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한비야가 쓴 유언장…"하고 싶은 것 실컷 하며 재밌게 살아"
조글로미디어(ZOGLO) 2020년11월9일 08시31분    조회:618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긴급구호 현장 돌아갈 것…대형 난민촌 총괄 역할 하고 싶어"
결혼 3년 장거리 부부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나 먼저 떠난다고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여태까지 하고 싶은 거 실컷 하며 재밌게 살아서 이제 가는 거 하나도 아쉽지 않아요."

'바람의 딸'로 알려진 국제구호활동 전문가 한비야(62)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 교장은 9일 남편과 함께 펴낸 장거리 부부의 결혼 3년 에세이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푸른숲)에 자신의 유언장 내용 일부를 실었다.

지난 8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씨는 "2010년 12월 처음 유언장을 쓴 뒤 주기적으로 수정과 보완, 업데이트해서 공증까지 받았다"며 "죽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말고 미리 준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5년9개월 만의 신작에 죽음에 대해 생각한 내용을 담았다. 죽음의 '그날'이 왔을 때 남은 가족과 친구들이 당황하거나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유언장을 쓰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고백했다.

대학 노트 5장, 20여 개 항목으로 이루어진 유언장에는 죽으면 화장해서 한국과 네덜란드에 반반씩 안치해달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결혼을 하면서 비용과 일 등을 반씩 나누자는 '50대 50' 원칙에 따른 것이다.

'바람의 딸' 한비야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한비야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 교장이 지난 8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1.9 raphael@yna.co.kr


한씨는 2017년 11월 10일 네덜란드 출신 긴급구호 전문가 안토니우스 반 주트펀(69)과 결혼했다. 두 사람은 1년에 3개월은 한국, 3개월은 네덜란드, 6개월은 각자 따로 지내는 '3·3·6타임'이란 기준도 세워 '따로 또 같이' 방식으로 산다. 지금은 따로 지내는 시간이며, 한씨가 다음 달 중순 네덜란드로 건너간다.

왜 두 사람은 결혼하고도 자발적인 장거리 부부를 택한 것일까. 아직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하는 한씨와 네덜란드에서 좀 더 살고 싶은 남편의 이해가 맞물렸기 때문. 두 사람은 2030년에는 완전히 한국에 정착하기로 약속했다.

그는 "결혼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뿌리는 바로 혼자 있는 힘"이라며 "혼자서도 해내는 힘이 있어야 둘이 있는 힘이 더 단단해지고 풍성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과일이 섞였을 때 고유함을 유지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과일 칵테일식 공동생활이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이다.

다만 "개인이 처한 상황과 조건,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에 내 방식이 꼭 정답은 아니다"라며 "세상에는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이야기는 들을만하다는 정도로 참고해주면 고마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비야와 그의 남편 안토니우스 반 주트펀
[푸른숲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씨는 지난해 8월 5년간의 노력 끝에 국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장은 누구보다 잘 알지만, 결과와 통계 등 객관적인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호소는 정책에 반영되기 어렵다는 걸 깨닫고 연구 역량을 갖추기 위해 56살에 선택한 길이다.

늦깎이 대학원생으로 열심히 해도 논문 일정이 계속 늦어지자 조바심과 두려움을 느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수험생과 재수생, 취업준비생의 마음도 이해하게 됐다. 과거 동료들의 업무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자 그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의심했던 것을 반성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박사가 됐지만, 그의 두 눈은 여전히 현장을 향한다. 한씨는 "현장과 연구, 정책 중 내 마음이 제일가는 건 현장"이라며 "현장을 대변하는 사람이 구호 현장을 다니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하겠나"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곧바로 현장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대형 난민촌 총괄 책임자로서 지역 주민과 정부, 단체 등과 소통하며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장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게 목표다. 그는 '인도적지원 활동가'로 자신을 소개할 때 "가슴이 터질 것 같다"며 웃었다.

물론 아버지의 고향인 북한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다. 지금 당장은 대북 제재 때문에 쉽지 않겠지만 식량 분야에 대한 자신의 전문성과 한국적인 감각, 남편의 조직운영 능력 등을 더해 인도적지원 업무를 하는 게 소망이다.

인터뷰하는 한비야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한비야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 교장이 지난 8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11.9 raphael@yna.co.kr


늘 에너지가 넘치는 한씨도 자신에 대한 악의적인 글을 읽거나 소문을 들으면 휘청거린다. 그는 "사실이 아니거나 잘못 이해하고 해석하는 게 있다. 본의와 다르게 말하기도 한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괴로웠지만 '대응할 게 아니면 대응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10년간 무대응 원칙을 지켰다.

그는 올해 여름 남편과 네덜란드 순례길을 걸으면서는 '용서'에 대해 생각했다. 살아오면서 적극적으로 상처를 준 사람들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상처를 준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씨는 "본의는 아니었지만 내가 한 말이나 행동 때문에 상처를 받은 분들이 있다면 미안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다"며 "이런 일이 없었던 것보다 있었던 게 나를 성숙하게 했다고 말할 수 있는 때가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지여행가(30대), 긴급구호팀장(40대), 인도적지원학석사(50대), 국제학박사(60대)를 거쳐 70대에도 하고 싶은 게 있을까. 거창한 꿈과 포부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한 것과 달리 그의 답변은 "바쁘지 않은 한비야"였다. 그가 정한 은퇴 시점은 2024년이다.

"오전에 집을 나가서 열심히 일하다가 늦은 오후에 집에 돌아와서 따뜻한 물로 샤워한 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는 그런 70대가 될 것 같아요. 너무 낯선 한비야이지만 기대돼요."

한비야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 교장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한비야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 교장이 지난 8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11.9 raphael@yna.co.kr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6
  • 혼자 있는 시간에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는 기회로 삼아보는 건 어떨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함께 하는 삶도 좋지만 혼자여서 느낄 수 있는 행복도 크다. 배우자나 연인이 있더라도 자신의 행복에 대한 책임을 상대방에게 지워서는 안 되고, 싱글이라면 혼자 있는 시간에 자신을 외롭거나 ...
  • 2023-01-26
  • 모든 커플이 가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상대방이 감사의 마음을 갖고 표현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관계에서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사진=게티이미뱅크]모든 관계는 각자 고유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모든 커플이 가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상대방이 감사의 마음을 갖고 ...
  • 2023-01-24
  • 아홉 가지 주변 사람에게 경계를 설정하고, 내 외모를 멋대로 평가하는 '얼평', '몸평'에 휘둘리지 말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취업이나 결혼을 위해 성형수술을 '할 수도 있다', 특히 요즘 적지않은 여성은 취업과 결혼을 위한 성형수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모 ...
  • 2022-11-07
  • [플라톤아카데미와 함께하는 ‘삶이 묻는 것들에 답하다’] 건명원 100억 원 기부 이어 이함캠퍼스 연 오황택 두양문화재단 이사장 ● 세상 사람들이 대단하게 볼까 불편하다 ● 45년간 한길 판 중소기업人 내공 ● 디자인도 인문학도 소비재 아닌 생산재 ● 현재 전 재산 80% 재단 소유 ● 학생들...
  • 2022-09-05
  • 자녀 유무, 암 발병 등 여성 신체에 영향 무자녀 외로울 것 같지만, 개인 따라 달라 유자녀 육아 스트레스, 보람있다는 생각도 자녀 유무가 건강·행복 결정짓는 것 아냐 헬스조선DB 최근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를 선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딩크족은 자...
  • 2022-07-05
  • 말하는 멘탈이 강한 사람들에겐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정신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회복력을 갖춘 사람들이 가진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소위 말하는 멘탈이 강한 사람들의 특징, 미국 건강정보사이트 사이콜로지 투데이(Psychology Toda...
  • 2022-06-27
  • 하루하루의 생활은 서민적이여야 한다. 때로는 좀 ‘린색’하고 조금 아끼는 것도 하나의 좋은 생활 태도이다. 삶의 행복도는 물질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기본적인 생활수요를 만족시킬 수만 있다면 삶도 매우 행복할 수 있고 많은 불안이 줄어들 것이다. “혼자 사는 것은 많은 젊은이들의 선...
  • 2022-06-18
  • [김지은의 ‘삶도’ 인터뷰] 편성준 26년 광고쟁이로 살다 어느 날 ‘사표’ SNS에 ‘백수 부부’ 사는 얘기 써 눈길 “하고 싶은 일 하며 사는 게 노는 삶” 26년 동안 카피라이터로 일하다 2019년 사표를 낸 뒤 ‘노는 삶’을 책으로 쓴 편성준 작가를 서울 성북...
  • 2021-08-06
  • 사랑을 부르는 대화법   ▶ 너무 자주 하지 않는다 목적 없이 매일 주고받는 대화는 자칫 그와 멀어지도록 재촉하는 일이다. 호감이 있는 만큼 그가 생각날 때마다 련락하면 자칫 절박해보여 관계의 진전을 막을 수 있다. 2~3일에 한번씩 대화의 목적이 있을 때만 련락하고 상대방이 문자에 답장을 하지 않을 경우 안...
  • 2021-08-05
  • 8090세대들은 고등학교 확대모집, 자주취업, 부동산 가격인상 등 다양한 사회적 격변의 세례 속에서 자라난 세대이다. 이들은 현재 여러 분야의 골간과 중견력량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책임자 자리에 올라있다. 동시에 이들은 일찍 사회로부터 사상, 목소리, 행동 등을 많이 지적받은 세대이기도 하다. 리기적이...
  • 2021-07-07
  • 요즘 틱톡에서 웬만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부부가 있다.     오늘의 주인공 박홍단 씨와 남편 리홍철 씨         게시물마다 말 그대로 대박~  현재 389만개의 “좋아요”수와 31만7천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이들 부부의 인기는 뜨겁...
  • 2021-06-23
  • 관련 수치에 따르면 2020년 전국 혼인신고 건수는 813만1000건, 리혼신고 건수는 373만3000건이였다. 2020년 리혼자 중 90후가 45%를 차지했으며 그해 90후 결혼자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리혼률이 높았다. 결혼하는 인구의 절반이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다.   최근 몇년간 ‘90후 식의 리혼’이라는 말이 생...
  • 2021-05-26
  • 가끔 내가 어쩌다 이 길(작가 지망생)로 빠지게 되었나를 생각하면 어이없을 때가 있다. 2년 4개월 전 친구 윤희가 '배지영 작가와 함께 하는 에세이 쓰기'를 신청하자고 한 게 결정적 계기였다. 그로부터 정확히 6개월 뒤에 나는 학원을 폐업했다. 이렇게 가슴 뛰게 하는 일도 있는데 소중한 인생을 하기 싫은 일을...
  • 2021-05-10
  •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유성생식을 하는 동물이면 모두 엄마와 아빠, 즉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자연의 세계에는 자기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확실한 아버지가 있다고 해도, 새끼를 지켜주고, 돌보는 아버지는 예외적인 경우다. 포유류의 경우 고작 5%의 종만 수컷이 자녀 양육에 동참...
  • 2021-04-18
  •   사회에서 한창 중임을 떠메고 있는 80후, 그들은 산아제한정책의 영향 하에 독신자녀들이 많고, 사회에 진출한 후 ‘내집마련’에 아득바득하고 있다. 이제 점차 나이를 먹으면서 그들은 또 ‘한 가정, 네 로인’이라는 부담과 육아의 부담을 동시에 짊어져야 한다. 등골 휘는 80후의 이야기를...
  • 2021-02-25
  • 르네상스를 이끈 메디치 가문에서 배우는 리더십의 비밀 한국 하동식 원장 한중최고경영자과정 12기 제7차 강의   ▲사진설명: 강의현장     한중최고경영자과정 12기 1학기 제7차 온라인 강의가 12월11일 칭다오시 청양구 루스서점(如事书店)에서 진행되였다.     한국 하동식 원장이 강사로 나...
  • 2020-12-17
  • 교통사고로 남편은 평생 후유증을, 아내는 1급 시각장애, 남편 회사 페업. 어렵게 어렵게 재기하니 이번엔 코로나로 매장 휴업. 쓰러질만하면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서는 심양은혜생활상무유한회사(沈阳恩典生活商贸有限公司) 오너 박영빈 최예령 부부는 립지전적인 인물이다.        연변 태...
  • 2020-12-09
  • "긴급구호 현장 돌아갈 것…대형 난민촌 총괄 역할 하고 싶어" 결혼 3년 장거리 부부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나 먼저 떠난다고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여태까지 하고 싶은 거 실컷 하며 재밌게 살아서 이제 가는 거 하나도 아쉽지 않아요." '바람의 딸...
  • 2020-11-09
‹처음  이전 1 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