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살다보면] 말만 잘해도 평생 따뜻한 밥 먹고 살 텐데 그게 왜 힘들까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6월13일 08시19분    조회:1555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19)
부부동반 모임 중 아내가 새로 산 옷을 자랑하자 남편이 한마디 했다. [사진 Freepik]

쉬고 있으려니 동네 친구의 전화벨이 울린다. 지인들 모임 나갔다가 한 부부가 다투어 분위기가 나빠지는 바람에 일찍 헤어졌다며 차 한잔하려고 들리겠단다. 일어나 대충 청소를 하고 있으려니 그새 차 소리가 들린다. 

그 친구 말이, 모임에서 한 여자가 새로 산 옷을 자랑하고 있었는데 남편 되는 사람이 저만큼 있다가 여자들 속에 끼더니 “이 사람이 글쎄 자기 주제를 몰라요~”라며 ‘하하’ 웃더라는 것이다. 

부인이 살이 좀 찌긴 했어도 남편이 여러 사람 앞에서 그렇게 말을 하니 화가 나서 밥도 안 먹고 먼저 가버려렸고, 남편은 별로 안 어울리는 옷을 입고 뱅뱅 도는 모습이 민망해 한마디 한 걸 그런다며 오히려 툴툴대다가 뒤따라 나가는 바람에 오랜만에 만난 모임이 밥만 먹고 끝났단다. 그날 그 남편은 저녁은 물론 며칠 동안 부인접근 금지 명령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을 것이다. 

말 한마디에 십년 묵은 감정이 다 쏟아져 나오는 법이다. 이 자리서 죽는다 해도 눈물 한 방울 안 나올 만큼 미워지는 말 한마디의 충격은 크다. 


부부싸움한 뒤 우리 집에서 밤을 지낸 앞집 언니
어제는 앞집 언니가 부부싸움으로 며칠 냉전을 벌이다 남편이 홧김이 집에 들어오지 말란 말에 우리 집 거실에서 지냈다. 그러면서 어디 안 보이는 곳 멀리 가서 혼자 살고 싶다고 한다. 

나는 안다. 언니가 핑계김에 밖에 잠을 자지만 한편으론 남편이 밥은 챙겨 먹고 있는 건지, 그러면서 밤새 부인에게 무슨 사고라도 안 났을까 하며 찾아다는 건 아닌지, 부부가 투닥거린 거 행여 아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을지 걱정하며 밤을 홀딱 샌 것을. 

남편들은 같이 살면서 느낀 자기 부인의 성격을 왜 좋은 쪽으로 이용하지 못할까? [사진 Freepik]

남편들은 같이 살면서 느낀 자기 부인의 성격을 왜 좋은 쪽으로 이용하지 못할까? 말만 잘해도 평생 따뜻한 밥 얻어먹고 살 텐데 그게 그리 힘들까? 여자들은 어느 면에선 참 까다롭지만, 칭찬과 사랑에는 너무 약한 단점이 있다. 

나는 36년 결혼 생활을 하면서 남편이 직장생활을 한 6년을 빼고 자영업을 한 30년 동안은 24시간 붙어살았다. 요즘 주말부부니 어쩌니 해도 평생을 같이 붙어살다 보면 몇 시간만 안 보여도 그게 더 불안했다. 내 남편의 성격을 잘 아는 사람은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붙어 살 수 있냐고 하지만 습관이란 것이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남편이 남자와 다른 점은 아이가 있다면 아버지라는 자격증이 하나 더 있다는 것,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내적 마음은 ‘어린 왕자’라는 것일 것이다. 남들 앞에선 대우받는 왕이 되고 싶어 한다는 말이다. (이건 순전히 나의 견해이니 남자들은 오해하지 말기) 

처음엔 나도 여린 성격에 남편이 큰소리만 질러도 눈물이 앞을 가려 숨도 못 쉴 만큼 순한 양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자 동물의 새끼 보호 본능 탓인지 자연스럽게 힘이 생기고 성격이 변해가더니 큰소리만 쳐도 ‘깨갱’ 하며 기던 목소리가 천장을 뚫고 솟아나는 증기기관차의 화통 소리로 변해 날마다 전쟁을 치며 살았다. 그래서 나중엔 적군이라는 애칭을 만들어 줬다. 

나이 들면서 대화가 참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둘 다 정신이 온전하게 다스려지고 평안한 리듬을 탈 때면 살면서 겪은 서로의 단점을 이야기하게 된다. 남편은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다음에 이렇게 행동할 땐 양해를 구하겠다고 말하니 한바탕 싸움이 칼로 물베기가 됐다. 나 역시 이런저런 트라우마와 성격을 말하고 ‘내가 이럴 땐 이렇게 해줘~’라고 말했다. 이러고 나면 전쟁이 어느 순간 웃음으로 끝날 때가 많고 상처도 줄었다. 

남편은 일단 그 전쟁의 쟁점을 잘 들어줘 기를 살려놓은 다음에 조목조목 두들겨 패면 그냥 맞아주었다. 언젠가부터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백기를 흔들며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라는 모드로 바뀌었다. 그래서 쭉~ 행복하게 잘 살았냐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전쟁을 치르면 소리는 산을 넘어도 마음에 상처가 안 생기는 법이다. 삶의 전쟁이 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부부일지 모른다. 


저녁식사 초청해 앞 집 부부싸움 중재 나서
부부싸움 한 앞 집 언니 부부를 초대해 전날 상황을 모르는척 저녁을 함께 했다. [중앙포토]

새벽에 나간 앞 집 언니가 집엔 잘 들어가셨는지, 더 큰 전쟁으로 터지진 않았는지 걱정됐다. 전날 상황을 모르는 척 따로 전화를 해 저녁을 모시겠다고 했다. 두 분이 내 차에 앉아 각자 창밖만 내다보았고, 식당에 가서도 아무 말 없이 고기만 구웠다. 정적을 깨고 아저씨가 말을 꺼냈다. 

“우리 부부 며칠 전에 전쟁 치렀네. 허허.” 
“어머머~ 잉꼬부부께서 왜요?” 
“음, 그게 말이여~ 며칠 전 친구를 만났는데, 나이도 나보다 어린 그 친구가 손자를 안고 나왔잖나. 용돈도 쥐여 주고 집에 오는데 화가 막 나는 거야. 내가 말이여, 부모도 형제도 없고 외롭게 살아서. 나이든 아들이 두 놈 있는데 장가도 안 가고. 난 손자도 못 보고 죽나 하며 기가 죽어서 집에 오니 금방 퇴근한 마누라가 들어오데. 죄 없는 마누라에게 화를 퍼부었지. 똥바가지 쓴맛이라데. 그럼 내가 누구에게 그 화를 풀겠는가? 속이 터져 미칠 것 같은 그 마음을 어디다 풀겠는가?” 
"아~그랬군요. 그런데 언니에게 그 말씀을 이제 하시는 거예요?” 
“그럼, 남자가 미주알고주알 떠드나? 말 안 하고 있으면 미안한 거다 그렇게 알면 되지.” 

속마음을 들은 언니가 슬그머니 고기 한 점을 들어 아저씨에게로 얹어주신다. 아저씨가 입이 귀에 결려 나와 부인의 눈을 피하며 환하게 웃으시면서 “나 챙겨주는 이는 마누라뿐일세. 화 풀린 건가? 자네 미안하네.” 

그날 나는 식사비를 못 냈다. 자리 만들어 줘서 고맙다며 막무가내로 못 내게 했기 때문이다. 아저씨는 졸지에 바가지를 쓰고도 엄마를 찾은 아이같이 좋아했다. 

집에 돌아오니 홈쇼핑으로 산 옷이 배달 와 있었다. 뚱뚱한 몸을 옷 속에 구겨 넣으며 혼자서 막 웃음이 나와 웃고 있으려니 어디선가 남편의 목소리가 들려 오는 것 같았다. “우리 부인은 뭘 입어도 저리 이쁘노~ 황신혜는 명함도 못 내민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에 아이들이 옆에서 삐쭉하며 입을 내밀던 내 가족의 모습이 우르르 함께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송미옥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중앙일보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2
  • ※ ‘오은영의 화해’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오은영 박사가 와 함께 진행하는 정신 상담 코너입니다. [저작권 한국일보]일러스트=김경진 기자 저는 취업준비 중인 30대 미혼 남성입니다. 직업이 없어 부모님과 함께 지내지만 폭언하는 어머니 때문에 너무 힘듭니다. 어렸을 때 많이 혼났지만 부모님과의 관계...
  • 2019-04-15
  • [뉴스데스크]◀ 앵커 ▶ 오늘 아침 서울 지하철, 사당역 주변의 풍경입니다. 이 일대가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을 타고 내리는 사람이 가장 많은 곳인데, 보시는 것처럼, 말 그대로 전쟁터 같습니다. 이렇게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으로 출근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  평균 1시간 21분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요, 퇴근하...
  • 2019-04-03
  • 왼쪽부터 아들 매튜와 어머니 세실 엘레지, 갓난 우마 루이스, 동성애자 사위 엘리엇 도허티.딸을 안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산모는 미국의 61세 할머니. 그런데 사실은 손녀를 본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사는 세실 엘레지는 아들 매튜와 동성애자 남편 엘리엇 도허티가 아이를 갖고 싶다고 말하자...
  • 2019-04-03
  • 해마다 만우절 농담을 고민하는 남편, 속아 넘어가는 가족들 [오마이뉴스 글:전윤정, 편집:최은경]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
  • 2019-04-01
  • ※ ‘오은영의 화해’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오은영 박사가 와 함께 진행하는 정신 상담 코너입니다. [저작권 한국일보]일러스트=김경진 기자 저는 21개월 된 첫째를 키우는 임산부(임신 7개월)에요. 아이를 돌보면서 저는 제 부모에게는 받지 못했던 따뜻한 사랑을 주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생전 그런 사...
  • 2019-04-01
  • [토요판] 100세시대 일본 ④독신 노후의 인간관계 ‘느슨한 가족’ 만든 40대 비혼여성 한달에 두번 ‘생존 확인’ 겸한 식사 “노후 대비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7080여성 7명 아파트 한동 모여 살기  서로 돕고 살지만 간병은 해주지 않아 ‘자립’ ‘공생’ 같...
  • 2019-03-31
  •   지병수(77)씨가 24일 방송된 KBS '전국노래자랑'에서 가수 손담비의 '미쳤어'를 부르고 있다. [사진 KBS 영상 캡처] ‘희수의 손담비’ 지병수(77)씨로 온라인이 떠들썩하다.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자원봉사하고 있다는 그는 27일 위키트리와 인터뷰에서 가정사를 공개해 또 한 번...
  • 2019-03-28
  •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일하는 여성'으로서 솔직한 임신 소감 밝혀 눈길] 김소영 전 아나운서. 오른쪽은 25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임신 심경글/사진=머니투데이DB, 김소영 인스타그램김소영 전 아나운서가 임신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김소영은 2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처음 임신을 확인했을 때...
  • 2019-03-25
  • 생전(生前)장례식 치른 암환자 김병국 씨 그는 인터뷰 내내 쾌활했다. ‘만약에 죽기 전에 꼭 보고 싶어서 초청한 사람이 안 오면 어떤 기분이 들겠느냐’고 묻자 그는 “분해서 못 죽을 것 같은데?”라고 웃으며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정승집 개 죽으면 가도 정승이 죽으...
  • 2018-09-03
  • [2030 세상/정성은]나의 몸은 야한 걸까?   정성은 콘텐츠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열한 살 어린 여동생과 오랜만에 외출했다. 입고 나갈 옷을 고르는데 동생이 물었다. “언니, 이렇게 입으면 싸 보여?” 살짝 붙는 티셔츠였다. 동생은 가슴이 크다. 예전의 나였다면 입지 말라고 했을 것...
  • 2018-07-18
  • 인생환승샷(15) 평범한 직장인에서 다이어트 전도사로, 박승현  인생에서 누구나 한번은 환승해야 할 때와 마주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직장이나 일터에서 퇴직해야 하죠. 나이와 상관없이 젊어서도 새로운 일,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한번 실패한 뒤 다시 환승역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인생 환승을 ...
  • 2018-07-14
  •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27) 사랑. [사진 pixabay]    사랑한다는 것은 오래 지켜봐 주는 거...! 지금 하늘이 무너지면 그 사람이 달려와 줄 거라 생각하게 하는 거..! 그래서 하늘이 무너진 채로 나를 내리 짓누르는 시간을 희망으로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거...! (작자 미상)     권태기가...
  • 2018-07-11
  • 게티 이미지 뱅크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글을 공유하며 함께 생각해보는 [와글와글]. 대학 동기들이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하면서 축의금을 1만 5000원씩 낸 일로 기분 상한 20대 A씨의 사연이다. 누군가에는 고민할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는 소수의 사연들이 사실은 내 가족이나 친구가 겪고 있는 현실 일지 모른다. 다양한...
  • 2018-06-28
  • [워킹맘이 워킹맘에게] 육아로 변한 나의 인생, 나의 이야기 [오마이뉴스 글:이혜선, 편집:홍현진] ▲  엄마가 되고 난 후 집은 쉬는 곳이 아니라 일하는 곳으로 변했다 ⓒ ⓒ andrewtneel, Unsplash 인생을 이분법으로 나눌 수는 없지만, 워킹맘의 인생을 나눈다면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기 전과 후로 ...
  • 2018-06-20
  •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19) 부부동반 모임 중 아내가 새로 산 옷을 자랑하자 남편이 한마디 했다. [사진 Freepik] 쉬고 있으려니 동네 친구의 전화벨이 울린다. 지인들 모임 나갔다가 한 부부가 다투어 분위기가 나빠지는 바람에 일찍 헤어졌다며 차 한잔하려고 들리겠단다. 일어나 대충 청소를 하고 있으려니 ...
  • 2018-06-13
  • [나는 어떻게 쓰는가] '프로딴짓러 일기' 연재하는 박초롱 시민기자 [오마이뉴스 글:이주영, 편집:최은경] 에는 쉼 없이 글쓰기에 도전하는 분들이 모여 있습니다. 바로 '시민기자'입니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시민기자들이 저마다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자신만의 콘텐츠를 차곡차곡 쌓아갑니다. 먹고 살기도...
  • 2018-05-31
  •   지난 5월 4일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에서 나프로 임신법으로 건강한 남아를 출산한 양샛별씨 [여의도성모병원] 올해 결혼 6년차인 양샛별(36)씨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에서 건강한 아들을 출산했다. 양씨는 32세에 첫 유산을 경험한 뒤 줄곧 난임 치료에 매달렸다. 민간요법 뿐 아니라 난임 시술로 ...
  • 2018-05-15
  • 분리대 자꾸 들이받는 차 보고 본인 차 피해 감수하고 멈춰세워 "텅 비어있는 운전석 본 순간 '저 차를 세우자' 생각 뿐이었죠" 현대차, 벨로스터 선물하기로   "운전자가 조수석 쪽으로 쓰러져 있는 게 보였어요. 일단 차를 세우는 게 급하다는 생각에 제 차를 들이밀었죠."   지난 12일 오전 고속도로...
  • 2018-05-15
  • 미국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가 지난해 11월 10일 중국 베이징 만리장성을 산책하는 모습.[AP=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아침 8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폭스 & 프렌즈’와 전화 인터뷰 도중 이날 48번째 생일을 맞은 24년 어린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의  선물을 챙기지 못했다는 걸 털어놨다...
  • 2018-05-07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