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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내음과 생활내음이 물씬 풍기는 시-혜봉
2012년3월13일 09시15분    조회:2197    추천:0    작성자: 네티즌

랑군의 시를 읽고

  (상지) 혜봉

  랑군을 잘 모른다. 그의 작품을 많이 접촉도 못했고 신문에 발표된 시 몇수를 읽었을 뿐이다. 그의 지나온 삶이나 조선족사회에 대한 생각을 경청한 일도 없다. 그러나 몇번의 만남을 거치면서 무엇인지 꼭 집어 말할수 없지만 통하는 곳이 있어 그의 시에 대한 생각을 적어 본다.

  어떠한 작품이나 작가와 그 시대 독자를 떠나 담론할수 없다. 작품이 작가의 삶, 체험, 생각을 표현하지만 현실반영을 떠날수 없고 독자들은 작품을 통하여 현실을 수긍하게 되고 작품에 담겨진 사상(뜻)을 리해하기에 힘쓰고 그 과정에 찬송하거나 비판하면서 자신을 키우게 되고 현실생활에 참여하게 된다

  랑군이란 필명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승냥이 랑(狼)자에, 무리란 뜻을 나타내는 군(群)으로 알았는데 승양이와는 동에 닫지 않는 존칭의 뜻을 나타내는 군(君)을 쓰기에 승냥이왕, 혹은 존중 받는 승냥이, 아무튼 살기 띤 야성이 강하고 생존력이 강한 석달 굶다 포식한 주둥이에 마른 피가 가득 묻은 양지쪽 새밭에 볕쪼임하는 승양이를 떠올리며 사냥군의 눈으로 나름대로의 깊은 뜻이 있을 법한 필명추적은 뒤로 미루고 그의 시에 잠겨본다.

  그의 시를 보노라니 필명과는 달리 말쑥하고 정갈하게 녀성적으로 섬세하게 쓰기에 힘쓰는것 같으면서도 남성적인 폭발적 매력을 기저에 깔기를 즐기는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된다. 그의 남성적 기질과 패기에 반죽 된 정감세계에서 오늘의 현실을 보게 된다.

  ‘길림신문’ 문학면에 실린 ‘미련’이 내가 접한 랑군의 첫수의 시이다. 늦가을 앙상한 나무가지에 매달려 떨고있는 마지막 잎을 보고 오래전에 리별한 련인을 떠올리는 시인의 애절한 모습에 련민의 정을 보낸다. 봄의 도래를 믿으면서도 련인의 험난한 앞길을 안타까워 하는 시인의 모습에서 세상 련인들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수 있어 가슴이 더워났다. 눈물로 리별을 호소하는 애인을 웃음으로 보내야만 하는 피 흐르는 사나이들의 심처의 고충에 안정제로 안겨와 고맙다. 자고로 리별에는 사연이 있기 마련이 아닌가?

  욕심이라면 민족적인 리별로 승화시켜 새로운 민족리산의 아픔을 그렸으면싶다.

  랑군의 시에서 리별은 슬픔으로 끝나지 않았다. 랑군은 리별의 아픔을 딛고 미래를 확신하고있다. 나는 ‘인생추색’의 ‘고독’ 시편에서 이 답을 찾고 무릎을 쳤다. 리별의 ‘고독감에 뼈가 시려옵고’ ‘세월의 비바람이 얼어가는 이 나무가지를 마구 비틀 때’에도 ‘락엽’의 서러움을 안고 타관땅 밑바닥에서 헤메여도 뿌리 묻은 고향에 대한 ‘고독속에---절절한 그리움이’있기에 ‘꽃마차는 봄을 싣고 찿아오리다.’고 격조 높이 웨쳤다. 랑군의 시적 사색을 여기에서 끝인것이 아니라 한차원 높이 서서 공업화시대 조선족농촌의 미래를 철학적 안목으로 볼것을 호소하는 ‘월성의 밤’을 노래하고 있다. 조선족 농촌의 형성과 해체 새 조합은 력사발전의 규률에 따른것이며 진통이 괴롭고 클수록 새로운 조선족촌이 형성되여감을 예시하여 주고있다. 아픔을 딛고 월경민족의 후세들은 자라고있음을 만천하에 과시하고있다.

  랑군은 해외진출과 연해지구 이동으로 인구격감의 쓴 맛에 해체되였고 혹은 해체되여 가고있는 수백개 조선족촌중에 작은 산간 마을인 ‘월성’을 선택하고 짧은 한수의 시에 월경민족의 눈물겨운 이민사와 간고한 개척사, 공업화시대 민족촌의 해체와 새 도약을 꿈꾸는 진통과 진로를 찾아 헤매는 군상을 그리고있다. 한수의 짧은 서사시라 함이 어떨가? 내용물이 아름차다. 나름대로 한편의 민족력사를 다룬 드라마를 보는 환각에 잠겨본다.

  움막속 새우잠에서 깨여난 개간민들이 눈덮힌 허허 벌판에서 ‘지게작대기로 개척의 도안’을 그리는 슬기로운 모습이 떠오르고 얼음이 서걱이는 찬물에 이른 봄부터 악착같이 맨발로 뛰여드는 무명수건 질끈 동인 무리들, ‘행주치마 쫄라맨’ ‘애기를 둘쳐업고’ 쌍가레줄 당기는 외유내강의 어머니들의 군상은 눈물없이는 상상이 안된다. 물이 있는 곳이면 게딱지같은 작은 초막이라도 정갈하게, 기름기 찰찰 흐르게 거두고 하늘의 밝은 달같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별무리처럼 깨알이 쏟아지듯 오손도손 모여 살던 세기의 소원- 도화원 넘어 더 크고 더 넓은 세상을 알게 되였다.

  농경사회에서 공업사회 도시문화의 충격을 타민족보다 조선족은 먼저 실감했고 발빠르게 새 길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떠남은 버림이 아니다’ 잃는것이 있어야 얻는것이 있는 법이다. ‘고래등 같은 기와집’을 버리고 ‘며느리가 떠났다.’ 기둥같은 ‘아들도 떠났다.’ ‘래일이면 손자놈도’ 떠나야 하는 조선족촌의 현실은 암담해 보이고 이방인들의 눈에는 희망이 없어보이지만 랑군은 인간의 뿌리의식을 보아냈고 더 밝고 아름다운 친환경적인 전원생활을 예시하고 있다. 작은 물 그릇에서 대하의 흐름을 지각한 랑군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인생추색’중 ‘황혼길’도 가슴에 와닫는 주옥같은 시이다. 떨어지는 단풍잎을 통해 ‘세월의 가는 발자국소리’에 인생의 무상함과 인생 황혼의 아름다움을 찬송한것을 늙은이의 한사람으로 가벼운 미소로 받아 안는다. ‘불타는 석양빛 노오란 단풍잎 황혼길에 꽃보라 날린다. 해가 지고 달이 뜬다’ 여생의 막바지를 아름답게, 보람있게 살라는 애틋한 호소로 들려 다시 한번 자신을 성찰해 보게 된다.

  오늘의 조선족촌의 현실을 여실히 반영한 이상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독자의 한 사람으로 느낀바가 크다. 내가 알기로 랑군은 이태동안 농촌문제에 귀를 기울였고 농촌을 돌아보았다. 피페해져가는 농촌참상에 나름대로의 몸부림을 치고있는것으로 알고있다. 그는 시를 쓰려고 네차례나 한 작은 동네를 찾아간것은 아니다. 그가 농촌을 몰랐다면 감동을 자아내는 시가 나올수 없다고 감히 단언한다. 확실히 문학의 모체는 현실 생활이다. 현실 생활을 진실하게 반영할수록 작품은 생명력이 있다. 한 점의 불티에서 일어날 새농촌건설의 불길을 본 랑군의 혜안에 탄복한다. 특수성 속에 보편성이 내포되였고 보편성 속에 특수성이 내포된 작품이 인기가 있다. 작가가 현존시대를 외면하면 독자들을 잃게 된다. 나는 랑군의 시의 예술성을 론하지 않으련다. 가슴에 와닿는것이 예술의 첫 요소라고 말하고싶을뿐이다. 쉽지 않겠지만 랑군이 계속 사람 내음이 나고 생활 내음이 물씬 풍기는 남이 흉내낼수 없는 풍격의 시를 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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