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창작마당
신분증
2015년3월13일 09시29분    조회:1654    추천:0    작성자: 리태근
신분증


리태근
 
신분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두번이나 바꿨는데도 바꿀수록 엉망이다. 번번히 잃어 버렸다고 신고를 할때마다 파출소의 호적관리 아가씨가 이상한 눈길로 쳐다본다.(혹시 도주범이 아니냐? )

 늙은건 어쩔수 없지만 고개를 떨어뜨리고 몸을 잔뜩 움추리고 찍은 사진은 똑 마치 인터넷 포고문에 나붙은 죄수사진 같다.  그래서 신분증은 누 보여주기 싫었다. 몇년전만 해도 신분증이 나오면 마누라와 애들이 잘 나왔다고 기뻐하던게 이건 영 엉망이다. 틀림없이 뒤문으로 취직한 사진사가 촬영기술이 잘못 찍은게 틀림없다.
 
     그런데 모두들 신분증이 잘못나온게 아니라 사람이 문제란다.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사진사를 나무람하지말란다.  거울을  자세히 뜯어 보란다. 그래서  혼자서 거울을 비춰보니 아닌게 아니라 얼굴에 로인반점이 생기고 밭고랑같은 주름살이 한벌 덮힌게 내 얼굴이 맞느냐? 한탄이 절로 난다.  태여날때부터 언녕 알았다. 얼굴이 반반한 애들은 이래저래 군대도 가고 공인으로 추천받아 가는데 나는 시골량식관리소 《마대공인》으로 추천받았다. 그것도 몇해 못해먹고 정간((간부를 정리하는 운동)맞아서 쫒겨났다. 또다시 아낙네들 궁둥이를 따라다니며 기음이나 맬걸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났다. 출세를 못할바엔 자살해 버릴가? 못된 궁리만 하였다. 모든게 꿈이였으면 얼마나 좋으랴…  밤마다 무서운 꿈에서 깨여나자고 두발을 힘껏 굴렀더니 서까래 천정이 딱딱하게 맞쳐온다. ... 
 
   나는 정말 못생겼다. 호박코에  광대뼈가 툭 비져나온게 어머니를 닮았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북골이 무우골처럼 삐진게 톱질쟁이 아버지를 똑 빼여닮았다는 사람도 많았다. 잘난 애들은 모두가 애비 에미의 고운 곳만 골라 닮는다는데 이건 못난 감자처럼 울퉁불퉁한게 시원스럽게 생긴 곳이 한곳도 없었다. 그래서 녀자들은 나를 막 생긴게 아니라 질서없이 생겼다고 결론했다.  그래도 나는  부모를 한번도 원망한적이 없다. .  아버지는 마흔에 상처해서 어린 딸 둘씩이나 데리고 있었고 어머니 역시 마흔에 상처해서 코빠는 아들 둘씩이나 딸려있었는데 두분이 갓난신고 끝에  나를 낳았단다. ? 모두들 나를 하느님이 낳은 행운아란다. 만약 아버지와 어머니가 각각 상처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태여날수 있었을가??
 
  엎어보고 번져보고 낮에 보고 밤에 보면서 보면 볼수록 요강 덮개에다 물 떠먹은 기분으로 찝찝하다. 한어말로 (人走茶凉 사람이 떠나자 의자가 식는다.)고 하더니 엊그저께 금방 정년퇴직했는데 퇴직하자 마자 이렇게 팍팍 늙을 줄이야. 도대체 한자리 할때 나를 《백마왕자》라고 칭찬하던 녀인들은 어디로 다 갔을가?  내가 벌써  환갑나이에 올라있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환갑을 쇤다고 하면 어째서 그렇게 서운하던지. 그런데 내가 벌써 환갑나이라니?  술상에 앉을 때마다 녀자들이 열살이나 젊어 보인다고 칭찬하면 잘 생긴 남자들이 시샘이 나서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야단쳤다. 권력이 있을때는  못난 신분증도 잘 나왔다고 입술도  닦지 않고  칭찬했는데 지금은  신분증을 보자는 사람도 없다.
 
    나는 문뜩 신분증속에서 나를 한없이 원망하는 나를 발견하였다.인생은 한번 가면 그뿐이다. 저 산을 넘어갔던 사람들이 살아서 돌안 온 영웅을 보았는가? 모택동, 주은래, 등소평과 같은 위대한 인물들도 한번 가면 그뿐이다. 누구나 죽으면 한오리의 연기로 사라지기 마련인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흘러간 어젯날을 한탄하느냐?  나이는 수자일뿐 인생의 분수령이 아니다. 나의 인생은  누구도 대체하지 못한다. 내가 만든 과거속에서 나를 다시 장식하는것이 현명한 삶의 방식이다. 이제 남은 인생을 금쪼각처럼 아끼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게 자기를 찾는 유일한 출로일것이다. 기회는 한번뿐이란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라고  죽기만 기다리겠는가? 또다시 새롭게 벅차게 살면서 새로운 《젊은 신분증》을 만들리라… 
 
2009년 9월 21일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8
결과가 없습니다.
‹처음  이전 1 2 3 다음  맨뒤›
  • 공지사항
  • 자유토론방
  • 최근리플 | 가장많이본글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