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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걔'라 불려도 좋아… 우린 주연이니까"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1월16일 10시34분    조회: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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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회 맞는 MBC '서프라이즈'… 再演 배우 위한 특별 시상식 열어
 

지난 12일 동이 채 트지 않은 오전 7시 30분쯤. 경기도 일산 MBC 사옥 앞에 난데없이 '레드카펫'이 깔렸다. 카메라맨들이 속속 도착했고 무인 카메라 크레인(지미집)도 설치됐다. 수은주가 영하 15도까지 내려간 올겨울 최악의 한파. 사람들은 추위 속에서 '스타'를 기다렸다. 잠시 후 카펫 끝에 새하얀 리무진이 멈춰 섰다. 문이 열리자 턱시도와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자, 길을 지나던 시민들이 깜짝 놀라 외쳤다. "어? 서프라이즈 걔 아냐?"

'서프라이즈 걔'들을 위한 특별한 시상식이 열렸다. 세계 각국 황당한 사연을 10분 내외 단막극 형식으로 보여주는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제작진은 800회를 맞아 출연 배우들을 위한 시상식을 준비했다. 2002년 4월 시작한 서프라이즈는 16년 동안 일요일 오전 안방을 지켜온 MBC 대표 장수 예능 프로그램. 가수 장윤정, 방송인 샘 해밍턴 등이 이 프로그램 재연 배우 출신이다. 지금 서프라이즈에서 주연으로 활약하는 배우 김하영(38), 김민진(40), 박재현(40), 손윤상(44), 김난영(47)은 이 프로그램에서만 10년 넘게 일했다.

 
지난 12일 오전 경기도 일산 MBC 사옥에서 열린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800회 기념 시상식에서 출연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맨 앞줄 왼쪽부터 김난영·김민진·김하영·박재현·이재희씨. /성형주 기자
베테랑급 연기 경력이지만 사람들은 배우의 이름 대신 '서프라이즈 걔'로 기억한다. 이들은 일본 순사였다가 1주일 뒤엔 독립운동가로 나온다. 조선의 왕이었다가 한 주 만에 내시(內侍) 가 되기도 한다. 매주 역할이 바뀌니 시청자들에게 큰 인상을 남기기 어렵다. 서재주 PD는 "방송사 연말 시상식에는 초대받지 못하지만 우리 제작진에겐 누구보다 빛나는 스타"라고 했다.

"익사 사고 다발 지역이라고요?" 2004년 이 프로그램으로 데뷔한 배우 김하영은 아직도 첫 대사를 기억한다. 저수지에서 남편이 익사해 홀로 남은 아내 역할이었다. 당시 20대였던 김씨는 어느새 마흔이 코앞이다. 그는 "이름은 알리지 못해 '서프라이즈 여자 걔'라고 불리지만 그 덕에 얼굴을 알려 지역 방송 리포터, 하남시 홍보대사로 일하고 광고도 찍었다"며 웃었다.

배우 손윤상은 KBS 13기 공채 개그맨으로 박성호, 박준형과 동기다. "개그콘서트보다는 코미디 정극에 더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 서프라이즈에 합류한 그의 출연료는 월 100만원 남짓. 이것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어려워 암사종합시장 야채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그는 요즘엔 성내동 피자집에서 배달을 하면서 연기 활동을 병행한다. 서프라이즈 13년 차 배우 김민진도 얼마 전까지 과일 배달하는 일을 했다. 손윤상은 "누군가는 '아르바이트를 할 시간에 오디션이나 하나 더 보라'고 하지만 안정적인 생활이 있어야 연기도 편하게 할 수 있다"며 "800회 예능 배우라는 자부심으로 올해는 영화에도 도전하겠다"며 활짝 웃었다.시상식이 있던 이날은 주 1회 촬영이 있는 날.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배우들은 바삐 촬영장으로 달려갔다. 배우 박재현은 "사극을 했다가 현대극도 하면서 시공간을 뛰어넘는다. 다양한 캐릭터를 담고 있는 '서프라이즈 걔'라는 수식이 싫지만은 않다"며 "우리는 누가 뭐래도 주연배우"라며 엄지를 세웠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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