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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던 모습 알게되는, 결혼은 가장 긴 동반 여행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10월12일 05시14분    조회: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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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59)
지인들 몇몇과 늦은 휴가로 유럽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중 한 명과는 이미 여러 번의 여행을 함께했지만, 나머지 인원과는 긴 여행의 동행이 처음이었죠. 여행을 떠나 종일을 함께 보내게 되면 평소에 몰랐던 상대방의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특히 휴양지처럼 푹 쉬고 오는 여행이 아닌, 날마다 걸으며 경험해야 하는 여행의 경우 여행 후반이 되면 피곤이 쌓이죠. 서로가 지치는 상황에서 평소에 보이지 않았던 모습까지 상대에게 들키곤 합니다. 

이번 여행에서 저 역시 일행에게 그런 모습이 있었냐는 말을 듣기도 했고, 저 또한 의외의 모습을 상대에게서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때때로 생기는 불편한 상황에서 말은 그렇지 않으면서도 표정과 행동으로 나도 지금 불편하다는 것을 표출하게 되기도 했죠. 긴 시간을 함께하며 순간순간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는 서로의 노력이 많이 필요함을 새삼 느낀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떠나 종일 함께 보내게 되면 몰랐던 상대방의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피곤이 쌓이고 서로가 지치는 상황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모습까지 상대에게 들키기도 하죠. [사진 pixnio]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며 부부의 일상을 떠올려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긴 여행에 비유하곤 하죠. 친한 사이였지만 처음으로 여행을 함께 떠나는 경험은 마치 결혼 생활의 압축판 같기도 합니다. 다소 차이가 있다면 결혼 생활처럼 아주 직접적으로 내 안의 감정을 표현하지는 않는다는 거겠죠. 

누군가는 우스갯소리로 결혼과 연애의 차이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즐겁게 데이트를 마치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 각자의 생활을 즐겨야 하는데 돌아가지 않고 여전히 함께 있는 상대를 발견하는 것이 결혼이라고 말이죠. 

물론 함께 있고 싶어 결혼을 선택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때로 혼자 보내던 시간을 그리워하게도 됩니다. 기대에 없던 상황들을 접하며 당황하기도 합니다. 분명히 내가 잘 알고 있던 사람이었는데 전혀 새로운 사람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연애 시절 데이트도 늘 즐겁기만 하던가요? 때로는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격앙되어 큰 소리로 싸움을 벌이기도 하죠.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그러나 연애는 그 순간 돌아가 각자의 시간을 보낸 후 다시 만날 수 있지만 결혼은 다릅니다. 여행지에서 동행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했다고 바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죠. 맞춰가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결혼 후 몇 번의 여행을 경험한 후 저와 남편은 우리의 여행 패턴이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만족감이 달랐습니다. 휴양지에서 편하게 쉬는 것을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남편과 달리 전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하는 것이 여행의 맛이라고 생각하죠. 

언젠가 해외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날 남편은 제게 피로감을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 저와 남편은 한 번씩 마음에 맞는 친구와의 여행을 허락하게 되었죠. 모든 것을 함께할 수는 없다는 깨달음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여행을 마치고 새삼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나 혼자가 아닌 '함께 양보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과 '내가 좋으면 다 좋을 것이라는 착각'입니다. [사진 pixabay]

그리고 이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남편과의 대화에서 새삼 깨달은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부끄럽게도 늘 제가 강조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는 나 혼자가 아닌 함께 양보하고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집을 쭉 돌아봅니다. 나 없는 동안 잘 지냈나 살펴본다는 것이 남편의 눈에는 일종의 검사 혹은 감시처럼 느껴진 모양입니다. 

“눈초리를 보니 잔소리가 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한가 봐" 하는 남편에게 저는 하고 싶은 말 10개 중 겨우 하나만 말하는 것이라고 답합니다. 남편은 다시 말합니다. "나는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사는 줄 아는 건 아니지? 100개 중에 한 개만 말하고 사는 거야" 

물론 아주 심각한 대화는 아니었습니다만 열흘 만에 만난 남편의 말에 갑자기 머리가 멍해집니다. 왜 때때로 내가 더 참고 사는 것처럼 생각했을까 하고 말이죠. 나만 더 노력하는 것처럼 생각했을까 하고 말입니다. 

두 번째는 내가 좋으면 다 좋을 것이라는 착각입니다. 여행 후 너를 위해 준비했다며 내심 뿌듯하게 선물들을 꺼내 놓았습니다. 물론 늘 남편은 저 필요한 것 사라며 본인 선물은 사오지 말라 말합니다만 어디 혼자 여행을 떠나면 그렇게 되던가요? 선뜻 여행을 보내준 마음이 고맙고 혼자 두고 온 마음이 미안해 하나 둘씩 골라 들게 되죠. 그런데 돌아와 꺼내 본 선물들이 보니 괜히 미안해집니다. 

뒤늦게 너무 내 취향만 사 온 거 아닌가 싶었죠. 지난 출장길에 사 온 남편의 선물들이 떠올랐습니다. 평소 무심한 듯 보이지만 내가 했던 말들을 기억하고 있음을 확인했던 선물들이었습니다. 나는 선물이랍시고 내 취향의 것들만 골랐던 겁니다. 지나가듯 남편이 말합니다. "난 당신이 좋아할 것을 고르는데 당신은 당신이 좋은 걸 고르는 거지?” 

여행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늘 아쉬움과 더불어 일상의 감사함을 새삼 느끼게도 합니다. 결혼이란 아주 긴 여행길에서 나는 어떤 아쉬움과 어떤 감사함을 느끼고 표현하고 있는가 돌아봅니다.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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