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단톡방 몰래 떠나는 50·60···그들은 경조사비가 겁났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4월3일 08시36분    조회:1229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60대 “소득 3분의 1로 줄었는데
축의·부의 월 70만원까지 나가”
재취업 힘든데 부양의무 그대로
중산층 줄어들고 하층은 늘어
추락하는 중산층 <상>
택시기사 홍모씨가 지난달 15일 서울 도봉구 한 LPG충전소를 나서고 있다. 그는 7년 전 보험회사를 그만둔 뒤 월수입이 3분의 1로 줄었는데도 경조사비로 많게는 한 달에 70만원을 낸다. 회사 다닐 때보다 줄여도 감당하기 힘들다고 한다. 5060세대 상당수가 이런 부담을 호소한다. 김상선 기자
택시 기사 홍모(63)씨에게 친척이나 친구 경조사가 있는 날은 공치는 날이다. 경조사에 참석하느라 택시 일을 못 한다. 친한 친구 경조사일 때는 최소한 20만원이 나간다. 이중손실이다.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도봉구 LPG 주유소에 홍씨가 택시에 가스를 넣으려 기다리고 있었다. 

"퇴직하면서 소득이 3분의 1로 줄었는데 매달 경조사비로 적게는 30만원, 많게는 70만원까지 나가요. 너무 부담돼서 힘듭니다. 한국 사회에서 경조사에 빠지면 무리에서 도태되기 때문에 안 갈 수가 없어요. 못 가더라도 봉투는 보냅니다. (경조사) 끊고 산다거나 안 챙긴다는 소문이 나면 고립돼요. 그러면 외롭고 힘들지 않나요. 경조사 같은 게 힘들어서 빠지는 친구도 있어요. 카톡방에서 조용히 탈퇴하더라고요." 

홍씨 가계 지출 항목에서 경조사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때가 많다. 한 달에 평균 5~6건, 30만원가량 나간다. 홍씨는 "퇴직해서 5~6년 지나니까 중산층에서 하층이 됐다. 하층 중에서도 하하(下下)층이다. 이렇게 되니 경조사가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고 말한다. 

홍씨는 2012년 말 33년 다닌 보험회사를 퇴직했다. 당시 연봉을 1억원 가까이 받았다. 보통 한 달에 10건 50만원 정도 경조사비를 지출했다. 회사를 그만두니 부장·본부장 명함이 소용없었다. 경조사 지출을 줄였는데도 30만원 이상 나간다. 홍씨는 퇴직 후 정원원예사·산림관리사 교육을 6개월 받았지만 도움이 안 됐다. 택시를 몰았다. 한 달 수입이 90만원밖에 되지 않았다. 퇴직금으로 개인택시를 샀다. 수입이 좀 올랐고 국민연금이 나왔다. 아내가 보험회사에 나가서 조금 번다. 이렇게 해도 월 수입이 200만~300만원이다. 

친척이나 아주 가까이 지내는 동창(50여 명)의 경조사가 있는 달은 더욱 힘들다. 결혼식이 많은 봄·가을이 문제다. 친척은 50만~100만원, 동창은 20만~50만원 나간다. 전 직장동료는 대개 5만원 받고 5만원 한다. 현직에 있을 때와 비슷한 금액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추락한 5060 중산층' 24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고용센터·새일센터·편의점 등에서 만났다. 추락한 중산층은 증가한다. 건보공단이 건보료 기준으로 10분위로 나눠 분석했더니 2001년 하층(1~3분위)이 18.3%에서 지난해 23.5% 늘고, 중산층(4~7분위)은 41.6%에서 36.7%로 줄었다. 24명은 대부분 하층이었고 이 중 11명은 경조사비 부담을 호소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택시 기사 홍씨는 중앙일보 취재진에게 서울 종로에서 일산까지 1시간가량 동승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중산층에서 떨어진 소회를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젊을 때는 남한테 손 안 벌리고 살면 중산층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네요. 60대 들어서 소득이 끊기거나 줄어들면 중산층을 유지할 수 없죠. 퇴직 전에 부조를 그렇게 많이 했는데 몇 년 전 아이 결혼식장에 온 사람이 청첩장 돌린 사람의 10%도 안 되더라고요. 상실감이 컸고 '이게 인생이구나'라고 느꼈어요." 

중앙일보 인터뷰에 응한 중년층은 "부조를 안 할 수는 없고, 줄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통계청 사회조사(2017)는 이런 애로점을 보여준다. 가구주에게 '먼저 줄일 지출 항목이 뭐냐'고 물었더니 외식비·식료품비가 앞섰고 경조사비가 일곱 번째였다. 그만큼 줄이기 힘들다는 뜻이다. 전직 은행원 서종남(58)씨는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따서 용케 재취업에 성공했지만 회사가 일감을 못 찾아 쫓겨났다. 서씨는 "경조사비가 한 달 생활비의 70~80%를 차지한다. 최소 5만원을 하는데, 한 달에 많을 때는 80만원까지 나간 적이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만혼과 기대수명 연장은 부조금 부담 시기를 늦춘다. 정모(62·서울 강동구)씨는 26세에 결혼하고 이듬해 첫 아이를 낳았고, 세 살 터울로 둘째를 낳았다. 하지만 그의 아들(35)·딸(32)은 아직 미혼이다. 이들이 '결혼 적령기'로 불린다. 정씨는 “예전 같으면 친구 자녀 결혼은 벌써 끝났을 나이인데 요즘에서야 청첩장이 밀려온다. 하루에 결혼식 네 건에 40만원 쓴 적도 있다”고 말했다. 

60대 중후반까지 청첩장이 쇄도하는 이유는 만혼 추세 때문이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1990년의 초혼 평균 연령은 남자 27.8세, 여자 24.8세였다. 당시 초산 연령은 약 26세. 지금 5060 세대는 20대 중반에 결혼하고 후반에 자녀를 낳았다. 하지만 자녀 세대의 삶이 달라졌다. 지난해 기준 초혼 연령은 남자 33.1세, 여자 30.4세로 28년 전과 비교하면 각각 5.3년, 5.6년 늦다. 초산 연령도 31.6세(2017년 기준)로 5.6년 늦다. 그만큼 부모 세대의 부담이 늦춰진 셈이다. 

기대수명이 82세로 증가하면서 5060세대의 부모 부고도 점점 늦어진다. 예전 같으면 5060세대가 경제활동을 할 때 부고가 올 때가 많았다. 이때는 크게 부담되지 않지만 소득이 준 뒤에는 부담이 다르다. 김근홍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전 한국노년학회장)는 “상부상조 의식에 기반을 둔 경조사 전통은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뿌리가 깊어 5060세대로선 경제적으로 부담이 돼도 내야 하는 분위기에 내몰려 있다”며 “아주 가까운 사이만 챙기도록 관행을 바꾸고, 경조사비 줄이기 범국민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33
  • [혐오의 파시즘-시민도 공모자①] 혐오 조장 및 무관심 실태 지난달 국민적 공분을 낳았던 ‘서울 강서 PC방 아르바이트생 살인사건’은 살인 피의자가 ‘조선족’이라는 주장을 몇몇 네티즌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기하면서 급격히 확산했다. 그가 조선족이기에 아르바이트생을 참혹한 수법...
  • 2018-11-06
  • 무급 가사노동 가치 360조원…여성 가사노동, 남성의 3배 넘어  맞벌이 가구라도 집안일 불균형…"가사노동은 여성 전유물" "여성 사회 참여 늘었지만 가사노동에 대한 인식은 과거와 같아"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최유진 인턴기자 = 오전 6시 기상. 오전 7시까지 남편과 아이들 아침 식사 준...
  • 2018-10-14
  • 김성태 원내대표 출산주도성장 정책 이어 김학용 위원장 출산 기피 청년 가치관 훈계하면서 비난 여론 봇물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출산주도성장 정책을 내놓자 비난이 쏟아진데 이어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자유한국당)이 출산에 대해 청년들의 가치관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
  • 2018-09-09
  • 1인가구 40%가 독거중년인데…복지에선 '사각지대' 외로운 독거중년 복지 필요할까…학계서도 의견 분분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직장인 이모씨(47)는 퇴근이 즐겁다. 오후 6시, 서둘러 회사를 빠져나온 그의 발걸음은 서울의 한 볼링장으로 향했다. 동호회 사람...
  • 2018-09-09
  • 3차 건강가정기본계획 보완 사안 추가 무급 가사노동 경제적 가치 환산하고 ‘도련님’ vs ‘처남’ 호칭문제도 개선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연합뉴스정부가 가족과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함에 따라 무급 가사노동을 가치화하고, ‘도련님’과 ‘처남’으로 대비되...
  • 2018-08-31
  • 1인 가구 중 70세 이상 고령자가 18%…미성년 자녀 키우는 집 줄어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국내 가구 수가 2천만을 처음 돌파했다. 전체 가구 중 1·2인 가구 비중은 50%를 넘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2017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작년 11월 1일 기준 전국 가구 수는 2...
  • 2018-08-27
  • 어제(14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 서부지방법원 재판부의 선고문을 여러 차례 읽다가 개인적으로 이상하게 느껴진 것이 있었습니다. 재판부가 성폭력 무죄 판결 선고문에서 김지은 씨를 줄곧 ‘피해자’로 명명한 겁니다.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력 가해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
  • 2018-08-15
  • 육아 부담으로 결혼·출산을 미루는 젊은이가 많지만 일부에서는 '당장 낳을 수 없지만 준비는 하자'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30대 후반 여성들 사이에 유행하던 난자 냉동 보관이 20대 여성들로 확산되고, 건강한 20~30대 남성들이 정자를 냉동 보관하고 있다. 직장인 손모(28)씨는 지난 6월 경기도 분당 ...
  • 2018-07-28
  • 사진 크게보기 지난해 10월 서울 강동구에서 열린 다문화가족 합동결혼식. [연합뉴스] 중국ㆍ베트남ㆍ필리핀ㆍ캄보디아…. 한국 남성과 결혼한 뒤 이주해오는 여성들의 국적이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다문화 여성’의 출산율이 한국 여성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혼 여성의 출산율을 출신...
  • 2018-07-10
  • 혼회원 표준모델(2006vs2018) /사진=듀오 초혼 남녀의 평균은 어떨까. 성혼 남성 표준모델은 △△36.2세 △연소득 5000만~6000만원 △4년제 대졸 △신장 175.4cm △일반사무직원이며, 여성 표준모델은 △33.0세 △연소득 3000만~4000만원 △4년제 대졸 △신장 163.0cm △일반사무직 종사자인 것으로 정립됐다.  결혼정...
  • 2018-07-04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7일 국회 토론에서 “아이를 가질 지 말 지는 각자가 선택해야 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의견을 말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전날 자민당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이 말한 “여성은 세상을 위해 아이 셋은 낳으라”는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
  • 2018-06-28
  •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한 여성의 ‘탈(脫)코르셋 운동’ 인증샷. 자신이 쓰던 화장품을 이렇게 부수고 ‘행동하는 페미니스트’라는 글을 남겼다. / 인스타그램 캡처   #1. '저는 예쁘지 않습니다.' 화장하는 법을 가르쳐주던 뷰티 유튜버 '배리나'씨. 구독자가 4만명...
  • 2018-06-24
  • 4명 중 1명 경제적 이유로 다툼 경험…여성은 양육·부양 갈등 많이 겪어  명절 갈등[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가족 간 갈등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은 경제적 문제였다. 자녀양육과 가사분담, 간병 문제도 다툼의 주된 이유였다.  1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통...
  • 2018-06-19
  • 다큐멘터리 영화 와 이야기 ‘여성과 남성이 반반인 이 세상에서 싸우지 말고 조화롭게 잘 살아보자’는 식의 말을 들을 때 종종 떠오르는 숫자들이 있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피해자 98.4%가 여성(김현아 변호사 ‘카메라등이용촬영죄 등 실태 및 판례 분석’ 참조)인 것이나, 6.13 지방선거의 17개...
  • 2018-06-11
  • 한국복지부 '2017년 노인 실태 조사' 65세 이상 중 소득 높을수록 자녀·손자 더 보고 자주 연락 노인의 소득 수준에 따라 자녀·손주와 만나거나 연락하는 일이 차이 난다는 조사가 나왔다.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와 손주를 더 보고 연락도 더 자주 하고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24일 발표한 '2017년...
  • 2018-05-27
  • 작년 이혼부부 3쌍 중 1쌍은 20년 지기…결혼 초 문제, 노년에도 반복 "노부부도 솔직한 애정표현·배려 필수"…"이혼에 부정적 인식 바꿔야"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강혜영 인턴기자 = "며칠 전이 부부의 날(5월 21일)이더라고요. 이제 나와는 상관없는 날이 된 지 오래입니다." 김용...
  • 2018-05-27
  • 성별·장애 등 구별 없이 이용…성평등 차원 접근 선거 공약으로 제시, 대학가에서도 도입 시도 외국선 이미 도입·확산 추세…국내선 논의 시작 "여성 범죄·디지털 성범죄 우려" 반대 견해도 【서울=뉴시스】(사진출처:데일리메일 홈페이지) 2018.01.27.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middo...
  • 2018-05-19
  • '나의 죽음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라', 지금부터 쓰는 내용은 슬픈 내용이다. 삶의 마지막을 스스로, 이른바 '자살'이라는 방법으로 정리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누구인지 절대 남에게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가까운 일본 이야기이다. 일부러 소지품을 없애고 자살하기 때문에 신원을 파악하는 데 큰 어...
  • 2018-05-16
  • 언제 어디서나 피해자 될 수 있다는 불안감 커져 발생 건수 증가 일로…"피해 당한지 몰라 더 문제" 발생 대비 기소율은 낮아…처벌도 벌금형이 절반 "피해자 느끼는 고통과 실제 피해 비해 처벌 미진" "포르노의 한 장르처럼 소비되며 2차, 3차 가해로" "홍대 사건, 수사기관이 더 적극 나서는 계기 돼야"【서...
  • 2018-05-16
  • 성폭력 피해 상담 1만139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과도한 펜스룰·풍자 앱 개발 등 본질 흐리는 반발 움직임도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전체대표자회의'에 참석한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미투 운동에 대한 역할 및 계획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 2018-05-09
‹처음  이전 1 2 3 4 5 6 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