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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멧노랑나비
2015년2월27일 07시07분    조회:1373    추천:1    작성자: 지팡이위의 다이아몬드-j
각시멧노랑나비
 
1
나는 소란스러운 4월에 태여났다.산지의 추움을 아직 채 물리치치 못한 봄날인 오늘은 나의 생일이다.태여남은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였지만 엄마가 나를 탄생시키는데 꼭 이유가 있다고 나는 믿었다.지금 내가 있는 이 곳은 도대체 어떤 곳일까?호기심이 날더러 어서 눈 한번 떠보라고 한다.
내 시야 아래로 보이는건 머리를 반쯤 내민 연두빛 새싹이였다.밑이 보인다는건 내가 지금 일정한 높이에 머물러 있다는 것인데도 나는 그 사실에 실망하고 말았다.위를 올려다보니 저 높디높은 하늘과 나 사이의 거리가 훨씬 멀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더 높이 태여나지 못했음에 실망이 컸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일외에 나는 아무것도 할수없었다.나는 현재 알이였으므로.갈매나무 제일 낮은 가지에서 태여난…
“안녕,나는 바람이라고 해.”
인사를 건네는 목소리와 함께 포근히 나를 감싼 어떤것이 느껴졌다.눈에 보이지 않아 한참이나 그 존재를 찾으려고 두리번거렸으나 그 목소리와 어울리는 존재는 어디에도 없었다.
“넌 나를 볼수 없을꺼야,나는 맛도 냄새도 빛갈도 없이 투명하니까.그대신 넌 나를 느낄수 있어.”
말이 끝나자,또 한번 포근한 기운이 나를 감쌌다.나는 내가 그 포근함에 일찍 부화할까 두려웠지만 한편 신기하기도 했다.
“지금,넌 알로 보이는데 네 엄마는 누구셔?”
나는 바람의 물음이 이상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되물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해?”
“당연하지,네 엄마가 누군지 알아야만 네가 이후 무엇으로 태여나는지 알수 있거든.”
바람의 태여난다는 말에 나는 그만 멈칫했다.얼굴 한번 보지못하고 나의 곁을 떠난 엄마의 배속에서 첫번째 탄생을 맞이했다면 멀지않아 내 스스로의 힘으로 두번째 탄생을 맞이해야 한다는걸 그때서야 알았기때문이다.나는 알이였으므로.그래서 지금 당장 바람에게 줄수 없는 해답이여서 나는 나를 위해 시간을 벌어두기로 했다.
“바람아, 내게 시간을 줘,내가 누군지 안 그때 너에게 멋진 자아소개 해줄께.
나의 말에 모든 새싹들이 나를 비웃으면서 술렁이였다.하지만 바람은 그들과 어울리지 않고 나의 편이 되여주었다.
“그래,기대할께.”
2
이 세상에 태여나서부터 자신이 누군지 아는 존재가 있는가 하면 자신이 누군지 알아가기 위해 태여난 존재도 있다.또한 태여나서 알뜰한 보살핌속에서 자라나는 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힘을 빌어 스스로 자라나야만 하는 알이 있다.
그 누구도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내가 누군지.
다만 한가지만은 내가 알고 있다.나는 엄마에게 버려진 고아라는걸.
슬픔으로 목이 메여 왔다.
저 멀리서 붉게 타오르는 노을를 보는동안 내물도 붉어졌고 새싹들도 붉어졌다.심지어 내 몸도 어느세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모든것이 고요함속에서 타오르고 있을때 이 고요함을 깬 목소리가 있었다.
“안녕,난 아침부터 너를 지켜봐 왔어.저녘이 다가오는데 너의 엄마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거야?”
“응,우리엄마 멀리 여행갔나봐,조만간 돌아오지 못할거 같아.”
내가 엄마에게 버려진 고아라는걸 들키지 않으려고 거짓말로 둘러댔다.그러자 상대방이 근심스러운 말투로 내게 다시 말을 했다.
“아무리 봄이라지만 산지의 저녘은 우리같은 알이 견디기 어렵게 춥거든.엄마의 품이 없이는 따뜻한 온도를 유지할 수 없고 그렇게 된다면 우린 부화하기 어려울꺼야.”
품.따뜻함.이런 단어들이 내 귀에 닫는 순간 나는 더이상 주체할 수 없었다.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오는걸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엄마는 왜 나를 두고 떠나버렸을까?
한참의 정적이 흐른뒤 나는 온갖 슬픔을 정리하고 해맑게 웃으며 내게 말을 건넨 알에게 말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난 괜찮아.엄마가 나를 떠난건 내가 엄마의 따뜻한 품이 없이도 잘 자랄수 있다는걸 믿기 때문일꺼야.”
그말은 내가 고아로 된 이유에 대한 해답이였다.내가 왜 이 세상에 혼자 남겨졌는지에 대한 해답이기도 했다.
“와!이건 멋진 일이잖아.태여나서부터 스스로 모든것을 해나간다는거 말이야.”
나는 그 알의 감탄에 뿌뜻해지기 시작했다.그리고 한참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야 자신보다 몇배나 큰 그 알이 누군지 궁금해졌다.
“너는 누구야?”
“난 산닭알이야,내가 태여나면 병아리로 되고 더 자라나면 산닭으로 된데.”
“아,그렇구나…”
이토록 자신이 누군지 잘 알고있는 산닭알이 부러웠다.나는 누굴까? 또한번 자신에게 되묻는동안 산닭알이 물어왔다.
“넌?”
나는 바람에게 했듯이 산닭알에게도 그렇게 말했다.
“나에게 시간을 줄수 있겠니? 내가 누군지 알아가는 시간말이야,때가 되면 꼭 너에게 내 모습을 보여줄께.”
새싹들이 킬킬거리며 나를 비웃었고 산닭알은 믿을수 없다는듯 나를 쳐다보았다.나는 그 눈길이 불편해서   짧고도 힘있는 목소리로 이 대화를 끝냈다.
“난 내가 누군지 알아가기 위해 이 세상에 태여났거든.”
3
봄빛으로 짙어져가는 세상에서 나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갔다.내게는 내가 들을수 있고 내가 볼수 있고 내가 느낄수 있는것이 세상이였으니 지금,내가 들을수 있고 볼수 있고 느낄수 있는것이 이 산지다.아니,내가 생각한것보다 더 넓은 산지였는지도 모른다.아무튼 내가 말한 세상은 아직 그리 크지 않다는걸 나는 안다.
아름답고 싱싱한 이 세상을 두고 내가 바라보는게 또 하나있었다.그것은 나와의 거리를 눈으로 가늠할수 없을 정도로 먼 하늘이였다.나를 매료한 하늘을 담을수 있는 유일한것이 이슬이였다.나는 며칠을 그 누구와의 마주침도 없이 눈길을 하늘에게만 줄수 있었다.
헌데,바라보는 일이 가끔 힘들때가 있다.닫을수 없다는 생각에 내 마음은 힘들어 제자리를 지키기 시작했다.나는 더이상 성장을 원하지 않았고 자신을 알아가는 일에서조차 포기하려했다.그런데 언제부터 나타난 새하얀 존재가 나와 하늘의 거리를 단축시켰다.바람은 그것을 구름이라고 내게 가르쳤다.구름이 나타남으로하여 나의 가슴속 희망은 또다시 미누거품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나는 멈췄던 성장에 다시 노력을 기울였고,언젠가 구름을 딛고 하늘을 만나봐야겠다는 꿈까지 품게 되였다.하늘에 내가 누군지에 대한 답이 있을것만 같았다.
4
나는 여기서 나가야만 했다.점점 커져가는 나의 몸집을 더이상 담을 수 없는 이 빼좁은 공간에서 숨쉬는 일마저 내겐 무리로 되였다.나는 이를 앙다물고 온힘을 써서 이 공간을 뚫고 나가려 했다.금방이라도 뚫릴것 같았다.하지만 이 고무같은 막은 좀처럼 뚫리지 않았다.
“엄마…...”
나는 울먹이면서 한번도 내곁을 지키지 못한 그 여인을 불러본다.대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바람도 아무 대답 싣고 오지 못한채 휙하고 지나가 버렸다.
“힘을 내!”
산닭알이 나를 응원했다.
‘맞아,내가 아픔을 견디고 나를 감싸준 이 보호막을 뚫고 나가야만해.그래야 다시 태여날수 있으니까.’
바람의 말도 생각났다.
“네 엄마가 누군지 알아야만 네가 이후 무엇으로 태여나는지 알수 있거든.”
그랬다.나는 나의 태여남으로하여 내 엄마가 누군지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얍----“
내가 온몸으로 꿈틀그리자 보호막이 작게 찢어졌다.나는 그 틈새에서 바람을 느낄수 있었다.산지의 공기는 언제나 그랬듯이 맑고 투명했다.나는 “란”생처음으로 보호막이 없이 공기를 접해본다.바람은 계속해서 공기를 나에게 보내주었다.나는 느낄수 있었다.그 어딘가에서 맑고 투명한 눈으로 나의 탄생을 지켜보고 있을 바람의 시선을.
몇분간의 몸부림끝에  더디어 그 막을 뚫고 나왔다.나는 또다른 자신을 맞이하게 되면서 자신이 알이였을 때의 모든것을 잊기 시작했다.
5
아침 이슬은 함초롬히 갈매나무잎을 적셨다.맑고 투명하고 맛도 없는 이슬은 바람을 많이 닮아 있었다.다른것이 있다면 하나는 무엇을 비춰내는것으로 내 눈에 보였고 다른 하나는 내 눈에 보이지 않았다.늘 나의 거울이 되여준 이슬은 내 꿈인 하늘뿐만아니라 나의 모습까지 담고 있었다.꿈과 내가 하나로 될수 있게 만드는 거울.나는 그 거울속에서 두번째 탄생을 맞이한,진한 록색과 함께 유연한 몸매를 가진 애벌레인 나를 보았다.
나는 벌레였던것이다.아득히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바람이 다가왔다.나의 정채가 무엇인지 대답을 기다리는 바람에게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미안...”
내말이 채 끝나기도전에 바람이 나를 뜨겁게 포옹하면서 나의 탄생을 기뻐해 주었다.
“꼬마야,태여난거 축하해.”
“하지만…”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내 앞에 머물러 있는 바람의 숨결을 느낄수 있었다.잔잔해진 숨결은 내 두려움을 어딘가로 데려갔고 나는 그만 그에게 설레는 감정까지 느끼게 되였다.
“바람아,넌 참 자유롭구나.네가 다녀간 곳마다 모두들 자유롭게 춤을 추잖아,너를 만나는 사람의 머리결까지도 자유로와지는것 같아.”
자유로운건 무언가를 떠나보내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했다.어쩌면 바람이 날 구름곁으로 데려다 줄수 있는지도 모른다.
“나를 저 구름곁으로 데려가 줄수 없겠니?구름 딛고 하늘에 오르는 일은 내가 할께.”
바람은 갈매나무 주위를 몇바퀴 맴돌더니 내옆에 자리 잡고 앉았다.그리고는 맑고도 투명한 목소리로 내 청을 거절했다.
“꼬마야,때로는 말이야,자신보다 남이 나를 잘 알 때가 있어.지금은 내가 너보다 너를 더 잘 알아 하는 얘긴데 너는 스스로의 힘으로도 충분히 하늘에 오를수 있어.”
하늘에 오르려면 날개가 필요하다는 예기를 산닭알에게서 들은적이 있다.나에게는 하늘을 날수 있는 날개가 없었다.나를 움직여 주는건 열쌍 조금 넘는 이 다리들뿐이였다.이 다리가 설마 날개로 될수 있다는 얘긴가?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하지만 나는 여전히 자신이 없었다.
“나에겐 날개가 없어. 그런데도 하늘로 가는게 가능할까?”
“지금 없다고 해서 이후에 없는건 아니잖아.너는 충분히 하늘을 날 능력이 있어.”
바람이 나를 굳게 믿고 있었다.그리고 그는 나도 모르는 나를 조금이나마 안듯했다.나는 보이지도 않는 바람이 보이기나 한듯 한곳에만 시선을 두었다
“난 네가 무슨말을 하는지 통 이해가 가지않지만 그래도 계속 듣고싶어.네 말을.”
바람이 나를 한없이 부드럽게 감싸주고는 멀리 떠나갔다.바람과의 거리를 나는 느낄수 있었다.차가운 기운이 나를 스쳤기에.조금 슬퍼지려고 한다.멀어진다는게 내겐 이별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바람의 목소리가 메아리를 타고 되돌아왔다.
“꼬마야,네가 누군지에 대한 대답은 내가 해줄수가 없어.그건 네 스스로 찾아야 하는 대답이니까.너를 위해 내가 해줄수 있는건 너와 함께 떠나는 일뿐이야.”
나는 바람이 나를 저 하늘로 떠나보내주기를 원했지만 바람은 나와 함께 하기를 원했다.이렇게 우리는 서로 다른 존재여서 생각도 많이 달랐다.나는 그런 바람이 싫지 않았다.
6
어둠은 어둠대로 짙어져 갔고 모든 생명이 고요히 잠을 청하고 있어야 할 밤.이때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다.소리는 아래쪽에서 전해져 왔다.
“나왔나봐!”
모두들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는 누군가의 탄생이였다.나는 꿈틀꿈틀 갈매나무끝으로 다가갔다.조금 열린 알의 틈새 사이로 뾰족한 부리를 가진 아기 새가 보였다.하늘을 올려다 볼때,가끔 시선에 나타나는 뾰족한 부리에 윤이나는 날개로 하늘을 질러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정체와 흡사했다.바람은 그것을 새라고 불렀다.새들이 짝을 지어 하늘을 가르며 사냥 할때마다 나는 그들의 등을 타고 하늘을 날고 있는 환상을 한다.그런데 우연히 들은 얘기로 하여 그 환상이 환상으로만 머물게 되였다.그들의 사냥대상은 우리였다는 얘기때문에.
아기“새”가 완전히 알에서 벗어나게 되자 나는 이름못할 두려움으로 뒷걸음질을 쳤다.나의 느린 행동과 폭넓은 몸놀림이 그의 눈길을 끌었는지 그는 나의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저기,저 애벌래.”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바람에 마른 그의 털은 뽀송뽀송 했고 연한 토색을 띄고 있었으며 나를 향해 깜빡거리는 동그란 눈은 밤하늘의 별 같았다.무섭기는 커녕 사랑스럽기까지 하였다.무엇보다 갓 태여난 그의 가슴량옆에 달린 날개가 부러웠다.같은 알에서 태여나서 그런지 우리는 제법 통하는것이 있었다. 삐악삐악거리는 그의 말도 나는 알아들을수 있었으니.나는 아기”새”가 우리같은 애벌레에게 천적이라는 사실도 까맣게 잊은 채 그에게 말을 걸었다.
“넌 알속에서부터 날개를 갖고 있었던거야?”
“응.”
우리들의 대화에 새싹들이 나와 아기”새”를 번갈아보기 시작했다.그들의 마냥 신기하다는듯한 눈길을 나는 느낄수 있었다.아기”새”는 상관없다는듯 날개를 파닥이며 시원한 기지개를 폈다.
“난 오래전부터 너를 기억하고 있었어.너의 탄생을 지켜본적도 있어.”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그와의 만남을.내가 아직 알이였을 때 만난 존재들,한 다짐들,한 이야기들,모든것이 까만 밤에 묻히듯 어딘가에 묻혀버렸다.기억되는 단 한 존재는 나와 함께 떠나주겠다는 바람.기억되는 단 한마디 말은 기대한다는 그말.모든것이 바람에 관한것이였다.나는 나를 오래전부터 기억해준 아기”새”에게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
“미안,나는 내가 알이였을 때의 나를 기억하지 못해.”
나는 그에게 바람만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로 했다.상처를 막을수만 있다면 이쯤의 거짓말은 용서 받을수 있을것 같았다.아기”새”는 생각보다 쿨하게 나에게 “괜찮아”라고 말하는듯한 눈길을 보내주고는 내게 자기를 소개해 주는 것이였다.
“그럼 다시 시작하자,이번에는 잊으면 안되.나는 알에서 태여난 병아리야,우리 엄마가 산닭이셔서 내가 크면 산닭으로 된데.”
분명 같은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왜 다른 이름을 하고 있는지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렇지만 나는 궁금한것을 묻지 않았다.물어도 대답없을 때가 많았기에,진정 왜라는 물음의 답을 찾으려면 직접 깨달아야했다.
“나는 애벌레야,내가 크면 무엇으로 되는지는 모르지만 바람이 그러는데 나도 언젠가 너처럼 하늘을 날수 있을꺼래…”
그는 조금 당황해하며 내 말을 싹뚝 잘랐다.
“네가 뭔가를 잘못 알고 있는것같아,날개가 있다고해서 꼭 하늘을 날수 있는건 아니야.”
나도 그의 말에 당황했다.
“그럼,하늘을 날지 못하는 날개로 무엇을 할수있어?날개가 있어도 하늘을 날지 못한다면 날개 없이도 하늘을 날수 있는거야?”
 “그건 잘 모르겠어,하지만 날개 없이는 하늘을 날수 없어.우리같은 닭도 아주 오래전에 하늘을 날수 있었는데 천적도 없고 먹이도 풍족한 어딘가에 머물게 되여 더이상 날개 쓸 일이 없어서 날개가 퇴화되여 날지 못하는거래.  근데 너는 왜 그렇게 하늘을 날고 싶은거야?”
하늘은 내 꿈이였으니까,그곳으로 가면 내가 누군지 알수 있을것 같았으니까,무엇보다 가볍고 자유로우니까.나는 병아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하늘을 꿈으로 삼은 나를 이해해주지 않아도.대신 나는 다른 질문을 그에게 던졌다.
“넌 꿈이 뭐야?”
“빨리 커서 알을 낳고 부화시키는거.”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는 그의 꿈을 내게 얘기했다.그의 꿈은 또한번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다른 심장을 갖고 있기에 품은 꿈도 다르다는걸 알고있었지만 그가 나를 이해하지 못할것처럼 나역시 그를 이해하지 못할것 같았다. 그리고 깨닫게 되는 하나.작은 심장으로 알과 같은 작은것을 품을수도 있고 그보다 큰 하늘을 품을수도 있다는것이다.심장은 작지만 결코 작지 않다는거.
“우리 병아리들이 부화하면 엄마들이 바빠지기 시작해,우리에게 살아가기 위해 배워야 할것들을 가르치지,벌레 잡는법,나와 같은 숫병아리에겐 홰를 치는법,그리고…”
같은 알에서 태여났지만 우리역시 많이 다르다는걸 나는 느꼈다.밤과 함께 깊어져야 하는 잠,병아리의 이야기속에서 어느세 새벽과 함께 깨여있었다.
7
그날이후 나와 병아리는 친구로 되여있었다.모든 존재들이 우리가 도대체 왜  친구로 되였는지 그 상황을  이해하지 않으려고 한다.그들은 먹이사슬의 법칙에 따라 하나는 먹히우고 또 하나는 덥쳐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던것이다.물론 이 자연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두려움이라는걸 항상 마음의 끝에 돌처럼 매달아놓아야 한다는걸 알고있었지만 그들이 너무나도 응당,당연스레 이런 틀속으로 자신을 가둬둔것에 나또한 이해가지 않았다.이해가 필요한 이 세상은 어느세 이해해야 한다는 마음조차 우리들에게 잊혀지고 있는것이다.
갑자기 새하얗던 구름이 먹물에 물들여진듯 까맣게 변하고는 하늘을 덮기 시작했다.파아란 하늘이 서슬푸르게 얼굴을 변하자 나는 그만 두려움으로 눈을 감을수 없게 되였다.하늘은 모든걸 지켜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그렇지 않으면 이 쌀쌀하고 음침한 날씨로 우리를 대했을리가 없다.
바람이 다가오고는 다시 스쳐지나갔다.감을수 없는 눈으로 나는 많은 존재들의 두려움을 보아냈다.그들이 작은 바람에 떨고 있는 동안 나는 바람에게서 느껴지는 막심한 배신감으로 하여 떨고 있었다.항상 포근한 바람였었는데,지금같은 때에는 괜찮아,괜찮아하며 나를 감싸줬어야했는데,며칠을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은 바람이 보고싶어 잠시 하늘을 잊은채 기다린 바람이였는데 그는 그만 나의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나와 바람 사이로,꽤 먼 사이로 찬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어느 누구는 내 마음속으로 다정하게 다가오고는 차갑게 돌아서는가 하면 또 어느 누구는 차갑게 들어와 포근히 돌아서겠지.
“아니야,아닐꺼야,이 바람은 내가 알고 있는 바람이 아니야.”
나의 말을 비난이라도 하는듯 하늘에게 요란스럽게 비를 뿌려댔다.방울방울,무리지어 내리는 방울비는 바람의 방향을 타고 나를 진정으로 비난으로 몰고갔다.갈매나무잎 위를 딸랑 하고 내려앉아 위로 튕겼다가 부서지는 방울비도 나름 노력하듯 한순간으로 부서지지 않으려고 한다.많은것이 자연스럴울듯 하지만 노력이 필요했다.나와 바람의 관계 역시 그랬다.어떤 방식으로 화해를 치러야 하는지 머리를 굴리는 이때 “폴싹---“하고 무언가가 내 옆으로 뛰여내린 소리가 들렸다.나는 머리를 좌쪽방향으로 돌려 푸르스럼한 존재를 보게 되였다.그 존재는 나와 많이 닮아있었다.
우리는 같은 눈빛으로 서로를 지그시 쳐다보고 있었다.나는 또 다른 나를 보고 있는듯 했고 눈빛이 모든걸 말해주는 듯한 순간이였다.우리는 서로를 만난것에 반가와했다고.
8
여러날의 비로 온 산지는 깨끗이 씻겨져 있었다.살갑게 굴지 못한 바람에 대한 원망도 마지막 비방울의 부서짐에 의해 스스로 화해되여 있었다.나는 무작정 바람을 탓했던 그날의 자신이 못마땅했다.항상 따뜻해야 한다는 내 강요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게 되였고 나는 결국 내 자신의 기대에 저버렸다는것도 알게 되였다.무거운 기대로하여 소중한 존재를 잃고 싶진 않았다.먼저 허리를 굽혀 되돌릴수만 있다면 천만번이라도 굽힐수 있는 허리였다.내가 막 허공에 대고 사과하려는데 그날 내곁에 나타난 애벌래가 입을 열었다.
“아직 많이 남았네,갈매나무 할아버지가 마음 들여 준비하셨는데.”
나는 그만 어리둥절해졌다.만남의 서두로 자아소개부터 하는게 보통인데 그는 내가 알아들을수 있는말로 이해하기 어렵게 말을 걸어왔던것이다. 그는 보통 애벌레가 아니였다.나는 조심스럽게 그를 훍어보았다.나와 같은 록색 몸에 나와 같은 열쌍 넘는 다리로 나와 같은 유연한 몸을 움직이는 애벌레였다.다만 한가지 다른게 있다면 나는 암컷 애벌레였고 그는 수컷 애벌레였던것이다.그의 눈에서 바다처럼 출렁이고 있는 내 눈을 나는 볼수 있었다.이름못할 감격에 휩싸인 나는 그를 아무말없이 쳐다보기만 했다.이런 내모습이 우스웠는지 그는 웃음을 참으며 말을했다.
“풉,왜그래? 내가 올 줄 알고 이 모든걸 나를 위해 준비해 둔 먹이였어?”
나는 그제서야 그 애가 뭘 말하는지 알게 되였다.내가 아껴 먹은 갈매나무잎을 말하고 있었던것이다.
“이 갈매나무가 할아버지였어?많이 아팠겠다.”
그는 나의 말에 배를 끌어안고 깔깔 웃어댔다.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그는 넘어가는 숨을 가까스로 들이마시며  헛기침을 한번하더니 말을 이었다
“갈매나무할아버지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여태껏 그것도 모르고 있었다니,너는 도대체 하루하루를 얼마나 무심하게 지내온거니?”
다른 애벌레들이 갈매나무할아버지의 이야기에 취해 있을때 나는 하늘을 꿈꾸고 있었고 외로움으로하여 바람을 기다리고 있었다.나는 단 한번도 위로 오르려고 한적없이 제자리에서만 꿈타령을 했던것이다.무지개가 뜨고 봄꽃이 피고 내물이 졸졸 흐르는 이 아름다운 날들을 나는 기다림과 기대속에서 보냈다.하지만 이런 날들을 지내오면서 새로운 존재를 만나왔었던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였으므로 무심하다는 그의 말을 나는 반박해버렸다..
“그대신 난 바람,병아리 그리고 너와 대화를 나눌수 있었잖아.”
그는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환한 미소로 나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렇구나,미안,너무 일찍 너에 대해 결론을 내려버렸구나.”
그 애는 자기의 그릇된 점을 흔쾌히 승인할수 있는,사과를 아끼지 않는 애벌레였다.그의 밝고 긍정적임으로하여 나도 한결 밝아졌다.어둠이 내릴때까지 식지 않을 남다른 밝음을 나는 그 애에게서 보아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애는 무언가를 떠올렸다는듯 나를 데리고 갈매나무 제일 위쪽으로 올라갔다.나무의 등을 타고 오르는 일은 처음이라서 걸음이 그 애처럼 날렵하고도 빠르지 못했다.어느세 그 애는 목적지에 도착해 열심히 그를 향해 꿈틀거리는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그 어떤 경멸의 눈길도 얕잡아 빈정대는 눈길도 아닌,순수하기만 한 눈길이였다.수정처럼 맑은 눈,그 눈속으로 나는 뛰여들고 싶었다.이 세상 모든 순정을 담고 있을 그 눈을 나는 조금씩,한걸음,한걸음 가까이 하고 있었다.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하자 나는 그만 지쳐 풀썩 주저안고 말았다.그 애는 나를 이해 해준다는듯 내가 지침에서 회복하기를 말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젠 그만 일어나지,너에게 보여줄게 있어.”
그에게 그만 내가 피운 게으름을 들키고말았다.나는 갈수록 그 애가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까맣게 내리는 어둠속에서 무엇을 볼수 있다는건지 궁금하기도 했다.그 애는 갈수록 어두워지는 날을 기다렸다는듯 미소를 지으며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 애의 눈길을 따라 보이는건 빛이였다.이 어둠을 부정하기라도하듯 어둠을 찢으려고 고집을 피우는 빛 한줄기.나는 순간 왜서 그 애의 눈이 그토록 맑은지 알수 있었다.어둠이 항상 어두웠던건 어둠만 바라보는 눈을 가졌기 때문이다.
“너도 이 밤이 어둡다고 생각해?” 
그 애가 미소를 멈추고 진지한 눈빛을 담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나는 그 애가 바라는 남다른 대답,그리고 이순간 나도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되는 대답을 그 애에게 주었다.
“아니,내 눈엔 이 어둠이 따뜻하고 밝아,밤하늘에서 저도모르게 반짝이는 별로하여 춥지도 캄캄하지도 않아.”
그 애의 미소는 내 대답으로 하여 번지고 있었다.깊옆에 핀 꽃은 그 애의 미소 같기고 했다.
“맞아,바로 이거야,사람들은 이걸 몰라.그래서 삶을 늘 어둡고 캄캄하다고 하나봐,어둡고 캄캄했던건 이 어둠속에서 저어기 저 불빛 그리고 별을 보는 대신 어둠을 보기로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인데 말이야.”
나의 짐작이 맞았다.그 애가 심상치 않다는 나의 짐작말이다. 그 애는 많은것을 알고 있는듯했다.
“사람들의 생각을 네가 어떻게 알아?”
나의 질문을 그 애는 해맑게 웃으면서 비밀스럽게 대답해주었다.
“갈매나무 할아버지께서 말해주셨어.이건 이 나무가 우리들에게만 해주는 이야기래,그러니까 절대로 다른 나무 애벌레에겐 해서는 안되.”
말이 끝나자 나와 그 애는 너나 할것없이 깔깔 웃어대기 시작했다.그리고 밤은 깊어갔지만 더이상 어둡지않았다.
9
어둠속에서 고집스레 빛을 내고있던 그 불빛은 알고보니 사람들이 밤에 산길을 조심스레 걷게끔 매달아 놓은 등불이였다.이 사실 역시 갈매나무 할아버지에게서 들은것이다.솔직히 나는 이 사실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내눈에 보이는 그 불빛은 동그랗게 빚은 알과 같았기 때문이다.내가 알을 뚫고 나온것처럼 그 불빛에서도 언젠가 더 많은 불빛이 뚫고나오리라고 나는 믿고 싶었다.아니,꼭 그럴것이라고 고집스레 믿고 있는 지금이다.
“참 좋은 생각이구나!”
내 스스로 생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때 기다리던 바람이 내곁에 머물렀다.그날은 그 애의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바람에게 사과하는 일을 까맣게 잊고있었다.내가 아예 사과할 생각조차 없었다고 그에게 이렇게 오해를 받을가봐 무슨말부터 꺼내야 하는지 마음이 어지러웠고 입이 무거워났다. 내가 한참 난감에 빠질때 바람이 먼저 입을 열었다.
“괜찮아,.”
바람이 말했다.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내 마음이 어떤 감정에 휩싸이고  있는지에대해 잘 알고 있는 바람에게 나는 놀란 기색을 보였다.나는 내 생각을 검증이라도 하는듯 입을 다문채로 마음으로 말을 이었다.
“그래도 내가 미안했어.비록 보이지 않지만 너도 하나의 존제인데 말이야,나처럼 투정도 부릴수 있고 화도 낼수 있고 눈물도 흘릴수 있는 존제인데…”
놀랍게도 바람은 정말로 내 마음을 읽을수 있었다.내 말을 끊고 나를 토닥여주듯 나의 몸을 잠시 휘감았으니.나는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모두들 느낄수 있는 바람인데 그 바람이 나하고만 대화 할수 있었던건 내가 마음을 통해 바람을 느끼고 마음으로 진심으로 바람의 존재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란걸.나를 무척 기쁘게 만드는 사실이였다.너무 기뻐 저도모르게 탄성을 자아냈다.
“와,그럼 지금 나하고만 대화할수 있는거야?”
바람이 지금 무슨 표정을 지으며 내 말을 대답하고 있는지 나는 조금 상상이 갔다.그는 천진난만한 내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워보여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할것 같았다.그런데 그의 목소리는 의외로 무겁게 들려왔다.
“실은,그날 내가 너에게,아니 모두들에게 쌀쌀했던건 화나서가 아니였어,나도 내 자신을 어쩔수 없거든,나는 항상 존재하고 있지만,내몸이 차고 덥고 따뜻한건 내 의지와 상관없거든, 내가 시원하게 너를 만날 땐 바다를 만나 그의 온도가 내몸에 스며들어서였고 내가 따뜻하게 너를 감쌀 땐 내가  대지를 만나 그의 온도가 날 덥혔기 때문이야.너에게 미리 말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나는 가슴 한쪽이 뭉클했다.나못지 않게,그날의 일때문에,그리고 제때 해명하지 못한것에 괴로와했을 바람의 심정이 이해됐고 또 그런 고백에 감동 받았기때문이다.사람들은 늘 말한다.사랑한다고,소중하다고.하지만 그렇게 구체적인 고백보다 지금 내가 들은것과 같이 진심이 담겨진 고백이 있었다.진정 사랑하고 소중하다면 바라보는것만으로도 충분히 전해질수 있는 진심이였다.모두들 이런 말을 고백으로 생각하는 나를 바보라고 하겠지만 나는 확신한다.바람이 전하는 말 깊은곳에 너는 소중해,그래서 미안해 이런 의미가 담겨져있다는걸.    
꼭 진심을 담은 말을 해야 한다면 간결하고도 박려 있는 한마디면 충분했다.내가 바람에게 “고마워.”이런 말을 할때 나의 말은 그의 마음벽에 부딪쳐 메아리로 되여 다시 자신에게 되돌아왔다.이때 그 애가 길게 늘어진 내 그림자를 밟고 그 곁으로 다가왔다.
“지금 누구랑 예기하고 있는거야?”
나는 파도 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잔잔하게 대답했다.
“아니야.”
나는 그 애에게 바람과의 대화가 없었던 일처럼 시치미를 떼기로 했다.
10
함께하는 일은 참 행복한 일인것같다.함께할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것 역시 행복한 일이다.나와 함께 하기로한 바람이 사라지기 전에 내게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아무리 차갑고 기승스럽게 네게 다가가도 나를 마음으로만 느낀다면 항상 따뜻하게 네곁을 오가고 있다는걸 알게될꺼야,그리고 잊지도 말고 포기하지도 마 네 꿈을.”
내가 한참 회억에 잠겨있는동안 그 애는 내가 아껴두어 먹지 않은 갈매나무잎으로 배를 채우고 있었다.해맑은 그 애의 눈에는 한마리의 작은 물고기가 살고있을것만 같았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잖아,그래서 아껴서 먹은거야,갈매나무 할아버지도 아플텐데…”
내말이 어이없다는듯 그 애는 연신 눈을 깜빡이고는 중대한 말을 하려고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절대로 사람들에게 물들지 말아야 해,사람들은 말이야,오래 살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밀하게 계산을 해 두거든,때가 되면 충분히 이룰수 있는 일도 성급하게 미리 해두려고 해.예전에는 사람들도 해님의 방향에 따라 때를 계산했었는데,지금은 아니래.그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시간을 나누기 시작한거야.분명 시대는 더 발달되여 있는데도 사람들은 점점 팽이처럼 바빠지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봄,여름 두 계절뿐이야,이 시간 속에서 우리는 부화를 하고 성장을 하고 번식을 하게 될꺼야,자연은 절대로 우리더러 때를 거르치게 하는법이 없으니까,때가되면 모든게 예상대로 될꺼야.”
또박또박 한글자라도 놓칠새라 나는 그 애의 말을 들었다. 나는 또 한가지 사실을 알게되였다.사람들이 짧다고 생각되는 시간속에서 우리는 많은것을 할수 있다는것.그래서 참 다행이라는거.나는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그리고 시간이 조금만 더 빨리 흘러가주기를 기도하면서 성장을 위해 갈매나무잎을 뜯기 시작했다.바람의 말처럼 나는 얼마든지 하늘을 날수 있을것만 같았다.가능하다면 바람과 손을 잡고 날수 없는 병아리를 데리고 저 하늘에 오르고 싶었다.그들의 모습 그대로,우리들이 만난 이야기 그대로 하늘에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나는 내 곁을 함께한 모든 존재들을 하늘에 그려 넣고 싶었다.
“네가 자꾸 집요하게 갈매나무 할아버지께서 아파하실가봐 먹지 않는 잎이라서 하는 말인데.”
그 애는 내 생각을 잘라버렸다.나는 그 애를 바라보았다.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그 애의 눈을 바라보았다.지혜로 가득찬 그 애의 눈속에서 나는 한마리의 어린 물고기처럼 헤염치고 있었다.그 애의 눈을 볼 때마다 내 마음은 온통 그 애로 가득찼다.숨이 막힐지경이였다.
“갈매나무 할아버지는 작은 잎으로하여 아파하시지는 않을꺼야,그분께서 그러셨어.자연의 법칙을 따라야만 더 든든하게 성장해 나갈수 있다고.우리가 갈매나무잎을 먹는것도 자연의 법칙에 속하지.우리가 더이상 먹지 못하게 되였을때 그때 남은 갈매나무잎은 가을을 기다리지,은행나무잎처럼 멋지진 않아도 그들만의 가을이 오면 떨어지는 마지막 순간을 즐기면서 갈매나무할아버지와 다시 만나는거야.”
나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역고 있는 엉터리없는 소설가를 보는것 같았다.그의 이야기속엔 많은 흠집이 있어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안될것 같아 한마디 한마디씩 꼼꼼히 집어 되물었다.
“그럼 갈매나무잎 전체가 무사하게 가을을 기다리면 안되?가을은 작별인사를 해야하는거 아니야?겨울은 모두들 잠을 잘테니 말이야.근데 왜 다시 만나는거야?”
그 애는 입을 뻐끔거리더니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그럼 의미가 없어지잖아.바람에 날려가고 비에 맞아 떨어지고 그리고 우리에게 먹히우고 이렇게 남은 잎이 진정으로 가을을 즐길수 있어,자연은 어느 누구 하나를 특별히 배려하지 않아.그러니까 마지막에 남은 생명들은 어느 한군데도 온전한데 없을꺼야,그들에게 시련이기도 한 잔인함이 그들을 든든하게 만들어주지.우리같은 애벌레가 없었다면 갈매나무잎은 온전하겠지만 벌레를 서식하며 자라는 새들도 없을꺼야.모두들 서로를 미워하면서도 서로를 사랑할수밖에 없는게 자연이니까.그리고 아까 말한 다시 만난다는 만 틀린말은 아니라고 생각해.잎들이 떠나줘야만 이른 봄날 다시 태여날수 있는 신록이니까.모두들 고집피우고 떠나지 않는다면 한겨울동안 시릴 갈매나무할아버지의 발을 누가 덮어줘? “
나는 그만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나보다 고작 5일쯤 앞서 태여난 그 애는 나보다 한달 더 산 듯한 느낌을 주었다.우리는 많이 닮았고 또 많이 달랐다.나는 내몸에서는 찾아 볼수 없는 그애의 모습을 닮고 싶었다.모든걸 이해하고 모든걸 이해하려고 하는 그 애의 맑은 눈,어쩌면 그애의 마음도 이 눈처럼 항상 맑아 있었는지도 모른다.
“맑고 촉촉한 빗방울이 네 눈을 닮은것 같아.”
그 애는 중얼거리는 내 말을 똑똑히 알아듣지 못했다는듯 의문이 담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머리를 저으며 환하게 웃어주었다.
11
때가 된걸까,요즘따라 부쩍 늘어난 졸림때문에 먹이를 먹는 일보다 자는 일이 중요해졌다.그 애도 그런듯했다.새벽에 피여나는 구름이 기막히게 예쁘다며 꼭 나를 깨워 같이 하늘을 봐줘야 성이 차는 그 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그 애를 찾아갈때면 항상 잠든 모습을 하고 있었다.차마 깨울수 없을 정도로 편히 골은 그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가끔씩 홀로 새벽을 맞이한다.
새벽의 구름은 파란색이 아닌 검회색이였다.나는 그것을 높은 하늘이 감추려고 하다가 들킨 멍빛이라고 했고 그 애는 그것을 자신과 싸워 어둠을 물리친 흔적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서로의 생각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때가 많았다.그렇지만 우리는 단 한번도 서로의 말이 틀렸다며 반박한적이 없었다.생각이 다를뿐 틀린건 아니라는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서로를 포용하면서 지내온 날들을 떠올려서였는지 난데없는 향기로움이 물씬 풍겨왔다.나는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며칠전만해도 꽃봉오리였던 꽃이 분홍색 드레스를 펼쳐보이면서 뿜은 향기였다.
“와,넌 참 예쁘다.”
나의 칭찬이 당연하듯 꽃은 어깨를 으쓱이며 새벽 이슬을 털어냈다.분명 여리고 예쁜 꽃이였다.
“네가 말안해줘도 알아,이 세상에 나처럼 예쁜 꽃은 없을꺼야.”
하지만 그 꽃은 사랑스럽지 않았고 오만하기까지 하였다.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꽃을 바라보기만 하였다.그러자 꽃은 자신보다 높은 위치의 내가 못마땅했는지 짜증 섞인 말투로 내게 되물었다.
“얘,너는 머니?이상하게 생긴게 왜 저런 높은 곳에서 사니?너를 보느라 목이 다 아프다.”
트집 잡는 기세가 분명했는데도 나는 자존심이 무척이나 상해 있었다.꽃을 보기전엔 이토록  아름다운 존재가 있었는지도 몰랐었다.더구나 이 아름다움이 나를 추하게 만들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나는 그렁그렁 담겨져 오는 눈물을 참으며 말없이 아래가지로 몸을 옮겼다.
푸르름을 키운 열정의 시작인 6월,이 계절이 나의 상처까지 키워가는것 같았다.어쩌면 나는 꽃을 만나기전에 잠들었어야했다.
나는 나를 갈매나무잎뒤로 숨겨놓고 상처로 토해낸 실밥으로 자신과 잎을 든든하게 묶어 놓았다.모든게 나와 멀어져 갔다.바람이 나를 스치면서 남긴 온도,점점 파란색으로 물들여져 가는 하늘,귀맛좋게 흐르고 있는 내물,모든게 무뎌져 가는 순간이였다.스르르,나는 반쯤 감은 눈속에서 후회되기 시작했다.그 애와 따뜻한 작별인사를 나누지 못한것에,병아리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것에,갈매나무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더 듣고 잠들지 못한것에,바람의 위로를 받지 못한것에,그리고 나의 꿈인 하늘을 마지막으로 보지 못한것에.
상처,아픔 이런것들이 나로하여금 많은것을 잊게 했다.어둠처럼 나를 삼켜버린 그 어떤것.문득 그 애가 한 말이 생각났다.어둠속의 빛은 어둠이 흘린 눈물이라는 말.하지만 감은 눈속에서도 흘러나오지 않은 눈물이라서 빛은 없었다.
나는 빨리 잠들어야했다.그리고는 빨리 깨여나야겠다고 생각했다.그 사이 상처도 아픔도 모두 잠들기를 바라면서 내가 깨여 있을때,그때 이슬에서 새로운 자신,아름다운 자신을 볼수있었으면,그랬으면 좋겠다.
이렇게 나는 상처를 품은 채 잠들고 말았다. 
12
    “ 이젠 그만 일어나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바람이 나를 살짝 스치웠다.제비들이 지지배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내가 잠든 사이,세상은 어떻게 변했을까.나 또한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나는 축축하고 숨막히게 빼좁은 공간속에서 몸을 움직여 보려고 꿈틀거렸다.힘겨웠다.딱딱하게 굳은 갑은 나를 가둬둔 감옥같았다.어둠이 언제 내렸는지 하늘이 어디쯤 걸려있는지를 까맣게 잊게해주는 속박,나는 그속에 자신을 무려 20일동안이나 가둬놓았다.누구의 잘못도 없이 단지 상처받았다는 이유로…
나는 자신을 사랑하지않는 애벌레였다.이 세상 모든것을 사랑할수 있었지만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은 착하지 않은 애벌레,잠드는 순간에 깨달았기에,나는 잠자는 사이 자신을 사랑하는법부터 익혀 갔다.세상을 사랑했을때보다 자신을 사랑했을때의 세상이 훨씬 아름답다는것도 깨달았다.어느 누구하나 미운 존재 없었다.늘 꾸는 달콤한 꿈속에서 나의 미소는 마음으로부터 번지고 있었다.마음에서 시작된 행복.이런 내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자연이였을까,나더러 얼른 이 감옥속에서 벗어나라고 외치고 있었다.마지막 속박에서 벗어나면 진정으로 얻게되는 자유라는것도 나는 알고있었다.저 하늘로 힘차게 날아올라 글을 쓸수도 있었다.나는 어둠속에서 나가려고 조금씩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눈을 떠도 보이지 않을 캄캄한 어둠이여서,나는 눈을 감고  발버등을 쳤다.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지는듯 아팠다.순간 나는 알이였을때의  자신이 떠올랐다.그 알을 뚫고 나온 에벌레로 된 자신의 모습과 겹치면서 하나의 날개가 달린 애벌레가 보였다.여전히 못생기고 느리긴하지만 날개로하여 아름답게 보일수 밖에 없는 록색 애벌레.생각만해도 행복했다.나는 한번 움직이는 걸로 3분을 쉬였다.알을 뚫고 나온것보다 천배,만배나 아팠다.엄마가 나를 낳을때도 이렇게 아팠겠지.나는 내 기억속에서 가물가물해진 엄마라는 이름을 떠올려보기도했다.
그 뒤로 몇분이 지났을까,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바람이 들어왔다.바람이 없었다면 아마도 나는 내 몸이 찢어진줄 알고 공황속에 빠졌을것이다.스스로를 20일이나 가둔 이곳을 벗어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내가 나갈때쯤 날개가 이미 부러져 있을가봐 폭넓은 행동도 하지 못했다.
“조금만 더 힘을 내봐”
귀에 익은 그 애의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나는 느낄수있었다. 맑고 투명한 눈으로 나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을 그 애의 시선을.바람이 그랬던것처럼.아니,바람과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을 그애 였는지도 모른다.나는 계속 눈을 감은채로 움직였다.고통으로하여 눈을 떠기만하면 눈물이 세여나올것같았다.눈물을 잠가두었다가 비가오지 않는 어느 어두운 밤에 흘려보낼 작정이였으니,나는 눈물을 쉽게 흘릴수가 없었다.
그 뒤로 또 몇분이라는 시간이 흘렀을까,나는 쉬여둔 그 몇분으로 온힘을 다해 기승스럽게 갑을 뚫었다.찍---완전히 찢어진 갑,한때는 나를 다시 가꾸려고 만든 갑,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여기서 배우게 된 내가 만들어 놓고 내가 찢은 이 단단하고 질긴 갑,이 갑은 많이 아팠다는듯 바람에 흐느끼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소리없이 눈물은 그 흐느낌의 의미를 알고 감은 눈속에서 흐르고 있었다.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환하고 밝은 세상이 내 앞에 놓여져 있었다.
“어둠속의 빛은 어둠이 흘린 눈물이야.”
그 애가 했던 말은 맞는 말이였다.그렇지않고서는 이 환하고 밝은 세상이 내 앞에 나타났을리가 없다.나의 눈물은 빛이 되여 이 세상을 밝혀주고 있었다.
다시 태여난 자신이라고 불러야 할까,아니며 새롭게 변장한 자신이라고 불러야할까,아무튼 나는 이 세상을 눈물로 맞이하게 된것에 고마웠다.나를 기다리고 있는 익숙한 존재들은 웃고있었지만 나를 처음보는 낯설은 존재들은 울고있었다.나의 새로운 태여남은 감동과 기쁨속에서 의미를 이어가고 있었던것이다.
13
“이런 이야기가 있었단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야기라는 말에 나는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꿈을 만들어가는 한쌍의 나비 부부가 있었어.그들은 올 사월에 이 산지를 찾아와 예쁜 알을 낳았지.힘이 빠진 엄마나비는 온힘을 다해 마지막 알고 낳고는 그 알옆으로 쓰러졌어.그리고는 마법을 걸어두는것처럼 마지막알에게 속삭였단다. ‘아가야,아가야,너는 꿈을 위해 언제 어디서나 늘 깨여있어야 해.’라고.숨을 거둔 엄마나비는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저 하늘로 여행갔단다,꽃잎처럼 가벼운 엄마나비를 모두들 하늘을 날수 있는 잎이라고 불렀지.엄마나비가 한창 젊었을 때 많은 꽃들이 그를 보고 수줍어 고개를 떨구었고,하늘의 구름마저 엄마나비에게 흐린얼굴 보여주지 못했단다.엄마나비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결국은 평범한 수컷나비를 선택했어.왜그랬냐고?그건 알수 없지.하지만 분명한건 둘이 자주 하늘을 날았던거야.엄마나비의 꿈은 하늘이였으니까.내 생각은 그래,엄마나비의 꿈을 함께 할수 있었던게 아빠나비였기때문에 둘이 같이 있게된거라고.엄마나비가 떠난뒤 쓸쓸히 남은 아빠나비는 매일 눈물을 흘렸지.그리곤 하늘이 유난히 높은 날에 하늘을 날다가 락엽처럼 내 발옆으로 떨어졌단다. 얼마 지나지 않아,그들의 마지막 아기가 알을 뚫고 나왔지.그 아기는 꼭 엄마나비를 닯고 있었어.다들 꿈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나이에 꿈을 알게되였고 지금까지도 그 꿈을  품고있지. “
갈매나무할아버지의 나비이야기에 나는 가슴한쪽이 먹먹해왔다.엄마나비는 꿈을 이루고 떠났을까?아기 나비는 어떻게 되였을까?
“아기나비는 지금 비행을 시작하려는 중이야.하늘에 오르려고.”
바람이 나를 살짝 껴안고는 갈매나무할아버지께서 다 하지못한 이야기를 내게 전했다.나는 무언가를 조금 알듯했다.내가 떠나는날 갈매나무할아버지께서  왜 이런 이야기를 내게 해주셨는지.하지만 나는 내생각을 말하지 않고 바람의 말을 기다렸다.
“공주님,이젠 출발하셔야지요?”
그랬다.나는 한마리의 나비였다.더 정확하게 말하면 산지에서 태여난 암 각시멧노랑나비였다.현재 바람에 마른 나의 날개길이는 35mm에 달해 보통 수 각시멧노랑나비보다 더 길었고 엷은 연두색을 띤 날개는 네장의 나무잎같았다.그 위에 수놓인 검은 네개의 점은 하늘을 바라보는 나의 또다른 눈이였다.더 나아진 자신을보고 나는 오래토록 놀라움에서 깨여나지 못했다.누가 나의 몸에다 마술을 부린것처럼 알아볼수 없을 정도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기에.시간이 지나면 원래모습으로 돌아갈것만 같았다.나를 비추던 이슬도 나의 변화가 기찼는지 아래로 부서져 내리면서 감탄을 자아냈다.나는 나비라는 이름을 갖게된것에 그리고 이런모습을 하고 있는것에 어색함을 넘어 낯설기까지 하였다.
이젠 내게 남은 일은 하늘을 나는 일.나는 서서히 날개를 파닥이기 시작했다.생각보다 가벼운 날개는 나를 어디로도 데려갈수 있을것 같았다.나는 다리로 나무가지를 힘차게 딛고 가볍게 공중을 뜨기 시작했다.바람이 나를 뒤따랐다.순간 나는 중심을 잃어 내 마음이 시키는 방향을 어기고 다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무기력함이 나의 날개를 휩쓸고 지나갔다. 가벼운것은 연약함을 뜻했던것이다.이렇게 부드러운 바람도 이기지 못하는 자신이 과연 높은 하늘로 오르는게 가능할까?잘못된 선택은 아닐까? 나는 당황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꽃잎에 앉았다.바람은 미안했는지 나의 곁을 서성일뿐 더 다가오지도 더 물러서지도 못했 안절부절한 기세를 보였다.나의 연약함은 바람의 잘못이 아니였다.내가 나비라면 나비만한 꿈이 있고 또 나비로서의 길이 있는게 분명했다.그래서 나는 탓하는 대신 길을 찾도록 마음먹었다.
꼬르륵,허기진 배가 나를 제촉한다.머 좀 먹고 길 떠나라고.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보니 나는 꽃바다에 잠겨 있었다.여러가지 오색령롱한 꽃들은 저마다 아름다운 구석이 있어 내눈은 황홀경에 빠져들었다.무엇보다 그들의 향기는 나의 식욕을 돋구었다.나는 조심스럽게 내가 앉은 꽃속으로 빨대를 들이댔다.빨대는 유연하고도 가볍게 꿀이 가득 담긴 주머니에서 달콤한 꿀을 끌어올렸다.배속을 채우는 이 달콤함은 거짓말 같았다.나는 거짓말로 배를 채우는 중이라고 생각하니 배가 인차 불러왔다.
“어때?”
꽃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나는 인사도 나누지 않고 그에게서 꿀을 가졌으니 실례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다.
“미안해,배가 너무 고픈나머지…하지만 정말 맛있있어.”
하얀색을 띠고있는 그 꽃은 나의 말을 듣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나는 갈매나무할아버지 밑에서 피여난,나의 마음을 무척 상하게 한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꽃이 생각났다.자신이 이 세상의 유일한 꽃으로 알고 있는 그 애가 지금 이 꽃밭을 보았다면 꼭 오열을 토했을 것이다.그리고 들켜버린 허세에 마지막 자존심마저 무너져 꽃잎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을것이다.까칠한 분홍색꽃과 달리 내 앞의 이 횐꽃은 너무나도 다정해서 나의 마음이 그의 마음속으로 녹아들을것만 같았다.
“너는 참 다정하고 예쁜 꽃이야,내가 알고있는 어느 까칠한 꽃과 달라 참 다행이야.”
흰꽃은 순수한 웃음을 짓고는 평온한 목소리로 까칠한 꽃의 이야기를 내게 해주었다.
“그 꽃을 너무 미워하지 마,외로워서 그랬을거야,외로우면 상처를 받는게 두려워지거든,그래서 그 꽃은 우리과는 달리 발톱이 있잖아.그건 그 꽃이 이 세상과 맞서 싸우는 유일한 무기야. 네가 말하는 그 꽃도 원래는 여기 꽃밭에서 피여났어야 했는데 바람 부는 어느 봄날에 거기로 날려갔어.사고인듯하지만 운명이였어.”
용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한거라서 미운 감정은 없었지만 상처를 받았던 탓으로 두려움의 그늘은 가시지 않았다. 그러나 흰 꽃의 말을 듣고 까칠한 꽃이 안쓰러웠다.갈매나무할아버지가 내가 눈군지 알려주신것처럼 까칠한 꽃에게도 그러셨던게 분명했다.나는 나로서의 길이 있어 내가 누군지 알아야만 맞는 길에 발을 들일수 있었다.행운스럽게도 내가 자신이 누군지 몰랐을 때 품은 꿈이 이 길과 잘 맞아 바로하지 않고 그냥 가도 좋았다.그런데 꽃에겐 꽃의 발을 묶어두는 속박이자 양료인 땅이 있다.발이 그 속으로 깊게 깊게 뻗어야만 줄기가 푸를수 있고 꽃이 아름다울수 있다.나에게는 그게 불행으로 될지 몰라도 꽃에게는 그게 행운이였다.허세,교만함을 떠는 까칠한 꽃이 죽어있지 않고 피여난걸 보면 말이다.그것보다도,더 중요한것을 까칠한 꽃이 모르고 있었다.화려함으로 눈부시게 예뻐 꽃이라 불리운게 아니라는것을.그들이 때를 맞춰 피여나고 바람이 불지 않아도 향기로울수 있으며 필요로하는 존재에게 자신이 어렵게 빚은 꿀을 줄수 있어서 꽃이라고 불리운것을.
까칠한 꽃을 생각하는 동안 나는 갈매나무할아버지가 나를 생각해 주는 마음이 고마웠다.이것은 무엇이다,저것은 무엇이다 보다,내가 모르는 자신을 가르쳐 주셔서. 그래서 하늘에 오르는게 당연한 꿈으로 되게 해주셔서.아쉬운게 하나 있다면 할아버지와 제대로 된 이별을 하지 못한것이다.슬프고 아쉽고 아파야 할 이별을 할아버지께서 혼자 하셨을거라는 생각에 나는 가슴이 아파왔다.하지만 언젠가 나는 돌아갈것이다.돌아가서 나비라는 자신보다 더 깊은 내안의 자신을 데리고 갈매나무 할아버지에게 돌아갈것이다.겨울이 오기전에 할아버지와 따뜻한 작별인사를 나눌것이다. 
14
산지는 하나의 작은 화분이였다.나를 담기에는 넉넉한 산지였으나 하늘을 담기에는 너무 작은 산지였다.모두들 하늘에게는 끝이 없다 한다.이 세상에 정해진 끝이 어디 있으랴!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또다른 시작이 펼쳐지는데.하지만 나에게 끝을 찾는 일은 아주 쉬웠다.내가 날개를 포기하고 내생의 전부인 꿈을 포기하는 순간 끝이 나타날것이다.그때가 되면 부서져 조각나도 아픔따윈 없을것이다.아프지 않고 멍들지 않고 살아가기가 나는 두렵다.멍든 자국속에서 아픔의 흐름속에서 살아나는게 태여남의 의미인데 그 속에서 느끼는 행복인데 그것마저 없다면 죽은 넋과도 같았기에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 연약함으로 나를 지탱하고 세상을 이어 나갈 셈이다.
내 가슴을 울리는 다짐은 산지를 울렸는지 누군가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잔잔하게 들려왔다.
“삐뚤삐뚤/날면서도/꽃송이를 찾아 앉는/나비를 보아라/마음아.”
모든 나비를 노래하고 있는 시구였다. 나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믿을수가 없었다.향기로운 꽃바다위로 수많은 나비가 모여 파티를 열고 있었던것이다.연약하고 부드러운 나비들은 바람이 부는 이 밤에 바람을 타고 춤을 추고 있었다.달빛아래에서 흩날리는 꽃잎처럼 그들은 향기를 뿜고 있었다.연약한 존재들이 무리를 지으면 그토록 아름다울수 있는지 나는 처음으로 알게 되였다.문득 그 애가 생각났다.분명 내가 갑을 찢고 나오는 그 순간까지도 나에게 힘내라고 목소리를 들려준 그애인데,그 애는 지금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새로운 친구,너는 어디서 왔니?”
내 등에 달린 날개 그리고 그 사뿐함으로 나를 나비로 판단했던걸까,그래서 그는 내가 누구인지 묻지 않고 어디서 왔는지 물었던걸까.그의 물음에 그 많고 많은 나비들이 나의 쪽으로 바라보았다.그순간 나는 외딴섬으로 된듯했고 내 앞에 지그시 자리 지키고 있는 더 큰 섬의 그늘에 묻혀버리것 같았다.나는 나비무리들을  만나 쓸쓸하고 외로웠다.이럴 땐 어떻게 해야하는지…나는 그 애가 보고싶었다.그 애와 단 둘이 있을때의 시간들은 싱그러웠고 밝았고 외롭지도 쓸쓸하지도 않았다.밤하늘의 별 이야기,등불이야기,꿈이야기,갈매나무할아버지 이야기,우리는 많은 이야기속에서 어느세 가까워져 있었다.심지어 따뜻하게 묵여져 있었다.우리…우리라는 단어가 나에게 말해주고 있었다.서로가 서로를 많이 그리워 할거라고…
바람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나를 흔들어 깨웠다.
“지금이 좋은 기회인데,멍때리지 말고 어서 인사를 나눠봐.”
    나는 굳어져버린 입술에 침을 바르고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긴장감으로 유연하지못한 나의 날개짓을 눈치챘는지 나비떼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누군가의 마음을 우리가 흔들수 있다.연약함으로 부드러움으로 바람을 이기려는 나비를 바보라고 부르지 말라,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는 연약함과 부드러움으로 이 세상을 이겼다….”
청아한 달빛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목소리와 함께 심장은 분위기에 맞춰 뛰고 있었다.긴장감은 밤가움으로 변했지만 외로움은 여전히 외로움으로 쓸쓸히 자리 잡고 있었다.무언가를 말해야 할것 같아 나는 그들에게 내가 태여난 곳-산지에 대해서 말해주었다.그들중에서도 산지에서 태여난 나비가 있었다. 그들은 내가 그린 산지  그대로의 아름다운 모습을 듣고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배추밭에서 태여난 나비들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대한 마음이 어두워서 이곳으로 왔고 공장에서 태여난 나비들은 바람이 없어 이곳으로 도망왔어.너와 같이 산지에서 태여난 애들은 산지의 푸르름만 가득한 추움을 못이겨서 이곳으로 왔는데 너는 산지가 아름답다면서 왜 그곳을 떠난거야?”
내가 아는 산지는 분명 아름답고 따뜻한 곳이였다.갈매나무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산지,나를 소중히 여기는 친구들의 마음이 따뜻한 산지였다.그러나 하늘과 너무나도 먼 산지였다.그런 산지를 떠나야만 하늘과 가까운 곳을 찾을수 있었다.그런 마음에서 였을까, 돌이켜 보면 나는 산지를 떠날 때 아쉽거나 아프지 않았다.
“언젠가는 돌아 가려고,하지만 지금은 하늘을 위해 떠나야만 해”
나비들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그리고는 의혹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하늘이 그렇게 넓은데 작은 네가 무슨생각으로 하늘을 위해 사랑하는 곳을 떠나는가,라는 눈길로.
“너희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아도 괜찮아,나는 나로서 하늘이 꿈이거든.”
꿈이라는 말에 몇몇 나비들은 키득키득 웃어댔고 몇몇 나비들은 그 말을 모르면서도 아는척 어깨를 어쓱였고 몇몇 나비들은 관심없듯 다른곳을 향해 날아갔고 몇몇 나비들은 생각끝에 물어왔다.
“꿈이 머야? 혹시 잠 잘때 머리속으로 떠오르는 이야기같은거야?”
내가 어떻게 설명해줘야 그들이 이해 할지 몰라서 엉거주춤하는 동안 한마리 흰 배추나비가 대답했다.
“꿈이란게 말이야 가슴속에서 피여나는 꽃과 같은것인데 생각할 때마다 향기로움에 행복해 지지,그래서 꽃향기를 쫓아 어딘가로 가게 되거든,많은 상처를 입게 되면서도 더 가까이 하려고 노력하게 되는 열정을 더해주지,음…나의 꿈을 례로 든다면 시를 쓰는 나비가 되는거야,앉은 꽃잎마다 시를 쓰고 싶어…”
나는 꿈에대해 설명하고 있는 배추나비의 눈을 바라보았다.시를 쓰고 싶어하는 그의 눈에는 무엇을 담고 있을까?수많은 꽃송이가 보일뿐 배추나비의 눈은 그 애의 눈처럼 맑고 투명하지 않았다.나는 그만 실망하고 말았다.
“내말이 맞지? “
내가 아무런 응시도 하지 않자 그가 되물어왔다.갑자기 배추 나비의 몸에서 그 애의 모습을 찾으려는 자신,배추 나비가 그 애이길 바라는 자신이 우스웠다.나는 정신을 차리고 밝게 밝게 웃으면서 연신 고개를 끄떡였다.다행스럽게도 이 무리속엔 그래도 꿈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나비가 있었다.
진짜 다행스럽게도…
15
잔잔하게 들려오는 바람의 숨결은 내 볼을 간지럽혔다.절로 솟구치는 행복에 나는 달달한 꽃물에 잠겨있는듯했다.나비무리들이 생을 즐기는 모습을 꽃밭에서 찾아볼수 있었고 그들의 리더로 될 흰 배추나비는 곧 위대한 사명감으로하여 두 날개가  달아오를것이다.제 몸에서만 찾아볼수 있는것으로 많은 나비들이 아직 눈뜨지 않는 새벽에 그들을 깨우고 나와 같은것을 품고 다른길로 가게 만드는 사명,그것은 단지 가르치는 일이 아니다.그것은 잠든 무리들을 깨우는 일이였다.나비무리들이 깨여나서 나비들만의 하늘을 가꾸게 될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힘을 다해 어디론가 행하게 될것이다.
희망은 무리속에서 더욱 더 빛난다는걸 나는 알고 있다.그래서그런지 그들의 행복한 날개짓에 나도 금세 행복해졌다.언젠가는 흩어져버릴 꽃잎처럼 제 길을 찾아나서겠지만 말이다.서로의 온기를 느끼면서 잠시 머무는것,그 순간의 행복이 있어 더 멀리 갈수있는 나비였는지도 모른다.
하늘이 멍빛을 씻어내는동안까지도 나와 흰 배추나비는 말이 없었다.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내곁으로 살며시 다가와 시를 읊기 시작한 흰 배추나비였다.
삐뚤삐뚤
날면서도
꽃송이를 찾아 앉는
나비를 보아라
마음아
“이건 사람들이 지은 시야,아마도 힘들고 지칠때 나비를 본 모양이야.난 이 시를 떠올릴 때마다 내모습이 생각나,바람에 흔들리면서도 날고 있는 내모습말이야,흔들린다는건 자유로운것은 아닐까 생각해.그래서 난 흔들리는 느낌이 나쁘지 않아,모두들 흔들리면서 눈물 흘리고 흔들리면서 웃고 흔들리면서 떠나잖아.너도 그럴꺼라는거 잘 알고 있어.”
바람 멎은 새벽에 나의 마음은 흰 배추나비의 말을 듣고 흔들리고 있었다.내물을 껴안은것처럼 촉촉하고 차가웠지만 나는 잔잔하게 웃었다.떨릴것만 같은 목소리는 울음터진 하늘이 파란 눈물을 보이고 나서야 가라앉았다.이젠 떠나야 한다고 마음은 말하고 있었다.
“이 꽃밭과 멀어진다는것은 저 하늘과 가까워 진다는거야.어렵게 만난 무리들을 떠나는것 역시 하늘과 가까워 진다는 얘기지.네가 말한것처럼 난 항상 흔들림속에서 많은것을 배웠나봐.우는 일,웃는 일,떠나는 일,그리워하는 일,그렇지만 난 아프지 않았어,하늘을 위해  살아숨쉬는 일이 나에겐 행복이였어.”
나의 말을 듣고 흰 배추나비는 울었다.나는 아픈 얼굴을 하고 있는 그에게 환한 미소를 보이고는 그의 날개에 나의 이름을 새겼다.각시멧노랑나비,그의 무리속을 잠시 머물다간 나라는 나비가 있었다는것을 그가 기억해 주길 바랬다.꿈이 있는 나비에게 잊혀지는것을 나는 원하지 않았다.
16
내곁을 스치는 풍경들은 나의 날개짓을 늦췄다.내 시선에서 천천히 흐르는 나무,풀,잠자리,꿀벌.이들은 오래토록 나의 가슴에 남을것이다.아쉬움이 가득한 마음과 결연함을 품고 떠나야 하는 마음이 서로 치렬하게 갈등하면서 나의 날개를 힘껏 붙잡았다.나는 후자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떠나는 일이나 기다리는 일이나 이처럼 천천히 시작해야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무리들을 떠나야 했고 아직 깨여나지 않은 바람을 기다려야했다.조약돌에 앉은 나는 졸리지 않는 강물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그안으로 들여다보았다.순간 은빛으로 반짝이는 누군가가 나와 눈을 마주쳤다.그의 입에서는 또르르 물방울이 세여나와 물위를 향하고 있었다.그속에 무엇이 담겼는지 유심히 물방울을 쳐다보고 있는데 나에게 그것이 닫으려는순간 빵 소리와 함께 터져버렸다.
우리는 아무말없이 한참을 서로를 쳐다보고있었다.강물은 우리의 모습이 어색했는지 그 분위기를 풀어주려고 그림책을 펼쳤다.
강물이 펼쳐보인 그림책에서 나는 약간 얼굴을 찌푸린 하늘을 보았고 희미한 그늘을 드리운 나무를 보았고 한잎 한잎 사정없이 떨어지는 예쁜 락엽들을 보았고 떨어지는 락엽을 맞으면서 우두커니 멈춰버린 푸른 잎을 보았다.아니,푸른 잎같은 나를 보았다.모든것은 변하고 있었다.구름뒤로 얼굴을 살짝 내민 태양은 방금전만해도 종적을 감췄는데…길어졌다 짧아졌다 변하는 그늘의 길이도,나무가지에 앉은 잘 무르익은 고추잠자리의 모습도……
그들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는 나,그 자리에 멈춰있는 나,그 자리는 그들의 움직임으로하여 전혀 다른 자리로 되여 있었다.무섭게 변하고 있는 이 세상, 나처럼 잠시라도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가 있다면 그건 바보다.어떻게 보면 세상의 작은 변화도 한 사람을 철저한 바보로 만들수있다.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상이 나를 바보로 만든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내 스스로 자신을 바보로 만든것이다.굳게 자리를 지키는 이 마음 그리고 고집스레 바라보려는 이 눈은 다름아닌 내 선택이였기에…
나는 날개를 파닥이며 이야기책에서 시선을 뗐다.그리고는 강물주변을 맴돌았다.은색으로 빛나던 존재가 하나 둘씩 수면위로 떠올랐다 다시 가라앉는것을 반복했다.물속에서도 숨 쉴수 있는 존재,마치 내가 하늘을 자유롭게 누비는것처럼 물속에서 맘껏 자유로움을 만끽할수 있는 존재,항상 강물의 이야기를 떠나지 못하는  존재,나는 그 존재를 만나려고 수면위로 발을 내디뎠다.순간 가벼운 몸이 물에 빨려 들어가면서 반쪽 날개를 적셨다.나머지 반쪽마저 물속으로 가라앉으려 할 때 그 존재가 은빛을 뿜으며 수면위로 박차고 나와 몸으로 나를 떠밀었다.나는 붕하고 공중위로 떠올랐다.
“참 대책이 없는 나비구나.”
격하게 방망이 질을 해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는데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촉수에 맺힌 땀방울을 데려간 바람은 언제 깨여났는지 젖은 날개를 말려주고 있었다.일분과 일초사이로 흐르는 침묵은 마음의 흐름을 무겁게 짓눌렀다.나는 아찔한 순간을 잊으려고 눈을 감았다.이때 은빛존재가 말을 걸어왔다.
“ 괜찮아?”
나는 푸른 목소리에 눈을 떴다.그제서야 자신을 구해준 은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것이 떠올랐다.
“구해줘서 고마워,아까 많이 놀랐는데 지금은 조금 괜찮아졌어.”
나의 대답에 은빛존재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는 반갑게 나를 맞아주었다.
“ 너는 어디로 떠나려는 참이니?같은 길이라면 좋겠는데…”
마른 날개를 몇번 파닥이고는 나는  강물속으로 들여다 보았다.숨막힐것만 같은 강물속에는 물풀이 무성했고 그 사이로 은빛존재들이 헤염치고 있었다.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참인데 잠깐 딴데 정신이 팔려 그만 방향을 잃어벼렸어.근데 너는 물속에서 사는거 숨막히지 않아?”
숨 막히지 않는다는듯  은빛존재가 입을 뻐끔거렸다.그의 지느러미는 자연스럽게 물풀을 갈랐고 꼬리는 힘있게 물살을 갈랐다.
“우리 갈은 잉어에겐 물은 엄마의 젖줄과같아,저력으로 때론 앞으로 헤염치기 어렵지만,오늘같은 흐린날엔 졸리고도 답답하지만,그렇다고 물을 떠나면 끝이거든,그래서 우리는 강물속에서 생을 이어가고 길을 찾는거야.”
은빛존재 잉어,나의 시선으로 그의 생을 바라봤을땐 숨막히고 답답했지만 그의 시선으로 자신의 생을 바라봤을땐 그게 당연한 길로 되여있었다.불행하다고 느끼는 순간마다 그게 내 시선이 아니였기 때문이고 비참하다고 생각되는 순간마다 그게 내 시선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잉어가 물살에 떠밀려 가면서도 행복을 느낄수 있었던건 남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시선으로 삶을 바라봤던건 아닐까,그래서 늘 힘이 생겼고 물속이 답답하지 않은것은 아닐까.나는 나를 구한 잉어의 길이 궁금해졌다.
“너는 어디로 떠나려는 참이니?”
잉어가 대답했다.
“바다로.”
“모든 어른 잉어들이 나를 반대해서 나섰지만 그래도 바다로 가볼꺼야.담수를 마시면서 살수밖에 없는 나지만 그래도 더 넓은 곳에서 헤염칠거야.잠시뿐이라도”
작은 잉어를 담을수 있는 긴긴 강물은 작은 잉어가 원하는 더 넓은 공간이 없었다.모든것이 충족했다.산소도,먹이고 친구도,하지만 어린 잉어에겐 바다만큼 자신을 꿈틀거리게 하는 충분한 이유가 없었다.그래서 그가 이렇게 말했을것이다. 더 넓은 곳에서 헤염칠거라고.그게 잠시 뿐이라도.
17
어린 잉어의 몸과 마음이 바다를 위해 꿈틀거리는 동안 나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어디를 가든 하늘은 하늘만큼의 높이로 나를 덮어주고 있었다.우화전에는 전혀 이런 느낌이 없었는데 우화해서부터 웬지 나의 존재는 한없이 작아지고 있었다.그래서 풀잎에 앉든 꽃잎에 앉던 나의 자유로 되였고 그 자유같은 자유롭지 못함에 종종 길을 잃었다.이제라도 서둘러야 완성되는 나비의 삶이다.날개를 펴라고 마음은 말하고 있었다.
나는 강물을 떠났다.나의 뒷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강물은 그의 이야기책속에 나를 잠시  등장시켰다가  내가 사라지는 순간이면 또다른 모습을 그의 이야기책속에 담을것이라는걸 잘 알고 있다.강물은 변하는 그림책이였으니까.모두가 주인공으로 될수 있고 그 누구의 모습이든 꺼려하지 않고 담아둘수 있는 솔직한  이야기책,이젠 락엽이 이 그림책의 한페지를 번졌다.쌀쌀한 가을의 기운이 온몸으로 스며들었다.
나는 찬기운을 이겨내면서 하늘로 높이 날았다.여름의 꽁무니를 놓히고 가을의 옷자락을 스친 지금,뒤를 돌아보니,내가 태여난 산지의 흔적이라곤 찾아볼수 없을정도로 너무 멀리 와버렸다.여린 한마리의 각시멧노랑나비의 이야기는 갈매나무 할아버지에게로 돌아가는 그 길에서 종점부가 찍힐것에 안 나의 연두색 날개는 찬 바람에 흔들려 티맑은 하늘을 울리고 있었다.사람이 죽으면 하늘위의 별이된다지만 나비가 죽으면 바람이 되여 꽃을 스친다.내가 엄마의 꿈을 떠올릴때마다 꽃은 아름답게 흔들렸고 바람은 다정하게 다가왔다.함께 떠나는게 어떤 느낌인지 내게 가르친 바람의 몸에서는 엄마의 맑고 투명한 향기가 가득했다.하늘의 어디쯤에 도착해서 이야기를 쓴다면 나는 바람의 이야기를 강물이 잘 비추는데 쓸것이다.하늘을 사랑하는 누군가가 눈이 멀어 하늘을 볼수없을때 졸졸졸 강물의 이야기를 들을수 있을테니까.이 세상 어느 구석에서 태여난 한마리의 각시멧노랑나비의 사랑은 꽃이 아닌 엄마의 향기를 가득 닮은 바람이였다는걸 알았으면 좋겠다.
높아짐에 따라 숨 쉬기가 어려운 곳,끝없이 높은 하늘의 한가운데 멈춰서서 나는 하늘에게 말을 걸었다.
“하늘아하늘아,새봄이 올때까지 여기에 세긴 이야기를 잘 간직해줄수 없겠니?”
오래토록 묵은 하늘의 때를 깨끗이 씻으려고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가을의 하늘은 구름이 없어 때를 잘 타는듯 했다.새하얀 구름이 하늘에 묻은 보이지 않는 때를 씻어 주었기에 먹구름이라 불리웠고,먹구름이 하늘의 때속에 담긴 이야기를 보고 눈물을 흘려 가을비라 불리웠다.
“자,여기다 쓰보렴,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
먹구름이 끼고 추적추적 찬 비가 다 쏟아지고 나서 하늘이 이렇게 허락을 했다.나의 날개는 비에 젖어 무거웠지만 소중한 이야기가 담긴 마음은 이 무거움을 감당할만 했다.나풀나풀 나의 날개는 마음을 따라 움직였다.필이 없이 이야기는 잘 내려갔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투덜대는 코스모스가 있었다.바람은 코스모스 곁으로 다가갔다.키 큰 코스모스는 흔들렸고 곧 스러진척 바람이 피운 간지러움을 막았다.나는 바람이 내게 가르친 그대로 코스모스에게 가르쳤다.
“널 간지럽히는 바람을 볼수 없듯이 내 이야기도 눈으로는 볼수없어.네가 정말 궁금하다면 마음으로 하늘을 사랑해야하고 바람을 느끼듯이 내 이야기를 느껴보는거야.”
코스모스는 알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이야기를 이어갔다.바람이야기,산닭이야기,갈매나무 이야기,분홍꽃이야기,나비무리이야기,어린 잉어 이야기 그리고 나와 같은 또 한마리의 각시멧노랑나비의 이야기.내가 만난 존재중 그 애의 이야기는 유일하게 내가 이어써내려가야하는 이야기였다.나는 그 애가 그리워났다.시든 꽃잎이 대지가 그리워 땅으로 지는것처럼,나는 그애가 그리워 땅으로 지고 있었다.그애에 관한 이야기를 채 잇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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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엽이 바스락거리면서 부서지는 소리는 봄에 태여나 여름을 함께한 누군가와 리별을 고하는 소리라고,바람도 없이 락엽이 우수수 떨어지는건 이 지구의 반대편에 살고 있는 어느 누군가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기때문이라고...
바람이 멎은 지금,락옆들이 한잎 두잎 떨어지고 있다. 이 지구의 반대편에 대체 누가 울고 있을까.나는 락엽사이로 여름을 다 하지못해 아쉬워 몸부림을 치는 푸른 잎처럼 가볍게 가라앉고 있었다.내 마음은 여전히 뜨거웠지만 날개는 다 타버린 종이처럼 재가되여 힘을 잃어 갔다.내게는 아직 많은 이야기가 남아있다.산지가 전부였던 내 세상이 어떻게 넓어졌는지,사랑이 언제 시작됬고 그리움이 언제부터 강을 이루었는지…
조용히 나는 락엽무덤위로 내려앉았다.가을만의 향긋한 냄새가 내몸을 구석구석 씻어주었다.나는 온힘을 다해 외쳤다..
“나는 하늘을 사랑하는 각시멧노랑나비다.”
내 목소리가 어디에 부딪혔는지 맑고 투명한 메아리로 되돌아왔다.
“나는 하늘을 사랑하는 각시멧노랑나비다.”
마음이 알싸해졌고 눈물이 고여왔다.이렇게 잠들기는 싫었지만 어쩔수 없다는 사실에 나는 그만 외로움을 느꼈다.한겨울은 내게 너무 길었기에.잠들면서 기다리는 사이에 가슴속에 남은 이야기가 잊혀질것 같았다.그래서 나는 또한번 외쳤다.
“나는 산지에서 태여난 각시멧노랑나비다.나는 하늘을 사랑하지만 한 나비가 그리워 강을 만들었어.ㅡ 그 애가 너무 보고 싶어…”
이윽고 락엽은 맑고 투명한 목소리를 데려왔다.
“나는 산지에서 태여난 각시멧노랑나비다.네가만든 그 강을 건느려고 지금 다리를 만들고 있어.나도 보고싶어…”
익숙하지만 메아리로 들릴만큼 너무나 멀리 있는 그 목소리는 내가 그토록 그리던 그애의 목소리였다.락엽을 떠나보내는 나무처럼 나는 온몸으로 울기 시작했다.흐려진 시야속에서 나와 함께 울어주는 락엽들을 보았고 그 애의 맑고 투명한 눈이 아른거렸다.갈매나무할아버지께 다시 돌아갈거라는 약속이 떠올랐다.어쩌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것 같아 미안한 눈물이 볼을 타고 입속으로 들어갔다.나는 작은 소리로 흐느꼈다.
“미안해…”
그 애가 있는 곳에서도 바람이 없이 락엽이 떨어진걸까?내가 어깨를 들썩이면서 우는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맑고 투명한 목소리가 나의 가슴으로 들어왔다.
“괜찮아,너의 마음속에 갈매나무할아버는지가 계신다면 얼마나 멀리 있어도 결코 멀지 않아…벗꽃이 피는 봄에 꼭 만나 우리.하늘에서 봄비 오기전에 내가 너를 찾아갈께.내 이야기를 들려줄께.”
 눈물이 웃음과 함께 번지고 있었다.이 순간,감격과 슬픔으로 뒤엉킨 내 눈망울은 맑고 투명한 그 애를 담고 있었다.이슬보다 진한 냄새를 풍기는 눈물로하여 어둠이 내린 밤은 촉촉했고 자신이 얼마나 빛나는지를 모르고 있는 별을 흐려놓았다.소리를 참으면서 흘리는 눈물이 이 세상에서 제일 아픈 사랑을 담고 있다고 그 애에 대한 나의 사랑은 그만큼 뜨거웠다.
이른 봄날,제일 먼저 새싹의 기침소리가 나는 곳에 그 애가 왔다면 강물속에 비친 내 글,내가 그 애에게 쓴 편지를 그 애가 보게 될것이다.맑고도 투명함으로 어둠을 물리칠 줄 아는 눈이 그것을 읽을것이다.스스로 사랑을 배워 나가도록 나를 놓아준 너를,나의 꿈속에 얼마나 큰 사랑이 숨어 있는지 깨닿게 해준 너를,나비는 끝까지 연약함으로 꿈을 이뤄야 한다고 가르친 너를,나는 가슴으로만 사랑했다는것을.
안녕,나의 사랑.
 
 
 
 
 
 
우리가 흘린 눈물은 곧 알로 되여 수많은 빛으로 부화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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