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한데요. 이분들은 제 은인들과 마찬가지예요. 점심 한상을 간단히 초대하려는데 부탁해도 될까요?”
부인은 울향이가 준 사례를 보고 돌아선 장사밑천에 안심하며 얼굴에 웃음을 띄우며 연신 고래를 끄덕인다.
이렇게하여 울향의 안배속에 한정이네 꾸리는 한식집에서 울향, 한정과 사내들이 한상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게된다.
사내들은 마치 간만에 폭식이라도 하는듯 먹어대는 모습을 지켜보는 울향에게 옆에 앉은 한정은 궁굼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물어본다.
“어떻게 아는 사이야?”
“예전에 내 목숨을 지켜주었던 분들이야.”
한정의 물음에 울향은 더는 자신의 난폭한 과거 신분을 알리고 싶지 않던지라 그저 간단명로 하게 대답한다.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부인은 주방에서 한정을 불러들인다.
한정이 부인의 일손을 도우러 가고 사내들도 배부른 기색이 돌자 울향이 조심스레 현재 그들의 상황을 물어보기 시작한다.
“지금 어떻게 지내세요?”
그러자 두목으로 보이는 자가 공손하게 대답한다.
“그저 백수로 지내죠. 그때 그 일로 손도 병신이 되였는데 임호형님마저 죽으니 3선에서 물러나 조직에세 창고나 지키면서 겨우 벋히고 있는데 아가씨마저 시집을 간 계기로 사장님께서 아가씨의 원 소속들을 모두 편집해버려 우리 같은 능력없고 밥만 축내는 조무래기들은 더는 신세를 질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조직에서 나와 새롭게 살려고 했는데 요즘같은 세상에 워낙 취직도 어려운데 우리처럼 못생긴 몰골때문에 하찮은 일이라도 다들 꺼리며 쓰려는 곳이 없어요. 그래서 결국 동네에서 관리비나 받고 있어요. 그래도 조직의 이름을 팔며 먹칠하는 삼류짓은 절때 안했습니다. 아가씨, 믿어주세요.”
사내의 말에 울향은 머리를 숙인다.
여태까지 자기 자신이 도맡은 일들이 자신의 입장과 처지때문에 어쩔수 없다고만 여기면서 혼자만 죄책감속에 시달려왔다고만 생각했지 진정 여태까지 자기를 밑고 목숨을 내걸고 따르는 수하들에 대해서는 언제 관심을 가져본적이 없다.
조직내부에서도 비록 실력의 뒤지지 않지만 아가씨란 신분에 특수대우를 받은적이 어디 한두번이 아닌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결국 결혼할때도 그저 모든것을 김사장의 안배에 맡기고 빈몸에 홀랑 나가버리고 생사를 나눈 자들에게 밥을 차려 먹게끔 제대로 뒤처리를 해놓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울향은 미안한 마음에 사내들을 향해 진심으로 머리숙여 사과한다.
“죄송해요. 다 제 잘못이예요.”
울향의 공손한 사과에 사내들은 어쩔줄을 몰라한다.
“아닙니다. 우리가 못나서 아가씨께 페를 끼치죠. 그래도 요즘에는 밤마다 편안한 잠을 자고 지냅니다. 우리 같은 사람 편안하게 보내는게 복이죠.”
그들의 얼굴에는 어느새 안락한 기색이 감돈다.
울향과 사내들이 담화를 주고받는 사이 주방에서는 부인이 한정에게 울향의 정체에 대해 물어본다.
“쟤 뭐하는 집 딸이야? 어떻게 저런 무시무시한 사람들을 알수가 있지? 쟤, 공부잘해? 보통 너의 학교에 다니는걸 보면 잘사는 부자 집 딸이거나 공부 잘하잖아.”
부인의 련속 이어지는 물음에 한정이 설거질을 하며 대답한다.
“엄마, 좀 한가지씩 물어봐요. 정신사나워.”
“그러니깐 너 쟤에 대해 얼마나 알어?”
“쟤 공부 잘해서 상해대학에서 고재생으로 들어온 애인데. 이번에도 장학금 기준치에 도달했구. 근데 쟤네집 뭐하는지는 나도 모르겠는데. 입고 다니는 옷들은 죄다 최고급 명품이고 해서 잘사는 집 같기도 하고한데 돈 쓰는 이미지를 보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쓸데가서는 쓰고 쓰지말아야 할데는 절대 안써. 돈을 대단히 귀하게 여길 정도로 똑부러져 부자집 아가씨가 아닌것 같단 말이야. 참, 나 한테 오빠에 대해서만 얘기를 많이 했는데.”
한정의 말에 부인은 근심어린 어투로 말한다.
“그래? 하두 니 목숨을 구해줘서 초대는 한다만 너무 가깝게 지내지 말었으면 좋겠어. 사연이 많아 보여.”
부인의 말에 한정은 그간 울향이와 보낸 우정을 생각하며 반박해 나선다.
“엄마, 무슨 소리하는거야. 튜립이 얼마나 순진하고 착한데. 따라배워라 할때는 언제구. 저 사람들 그저 튜립을 구해준 은인이라고 했어. 알지도 못하면서.”
한정의 고집불통에 부인은 그저 머리를 젖는다.
한편 대화를 나누던 울향은 그들에게서 자기가 몰랐던 임호의 죽음에 대한 일들을 듣게된다.
3년전 당시 적들의 비겁한 수에 걸려 습격을 당한 울향이 싸우다가 힘에 붙혀 그만 쓰러지자 저쪽에서 싸우던 임호가 어렵게 다가와서 울향을 죽이려는 상대를 때려 눕히고 울향의 상태를 살펴 보는데 마구 들이닥치는 대방의 남은 병력이 모두 이쪽으로 몰려와 그들을 겹겹히 포위하고는 무자비하게 몽둥이를 휘두르며 공격을 들이 댔다. 임호는 혼신을 다해 쓰러진 울향을 품에 감싸고 적들에게 몰매를 당하며 지원군이 도착 하기만을 기다리며 벋히고있었지만 지원군이 나타나서 상대방을 물리쳤을 때에는 이미 임호가 마지막 숨을 거둔 뒤였다. 그렇게 울향과 임호가 친구하기로 한 이튿날 임호는 울향을 보호하려다 저 세상으로 떠나갔다.
어린 녀동생과 고아원신세를 면하겠다고 늙은 할머니 슬하에서 지내면서 지하씨름 선수로 일하며 온 집안의 생계를 유지하려다가 어차한 계기로 조직에 뛰여들어 재석의 직속에 입명되였다. 뛰여난 싸움기술을 바탕으로 공적을 많이 쌓아 재석의 옆에서 일하면서 신임을 받고있다가 재석이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되자 울향이가 시름놓이지 않은 재석은 임호를 울향의 직속으로 배치해 울향의 보디가드직을 임명시키게 된것이 바로 그가 울향이와 서로 역기게 된 계기이다.
말하기 싫어하고 내성적인 울향과 재석에게 충실한 무뚝뚝한 임호의 첫 만남에서부터 언제나 그들사이는 침묵이 감돌았다. 하지만 여러번의 생사와 재석에 대한 공통한 충성속에 그들은 언제부터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조직사업의 성대한 한차례 승리만찬속에 그들은 친구하기로 약속했다. 서로에게 자신의 모든 고민과 편하게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서로 격려를 해주는 둘도없는 친구가 되여주겠다고. 근데 하늘은 울향에게 그런 여유도 줄수가 없나보다.
병원에 실려간 울향은 한달내내 쇼크상태에 있었고 마침 유학해서 첫 방학을 맞아 귀국한 재석은 의사의 진단과 우려에 앞으로 신경이 예민할때로 예민한 울향의 안정상태에 지장이 있을까봐 울향이 몰래 임호의 가족들을 따돌렸다.
그리고 이번 조직의 일에 주체없이 나서 울향이 미처하지 못한 마무리를 인정사정 보지않고 련관된 일체를 소탕내듯이 하자 김사장은 장로들의 압박과 앞으로의 재석의 안위에 불리해질까봐 학업을 마치기 전까지 돌아오지 말라는 명령을 하고는 급급히 다시 미국으로 보냈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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