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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속 세상 엿보다-《버드맨》 ‘비상’□ 신연희
조글로미디어(ZOGLO) 2021년1월7일 08시49분    조회: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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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영화의 성패는 첫 5분에 결정된다는 업계의 속언이 있다. 《버드맨(鸟人)》의 오프닝이야말로 단 한순간에 관객의 시선을 잡아채는 놀라운 장면이다. 영화는 로케트 또는 류성처럼 보이는 물체가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곧바로 주인공 리건 톰슨이 방안에서 가부좌를 튼 채 공중부양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벽에는‘버드맨’포스터(관객 눈에는 영락없는‘배트맨’ 사진이다)가 붙어있고 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우리 귀에 익숙한‘배트맨’의 에코 강한 저음이다.

“넌 무비스타였어. 기억나? 우리가 있을 곳은 이 시궁창이 아니야.”

오프닝을 통해 우리는 주인공은 한때 잘나가던 무비스타였으나 지금은 인기 떨어진 퇴물 배우로 전락해 있는 신세이며 공중에 떠있는 그의 모습을 통해 이 영화가 꽤 초현실적인 장면을 담게 될 것을 단박에 알게 된다.

슈퍼히어로 버드맨을 연기하며 스타덤에 올랐던 리건 톰슨은 브로드웨이에서 작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연극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에서 감독, 연출, 주연을 도맡아 화려한 복귀를 꿈꾼다. 하지만 상황은 자꾸 그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함께 출연하는 형편없는 배우는 최종 리허설 때 천장에서 떨어진 조명에 맞아 실려 나가고 그를 대신해 투입된 연기파 메서드 배우 마이크는 제멋대로 굴어 리건의 혼을 쏙 빼놓는다.

연극 제작자 제이크는 돈이 없다고 투덜대고 약물중독으로 재활치료까지 받은 딸이자 리건의 매니저인 샘은 공연을 앞두고 다시 약에 손을 댄다. 함께 출연하는 동료 배우이자 리건의 현 녀자친구인 로라는 무대 뒤에서 두달째 생리를 안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기뻐하는 로라와 달리 리건은 진짜 자기 아이가 맞는지 물어보고 화가 난 로라는 리건의 뺨을 때리고 가버린다. 게다가 대기실로 찾아온 전부인 실비아에게 리건은 연극을 위해 말리부 저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로 했다고 이실직고하고 실비아는 샘에게 주기로 한 집이라며 분노한다.

이는 우리도 한번쯤 경험하는 일이 아니던가. 안좋은 일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영화의 이런 일련의 과정은 마치 하나의 새로운 예술적 시험처럼 하나의 호흡으로 마지막 장면까지 유려하게 전개된다.

사실 영화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부분은 촬영이다. 전체가 16개의 숏으로 이루어져 있는 데 오프닝의 짧은 숏 3개와 후반의 중요한 사건 직후 11개의 숏이 터져 나오는 부분을 제외한 전체가 롱테이크처럼 연출되여 있다.

그것도 정적인 미와 단순성을 강조한 롱테이크가 아니라 무대 뒤의 좁고 꼬불꼬불한 통로와 뉴욕 맨해튼의 고층 빌딩 사이를 포함한 온갖 공간을 시종일관 넘나드는 다이나믹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롱테이크이다. 다시 말해 긴 호흡으로 상황을 관찰하는 기법이 아니라 밭은 숨을 몰아쉬며 극적인 몰입을 강화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실제로 완전한 롱테이크는 아니라 테이크 중간중간의 편집 포인트가 몇차례 있는데 특수효과와 조명, 빠른 카메라 패닝 등으로 교묘하게 가려져 정확히 눈치채기 어렵게 해놓은 롱데이크이다. 이 작품으로 촬영감독은 그 전해《그래비티》에 이어 2년 련속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 믿기 힘든 롱테이크 연출은 일차적으로 작품의 소재인 연극이란 무대효과를 살리기 위한 장치이다. 감독 자신은“편집하는 것이 불가능한 삶처럼 영화를 연출하여 내가 전하고 싶은 바를 리해시키고 싶었기에 그에 적합한 롱테이크 연출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작중 이와 관련된 리건의 직접적인 대사도 있다.

“이 연극이…뭐랄가? 마치 내가 살아온 기형적인 삶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야. 아주 작은 망치로 끊임없이 얻어맞는 그런 느낌…”

영화는 시종일관 대중문화의 량면성을 헤집는다. 즉 “사람들은 피와 액션을 좋아하지. 말 많고 우울한 철학 따위엔 관심이 없어”라는 대사로 상징되는 대중문화의 천박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호응을 받지 못한 작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현실 사이의 긴장감을 보여준다.

다음은 떨어진 조명에 맞아 실려 나간 배우를 대신할 남자 배우를 급히 물색하기 위해 제작자와 리건이 대화하는 장면이다.

리건: 배우를 빨리 찾아내란 말이야. 좋은 남자 배우. 우디 해럴슨을 데려와.

제이크: 《헝거게임》 속편을 찍고 있어.

리건: 마이클 패스벤더는?

제이크: 《엑스맨》의 프리퀄 촬영 중이야.

리건: 제러미 레너는 어때?

제이크: 누구?

리건: 제러미 레너. 《허트 로커》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친구 말야.

제이크: 아, 오케이. 그는《어벤져스》 찍고 있어.

리겐: 그 친구한테도 망토를 입혔어?

데뷔작《아모레스 페로스》로 세계 최고 권위의 칸 영화제에 입성하며‘천재’소리를 들은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등 주요 부문 4개를 거머쥐였다. 이뿐만 아니라 60여개 시상식에서 162회에 노미네이트되면서 133개의 트로피를 휩쓴 이 놀라운 작품은 스토리, 비주얼, 연출, 연기 등 영화의 모든 요소에서 거의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마지막 부분,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이 흐르는 가운데 맨몸으로 뉴욕 마천루 사이를 한마리 새처럼 날아 오르내리는 마이클 키턴의 모습을 롱테이크로 담아낸 신은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이다. 그 예기치 못한‘희망의 전조’를 목도하면서 눈가가 촉촉해지는 건 이 영화가 선사하는 여러 감흥 가운데에서도 아마 가장 오랫동안 팬들의 가슴에 남아 있을 것이다.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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