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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향 초
2014년9월30일 05시12분    조회:2430    추천:1    작성자: 리태근
망 향 초 



리태근
 

생당쑥은 연변산천 어디서나 볼수 있는 야생쑥이다. 생당쑥은 생존하기 좋은 개천이나 들판을 떠나서 가파로운 산비탈 자갈밭이나 가물에 거북등처럼 갈라터지는  뙈기밭머리,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곳이면 가리지 않고 뿌리 박는다. 나는 연변을 떠나서 타향에 가면 혹시나 생당쑥이 있는가 눈여겨 살펴본다. 낯선땅에서 생당쑥을 만나면 아버지를 만난듯 그렇게 반가울줄이야 이상하게도 생당쑥이 자라는 곳이면 배달민족이 자리잡고있었다. 생당쑥은 한반도 어디에나 한번 뿌리내리면 영원히 고향을 떠날줄 모르는 애달픈 들쑥이다. 생당쑥은 오랜세월 이땅의 농부들과 험악하고 고달픈 인생을 함께 해온 대자연의 일원이였다… 생당쑥은 뿌리부터 잎까지 버릴게 없는 약국의 감초처럼 귀중한 약초이기도 하다.

내가 생당쑥과 각별한 인연을 맺게된것은 세상물정을 모르던 동년때였다. 무서운 담배지골이였던 아버지는 고추나 배추 남새농사는 등한하여도 담배농사는 갓난애기 키우듯 알뜰하게 잘해서 동네에서 “담배귀신”으로 불리웠다.

담배를 모상판에 옮기기전부터 생당쑥뿌리를 파다가 씨앗을 우려서 담배싹을 틔우고 모상판을 떠나면 담배가 이른봄 된설이를 맞을가 밤을 패가며 지켰다. 담배잎에 듬이 들때면 생당쑥을 우려낸물을 어린애에게 우유를 먹이듯이 포기마다  쳐주면서 정성스레 키워냈다. 늦가을 향기에  잘 익은 담배잎 갈피마다에 생당쑥잎을 차곡차곡 끼워서는 이불을 덮어서 어린애 처럼 폭 재운다. 그 세월에 공급제를 하는 귀중한 술을 꿀에 타서 담배잎에 골고루 뿜어준다. 구새목에 또다시 푹 띄워두었다가 면도칼을 선들선들하게 갈아서 실오리처럼 정성들여 썰어서는 황백나무 담배통에다 차곡차 곡 재워놓 는다. 

아버지는 담배향기를 맡아도 담배종자를 알아내는 “귀신” 이였다. 우리 동네에서는 담배하면 아버지였고 아버지하면 꿀담배였다. 아버지의 몸에서 나는 담배향기를 맡고 찾아드는 우리집은 동네구락부였다. 찾아올 구실이 없으니 장기구경 한답시고 한평생 아버지의 담배쌈지를 따라다니던 괘씸한 “애꾼”들도 많았다. 동네로인들이 아버지 담배통에 매달리는 애꾼들을《모기》라고 쫓아버릴때면 아버지는 허허 웃으며 미리 준비해놓았던 담배를  통채로 안겨주며 세상에 공짜가 어디있느냐 저절로 썰어서 피우라고 《로동개조》시키는것이였다.

술이 귀해서 새도 쪼아먹지않는 세월이였다. 술을 얻어먹자면 하다못해 과부집을 찾아다니며 김치움을 파주고 도끼나무라도 한발구 해다주어야한다. 목숨처럼 귀한 술을 꿀에 타서 푹 띠운 담배는 온동네 인심을 도거리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런데 자랑끝에 쉬쓴다고 아버지의 담배는 어느날 끝내 화를 불러왔다.

어느해, 아버지가 목재판에 가서 귀중한 황벽나무뿌리를 통채로 파서 정교하게 만든 담배통이 통채로 잃어졌다. 일년사철 한번도 아버지곁을 떠난적없는 귀중한 담배통. 보물단 지가 잃어지다니? 아버지는 아무 내색도 내지않고 생당쑥뿌리를 파다가 정성껏 다듬어서 담배물주리를 만들었다. 아버 지는 알심들여 만든 담배물주리에 탄알깍지를 끼워서 제법 번쩍이는 외국제 담배물주리를 만들었다. 놋쇠줄을 박고 쇠줄칼로 곱게 쓸었다. 얼기설기 뿌리내린 조각품에 오소리기름까지 칠해서 제법 구라파소설에 나오는 멋진 서양공예품을 련상시켰다. 나는 너무도 기뻐서 환성을 올리였다.

며칠 기다려도 나를 줄념을 않더니 담배 한봉지와 물주리를 신문지에 꽁꽁 싸서 나더러 상해집체호의 원홍강한테 갖다주라는것이였다. 왜? 귀중한 담배묵지를 돼먹지못한 홍강에게 선물합니까? 그냥 갖다주라고 등을 떠미는것이였다. 한사코 고집하는 아버지의 얼굴에서 나는 뭔가를 짐작했다.  틀림없이 담배지골인 원홍강이 날마다 아버지한테서 담배를 얻어피우는게 시끄러워서 담배통채로 훔쳐간게 분명했다. 아버지는 미운놈 떡 하나 더 주라고 며칠밤 쉬지않더니 담배물주리를 생각해 냈던것이다. 도독놈에게 벌을 줄대신 오히려 장례하는 아버지가 어이없어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섰다.

개새끼 죽여버린다! 쥔벽을 문이라고 차고 나가는 나를 아버지는 꼭 붙잡고 당부한다. 아직 세상물정을 모르는 햇비둘기들이 앙심먹고 도적질한것이 아니란다. 립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철부지들을 두메산골에 보낸 부모들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겠느냐 번화한 상해에서 낯선 북간도 두메산골에 철부지들을 보내고 날마다 뜬눈으로 피를 말리는 부모들을 생각하란다. 내가 낯선고장에 뿌리박겠다고 호적까지 옮기면 어떻게 살았겠느냐 그러니 친혈육이라고 생각하고 용서하잔다. 아버지는 상해 비둘기들을 진짜 내 자식으로 생각하고있었다.

과연 며칠후 홍강이는 남들이 다 잠든 한밤중에 담배통을 신문지에 싸들고 술 한병에 상해사탕까지 들고 아버지를 찾아왔다. 깊은 자책감에 눈물이 글썽해서 물주리를 만드느라고 손마디에 장알이 박힌 아버지의 두손을 꼭잡고 어깨를 들먹이며 뒤말을 잇지못하는것이였다. 죽을때까지 아버지  만들어준 담배물주리를 잊지 않겠다고 열백번 맹세하였다.

…빈하중농의 추천을 받아 대학에 갈때 원홍강은 나에게 데트론 (的确良) 상해바지를 선사하였다. 나는 그 바지를 보물처럼 아끼서 졸업할때까지 입었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업에 참가해서 20년만에 우연한 기회에 상해로 출장갔다가 요행 원홍강을 만났다. 세월을 피하는 장군이 없다더니 귀밑머리가 희슥희슥한 중늙이가 다되였다. 그가 뜻밖에 비단보자기에 소중하게 간직한 생당쑥담배 물주리를 내놓는것이였다. 담배를 끊은지 오래지만 집체호생활을 회상할 때마다 아버지의 손때묻은 담배물주리를 친구들에게 자랑하며 영원히 잊지 못할 두번째 고향인 연변인품을 길이길이 전해 가고있다는것이였다…

홍강이는 나에게 재삼 부탁을 하였다. 아들놈이 지금도 위병을 앓고있는데 숱한 약을 써도 낫지 않는다면서 돌아가면 생당쑥을 보내줄수 없겠는가 알고보니 내가 대학에 간후 홍강이가 위궤양으로 앓고있는것을 알게된 아버지는 동지섣달 떵떵 얼어붙은 산비탈에서 생당쑥뿌리를 파다가 어머니더러 환약을 만들어서 홍강에게 먹였단다. 놀랍게도 생당쑥약을 먹고 위궤양이 떨어져서 몇십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끄떡없단다.

도대체 생당쑥이 뭐길래 나는 동의보감을 찾아보았다. 생당쑥은 족태양경(足太陽經)에 들어간다. 뿌리와 흙을 버리고 잘게 썰어서 쓴다[입문]. 主熱結黃疸 通身發黃 小便不利 治天行時疾 熱狂 頭痛 及瘴瘧(本草). 열이 몰려 황달이 생겨 온몸이 노랗게 되고 오줌이 잘 나가지 않는것을 낫게 한다.  [白蒿][백 호.다북 떡쑥]性平 味甘 無毒. 성질은 평(平) 하고 맛은 달며[甘] 독이 없다.

白蒿 蓬蒿也. 所在皆有春初最先 諸草而生 上有白毛着澁頗似細艾 2月採自春及秋 香美可食醋淹爲葅 甚益人(本草). 백호는 봉호(蓬蒿)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향기롭고 맛이 좋아 먹을 만하다. 식초에 재워 생으로 절여서 먹으면 산후풍이 낫고 몸이 아주 좋아 진다.  5장륙부 사기 풍, 한, 습으로 생긴 비증(痺證)을 낫게 한다. 몸이 차면서 명치 끝이 아프면서 늘 배고파하는 위병을 낫게 한다.

홍강이가 동의보감을 읽은것도 아닌데 생당쑥을 신선처럼 믿고있었다. 그는 현대약물이 아무리 많아도 생당쑥이 최고면서 기어코 부탁하는것이였다…

아. 생당쑥! 아버지 어머님의 고달픈 소망이 깃든 인질쑥이여 버림받은 땅에 뿌리내린 망향초는 오늘도 부모님의 뜨거운 인정을 전해주고있다… 생당쑥뿌리에는 아버지의 령혼이 슴배여있고 생당쑥잎에는 어머니의 숨결이 맥박친다. 연변땅 어디서나 쉽게 만날수 있는 생당쑥은 나와 원홍강에게 영원히 잊을수없는 추억을 새겨준 망향초였다.  

                                                      2014년 6월 추석 수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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