, 엄마와 함께 있을 때 금세 지치는 딸이라면, 독립이 필요하다. 이런 엄마들은 딸을 자신의 분신이나 소유물로 생각하고 과도하게 집착한다. 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거나 참견하는 일도 잦다. 이럴 때는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친근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엄마, 나는 엄마가 나한테 주는 과도한 사랑과 기대가 힘들어”라고 당당하게 말하자. 전화·문자·카톡 대화 메시지 수를 제한하자. 일주일에 하루쯤 의도적으로 대화를 삼가는 것도 방법이다.

■ ‘네’ ‘아니오’ 단호하게 말해야

엄마가, 혹은 딸이 상처받을까 봐 염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좋은 것은 좋다고, 싫은 것은 싫다고 확실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은 서로의 관계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불신과 오해를 최소화하려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대학생 이선정(가명·21)씨는 지금껏 한 번도 엄마의 말을 거스른 적이 없다.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당연하게 생각됐다. 엄마의 말을 들으면 다 잘됐으니까. 명문고,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었던 것도 엄마 덕분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살아온 내가 후회스럽다.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 엄마가 원하는 삶을 살았으니까.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내가 되어야 한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해결 방법

솔직해지는 것이 급선무다. 엄마가 아닌 내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딸이 엄마의 꿈을 이뤄주는 대리인도 아닐뿐더러 엄마가 딸의 인생을 대신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할게”라는 말부터 전한다. 미안하다거나 죄송하다는 말을 할 필요도 없다. 처음엔 엄마도 서운해하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딸의 결정을 존중하고 응원해줄 것이다. 대화에 이견이 존재할 때 이제 머뭇거리지 말자. “엄마, 내 생각은 엄마와 달라” “그건 잘못된 방법이야”라고 건네자.

김미영/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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