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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시작땐 총성도 멈춘다…아랍 흔든 '할랄 브래드 피트'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4월15일 10시52분    조회: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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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아랍 최대 민영 TV네트워크인 MBC(Middle East Broadcasting Center)가 자사 채널에서 터키 드라마를 퇴출했습니다. 구체적인 이유는 발표하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터키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보복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알고보면 쓸모 있는 신기한 세계뉴스]
터키는 어떻게 드라마 대국이 됐을까

MBC 소유주는 사우디의 언론 재벌 왈리드 알 이브라함.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주도한 반부패 수사에 따라 구금됐던 거물입니다. 한편 터키는 사우디가 단교·봉쇄 중인 카타르를 지원하는 등 사우디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고요. 한 마디로 사우디 왕실이 방송사에 영향력을 행사해 터키를 손 봐줬다는 겁니다.  
중국이 한국의 고고도방어미사일(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류 콘텐트를 제한한 것과 유사한 상황입니다.   
오스만 제국 시대를 그린 터키 사극 '위대한 세기(무흐테솀 유즈이을). [중앙포토]

오스만 제국 시대를 그린 터키 사극 '위대한 세기(무흐테솀 유즈이을). [중앙포토]

세계 2위 드라마 수출 대국, 터키 
파이낸셜타임스(FT)는 “MBC가 방송 퇴출의 피해자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시청자는 다른 플랫폼으로 드라마를 보면 되고, 다른 아랍 방송국들은 MBC가 버린 방영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MBC만 손해라는 겁니다.   
레바논 일간 “안-나하르도 터키 드라마 중단으로 MBC가 5000억 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터키는 큰소리를 칩니다. 이스탄불 상공회의소의 아주투르크 오란 소장은 이런 설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미 터키 드라마는 아랍세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MBC는 시청자들을 잃을 것이고, 금지 조치는 실패할 것이다” 
  
미드·일드·영드에 밀려 한국에선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터드’. 어떤 경쟁력을 지녔길래, 아랍의 패권국 사우디의 제재에 끄떡없는 걸까요.  
이번 [고보면 모 있는 기한 계뉴스]에선 터키 드라마의 세계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MBC 사옥 [AP=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MBC 사옥 [AP=연합뉴스]

아랍 휩쓴 ‘누르’ 열풍…8500만명 시청 
2008년 8월 30일 터키 드라마 ‘누르(Noor)’의 마지막회가 MBC를 통해 아랍 전역에 방송됐습니다. 방송사 측에 따르면 이날 ‘누르’를 본 사람은 8500만 명. 그중 5100만 명이 15세 이상 여성이었습니다. 아랍 전체 성인 여성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2005~2007년 터키에서 방영됐던 이 드라마는 2008년 초부터 MBC에서 방송됐습니다. 그리고 약 8개월 만에 아랍 세계는 ‘누르’ 광풍에 휩싸입니다. 정작 터키에선 큰 인기를 끌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드라마는 평범합니다. 부부 사이인 남녀가 주인공이고, 디자이너를 꿈꾸는 아내 귀뮈슈(아랍 버전 이름)를 남편인 메흐메트(아랍버전 이름 ‘모한나드’)가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죠. 
  
그러나 여기엔 아랍에서 통한 터키 드라마의 매력이 총망라되어 있습니다.  
일단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와 관계입니다. 꿈과 야망을 가진 커리어우먼 여주인공과 아내에게 닥친 시련을 함께 헤쳐 나가는 남주인공이 강렬한 인상을 줬습니다.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여성, 아내의 사회생활을 존중하는 남성의 존재 자체가 파격이었죠.  
 

터키 드라마의 세계 진출 물꼬를 튼 '누르'의 한 장면. 대등한 남녀 주인공 관계와 서구적 캐릭터는 아랍 시청자들에게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대등한 관계 속에 진심으로 사랑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아랍 사회에서 내놓고 표현하지 못했던 성평등과 사랑·애정 같은 가치를 정면으로 맞닥뜨린 겁니다.   
  
진취적 여성, 자상한 남성 캐릭터에 매료
특히 자상하고, 때때로 아내에게 꽃다발을 선물하는 ‘모한나드’는 잘생기기까지 했습니다. 극도로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아랍권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남성상을 본 여성 시청자들은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습니다.  
결혼 전의 자유 연애, 와인을 곁들인 가족의 저녁식사, 베일을 두르지 않은 채 외출하는 여성 등 지극히 평범한 장면들도 시청자를 매료시켰습니다.  
  
자유분방한 세속의 삶을 담아낸 드라마는 라마단을 철저하게 지키는 무슬림의 모습도 그렸습니다.  
보수적 가치와 현대적 라이프 스타일이 공존하는 모습을 드라마가 완벽하게 구현해 낸 셈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어떤 나라의 드라마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누르’의 인기로 아랍엔 터키 드라마 붐이 일었습니다. MBC가 최근 약 10년간 방영한 터키 드라마만 약 100편에 달합니다. 
보다 과감하고 도발적인 소재의 드라마도 줄지어 소개됐습니다.  
이를테면 ‘파트마귈의 잘못은 무엇인가?(2010~2012년)’가 그렇습니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집단 성폭행을 당한 여주인공 파티마입니다. 보수적인 마을 사람들은 물론 약혼자까지 사건을 덮으려 하지만 파티마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웁니다. 여성의 권리를 본격적으로 다룬 이 드라마에 여성 시청자들은 격하게 공감했습니다.  
터키 일간지 휴리엣이 역대 흥행 2,3,4위로 꼽은 드라마의 포스터. 왼쪽부터 '파트마귈의 잘못은 무엇인가' '천일야화' '금지된 사랑'.

터키 일간지 휴리엣이 역대 흥행 2,3,4위로 꼽은 드라마의 포스터. 왼쪽부터 '파트마귈의 잘못은 무엇인가' '천일야화' '금지된 사랑'.

성범죄·불륜 등 파격 소재…이슬람 교계는 맹비난 
불륜을 소재로 한 막장드라마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터키 일간 휴리엣이 역대 인기 3·4위 드라마로 꼽은 ‘천일야화(2006~2009년 방영)’와 ‘금지된 사랑(2008~2010년 방영)’이 대표적입니다.  
‘천일야화’는 남편과 사별한 뒤 백혈병에 걸린 아들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상사의 유혹을 받아들이는 여성의 이야기, ‘금지된 사랑’은 엄마의 복수를 위해 아버지뻘인 백만장자와 결혼한 여주인공이 남편의 조카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입니다. 터키 배우 크완츠 타틀르투우는 ‘금지된 사랑’의 폭발적 인기로 ‘할랄 브래드 피트’라는 별명도 얻었죠. 
  
이런 드라마들은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왔습니다. 무엇보다 당당하게 사는 터키 여성을 동경의 대상으로 삼은 아랍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억압과 폭력에 조금씩 저항했고, 남편에게 권리를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결혼 생활을 박차고 나서는 이들도 생겨서 이집트 등에선 이혼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보수적인 기존의 가치를 전복하는 드라마에 비난이 뒤따랐습니다.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은 "비도적적인 쇼가 전통을 훼손하고 가정을 무너뜨린다"고 맹비난했습니다. 이란에선 아내와 딸이 드라마를 보고 타락할까 봐, TV 안테나를 뽑는 남성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이미 대세가 된 터키 드라마의 인기를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 늘 전쟁 상태나 다름없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도 터키 드라마 방영 시간엔 쥐죽은 듯 조용해질 정도였다니 말입니다. 
더 나아가 시청자들은 드라마 촬영지를 찾아서 터키 관광에도 나섰습니다. 그 예로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04년 터키를 방문한 바레인 관광객은 3155명에 불과했지만, 2016년엔 4만 1505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아랍 인구의 75%가 최소 한 편 이상의 본 적이 있다고 할 정도로 터키 드라마는 아랍 방송계의 핵심 콘텐트입니다.   
  
“아내·딸 타락한다” TV 안테나 뽑는 남성도
터키 드라마 '금지된 사랑'의 한 장면. 오른쪽은 드라마의 세계적인 인기로 '할랄 브래드 피트'라는 별명을 얻은 크완츠 타틀르투우.

터키 드라마 '금지된 사랑'의 한 장면. 오른쪽은 드라마의 세계적인 인기로 '할랄 브래드 피트'라는 별명을 얻은 크완츠 타틀르투우.

인기는 마케도니아 등 발칸 국가와 남미로도 쭉쭉 뻗어 나갔습니다.   
아랍 국가에서처럼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진 않았지만, 이곳에서도 터키 드라마의 인기는 소소한 해프닝들을 일으켰습니다.   
  
2012년 마케도니아 정부는 터키 드라마 돌풍이 불자 방송금지법 제정을 고려합니다. 당시 정보사회장관이었던 이보 이바노브스키에 따르면 이런 이유였습니다. “터키 드라마가 흥미롭긴 하지만, 터키의 노예로 500년을 지냈으면 충분하다” 
마케도니아를 비롯한 발칸 국가들이 1389년 오스만 제국의 일부가 되어 1878년 터키가 러시아에 패배할 때까지 그 지배하에 놓여 있었던 걸 지적하는 이야기입니다.   
  
한편 칠레·아르헨티나에선 드라마 ‘천일야화’의 남녀 주인공의 이름인 오누르와 셰흐라자드를 아기의 이름으로 짓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죠. 
  
전세계 시청자 4억명…중·일까지 시장 확대
지난해 9월 터키 일간지 휴리엣은 “터키는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드라마 수출국으로, 그 규모가 3억 5000만 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습니다. 시청자 수는 전 세계 140여 개국 4억 명에 달한다고 하고요. 
드라마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관광산업 성장 등 부대 효과까지 거둔 터키는 적극적으로 시장 확대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2023년까지 수출액을 7억 5000만 달러까지 늘린다는 야심찬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휴리엣에 따르면 “중국·일본 등 새 시장 개척도 노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최근엔 단점도 보완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 드라마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터키 드라마는 다소 지루하거나 오글거릴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회당 최소 90분에 이를만큼 드라마가 길어서 전개가 늘어지고, 주인공이 지나치게 로맨틱하거나 격정적이어서 부담스럽다는 겁니다.  
그래서 터키 제작자들은 맞춤형 편집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랍 방영본에서 4분이나 이어졌던 우는 장면을 스웨덴 수출판에선 30초로 싹뚝 잘라버리는 겁니다.  

[출처: 중앙일보] 드라마 시작땐 총성도 멈춘다…아랍 흔든 '할랄 브래드 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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