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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말만 잘해도 평생 따뜻한 밥 먹고 살 텐데 그게 왜 힘들까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6월13일 08시19분    조회: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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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19)
부부동반 모임 중 아내가 새로 산 옷을 자랑하자 남편이 한마디 했다. [사진 Freepik]

쉬고 있으려니 동네 친구의 전화벨이 울린다. 지인들 모임 나갔다가 한 부부가 다투어 분위기가 나빠지는 바람에 일찍 헤어졌다며 차 한잔하려고 들리겠단다. 일어나 대충 청소를 하고 있으려니 그새 차 소리가 들린다. 

그 친구 말이, 모임에서 한 여자가 새로 산 옷을 자랑하고 있었는데 남편 되는 사람이 저만큼 있다가 여자들 속에 끼더니 “이 사람이 글쎄 자기 주제를 몰라요~”라며 ‘하하’ 웃더라는 것이다. 

부인이 살이 좀 찌긴 했어도 남편이 여러 사람 앞에서 그렇게 말을 하니 화가 나서 밥도 안 먹고 먼저 가버려렸고, 남편은 별로 안 어울리는 옷을 입고 뱅뱅 도는 모습이 민망해 한마디 한 걸 그런다며 오히려 툴툴대다가 뒤따라 나가는 바람에 오랜만에 만난 모임이 밥만 먹고 끝났단다. 그날 그 남편은 저녁은 물론 며칠 동안 부인접근 금지 명령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을 것이다. 

말 한마디에 십년 묵은 감정이 다 쏟아져 나오는 법이다. 이 자리서 죽는다 해도 눈물 한 방울 안 나올 만큼 미워지는 말 한마디의 충격은 크다. 


부부싸움한 뒤 우리 집에서 밤을 지낸 앞집 언니
어제는 앞집 언니가 부부싸움으로 며칠 냉전을 벌이다 남편이 홧김이 집에 들어오지 말란 말에 우리 집 거실에서 지냈다. 그러면서 어디 안 보이는 곳 멀리 가서 혼자 살고 싶다고 한다. 

나는 안다. 언니가 핑계김에 밖에 잠을 자지만 한편으론 남편이 밥은 챙겨 먹고 있는 건지, 그러면서 밤새 부인에게 무슨 사고라도 안 났을까 하며 찾아다는 건 아닌지, 부부가 투닥거린 거 행여 아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을지 걱정하며 밤을 홀딱 샌 것을. 

남편들은 같이 살면서 느낀 자기 부인의 성격을 왜 좋은 쪽으로 이용하지 못할까? [사진 Freepik]

남편들은 같이 살면서 느낀 자기 부인의 성격을 왜 좋은 쪽으로 이용하지 못할까? 말만 잘해도 평생 따뜻한 밥 얻어먹고 살 텐데 그게 그리 힘들까? 여자들은 어느 면에선 참 까다롭지만, 칭찬과 사랑에는 너무 약한 단점이 있다. 

나는 36년 결혼 생활을 하면서 남편이 직장생활을 한 6년을 빼고 자영업을 한 30년 동안은 24시간 붙어살았다. 요즘 주말부부니 어쩌니 해도 평생을 같이 붙어살다 보면 몇 시간만 안 보여도 그게 더 불안했다. 내 남편의 성격을 잘 아는 사람은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붙어 살 수 있냐고 하지만 습관이란 것이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남편이 남자와 다른 점은 아이가 있다면 아버지라는 자격증이 하나 더 있다는 것,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내적 마음은 ‘어린 왕자’라는 것일 것이다. 남들 앞에선 대우받는 왕이 되고 싶어 한다는 말이다. (이건 순전히 나의 견해이니 남자들은 오해하지 말기) 

처음엔 나도 여린 성격에 남편이 큰소리만 질러도 눈물이 앞을 가려 숨도 못 쉴 만큼 순한 양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자 동물의 새끼 보호 본능 탓인지 자연스럽게 힘이 생기고 성격이 변해가더니 큰소리만 쳐도 ‘깨갱’ 하며 기던 목소리가 천장을 뚫고 솟아나는 증기기관차의 화통 소리로 변해 날마다 전쟁을 치며 살았다. 그래서 나중엔 적군이라는 애칭을 만들어 줬다. 

나이 들면서 대화가 참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둘 다 정신이 온전하게 다스려지고 평안한 리듬을 탈 때면 살면서 겪은 서로의 단점을 이야기하게 된다. 남편은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다음에 이렇게 행동할 땐 양해를 구하겠다고 말하니 한바탕 싸움이 칼로 물베기가 됐다. 나 역시 이런저런 트라우마와 성격을 말하고 ‘내가 이럴 땐 이렇게 해줘~’라고 말했다. 이러고 나면 전쟁이 어느 순간 웃음으로 끝날 때가 많고 상처도 줄었다. 

남편은 일단 그 전쟁의 쟁점을 잘 들어줘 기를 살려놓은 다음에 조목조목 두들겨 패면 그냥 맞아주었다. 언젠가부터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백기를 흔들며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라는 모드로 바뀌었다. 그래서 쭉~ 행복하게 잘 살았냐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전쟁을 치르면 소리는 산을 넘어도 마음에 상처가 안 생기는 법이다. 삶의 전쟁이 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부부일지 모른다. 


저녁식사 초청해 앞 집 부부싸움 중재 나서
부부싸움 한 앞 집 언니 부부를 초대해 전날 상황을 모르는척 저녁을 함께 했다. [중앙포토]

새벽에 나간 앞 집 언니가 집엔 잘 들어가셨는지, 더 큰 전쟁으로 터지진 않았는지 걱정됐다. 전날 상황을 모르는 척 따로 전화를 해 저녁을 모시겠다고 했다. 두 분이 내 차에 앉아 각자 창밖만 내다보았고, 식당에 가서도 아무 말 없이 고기만 구웠다. 정적을 깨고 아저씨가 말을 꺼냈다. 

“우리 부부 며칠 전에 전쟁 치렀네. 허허.” 
“어머머~ 잉꼬부부께서 왜요?” 
“음, 그게 말이여~ 며칠 전 친구를 만났는데, 나이도 나보다 어린 그 친구가 손자를 안고 나왔잖나. 용돈도 쥐여 주고 집에 오는데 화가 막 나는 거야. 내가 말이여, 부모도 형제도 없고 외롭게 살아서. 나이든 아들이 두 놈 있는데 장가도 안 가고. 난 손자도 못 보고 죽나 하며 기가 죽어서 집에 오니 금방 퇴근한 마누라가 들어오데. 죄 없는 마누라에게 화를 퍼부었지. 똥바가지 쓴맛이라데. 그럼 내가 누구에게 그 화를 풀겠는가? 속이 터져 미칠 것 같은 그 마음을 어디다 풀겠는가?” 
"아~그랬군요. 그런데 언니에게 그 말씀을 이제 하시는 거예요?” 
“그럼, 남자가 미주알고주알 떠드나? 말 안 하고 있으면 미안한 거다 그렇게 알면 되지.” 

속마음을 들은 언니가 슬그머니 고기 한 점을 들어 아저씨에게로 얹어주신다. 아저씨가 입이 귀에 결려 나와 부인의 눈을 피하며 환하게 웃으시면서 “나 챙겨주는 이는 마누라뿐일세. 화 풀린 건가? 자네 미안하네.” 

그날 나는 식사비를 못 냈다. 자리 만들어 줘서 고맙다며 막무가내로 못 내게 했기 때문이다. 아저씨는 졸지에 바가지를 쓰고도 엄마를 찾은 아이같이 좋아했다. 

집에 돌아오니 홈쇼핑으로 산 옷이 배달 와 있었다. 뚱뚱한 몸을 옷 속에 구겨 넣으며 혼자서 막 웃음이 나와 웃고 있으려니 어디선가 남편의 목소리가 들려 오는 것 같았다. “우리 부인은 뭘 입어도 저리 이쁘노~ 황신혜는 명함도 못 내민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에 아이들이 옆에서 삐쭉하며 입을 내밀던 내 가족의 모습이 우르르 함께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송미옥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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