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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 "정관수술했는데 늦둥이가" 이 말 들은 부모님 반응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4월1일 15시38분    조회: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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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만우절 농담을 고민하는 남편, 속아 넘어가는 가족들

[오마이뉴스 글:전윤정, 편집:최은경]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나, 17년 동안 당나귀처럼 열심히 일했는데....... 딱 2달만 놀면 안 될까?"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잠깐 쉬면서 천천히 자리를 알아보겠다고. 2017 겨울, 그렇게 아이들과 남편의 방학이 동시에 시작되었다. 남편은 매일 구직 사이트를 들어갔지만, 이런저런 조건이 맞지 않는다며 결정을 하지 않았다. 한 달이 넘어가자 나는 점점 불안해졌다.

태어나서 처음 남편의 사주를 보러 갔다. 사주를 본다는 것이 심리 상담에 가깝다는 것 역시 처음 알았다. 두 달이 다 되어갔다. 남편은 '오라는 곳은 많지만 내가 안 가는 것'이라고 하고, 나는 '모든 조건에 들어맞는 곳이 어디 있냐'며 말다툼을 하기도 했다.

얼마 후, 4월 중순부터 출근할 수 있는 새 직장이 정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갑자기 남편의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나는 안방 욕실에서 이를 닦던 것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네, 안녕하세요. 네? 그건 좀....... 제 경력으로 봐서는 힘들 것 같은데요. 그럼 인연이 아닌 거로 알고 없던 일로 하죠."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다시 마음에 드는 새 자리를 찾으려면 앞으로 또 두 달?'이었고, 그 다음은 '남편이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조용히 욕실 문을 열고 나갔다.

"어떡하지. 나보다 낮게 연봉을 써낸 사람이 있다고, 그 연봉으로 오겠냐고 해서 안 간다고 했어."
"뭐야, 그 사람. 어떤 계약이든지 깨질 수 있지. 그래도 이렇게 밤 늦은 시간에 전화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흥분하는 나에게 남편은 새로 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실은 아는 후배라고 했다.

"너도 알잖아, 만 과장이라고…"
"누구?"
"걔 이름이 우절이지. 아마?"

 
▲  4월 1일은 만우절.
ⓒ 최은경

4월 1일 만우절 0시였다. 아, 올해도 또 속은 것이다. 평소에도 장난기 많은 남편은 항상 만우절 농담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나는 매번 속는다. 나만 속는 것이 아니다. 가장 잘 속는 사람은 양가 부모님이다.

남편은 마흔이 넘은 내가 임신해서 늦둥이가 생겼다고 만우절 거짓말을 했다. 남편이 정관수술했다는 것을 아시면서도 부모님은 "풀릴 수도 있다더니..." 하면서 깜빡 속았다.

한 번은 큰딸이 등교하지 않았다고 학교에서 연락이 왔는데, 혹시 그쪽으로 전화가 왔는지 물었다. 양가 부모님은 깜짝 놀라서, 공부 스트레스가 그렇게 심했나 하면서 걱정하셨다. 남편은 신이 나서 아무래도 딸이 가출한 것 같다며, 책상에 속세를 버리고 스님이 되고 싶다고 메모를 남겼다고 했다.

"그 절이 뭐죠? (강원도) 양양에 있는.... "
"낙산사?"
"낙산사 아니죠~. 만우절이죠~."


당시 유행하던 개그맨 말투로 얘기해서 웃음 반, 욕도 반 먹었다. 성공률이 항상 100%는 아니다. 차가 한 번 뒤집히는 큰 교통사고가 났다고 전화 드렸다가 "왜 구르는 김에 두세 바퀴 더 구르지 그랬어?" 하셨고, 다음 달에 미국에 이민 가는 수속을 다 밟았다고 하자 "아, 그래? 잘 가~"라고 하신 적도 있다.
 
일본 영화 <거짓말은 자란다>(원제: April Fools)는 거짓말이 허락되는 만우절에 일어난 소동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  <거짓말은 자란다> 포스터
ⓒ 싸이더스

7명의 작은 거짓말이 서로 엉키면서, 거짓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임신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 다른 여자와 데이트 중인 바람둥이 남자를 찾아간 아가씨는 이탈리안 식당 인질 사건의 주인공이 된다. 이혼한 아내에게 알리지 않고 헤어진 딸을 만나려던 아빠는 유괴사건의 범인으로 수배된다.

말기 암 환자인 아내의 기분전환을 위해 일본 황실 귀족 흉내를 내던 부부는 거짓말이었다고 솔직하게 밝히지만 아무도 믿지 않고, 외계인과 접선하기 위해 옥상에 올라간 중학생은 자살소동으로 오해받는다.

이탈리안 식당 일화 중, 주방에 숨은 주방장이 형사 친구에게 몰래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하는 장면이 나온다. 형사 친구는 "그거 큰일이군, 자위대를 보내서 가게를 아주 박살 내주지!" 하고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작년에는 미슐랭에 선정됐다 하고, 그 전 해엔 레이디 가가가 가게를 전세 냈고, 그전엔 스티브 잡스가 몰래 왔고, 올해는 인질극이냐!" 또 한 번 전화했다가는 공무집행 방해로 잡아넣겠다며 화를 내고 전화를 끊어버린다.

나의 남편 생각이 났다. 만우절 농담을 해마다 지어내는 장난꾸러기들이 세계 어디에나 있구나! 또한 그 거짓말이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니구나! '거짓말은 나쁘다, 하지만 기적을 일으키기도 한다'는 이 영화의 광고 문구만큼 거창하지 않더라도, 심심한 일상에 하루쯤은 악의 없는 거짓말로 서로 웃고 즐기며 보내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
 
3월 중순이 지나면서 남편은 '올해의 만우절 농담'을 고민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신선한 소재를 찾기 어렵고, 강도는 세져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님도 아들(사위)이 아직 철이 없다고 하면서도, 만우절 농담을 은근 즐기시는 듯하다.

친정어머니 방에 들어가니 올해 달력 4월 1일에 붉은색 동그라미가 쳐 있다. 날짜 밑에는 큰 글씨로 '만우절'이라고 써놓으셨다. 어머니는 '이번엔 바보(April Fool)같이 속지 않을 테다' 하시며 웃는다.

남편은 올해 만우절에도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일단 나부터 속지 않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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