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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그 강을…' 할머니가 털어놓은 80년 해로 비결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12월20일 22시40분    조회: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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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 (64)


저마다 결혼을 결심하게 된 상황과 이유는 다르겠지만, 그 순간에는 바로 이 사람이란 생각에 지금의 배우자를 선택하진 않았을까? [사진 pixabay]

뻔하고 지루한 질문인 듯도 하지만 간혹 남편에게 묻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당신은 왜 나랑 결혼했어?”

저마다 결혼을 결심하게 된 상황과 이유란 것이 같을 리 없겠지만, 그 순간에는 그저 바로 이 사람이란 생각에 이유랄 것도 없이 지금의 배우자를 선택하게 되진 않았을까요? 그런데 결혼이란 것이 인생의 중요한 선택이다 보니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현명한 선택을 위해 결혼 전 꼭 물어야 할 질문, 결혼 전 체크리스트란 제목의 많은 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왜 이 질문들이 되려 결혼 후에 더 와 닿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모델이자 방송인인 장윤주 씨는 남편과 결혼하기 전 스스로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질문 1. 남편을 따라 한국이 아닌 그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다.
질문 2. 남편 사업이 망해서 빈털터리가 되어도 남편 곁에 있을 수 있다.
질문 3. 남편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몸이 불편하여도 남편을 지킬 수 있다.

이렇게 스스로 던진 질문에 모두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되어 결혼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물론 쉽지 않은 질문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지금 결혼한 남편에게는 다 긍정적으로 답하게 되더라는 겁니다.

우리 결혼의 중요한 이유는 고집과 주장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을 수 있겠다는 믿음이 서로에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 pixabay]

저와 남편의 결혼 전을 떠올려 보게 됩니다. 연애 시절 크게 싸운 일이 없는 커플이었던 저와 남편이었습니다만, 결혼을 준비하며 서로를 포기할 법한 일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포기하지 않았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겠지요. 그때 서로가 등지지 않았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우리 결혼의 중요한 이유는 고집과 주장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을 수 있겠다는 믿음이 서로에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부부가 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서로가 고집을 꺾지 않으면 싸우게 됩니다. 많은 선택의 연속 속에서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데 둘 다 포기할 수 없다고 하면 계속 부딪히게 되죠. 예를 들어 내가 가진 금액은 정해져 있는데 그 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고가의 물건을 갖고 싶다고 하면 그 물건은 내 것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니고 있는 금액으로 살 수 있는 것을 찾아보지도 않고, 고가의 물건을 갖고 싶다는 마음도 버리지 못한 채 상대방을 괴롭히기 시작하면 둘 사이가 행복할 수가 있겠습니까?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는 근거 있는 주장을 하는 것과 근거 없이 떼만 쓰는 고집 속에서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우리였고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잘 이겨내고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죠.

농담 반, 진담 반 너랑 살면 재미있을 것 같아 서로를 선택한 우리입니다. 하지만 그 재미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 닥쳐오는 많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나는 상황을 잘 해결해 나가기 위한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주장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저 고집을 피우고 있는 건 아닌지 때때로 돌아보게 됩니다.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故 조병만 할아버지와 강계열 할머니. [중앙포토]

지난 2014년 개봉되어 많은 사람이 감동한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요’에는 실재 부부로 80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한 故 조병만 할아버지와 강계열 할머니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영화에서 두 분께 물었죠. “금슬 좋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대답했습니다.
"그게 천하에 쉬워요. 왜 그런고하니 첫째는 남자가 잘해야 해요. 남자가 여자를 얻었으면 여자가 나에게서 떠나지 않도록 방지를 해야 한단 말이에요. 뭐 조금 잘못을 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러면 안 된다고 좋은 말로 타일러. 한 번 타이르고 두 번 타이르고 세 번 타이르면 어지간한 사람은 말 들어요.”

할머니는 말씀하십니다.
“날 예쁘다고 하니 좋아가지고, 만날 날 만나서 좋다고 하니 난 그게 좋아가지고……”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말이 누구에게나 정답일 순 없어도 내가 조금 더 양보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것, 나를 믿고 이뻐해 주는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관계의 정석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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