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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수없는 눈길
2014년9월26일 03시05분    조회:1980    추천:0    작성자: 리태근
잊을수없는 눈길
연변일보사 고 박창윤 기자의 령전에 드림
 
  내가 박창윤기자를 알게 된것이 70년대초부터였으니 거의 반세기를 함께 한 막역지교라 할가 박기자는 연변일보사 기둥기자였는데 웬일인지 한평생 코딱지만한 단칸방에서 식구 넷이 어렵게 살아가고있었다. 가장기물이란 반도체라지오 한대밖에 없었다. 내가 농촌에서 남먼저 공인으로 추천받은것도 어찌보면 박기자 덕분이라 할가? 연변일보에 부지런히 통신을 쓴 덕분이요, 박기자가 알찬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였다.
 
    그런데 운명이 장난인가?  량식관리소 직원으로 추천받았다가 2년도 못하고 정간맞아서 쫒기줄이야. 밑바닥에서 요행 출세한 놈이 다시 일어선다는 게 하늘에 별따기였다. 청년들이 다 떠나간 텅빈 골안에서 또다시 호미들고 살아갈걸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났다. 죽어버리려고 몇번이나 시도했는지 모른다. 차라리 철밥통 밥을 먹어보지 않았으면 모르겠는데 콩기름 통장(국가철밥통 직원을 의미하는 콩기름호적부)까지 넘기면서 당당한 국가간부로 되였다가 쫒겨난게  미칠것만 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박기자가 싱글벙글 웃으며 찾아 올줄이야. 박기자의 자애로운  눈길을 보는 순간, 새로운 희망이 벅찼다. 쨍하고 해뜰 날이 올것만 같았다. 박기자는 내 손을 꽉 잡고  말했다. 현실을 정시하란다. 한치앞을 알수 없는 인생길은 숨박곡질이란다.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란다. 세상을 원망하거나 자신을 구박해서는 절대 안된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데 좋은 글재주가 있겠다 왜서 실망하겠는가? 모든 사람들이 모두가 지켜보는 때가 새로운  전환점을 만드는 절호의 기회란다. 성공은 항상 노력하는 사람에게 속한단다.
 
  나는 정신을 차리였다. 박기자만 믿고 죽을둥 살둥 모르고 가시덤불을 헤쳐 나갔다. 아무리 피곤해도 통신보도를 쓰는걸 잊지 않았다.  밤이면 사원들을 모여놓고 대채의 정신으로 튼튼하게 무장시키고 낮이면 앞장서 부식토를 나르면서 리더십을 보여 주었다. 피를 물고 결사적으로 싸운 정성이 하느님을 감동시켰던가? 그해 가을에 대풍이 들었다. 나는 재차 대학에 추천받았다. 하향지식청년도 아닌데 농촌에서 두번이나 추천받은 전례는 아마 드물것이다. 대학에 가서도 짬만 나면 소설도 쓰고 시를 써서는 박기자에게 보내 주었다. 박기자는 내가 쓴 글들을 밤잠을 자지않고 수개해서 연변문예와 연변일보에 추천해서 해빛을 보게 하였다. 어찌보면 내가 걸어가는 발자욱마다 박기자의 뜨거운 눈길이 등대마냥 비추었던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두도진문화소 소장으로 분배받자 제일 먼저 찾아온 분이 박기자였다. 그때 마침 내가 문화소에서 소설창작에 정진해서 한참 잘 나갈 때였다. 때마침 연길 모 잡지사 총편이 찾아와서 기자로 채용하련다고 대답했다. 그때나 이때나 《연길사람》 되는 게 하늘의 별따기였다. 절호의 기회를 놓칠세라  무작정 이사짐을 싣고서 모아산고개를 넘어 연길에 들어왔다. 연길시 철남에다 세집을 잡았다.그런데 연길에 이사오면 《연길사람》이 다 되는가고 생각한 내가 소보다 더 우둔한 놈이였다. 잡지사에서는 편제가 없어서 잠시 기다리란다. 언제까지 기다리란 말인가? 반년이 지나도 소식이 묘연했다. 나는 안해보기가 민망해서  날마다 출근한다고 거짓말 하고 해질때까지 거리에서 헤맸다.
    그때 저전거를 타고 하남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이 얼마나 부럽던지 나도 별 볼일 없이 날마다 하남다리를 서성거렸다. 건너갈때는 신심에 넘치는데 지는 해를 등에 지고 건너올때는 어깨가 축 처진다. 집으로 오는게 죽기보다 더 무서웠다. 량손에 개꼬리 범꼬리 다 쥔 격이다. 그렇게 열정적이던 총편의 앞뒤말이 다르다. 나는 없는 밑천에 사지옷감을 사들고 총편네 집으로 찾아갔다. 그런데 얼굴에 억지웃음을 지으며 안절부절 못하는 총편을 보다가 할말을 못하고  돌아섰다. 별빛이 흐르는 싸늘한 하남다리우에서 옷감을 보따리채로 부르하통하에 던져버렸다. 누가 말했던가?《연길사람》이 되자면 아홉번은 울어야 한다더니 백번 울어도 알아봐주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할수없이 또다시 희망을 박기자에게 걸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내민다》고 연길판에서 철밥통을 찾는다는 게 어디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인가? 올라 못갈 나무를 쳐다보는 내 가슴은 칼로 란도질 하는것 같았다. 한가닥의 희망을 안고 청년공원 버들숲에 숨어서 연변일보사 대문으로 활기차게 출근하는 기자들을 눈뿌리 빠지게 지켜보군했다. 행여나 박기자가 기쁜 소식을 안고 달려올 것만 같아서 배고픈 줄도 모르고 해질때까지 기다렸다. 어찌나 신문사대문을 뚫어지게 지켜 보았던지 신문사 청사에 창문이 몇개이고 층계가 몇개인지도 다 눈자리 나게 새겨두었다. 하루, 이틀, 사흘, 한달이 지나도 무소식이다. 인제는 정말 이사짐을 걸머지고 되돌아 가야 하는가? 아! 기구한 내 팔자여!...
 
  거의 반년을 기다려도 반가운 기별은 없었다. 점쟁이를 찾아서 제물도 올렸건만 감감무소식이다. 잘못하다가는 개꼬리 범꼬리 다 놓치는 격이 되여서 정말 철밥통을 완전히 떼우고 길거리에 나앉는게 아니냐? 차라리  패패를 인정하고 두도문화소를 돌아가는게 옳바른 선택이 아닐가? 아니면 취업대기 사무실에 찾아가서 청소공이라도 신청해볼가? 쓰레기를 주어도《연길사람》이 될수만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일것 같았다. 그날도 어께가 축 처져서 돌아오는데 철남 기상대앞에서 마누라가 눈이 빠지게 나를 기다리고 있지 않는가? 박기자가 오전부터 나를 기다리고있단다. 하느님 맙소사! 끝내 기꺼운 소식을 보내줍니까? 달려가 보니 아니나 다를가, 주 위생국에서 적십자신문을 꾸리는데 인재를 초빙한단다. 박기자가 끝내 해냈구나. 나는 그만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목이 꽉 메서 말이 나가지 않는다…
 
   오매불망 바라던 주위생국에 출근하자 연길이 한없이 친절해졌다. 모든게 얼음우에 박밀듯 앞길이 활짝 열리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학이라고는 가재 뒤다리도 모르는 내가 설 자리는 없었다. 그래서 위생국에서 누구도 자보하지 않는 농촌사회주의교양 공작대에 보명했다. 도문시 월청향 삼동촌에 내려가서 꼬박 반년동안 악전고투해서 주와 성의 우수공작대원으로 선거된것도 박주임의 덕분이다. 내가 공작대로 내려온 후 박주임은 따라와서 보도했다. 주위생국에서는 내가 잘한다는 소문을 듣고 의료대를 파견해서 사원들을 치료해주면서 성심껏  후원해 주었다. 주정부에서도 삼동촌에 내려와서 현장회의까지 열었다. 공작대가 끝나자 주위생국에서는 전례를 타파하고 나에게 주택을 마련해주고 《연변 의학잡지사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내가 박주임에게서 받은게 너무나도 많은 반면 박주임에게 해준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박주임이 환갑상을 받을 때였다. 한평생 연변땅을 동분서주하며 청춘을 다 바친 로기자인데 생각밖에 잔치상이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주객상이 달랑 네상인데 중요한 인물들이 왕림하지 않아서  환갑잔치는 똑마치 농촌 로인들의 생일잔치처럼 조촐했다. 오랜 질병으로 눈확이 푹 꺼져 들어간 박주임은 곁사람의 부축임이 없이는 버티기 힘든 상태였다. 초점잃은 눈길로 나만 뚫어지게 바라본다. 무슨 말인지 말이 나가지 않아서 겨릅대같은 손으로 자꾸만 나를 곁에 앉아달라고 허우적거린다. 박주임의 곁에는  몇십년 희노애락을 같이한 꼬부랑 마누라가 달랑 앉아있다. 매 말라서 거칠어진 두손을 꼭 잡고 어루만지노라니 음식이 목에 걸려서 넘어가지 않는 다...박주임은 끝내 떨리는 손으로 담배갑에다 서투른 글을 남기였다.《사업을 잘하고 문학을 놓지마오! 꼭 성공해야 하오 》 뼈마디 앙상한 손으로 내 손을 만지며 눈물을 흘린다...나는 울먹이는 가슴을 안고 마지막으로 사진기를 샤타를 눌렀다.
 
  인간의 희노애락의 마지막 벼랑가에서 맞추는 렌즈래서 초점을 잃었는가? 피눈물로 얼룩졌다. 박주임도 이 순간을 초점맞추지 못할줄 아는지 찍지 말라고 겨릅대같은 손을 맥없이 흔든다. 아! 내가 박주임의 선량한 얼굴을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기는 순간이다. 자애롭고 선량한 저 눈길이 영원히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두손이 떨려서 초점을 맞출수 없었다. 박주임은 애잔한 내 가슴에 영원히 지워버릴수 없는 뜨거운 눈길을 남기고  이슬처럼 사라졌다….

  아! 영원히 잊을수없는 자애로운 눈길이여… 부디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시고 나를 끝까지 지켜주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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