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글을 쓰기 시작한 후에 일어난 변화
조글로미디어(ZOGLO) 2021년5월10일 14시50분    조회:427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가끔 내가 어쩌다 이 길(작가 지망생)로 빠지게 되었나를 생각하면 어이없을 때가 있다. 2년 4개월 전 친구 윤희가 '배지영 작가와 함께 하는 에세이 쓰기'를 신청하자고 한 게 결정적 계기였다.

그로부터 정확히 6개월 뒤에 나는 학원을 폐업했다. 이렇게 가슴 뛰게 하는 일도 있는데 소중한 인생을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허비할 수는 없다는 확신이 들어버렸다. 불을 발견하고 처음으로 고기를 구워먹어 본 조상들의 심정이 이랬지 않았을까.
 
▲  글을 쓰는 노트북
ⓒ 김준정

윤희의 기여는 그 이전부터다. 윤희는 전북교육청에서 주최하는 '책모임 마중물 학부모교육'을 당시 우리가 있던 독서모임에 알리고 같이 가자며 회원들을 부추겼다. 군산에서 하는 강의도 오전에 갔다가 학원 출근하기에 시간이 빠듯했던 나는 전주까지 가는 게 내키지 않았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가게 되었다.
 
오고 가는 차에서 나누었던 대화,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하는 강의, 언급된 많은 책들 덕분에 신이 났다. 그때 운명의 키는 틀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숨을 참다가 그제서야 숨을 쉬는 기분이었고 다르게 사는 방법을 꿈꾸기 시작했다.
 
토요일 오전수업을 마치고 친구들이랑 떡볶이 집을 향하던 그때처럼 강의가 끝나면 우리는 식당으로 향했다. 뭘 먹었는지 생각나지 않지만 배꼽이 빠질 만큼 웃고 떠들었던 것만은 기억에 선명하다. 뭔가가 시작되려고 할 때 사람을 얼마나 들뜨고 행복하게 하는지 알았다. 십대나 마흔을 바라보는 그때나 마찬가지라는 것도.
 
한 번은 배지영 작가가 "아까 수업에서 글이 일기 같다고 해서 기분 나빴냐?"고 전화로 물어온 일이 있다. 나는 "내 글이 진짜 일기 같았기 때문에 조금도 기분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몹쓸 글을 읽고 작가님 눈을 버릴까 봐 걱정이 된다"고 했다. 그 말은 진심이었다. 조금 화를 내기도 했는데 그건 작가님이 이런 데까지 신경을 쓰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였다.
 
지금도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그때는 마침표를 찍고 몇 칸을 띄워야 할지 몰라서 세 칸쯤 띄우면 되겠지 하고 문장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했고, 맞춤법이 하도 많이 틀리니까 "맞춤법에도 개성이 있지 않을까요" 같은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했다.

지금은 '맞춤법 검사기'로 몇 번 수정을 하고 같은 뜻의 다른 단어를 수시로 검색하지만 그때는 일일이 확인하는 게 귀찮았다. 글 쓰는 일은 "부지런해지는 일"이라는 이슬아 작가의 말이 딱 맞았다.
 
한 달에 31일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아침에 조금이라도 일찍 일어나려고 하는 것도 모두 글을 쓰기 시작한 후에 일어난 변화다. 마감도 청탁도 없는 글이지만 흐르는 시간을 붙잡고 조금이라도 더 쓰고 싶어서다.
 
내 마음에 훅 들어와 버리는 영화를 보고 나면 답답할 때가 있었다. 예전에 <친구>를 봤을 때도 그랬고, 최근에 <라라랜드>를 봤을 때 그랬다. 이 굉장하고 특별한 감정을 날아가지 않게 붙잡고 싶었다. '삶에서 중요한 건 바로 이런 거'라는 확신이 들었지만 표현할 길이 없었다. 감독이 "대단하다", 영화는 "재미있다"라고 말할 수밖에는. 나는 그저 누군가의 창작물을 소비하는 관객, 대중일 뿐이었다.
 
글을 쓰면서 그런 벅찬 감정을 손에 쥘 수 있었다. 휴대폰 메모장에 느낌을 기록하고 이전에 메모한 것들도 읽어본다. 무엇 때문에 자극을 받았는지 알기 위해서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뭔가가 떠오르면 얼른 글로 옮기고 싶어서 마음이 바빠진다.
 
그때부터 나는 관객이 아니다. 감정의 주체가 되어서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이것이 나를 자유롭게 만든다. 내 감정을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온전히 느끼고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삶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중년 이후의 삶은 어떨까, 노년에는 어떤 기분이 들까, 상실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과 이전에 알지 못했던 낯선 감정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기대.
 
글을 쓰면 쓸수록 땅 속 깊은 곳을 파고 내려가는 기분이 든다. 저 아래에 묻혀 있는 내밀한 정서에 가닿기 위해 애를 쓰다보면 피로하고 외롭지만 계속 하다보면 삶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긴다. 그렇게 해서 나오는 글이 비록 형편없더라도 내가 얻고 싶은 이 것(삶에서 중요한 건 바로 이런 거)에 비하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지도 모른다.
 
에세이쓰기 모임을 하는 한낱 작가가 알려준 BTS의 <바다>는 이렇게 끝이 난다.
 
"희망이 있는 곳이 있는 곳엔 반드시 절망이 있네. 우린 절망해야 해. 그 모든 시련을 위해."
 
이런 글을 뭐하고 쓰나 하는 마음에 노트북을 팽개쳐둔 날 이 노래를 들었다. 책마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었다. 시시때때로 마음이 바뀌는 게 인간일까. 하루에 몇 번씩 용기가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나 자신이 한심했다. 결심이 오래 가지 않는다고 실망하기보다 의욕이 생겼을 때만이라도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희망도 절망도 없이.
 
▲  일년 전에 갔던 네팔 트레킹에서 나는 '희망도 절망도 없이'를 이미 외쳤더랬다(합성아님).
ⓒ 김준정


김준정/ 오마이뉴스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6
  • 혼자 있는 시간에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는 기회로 삼아보는 건 어떨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함께 하는 삶도 좋지만 혼자여서 느낄 수 있는 행복도 크다. 배우자나 연인이 있더라도 자신의 행복에 대한 책임을 상대방에게 지워서는 안 되고, 싱글이라면 혼자 있는 시간에 자신을 외롭거나 ...
  • 2023-01-26
  • 모든 커플이 가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상대방이 감사의 마음을 갖고 표현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관계에서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사진=게티이미뱅크]모든 관계는 각자 고유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모든 커플이 가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상대방이 감사의 마음을 갖고 ...
  • 2023-01-24
  • 아홉 가지 주변 사람에게 경계를 설정하고, 내 외모를 멋대로 평가하는 '얼평', '몸평'에 휘둘리지 말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취업이나 결혼을 위해 성형수술을 '할 수도 있다', 특히 요즘 적지않은 여성은 취업과 결혼을 위한 성형수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모 ...
  • 2022-11-07
  • [플라톤아카데미와 함께하는 ‘삶이 묻는 것들에 답하다’] 건명원 100억 원 기부 이어 이함캠퍼스 연 오황택 두양문화재단 이사장 ● 세상 사람들이 대단하게 볼까 불편하다 ● 45년간 한길 판 중소기업人 내공 ● 디자인도 인문학도 소비재 아닌 생산재 ● 현재 전 재산 80% 재단 소유 ● 학생들...
  • 2022-09-05
  • 자녀 유무, 암 발병 등 여성 신체에 영향 무자녀 외로울 것 같지만, 개인 따라 달라 유자녀 육아 스트레스, 보람있다는 생각도 자녀 유무가 건강·행복 결정짓는 것 아냐 헬스조선DB 최근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를 선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딩크족은 자...
  • 2022-07-05
  • 말하는 멘탈이 강한 사람들에겐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정신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회복력을 갖춘 사람들이 가진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소위 말하는 멘탈이 강한 사람들의 특징, 미국 건강정보사이트 사이콜로지 투데이(Psychology Toda...
  • 2022-06-27
  • 하루하루의 생활은 서민적이여야 한다. 때로는 좀 ‘린색’하고 조금 아끼는 것도 하나의 좋은 생활 태도이다. 삶의 행복도는 물질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기본적인 생활수요를 만족시킬 수만 있다면 삶도 매우 행복할 수 있고 많은 불안이 줄어들 것이다. “혼자 사는 것은 많은 젊은이들의 선...
  • 2022-06-18
  • [김지은의 ‘삶도’ 인터뷰] 편성준 26년 광고쟁이로 살다 어느 날 ‘사표’ SNS에 ‘백수 부부’ 사는 얘기 써 눈길 “하고 싶은 일 하며 사는 게 노는 삶” 26년 동안 카피라이터로 일하다 2019년 사표를 낸 뒤 ‘노는 삶’을 책으로 쓴 편성준 작가를 서울 성북...
  • 2021-08-06
  • 사랑을 부르는 대화법   ▶ 너무 자주 하지 않는다 목적 없이 매일 주고받는 대화는 자칫 그와 멀어지도록 재촉하는 일이다. 호감이 있는 만큼 그가 생각날 때마다 련락하면 자칫 절박해보여 관계의 진전을 막을 수 있다. 2~3일에 한번씩 대화의 목적이 있을 때만 련락하고 상대방이 문자에 답장을 하지 않을 경우 안...
  • 2021-08-05
  • 8090세대들은 고등학교 확대모집, 자주취업, 부동산 가격인상 등 다양한 사회적 격변의 세례 속에서 자라난 세대이다. 이들은 현재 여러 분야의 골간과 중견력량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책임자 자리에 올라있다. 동시에 이들은 일찍 사회로부터 사상, 목소리, 행동 등을 많이 지적받은 세대이기도 하다. 리기적이...
  • 2021-07-07
  • 요즘 틱톡에서 웬만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부부가 있다.     오늘의 주인공 박홍단 씨와 남편 리홍철 씨         게시물마다 말 그대로 대박~  현재 389만개의 “좋아요”수와 31만7천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이들 부부의 인기는 뜨겁...
  • 2021-06-23
  • 관련 수치에 따르면 2020년 전국 혼인신고 건수는 813만1000건, 리혼신고 건수는 373만3000건이였다. 2020년 리혼자 중 90후가 45%를 차지했으며 그해 90후 결혼자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리혼률이 높았다. 결혼하는 인구의 절반이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다.   최근 몇년간 ‘90후 식의 리혼’이라는 말이 생...
  • 2021-05-26
  • 가끔 내가 어쩌다 이 길(작가 지망생)로 빠지게 되었나를 생각하면 어이없을 때가 있다. 2년 4개월 전 친구 윤희가 '배지영 작가와 함께 하는 에세이 쓰기'를 신청하자고 한 게 결정적 계기였다. 그로부터 정확히 6개월 뒤에 나는 학원을 폐업했다. 이렇게 가슴 뛰게 하는 일도 있는데 소중한 인생을 하기 싫은 일을...
  • 2021-05-10
  •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유성생식을 하는 동물이면 모두 엄마와 아빠, 즉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자연의 세계에는 자기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확실한 아버지가 있다고 해도, 새끼를 지켜주고, 돌보는 아버지는 예외적인 경우다. 포유류의 경우 고작 5%의 종만 수컷이 자녀 양육에 동참...
  • 2021-04-18
  •   사회에서 한창 중임을 떠메고 있는 80후, 그들은 산아제한정책의 영향 하에 독신자녀들이 많고, 사회에 진출한 후 ‘내집마련’에 아득바득하고 있다. 이제 점차 나이를 먹으면서 그들은 또 ‘한 가정, 네 로인’이라는 부담과 육아의 부담을 동시에 짊어져야 한다. 등골 휘는 80후의 이야기를...
  • 2021-02-25
  • 르네상스를 이끈 메디치 가문에서 배우는 리더십의 비밀 한국 하동식 원장 한중최고경영자과정 12기 제7차 강의   ▲사진설명: 강의현장     한중최고경영자과정 12기 1학기 제7차 온라인 강의가 12월11일 칭다오시 청양구 루스서점(如事书店)에서 진행되였다.     한국 하동식 원장이 강사로 나...
  • 2020-12-17
  • 교통사고로 남편은 평생 후유증을, 아내는 1급 시각장애, 남편 회사 페업. 어렵게 어렵게 재기하니 이번엔 코로나로 매장 휴업. 쓰러질만하면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서는 심양은혜생활상무유한회사(沈阳恩典生活商贸有限公司) 오너 박영빈 최예령 부부는 립지전적인 인물이다.        연변 태...
  • 2020-12-09
  • "긴급구호 현장 돌아갈 것…대형 난민촌 총괄 역할 하고 싶어" 결혼 3년 장거리 부부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나 먼저 떠난다고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여태까지 하고 싶은 거 실컷 하며 재밌게 살아서 이제 가는 거 하나도 아쉽지 않아요." '바람의 딸...
  • 2020-11-09
‹처음  이전 1 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