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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짚인연
2015년3월28일 08시51분    조회:2200    추천:0    작성자: 리태근
벼짚 인연



리태근


 
                                                          
  씨름선수는 둣등에 모래알이 떨어질새 없고 농부는 옷깃에 벼짚이 떨어질새 없다고 나는 벼짚과 막강한 인연을 맺고 살아왔다.  글을 쓸 때는 벼짚이 그리워 지지만 정작 한평생 벼짚을 품고 살라면 소름이 끼친단다. 왜 그럴가?  일년내내 말갈데 소갈데를 가리지않고 죽을고생 다 하며 농사를 지었건만 가을이면 북데기 밖에 차레지지 않았던  찌긋찌긋한 나날들이 벼짚만 보아도 구역질 나게 만들었던가 지금도 집안에 남새속에 묻어온 벼짚오리만 보아도 비새는 처마밑에 매달린 누런구레기를 만지는듯 소름이 끼친다.
 
  이른 봄부터 찬바람을 않고서 갓난아이 키우듯 부식토를 파다가 <담요> 를 펴주고 농가비료로 <이불>을 덮어준다.  쥐면 부서질세라 불면 날아갈세라 애지중지 모를 키웠다. 한여름 잔등을 지지는 해빛을  업고서 죽어라고  돌피와 가라지를 가려내며 벼모를 자래웠다. 이삭받이가 시작되면 날마다 하늘에 대고 두손을 싹싹 빌었다.  제발 이삭받이를 무사히 넘겨달라고 애원한다.  그런데 하느님도 무정하지 해마다 장마철에는 폭우로 논밭을 억망으로 만들었다.  손꼽아 기다리던 추석바심도 못해보고  엄마는 또다시 떵떵 얼어튀는 탈곡장에 나앉아 해넘어 갈때까지 북떼기를 들춘다. 벼짚이 죽어라고 미워났지만 정작 벼짚이 없이는 하루도 살수 없었다. 이영새를 예도 벼짚이요 새끼를 꼬아도 벼짚이요 소를 먹여도 벼짚이요 나래를 만들어도 벼짚이요 가마니를 짜도 벼짚이요 닭둥지를 만들어도 벼짚이요 쌀둔지를 만들어도 벼짚이요 불을때도 벼짚이다. 벼짚이 못하는일이 없이 끝없이 고마웠건만 공연히 벼짚만 보면 꼬부랑 새끼같은 내팔자를 보는것같아서  한없이 미워났다. 
 
  벼짚으로 장식한 우리집 풍경은  언제보나 가난하고 말끔했다. 하늘탓인지 사람탓인지 언제 한번 가슴뻐근하게 <분홍>을 타보지 못했다. 해마다 차레지는 쭉정이 벼농사 때문에 벼짚이 미워났을가? 말로는  <이밥에 도끼나무불 때는 살기좋은 고장>이 라고 버릇처럼 자랑했지만 벼농사를 짖고도 이밥은 커녕 강냉이와 피낫쌀로 시래기 무우밥으로 에때우던 배고푼 세월이 찌긋지긋해난다. 다. 탈곡이 끝나기 바뿌게  어머니는 헌옷을 망둥만큼 꿍겨입고 거치른 감자밭을 멧돼지처럼 뚜지며 언감자 이삭을 줏었다. 해마다 콩농사를 괜찮게 했건만 매주콩이 없어서서 꼭괭이로 언땅을 파헤치고 쥐굴을 들춰야했다. 감기약도 없던 모진세월에 쥐병에 걸리지 않은게 천명이였다.  소나무껍질로 송기떡을 해 먹고 뒤가 굳어져서  비누로 관장을 대던  진저리나는 <대식품세월>을  어찌잊을손가

 
   농민은 벼짚을 한시도 떠날수 없다.  동이고 묶고 달아매는 모든끈은 새끼였다 나무하러 갈때면  밤새도록 손바닥이 갈라터지게 새끼를 꼬아서 어께에 지고 가서는  싸리나무 풋나부를 했다. 배고푸면 가냘픈 허리를 여지없이 조여주던 새끼줄이 지금도 허리띠를  찌긋찌긋하게 조인다. 새끼줄이 없이는 아무것도 못해낸다.  이른봄 모상판에 비닐하우스를 동여도 새끼줄이요  초가삼간 지붕을 동여도 새끼줄이요 토담배를 달아도 새끼줄이요  시래기를 달아매도 새끼줄이요 동지섯달 목재판에서 소와 함께 딩구는 농부의 허리에도 새끼줄이 제격이다. 새끼줄을 떠나서는 농사를 지을 수 없던 그 세월에  할아버지 아버지의 꼬부랑 허리를 꽁공 동여준 새끼줄이 얼마나 고마웠던가?
 
   북데기와 영원히  생리별하자면 부모를 배반하고 농촌을 떠나야한다. 싸리긁에서 참대나자면 씨를 바꿔야한다. 모주석이 농민의 자식들이 신세를 개변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신세를 개변하자면 진심으로 재교육(농민들이 교육)을 잘받아야 한단다.  찌긋찌긋한 농촌에 영원히 뿌리 밖겠다고 장엄하게  선서했다.  낮에 밤을 이어가며 억새풀과 씨름하였다. 살이 찢어지고 뼈가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북데기를 하느님처럼 떠 받들어야 한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이라 할가 북떼기 속을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쥐굴에도 볕이 들날이 있다고 끝내 빈하중농의 추천받아서 농촌을 벗어났다. 정작 벼짚을 떠나는 날 어쩐지 벼짚이 불쌍해 보이였다.
  
  고향을 멀리 떠날수록 영웅으로 받들렸지만  고향을 멀리 떠나서 잘된 사람들이 몇이나 되였던가?   배고프면  모든게 귀찮아진다  고향을 귀가 쟁쟁하게 노래하던 사람들이 정작 고향건설에 목숨 바치라고 하면  뒷걸음친다. 지금은  향진간부들이 농촌으로 전근해도 이사짐을 싸가지고 하향하는 간부들이 없단다. 진정으로  농촌에 뿌리 밖겠다고 이사짐을 싸기지고 처자들을 데리고 가는 국가간부를  보았는가?  그들도 겉으로는 농민들을 하니님처럼 받들지만 속으로는 벼짚을 <원쑤>로 미워하는게 아닐가?  
 

   어느날 마누라가 메주를 만들겠다고 벼짚을 한줌 얻어오란다.  내 인생에 쓰라린 미움만 남겼던 도움이 안되였던 벼짚이 메주를 만들고 썩장을 만드는데는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보배란다. 도시의 구석구석을 누벼도 벼짚은  찾아볼수 없었다. 행여나 재래시장에 농산품을 팔려오는 농민들이 소를 먹이 느라고 벼짚을 가져오지 않았을가? 찾아보았건만 시장에는 남새장사군들이 근을 속이느라고 실타래처럼  동여맨 벼짚오리뿐 쓸만한 벼짚이 없었다.  개똥도 약에 쓰자면 없다고 하더니 하는수없이 차를 몰고  교구 농촌에 찾아가서 벼짚을 얻어왔다.
 
  오랜만에 층집에 벼짚을 펴놓고 메주를 띄우노라니 또다시 주름덮힌 어머님이 얼굴이 어설푸게 떠오른다.  메주콩을 삶는 날이면 김이 뽀얗게 서린 메주콩을 옥구술처럼 꿰매서 눈덮힌 벼짚낟 가리에 얼궈어서 먹던 일, 갓난 아이머리처럼 메주덩이를 곱게 빚어서 창문밑에 주렁주렁 모셔놓았지. 어머님이 손등처럼 얼기설기 갈라터질때면 새끼줄로 십자로 동여서 대들보에 달아 매고 한해 여름 내내 말리워서 동지섯달이 지나면 장독에다 맛있는 장을 담구던 어머님, 조선족 된장이 벼짚을 떠나서는 장구실 할수 없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생생하게 터득하게 되였다.  
 
  벼짚에는 장을 만드는 특별한 균을 갖고 있단다.  그런데 벼짚만 보면 신경질이 나고 벼짚만 보면 한맺힌 부모님들이 얼굴이 떠오른다. 벼짚만 보면 기구한 나의 자화상이 떠오른다. 영원히  벼짚과 멀리 하려고 아득빠득 몸부림치며 살아왔거먄 결국 벼짚 없이는 썩장을 만들수 없단다. 썩장 냄세에 푹 절인 벼짚을 만지노라니 아버지 상여를 메고 삼배모자에 새끼를 동여매고 휘여휘여 따라나서던  낮익은 얼굴들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왜서 사람만 죽으면 머리에 배모자를 쓰고 새끼줄을 동이고 나섰을가?  한평생 죽도록 고생시킨 벼짚이 밉지도 않은지 궂은 일에도 벼짚이요 슬픈일에도 벼짚이다. 과연 벼짚과 조선사람들은 전생에 무슨 떨어질 수 없는 인연이 있었던가?
 
  지구가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온다더니 벼짚이 죽도록 미웠건만 결국  <벼짚문학>을 연구하는 <벼짚귀족>이 되고 말았다.  한생을 피눈물 나도록   맺은 <벼짚인연>에서 벗어 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결국  한맺힌 새끼줄을 허리에 동여매고 머리에 새끼를 동여매고 허허벌판을 헤매는 <벼짚귀족>이 되였다. 농촌에 있을때는 흐해버렸던  벼짚이 얼마나 깊은 학문이 있는지 인제야 조금씩 알것같다. <벼짚학문>을 모르면 문학에서 성공할수 없다는 도리를 인제야 깨닿게 되였다. <벼짚학문>을 모르고 쓴 글들은 물우에 떠 있는 부평초와 같이 뿌리를 내릴수 없다는을 진심으로 느끼게 된다.
 
    오! 벼짚에 인류를 깨우치는 위대한 비밀이 슴배여 있는 줄을 당신은 아십니까?
 
                                                                              2009년 5월 3일 수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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