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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핸드폰
2015년2월27일 10시16분    조회:2136    추천:0    작성자: 리태근
눈먼 핸드폰

두만강
 
    친구가 이 세상에 남긴 재산은 달랑 눈먼 핸드폰 한개였다. 한주일전만해도 친구의 목에 걸려서 신성한 주인행세를 하던  핸드폰 한개뿐이였다. 초원에서 양들의  목에다 채워주던 흔해빠진 (소령통) (小灵通)핸드폰이건만 친구에게는 마지막 생명의 불길을 지펴준 초불같은 존재였다.  문패도 번지도 없는 핸드폰은 천당에서 들려오는 하느님의 목소리 호출기인가? 한달에 한 번씩 울려오는 마누라의 가냘픈 목소리 발신자였다. 받을수는 있지만 칠수없는 외가닥 핸드폰을  목에 걸고 날마다 무슨 생 각을 했을가?  저 세상을 떠나는 친구가 왜서 기어코 핸드폰을  나에게 맡겼을가?  오늘도 하늘나라에서 마누라의 목소리를 애타게 기다릴 친구에게 한시급히 핸드폰을 보내려는데 주소를 몰라서 망설인다.
   
   박달나무같이 단단하게 생긴 사나이가 왜 중풍에 걸렸을가? 기어코  일어서겠 다고  대들보에 바줄을 매고 날마다 매달리던 처절한 정경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동서남북 고금중외 의사들을 다 찾아 헤맸건만 사랑이 모자랐던가? 정성이 모자랐 던가?  행운이 따라주지 않았던가?. 앉은뱅이 남편을 살리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수족을 못쓰는 남편을 두고 돈벌러 떠나는 마누라를 누가 말립니까? 떠날 때는 설날이면 온다고 했건만 창살에 매달린 까치와 함께 보낸 설날이 몇번이던가? 집집마다 푹죽소리 요란한데  쪼각달 기우는 양로원창가에 개짖는 소리만 처량하다.
 
   외할머니 손에서 고아로 자라나서 양처럼 순박했다. 우리 둘은  한 책상에서 누룽지를 나눠먹으며 무랍없이 커갔지. 문화혁명때 목숨걸고 한 전호속에서 싸우던 친구요,  평생두고 잊지 못할 입단소개인이다. 가난이 원쑤였지, 잘 곳이 없어서 소학교를 그만두었을 때 내 집에 모셔온게 목이 메서 한평생 그림자로 붙어 다녔다. 어쩌면 우리 둘은 한 넝쿨의 호박과도 같았다. 내가 빈하중농의 추천을 받아서 사업에 참가했던 시골 령식관리소에 취직한것도 정해진 똑같은 운명이였다. 인생 끝이 비극일줄 알았으면 언녕 골안을 떠나야 했는데  그것도 주어진 운명이라고 한마음 다 바쳤건만 차례진게 무엇이냐? 간력이 한줄밖에 없는 당안이 가랑잎이 될줄을 누가 알았으랴? 한편생 분투했지만 일전 한푼 없는게 운명이라고  지금부터 맞들고 벌면 잘 살날이 온다고 굳게 믿던  면양같은 친구야…
 
   철밥통에 매달려서 활개치던 그때는 좋았지. 중량(中粮)을 새긴 작업복을 떨쳐입고 《동풍표》손목시계를 번쩍거리며 처녀사냥을 할때가 좋았지, 룡이 승천했 다고 처녀들이 줄쳐 따르는게 그토록 시샘이 났던가? 마누라가 치마자락 걸머쥐고 달려 들었지. 갑돌이와 갑순이로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백년해로  하겠다던 맹세는 어딜갔느냐?  벽돌집에서 석탄불때며 오손도손 살때는 부러운게 없어서 남편을 하늘같이 모셨던가? 얼음우에 박밀듯 잘 나간다 했는데 철밥통이 박산날줄 이야.  락옆이 흩날리는 날,  이삿짐싣고 돌아오던 친구의 가슴에는 피고름이 말라 붙었다. 사람팔자 시간문제라더니 그때부터 떠도는 부평초였던가?  달마다 쪽박수레 에 이삿짐싣고 쫒겨 다닐 때 마누라는 무슨 생각을 했을가?
  
     긴병에 효자가 없었다. 벼락맞은 남편을 살리겠다고 출국하는 마누라를 누가 말립니까? 첫사랑이 밥을 먹여 주는가?  돈 없으면 사랑도 자식도 아무것도 없단다. 손에 쥔게없이 마주 보는게 짜증났던가? 나날이 잦아드는 남편을 내 눈으로 보지않고 멀리서 문안하는 게 편안했던가? 첫사랑이 떠나간 양로원은 철창없는 《감옥》으로 변해 버렸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고 친구에게는  더는 살뜰하게 다가서는 살붙이도 없었다. 날마다 철창없는 《감옥》에서 눈치밥 먹으며 눈먼 핸드폰을 만지는 친구가 가엾다고 할가? 불쌍하다고 할가? 뭐라고 위안할가? 양로원을 떠날 때마다 철창에 매달린 처절한 모습이 안스러워서 뒤걸음질 하는데 자욱마다 피눈물이 고일줄이야… 
 
   펀펀한 남편을 죽었다고 구실대고 외국으로 시집가는 세월에  찌그러진 남편을 잊지않고  다달이 경비를 보내는것만 해도 대덕인줄 알란다. 신호만 보내면 즉각 대답한다고 열백번 다짐했건만 시도 때도없이 치는 전화가 사장님의 눈에 거슬렸는가?  잠깐만, 잠깐만, 나중에, 나중에, 한다던 전화가 열밤이 지나도  한강에 돌을 던졌는가? 새날이 밝고 한밤이 지나도 개미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식당일에 지쳐서 잠든 마누라를 깨울가 핸드폰만 만지는데  상상할수록 마누라가  《백모녀》로 변해서 당하는 장면이 떠오르면서 온몸에 피가 꺼꾸로 솟는다.  더는 참지 못하고 죽어라고  건반을 두드리는데  한국핸드폰은 언녕 죽은아기 가슴처럼 차갑고 랭랭하니 반응이 없다. 
 
     아! 별찌 떨어지는  남쪽하늘을 바라보며 서리낀 창살을 두두리며 피 터지게 웨치는 친구의 웨침소리를 누가 말립니까? ...
 
    눈먼 핸드폰으로 더는 마누라를 지휘할수 없다는것을 알았을 때, 하늘 땅이 무너지고 천지가 뒤번저졌는가?  애매한  핸드폰이 마누라 얼굴로 변해서 얼마나 두둘겨 맞았던가?  죽어라고 두둘겨 패다가도 행여나 그리운 목소리가 끊어질가 가슴에 꼭 끌어안던 애물단지여. 신끈에 매달린 핸드폰은 소꼬리에 매달린 똥달개 였던가? 차라리 소목에 매달렸으면 호사를 받으련만 산송장의 가슴에 매달려서 듣지않는 욕인들 얼마나 먹었으며 보지않는 주먹맛을 얼마나 맞았던가? ...
 
     금생에 남길 유감이 무엇이냐? 물었더니 부부간에도 돈이 첫째란다. 돈이 없으면 논밭에 내세운 허수아비란다.  건강이 없으면 사랑도 자식도 아무것도 없단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자기를 죽음에로 내몬 《살인자》는 술이란다. 젊었을 때 강철같이 믿고서 술독을 들이킨게 중풍을 불러왔단다. 눈만 감으면 저승에 간 술친구들이 어서오라 손짓 한단다. 고향의 선배들이  술때문에 제명을 못살고 죽은줄 뻔히 알면서도 술독에 빠진게 백번죽어 싸단다. 이제와서  후회한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지  뻐스는 이미 떠났단다. 두 다리가 성했을  때 마누라를 업고서 한국유람을 하지못한게 원통하단다.
 
   핸드폰이 눈이 멀기를 잘했지, 록음기였으면 무슨일을 쳤을가? 양로원이요, 행복원이요, 장수락원이 어디메냐? 누데기이불에 지린내가 진동하는데 썩은 음식물을 차려놓고 쥐들이 잔치를 벌린다. 오줌에 게발린 누런 침대는 바퀴들이 운동대회가  한창이다. 돈에 따라 정해진 루추한 호실에는  텔레비죤이 웬말이요? 신문쪼박 한장 없었다. 죽음의 공포속에서 날마다 얼마나 숨막혔으면 라지오를 구걸했을가? 눈만 감으면 마누라와 함께 진달래동산에서 머루다래 따던 추억이 달려온단다. 저 멀리 달려가는 마누라의 치마자락을 잡았는데 갑자기 독수리가 마누라를 채간다...피가 꺼꾸로 솟구쳐서 죽어라고 소리치는데 핸드폰줄에 목이 멧던가? 찬바람 스미는 창살에 목바를 걸다가 핸드폰이 만지우면 마누라의 온기가 전해 왔던가? 눈먼 핸드폰 소리는 가냘픈 희망의 메세지였다.
    
    돈벌어 오면 상해로 병치료 떠난다던 고마운 약속을 핸드폰에 새겼는가?  부처님의 념불처럼 가슴에 걸고서 날마다 죽음의 낭떠러지에서 몸부림치던 친구야. 하필이면 설날을 앞두고  떠날게 뭐냐?  굳어버린 가슴에서 눈먼 핸드폰이 울린다. 사망신고를 듣고 울려오는 마누라의 전화소리에 누가 대답합니까?  때지난  전화소리는  창살에 부딛쳐서 저 멀리  고향의 하늘가로 울려퍼집니다...
 
2013년 9월찬구의 령전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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