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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상사’와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 우리는 대체가능한 소모품이 아니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6년9월13일 11시18분    조회: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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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부모세대가 이제껏 열심히 살아왔고 여전히 열심히 살아가는 것은, 아마도 오르골 같은 인생을 대물림해주기 싫은 까닭이리라. 매일 반복되는 일상, 이마저도 누군가 태엽을 감아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삶을 자식들에게만큼은 물려주고 싶지 않으니까 대학에서 필요하면 해외유학까지 바득바득 챙겨 넣어준 것이 아닐까.
 
MBC 예능 ‘무한도전’이 tvN 드라마 ‘시그널’ 팀(작가 및 주조연들이 함께 했으니 이정도면 팀이라 해도 무관하지 않을까)과 합작하여 만든 ‘무한상사’는, 김혜수, 이제훈을 비롯하여 김희원, 손종학, 전석호, 권지용, 정형돈 등등에다 쿠니무라 준까지 다수의 유명인들이 출연하여 만들어진 역대급 패러디물이다.
 
하지만 ‘무한도전’답게 단순한 재미를 위한 패러디물로만 끝나지 않았다. 상사맨, 혹은 회사원으로 대표되는 ‘보통의 사람’을 둘러싼 부조리한 사회현실과 그것이 매순간 던지는 ‘보통의’ 위협들을, 적당한 재미와 촘촘한 얼개로 그려놓아 마치 잘 만들어진 블랙코미디같기도 했으니까. 한층 더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날 방영된 SBS 스페셜 ‘은밀하게 과감하게-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이하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도 이와 유사한 맥락을 취하고 있었단 점이다. 
 
차이가 있다면 ‘무한상사’는 가장 혹은 부모의 위치에 있어서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지 못한다는 사람들이,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는 제목 그대로 요즘 젊은 것들, 책임질 가족이 아직 없는 이들이 중심주체라는 것 정도다. 우연의 일치일까 혹은 지금 우리 사회가 가진 공통적인 고민인 걸까.
 
“회사원은 말야, 위에서 까라 그러면 까는 거야, 회사를 위해서라고 생각해”

우선 ‘무한상사’의 이야기다. 주어진 삶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항상 열심히 살지만 상황은 더 나빠지지 않으면 다행이고 눈부신 부와 권력을 가진 윗선은 때맞춰 내민, 한번만, 딱 한번만 눈 감아 보라고, 그러면 눈부신 앞날이 보장되어 있을 거라는 유혹의 손길은 달콤하기 그지없다. 물론 굳이 눈부신 앞날이 보장되어 있지 않더라도 보통의 삶을 근근이 이어가기 위해선 까라면 까야 한다.
 
‘무한상사’에 담긴 회사원의 모습은 우리네 아버지 대 혹은 일반적으로 가장이 된 보통 사람들의 것이다. 불법적인 일에 동원되어도 양심을 발휘할 권리조차 묵살당하는 이들은, 거대한 회사를 굴리는 주요 동력이면서도 그저 윗선에게 ‘음악이 넘치는 풍요로운 삶’을 제공할 뿐인 ‘오르골’에 불과하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아프니까 ‘퇴사’한다!”

이러한 현실을 너무 많이 봐와서일까. 흔히 어른들이 보기에 뭐 하나 진득하게 못하고 툭 하면 사표를 내는 ‘요즘 젊은 것’들의 속내는,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남들은 쳐다보지도 못할 고수입의 직장이라 하더라도, 그러니까 진귀한 재료로 만들어지고 좋은 포장의 상자에 담기더라도 ‘오르골’은 되고 싶지 않다. 시키는 대로 움직이고 정해진 틀을 벗어나지 않기 위해 가슴 졸이며 스스로의 꿈이나 신념과는 상관없이 살아가는, 누군가의 ‘오르골’이 되라고 부모님이 뼈 빠지게 벌어 시킨 공부가 아니고, 엉덩이 닳도록 쌓은 스펙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원이라고 해서 무조건 누군가의 오르골이 되는 건 아니다. 소모품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으로 여겨주는 회사가, 상사가 분명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모두가 오르골이 되라 하고 오르골처럼 여긴다 해도 그렇게 되지 않겠다는 뚜렷한 의지를 가진다면, 살아 있는 사람으로서 회사를 다닐 여지는 항상 있다. 물론 죽을 만큼 힘들겠지만. 
 
“쪽팔리게 사는 것보다 바보처럼 사는 게 훨씬 나아요”

비록 몇 명의 죽고 나서야, 자신조차 죽을 위기에 처하고 나서야 깨달은 바지만, 유재석이 딱 한번만 눈 감자고 그러면 모두 잘 될 수 있다고 하는 하동훈에게 한 말이다. 충분히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지만 쪽팔리게 살지 말자고, 즉, 더 이상 회사나 부라는 가치의 소모품이 아니라 우리도 한번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제대로 한번 살아보자는 살아보자고 그의 간절한 의지의 발현이라 할 수 있겠다.
 
‘무한상사’ 속 회사원들과 쉽게 사표를 내는 ‘요즘 젊은 것’이 대면하고 있는 문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세대차이 혹은 변화된 세상살이로 답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무한상사’에서 유재석의 대사 중 하나인 ‘우리는 그저 대체가능한 소모품이었을 뿐이니까’가 더 정확하고 알맞은 답이지 않을까. ‘대체 불가능한 살아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서로 다른 방향의 노력을 취하고 있었을 뿐이다. 결국 현 사회에서 ‘보통 사람’이든 곧 보통 사람에 합류할 ‘요즘 젊은 것’들이든, 쟁점은 ‘오르골’과 같은 ‘소모품’이 되느냐, ‘살아있는 사람’이 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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