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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방’ 늙은이는 옛말, 만년 생활 다채롭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21년10월14일 09시36분    조회: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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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점심, 도문시 월청진 백룡촌의 정영걸(75세), 김분석(73세) 내외 집에서는 두부 ‘잔치’가 한창이다. 가마솥에는 모두부, 납작가마 우에선 양동이에 담아놓은 초두부가 뜨듯하게 덥혀지고 있다. 녀자들 상에서는 식사가 한창이고 남자들 상에서는 여전히 술잔이 오가고 있다.

“우린 거의 매일 이렇게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잔치를 벌리오. 갖고 있던 땅은 마을 합작사에 임대해주고 아무 근심걱정 없이 정말 행복하게 사오.”

건강을 지키기 위해 새벽 4시 반부터 마을 산책, 오전엔 집안 일을 하고 점심엔 로인들끼리 모여 식사, 오후에는 문화실, 문구장에서 춤추고 노래부르고 화투치기도 하고 문구운동도 하며 즐기고 저녁에는 마을에서 방영되는 영화도 보고 집에 머물며 텔레비죤을 시청하기도 한다. 김계월(75세) 로인이 말하는 도문시 월청진 백룡촌 로인들의 대체적인 하루 일과이다.

백룡촌에서 반나절 머물며 이들의 로후 생활을 엿보았다.

떡치기 시범중.

점심 12시 반이 되자 로인들이 마을 문화실인 ‘소담정’으로 모여든다. 백룡촌당지부 서기 김정일씨의 소개에 따르면 150평방메터의 문화실은 2019년부터 사용되고 있으며 마을 사람들이 춤 련습 등 공연 준비를 하고 화투놀이도 하는 다용도실이다. 웃으며 담소를 나눈다는 의미의 ‘소담정’은 백룡촌 로인들이 함께 지은 이름이란다.

“저 옷장 한번 열어보오. 우리 무용복만 대여섯벌 걸려있소. 옛날 같으면 흰 채갑수건 쓰고 뒤고방에 갇혀 바깥구경도 못할 신세인데 이렇게 마음 대로 활동하고 재미있게 보내니 정말 죽기 아깝소.”

올해 80세에 나는 최귀인 로인의 말이다. 지금 생활이 무척 즐거운 듯 80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얼굴빛이 환했다. 이날은 좀 적게 모였다는 로인들, 이내 화투놀이에 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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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수만 차면 문구경기는 시작이다.

문구경기는 오후 한시부터 시작됐다. 마을사람들끼리 치르는 경기지만 열기가 후끈했다. ‘탕!’, 봉이 문구볼과 부딪치는 소리가 무척 경쾌하다. 봉을 휘두르는 폼새는 제법 멋지다. 얼굴에서는 땀이, 격앙된 목소리에서는 열정이 넘친다.

“온몸이 운동되니 신체건강에 좋은 게 사실이오. 그런데 난 문구를 치면서 정신력이 좋아져서 더 좋소.”

막 타격을 마친 김숙자(75세) 로인은 빨간뽈, 흰뽈 우리 팀 공이 어떤 색이였던지도 돌아서면 가물가물해지는 나이이지만 경기 회수가 늘어가면서 정신력이 좋아지는 것 같다며 기억력과 정신줄을 꽉 잡아주는 유익한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백룡촌을 더 나은 마을로 가꾸기 위해 로인들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백룡촌 26명 로당원이 주축이 되였다.

김숙자 로인도 로당원중 한명이다. 1966년에 입당해 올해로 당령이 55년 된다.

“길을 쓸고 풀을 뽑고 공공시설을 청소하고…마을에 행사가 있을 때면 로인들이 총동원되오. 마을 청소를 위해 자기 개인 일도 미루는 사람들이 있으니 로인들의 마을 사랑을 의심할 여지 없소.” 김숙자 로인이 덧붙였다.

로인들의 일거리는 마을을 가꾸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백룡촌에 조성된 백년부락에서도 로인들의 일손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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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선 점심마다 잔치이다.

“올해 7월에 백년부락을 찾은 관광객이 가장 많았죠. 매일 400명에서 500명 정도 다녀갔으니 말입니다. 그때는 마을 70대 로인들 여섯명, 일곱명을 떡방 일군으로 썼죠. 일당 100원씩 드리면서요.”

백년부락 김경남 경리의 말이다. 로인들 일이라면 백년부락 관광구역내 바닥을 쓸거나 퍼레이드식의 공연을 하는 정도의 가벼운 일이라며 장기적으로 근무할 사람은 한달에 2500원, 단기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전부 일당을 100원씩 주고 있다며 로인들 소일거리로는 제법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전염병 예방, 통제로 성외 관광객이 끊기면서 정상적인 부락 운영이 중단돼 지금은 로인들을 초빙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백룡촌 촌부 앞에는 1955년에 옮겨심은 수양버들 한 그루가 있다. 80년 수령을 바라본다는 이 오랜 버드나무 주변은 촌민들이 마을대사를 의론하기 위해, 한 여름 더위를 피해 모여드는 곳이다. 버드나무의 평균 수명이 20~30년인 점을 감안하면 꽤 오랜 세월을 버티고 있다. 오랜 세월에도 아름답게 푸르른 이 수양버들처럼 즐길거리, 소일거리 풍성한 백룡촌 로인들의 만년은 여전히 푸른 생기로 차넘치고 있었다.

글·사진 박은희 윤현균 기자/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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