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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범죄의 전성시대,왜 열광하나?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11월5일 09시35분    조회: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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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사라진 현실, 스크린 권선징악에 열광…연애·문화도 만났으면…

한국영화, 범죄의 전성시대

범죄도시

찬바람이 심상치 않은 걸 보니 겨울이 멀지 않았다. 조금 이른 감도 있지만, 이맘때가 되면 서서히 한 해를 뒤돌아보며 몇몇 키워드를 뽑게 된다. 영화 쪽을 살펴보면, 최근 600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강윤성 감독)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범죄’와 ‘도시’, 특히 ‘범죄’는 최근 한국영화를 지탱해온 가장 중요한 단어다. 최근 한국영화에 검사, 형사, 범인, 희생자, 복수자 캐릭터들로 우글거린다고 느꼈다면, 그 원인은 간단하다. 이야기의 중심에 대부분 범죄가 있기 때문이다. 단순 절도 수준이 아니다. 연쇄살인, 마약거래, 장기밀매, 유괴와 납치, 성폭력, 금융사기…. 수많은 사람이 누명을 쓰고, 희생자는 가련하며, 악당은 점점 강해진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한국영화를 본다는 건,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강력 범죄를 접하는 것을 의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는, 그 정점이다. 
  

드라마·로맨스·코미디에서
흥행 주도권, 액션·스릴러로

기업 자본의 공식 따라 제작
단조롭고 여성 캐릭터 입지 위축

사회·제도적 질서에 대해 발언
대중이 원하기에 계속 만들어져

아웃사이더에 대해 차가운 시선
중국동포는 야차 같은 존재로 등장

다양성 영화를 제외한다면, 한국영화계는 매년 50~60편 정도의 상업영화를 내놓는다. 메이저, 적어도 준메이저 배급망을 타는 이 영화들은 간혹 중소 규모도 있지만 평균 제작비 이상이 투여되는, 주류 시스템 안에서 제작되는 작품들이다. 2017년 1~10월 기간을 살펴보면 약 40편의 상업 장편 극영화가 관객과 만났는데 이들 중 절반인 20편이 ‘범죄에 대한 영화’였다. 스펙터클은 꽤 넓다 ‘범죄도시’같은 전형적인 범죄영화도 있지만, ‘재심’(김태윤 감독)처럼 실화를 토대로 한 드라마도 있고, ‘더 킹’(한재림 감독) 같은 시대극도 있다. ‘루시드 드림’(김준성 감독)은 SF 판타지 속에서 유괴 사건을 다루며, ‘조작된 도시’(박광현 감독)는 테크놀로지를 전면에 내세운다. 아무튼 올해 한국의 주류 상업영화 스토리 중 절반은 범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자료 :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 다양성 영화는 제외, (준)메이저 규모로 배급되는 한국영화 대상.

자료 :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 다양성 영화는 제외, (준)메이저 규모로 배급되는 한국영화 대상.

이런 상황은 꽤 오래되었다. 위 도표를 보면, 회색 막대는 ‘범죄가 이야기의 중심인 영화들’의 비율을 2010년부터 살펴본 것이다. 산출 과정에서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2011년을 제외하면 대부분 30%를 넘기고 있으며, 때론 40%를 넘기기도 한다. 적어도 2010년대 한국 상업영화 중 3분의 1은 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붉은 막대는 매출액 비율인데 2014년을 제외하면 푸른 막대보다 높다. 범죄 소재 영화들의 흥행력이 높다는 의미다. 50%가 범죄 관련 영화였던 올해, 매출액 비율을 살펴보면 57%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영화 흥행 10위 안에 6편이, 20위 안에 12편이 그런 영화들이기 때문이다. ‘공조’(2위·김성훈 감독), ‘범죄도시’(4위·상영중), ‘청년경찰’(5위·김주환 감독), ‘더 킹’(6위·한재림 감독) , ‘프리즌’(9위·나현 감독), ‘살인자의 기억법’(10위·원신연 감독)…. 10월 31일 기준이기에 변동이 있긴 하겠지만, 2017년은 최근 한국영화가 그려온 ‘범죄의 연대기’가 어떤 임계점에 도달한 해처럼 보인다. 
  
  
‘그놈 목소리’ ‘추격자’가 기폭제
청년경찰

청년경찰

우린 언제부터 범죄의 세계에 빠져든 걸까? 대략 2000년대 후반이다. 2007년에 ‘세븐 데이즈’(원신연 감독)와 ‘그놈 목소리’(박진표 감독)가 흥행을 했고 2008년 ‘추격자’(나홍진 감독)가 기폭제 역할을 했는데, 그래도 그 비율은 20% 정도였고 아직 범죄영화는 메인 장르가 아니었다. 2010년 즈음부터 상황이 급변하게 된 덴 여러 요인이 있다. 가장 편한 설명법은 ‘트렌드의 변화’다. 2000년대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기에 다양한 장르들이 시도되었고, 드라마와 코미디와 로맨스가 흥행의 중심이었다면, 그다음 10년은 액션과 스릴러로 주도권이 넘어갔다는 해석이다. 
  
이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자본의 힘이 더해진다. 범죄 스릴러가 부상하던 2000년대 말은 영화산업에서 대기업의 장악력이 강해지던 때였다. 그들의 선택은 장르와 스펙터클이었고, 현실적이며 자극적인 소재와 강도 높은 액션의 결합이었다. 이런 영화들은 올해까지 10년 동안, 조금씩 변주되며 반복되었다. 이것은 일종의 믿음인데, 기업 자본은 나름 산출한 흥행 공식에 입각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고, 공교롭게도 혹은 필연적으로, 한국영화는 단조로워지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바로 범죄 영화와 액션 스릴러가 있다. 
  
이것은 또 하나의 독과점이다. 독과점은 극장과 배급뿐만 아니라, 기획과 제작 분야에서도 일어난다. 그 결과는 감수하기 쉽지 않다. 가장 두드러지는 건 젠더 불균형이다. 최근 한국영화에서 여성 캐릭터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고, 종종 그들은 범죄와 폭력의 잔혹한 희생양으로 전락했다. 반면 남성 캐릭터의 영웅적 면모는 강화되며 때론 초법적 존재가 되기도 한다. 올해 가장 흥행한 범죄 영화 세 편을 보자. 남자 주인공들은 멋있고 강하며(‘공조’의 임철령[현빈]), 수퍼히어로에 가깝고(‘범죄도시’의 마석도[마동석]), 정의감에 불탄다(‘청년경찰’의 기준[박서준]과 희열[강하늘]). 반면 여성 캐릭터들은 인질이 되거나 육체를 유린당한다. ‘악녀’(정병길 감독)처럼 전복적인 영화도 있지만, 범죄 영화의 창궐은 한국영화의 성별 밸런스를 무너트린 심각한 요인이다. 이젠 1년에 괜찮은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한두 편 나오기가 힘들어졌다. 다소 거칠게 말하면, 사극과 시대극의 스펙터클 아니면 범죄 스릴러 장르로 양분된 시장이며, 남녀가 교감하는 이야기보다는 남자가 또 다른 남자 악당을 처치하는 이야기에 우선권이 주어졌다. 지난 몇 년 동안 말이다. 
  
프리즌

프리즌

트렌드의 변화 탓으로 돌리며 속 편하게 받아들이거나, 대기업 자본을 지적하며 일방적으로 매도하기엔, 뭔가 미진하다. 우리의 영화들이 범죄를 사랑하게 된 데엔, 좀 더 복잡한 사연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지겹다고는 하지만, 이 영화들은 혹시 대중이 원하기에 계속 만들어져 온 건 아니었을까? 여기서 잊어선 안 될 사실 하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범죄들은 사회적이며 제도적인 질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는 것이다. 범죄자와 희생자와 수사자를 세 개의 축으로 하여 진행되는 이 영화들은 장르적 관습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론 그것이 왜곡된 상이든 있는 그대로든, 이 세상을 어떤 식으로든 반영한다. 
  
  
‘범죄도시’, 신뢰감 주는 완력에 통쾌
살인자의 기억법

살인자의 기억법

‘범죄도시’로 돌아와 보자. 이 영화가 예상치 못했던 흥행을 거둔 가장 큰 요인은 마석도라는 캐릭터일 것이다. 강철중(설경구)의 벌크업 버전인 그는 법과 원칙보다는 주먹에 의지하며 직감을 믿는다. 특히 그가 정의를 구현하는 스타일은 큰 쾌감을 준다. 눈앞의 악을 단숨에 제압하는 거대한 완력.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지닌 아우라와 결합되어 극도의 신뢰감을 주는 이 힘은 대부분의 관객들이 세상을 살면서 느끼는 좌절감과 무기력함을 해소시켜 준다. 
  
흥미로운 건, 이 영화를 비롯해 최근 많은 영화들이 아웃사이더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황해’(2010. 나홍진 감독) 이후 ‘신세계’(2013. 박훈정 감독) ‘아수라’(2016. 김성수 감독) 그리고 올해 ‘범죄도시’ ‘청년경찰’ ‘악녀’까지 중국동포는 마치 야차와 같은 존재로 등장한다. 그들은 피도 눈물도 없고 짐승처럼 살육한다. 그들의 실상을 무시한 이런 전형적 묘사들은 어느덧 장르적 클리셰가 되었는데, 그 이면엔 외부적 존재에 대한 우리의 공포와 혐오가 있다. 이것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처한, 항상 주변국의 위협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으며, 그러기에 그들은 영화에서 어떻게든 소탕되어야 하는 존재들이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들은 정의가 사라진 세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것은 최근 우리 사회의 붕괴상에 대한 뼈 아픈 지적이다. 법은 개인 위에 있고, 범죄는 결코 보상받을 수 없으며, 죄를 지었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베테랑’(2016·류승완 감독)이나 ‘내부자들’(2016·우민호 감독)의 ‘갑-악당’들은 세상을 비웃듯 살아가며, 어쩌면 영화관은 그들이 제대로 처벌받는 유일한 공간이다. 그런 면에서 그 수많은 영화는 권선징악의 결말을 통해 사람들에게 대리 만족감을 주었던, 절대 권력의 집행자였던 셈이다. 
  
유난히 범죄 영화가 많았던 올해, 내년부턴 조금씩 덜 만들어졌으면 한다. 악당을 처단하는 건 현실에서 우선 이뤄져야 할 일. 이젠 영화관에서 사회면이 아니라, 문화면이나 연예면도 만나고 싶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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