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창작마당
화장실
2014년10월17일 10시18분    조회:1911    추천:2    작성자: 리태근
화장실    
 
 
            리태근              

        
     30년전만 하여도  연변농촌 화장실은 살풍경이였다. 도시는  공동변소를 사용할수있는데 농촌은 공 동변소는 떠올리기조차  무서웠다. 두도진은 평강벌의 정치문화 중심이라 《변소혁명》(농촌에서는 화장실을 변소라고 한다.)을 억세게 틀어쥐였다.  궁둥이 들여다 보이는 공동변소는  겨울이 면 오물이 뾰족산처럼 치솟아서 궁둥이를 찌른다.  새벽부터 변소앞에 늘어선 사람들이 배를 끌어안고  발을 동동 구르는 풍경은 전쟁판이다. 출근시간이 당장인데  누구도 양보하려 하지않는다.  골목에 줄줄이 늘어선  개인변소마다  자물쇠를 놓았다. 그래서인가  애들과 늙은이들의 목에 변소열쇠가 금목걸인양 걸려 있었다.
 
   변소대권을 틀어쥔게 정권이나 잡은듯 우쭐했다. 변소규률도 엄격했다. 대낮에 혹간 지나가던 사람들이 급한 일부터 처리하자고 사정하면  빌려 줄수도  있지만  드바쁜 아침출근 시간에 《변소면목》을 내는건 도무지 용서할수 없단다. 로인들이 딱한 사정을 봐주다가 봉변을 당한 일이 한 두번이였던가? 또다시 착오를 범하면 열쇠를 몰수한다고 계엄령을 놓았다. 그런데   인정사정 모르는 아이들이 변소문을 잠그지 않아서  잠간사이  공동변소로 변한다. 며칠새에  오물이 넘쳐나서 발 들여놓을 자리가 없다. 뉘집에서 잘못했으면 부모가 책임지고 오물을 쳐야 한다. 만약 거절하면 열쇠를 몰수 당한단다. 《울며 겨자 먹기》로 변소를 치는 부모의 심정은 어땠을가?...
 
    동네사람들은 사정하다 못해서  변소료금을 내겠다고 자보했다. 줄집들의  딱한 처지를 받아 들이기로 했다.  돈관리는  로인들의 복리를 해결한단다. 처음 며칠은 그런데로 질서가 잡히는듯 하던게 보름도 안되여서 외상노름이 생기면서 말썽이 일어났다. 오전짜리 두부도 마음대로 사먹지 못하는 딱한 형편을  봐서라도 월말에 계산하면 안되는가? 그런데  외상고기값은 싫은대로 갚는 데  밀린 변소장부는  제때에 청산하지 않아서 말썽이 대단했다.
 
    아무때던지 변소치기가 말썽이다. 위생담당자는 오물을 제때에 처리하지 않는 변소를 페쇄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더구나 사용권한도 없는데 오물이 넘쳐나는 우리 동네 변소를 눈에 든 가시로 보았다.  주민들이 무조건  없애라고 고발한단다.  방법없이 남정들이 팔소매를 걷고 나서야 했다.  아침 식사때마다  변소문제 때문에 말썽이 일어나서 모두들 먹었던 음식이 올라 온단다. 변소때문에  귀찮아서 이사가는 집들도 많았다.
 
     향진은 그런대로 공동변소가 있어서 억지로 뻗치는데  농촌은 살풍경이다. 여기 저기 서있는 변소들은 술에 취한 나그네처럼 바자굽에 쓰러질듯 기대여 있었다. 변소는 아예 문짝도 없었다. 변소벽은 가마니로 대수 걸쳐 놓았는데  바람에 기발처럼 펄럭인다. 화장지야 더 말해서 뭘하랴 아이들이 쓰다남은 공책이면 고급이요, 옥수수껍질이 아니면 풀잎이였다. 때도 시도 없이 달려가 는 아낙네들이 망짝같은 엉덩이를 그대로 휘둘러서 눈부신 광경이 펼쳐졌다. 아낙네들의 허연 엉덩이는  총각들의 눈뿌리를 빼기 한창이다. 홀애비들이 아낙네들의 엉덩이를 실컷 눈요기 하다가 걸려 들어서 구류당하는 일도 한두번이 였던가?
 
    여북했으면  홀애비는 뉘집 아낙네의 엉뎅이가 얼마나 큰지 무슨사르마대를 입었는지 손금보듯 빤히다고 나발불어서 부부간이 대판싸움이 일어났다..  마을에는 그런대로 허줄한 뒤간이래도 있어서 바쁜일을 처리하지만 전간(논밭)에서는 광활한 천지가 공동변소라 웃기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였다. 유리알같은 논판에서 남정들은 돌아서면 변소인데 아낙네들이 문제란다. 그렇다고 마을로 들어 갈수도 없고 엉뎅이나 가리울수 있는 논도랑과 밭머리를 만나면   까투리처럼  골을 틀어박고 뒷일을 보았다. 모짐 지던 홀애비가 한눈을 팔다가   아낙네들의 흜폭탄에  맞아서 도망치던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
 
   처음으로 한국을 벙뮨하던 날   연변조선족의 깨끗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안전면도와  새하얀 화장지까지  갖춰가지고 떠났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화장실에 달려갔더니 고급비누며 향기 넘치는 크림과 달덩이같이 새하얀  화장지가 알뜰하게 갖춰져 있을줄이야,  작으만한 려관에도 칸칸마다 화장실리 갖춰져 있고 일회용 치솔, 면도칼까지 갖춰져있었다.  음식상마다 무료생수와 위생지가 준비되여 있었다. 결국 가지고 갔던 소지품을 아쉬운대로 휴지통에 버리고 말았다. 언제면 우리도 한국처럼 발달할가? 한숨만 펄펄 내쉬던 일이 어제같은데 눈앞에 그 모든것들이 현실로 펼쳐지고있다.
 
    서울거리에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고민하던 사장님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던 일이 어제같은데  오늘은  내가 자가용을 몰고 모아산에 올라가 보니 태양에너지 조명등을 즐비하게 늘여세운 휘넓은 주차장에 외재차가 꽉 박아 들어서서 주차할 곳이 없단다.  소나무, 잦나무 우거진 관목림속에 시원스레 뻗어간 조약돌 반짝이는 유람길에는 《연변사람》들의 랑만의 서정이 물결친다.
 
   모아산 기슭에 정가롭게 자리잡은 화장실은 궁전이냐, 별장이냐, 새하얀 타일로 깔끔하게 꾸며놓은  화장실에서 아름다운  음악멜로디가 은은하게 울려 온다..천연색 조약돌 반짝이는 유보도를 지나서 대리석으로 깍아만든 18층 층계를 굽이굽이 감돌아 모아산 정상에 오르니 산기슭에 사과배향기 넘쳐나고 무연한 옥토벌에 황금물결이 하늘가로 물결쳐간다. 무릉도원이 웬말이냐 , 금수강산 예로구나, 그 옛날 석탄연기에 그을리던 국자가는 어데론가 사라지고  즐비한 층집들이 땅을 차고 일어섰다. 날따라  몰라보게 변하는 도시 한복판을 헤가르며 출렁이는 부르하통하 행복의 노래소리 싣고 내달리는 뽀트에 넘쳐나는  웃음소리

아!  예가 바로 살기좋은 내 고향 연변이다.
 
    평범한 공중화장실에서 한 나라의 정신문명을 보아내고  가정의 화장실에서 행복한 현주소를 읽을수 있다. 화장실은 우리 모두의 마음의 창문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머물던 자리는 향기 넘친다. 화장실문화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끊임없이 엮어나갈 것이다.
                                                         
 
               2008년 11월 5일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8
결과가 없습니다.
‹처음  이전 1 2 3 다음  맨뒤›
  • 공지사항
  • 자유토론방
  • 최근리플 | 가장많이본글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