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때만 하여도 겨울이냐 싶게 화창하던 하늘이 하교길엔 시꺼먼 구름을 몰아 숨이 갑갑할 정도로 낮게 드리우더니 급기야는 차디찬 겨울비를 내리 퍼붖는데 그 비를 생각도 없이 맞받아 걷고도 그게 비물인지 눈물인지... ”
새벽녘의 고요는 후배의 때아닌 전화로 끊겼다.매서운 겨울바람은 창가를 휘몰아 때리고 서로의 위로말은 사람의 언어가 그리 쓰잘데 없었을 경우가 있냐 싶게 시커먼 겨울아침속에 여울져만 갔다.태산보다 무거운 삶 홍모보다 가벼운 삶, 모든 인생의 가치에 정의지어지는 단어가 무색화되고 어찌 그리 매정하게 사람이 어찌 그리 기별없이 가뭇없이 사라질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여기 이렇게 그 모습이 가슴한구석에 오롯이 올방자를 틀고 앉아있는데 그 숨결이 그 사춘기소년같이 투명토록 맑은 미소가 새색시 같은 조근조근한 말투가 눈에 선히 살아있는데 정작 본인은 어찌 그리도 미련없이 훌쩍 떠나버릴수 있나싶은 생각에 새벽은 하옇게 지새 간다.
은사님과의 첫만남은 정작 본강의보다는 길가다 무심코 눈에 띄인 특강공지에서 시작됐다.조문학부에 입학한지 얼마안된 풋풋한 새내기 대학생이였을때 현대시특강포스터가 학부 공지란에 나붙었는데 하루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고 무작정 가서 자리를 차지하고 보니 전문석사연구생을 위한 김경훈교수님의 현대시강좌였다.입학한지 한달도 채 안돼 문학리론엔 까막눈인 나에게 교수님의 강의는 따분하고 모던시처럼 난해했다.
한참뒤 교실뒤켠에 자리를 차지하고 무료하게 앉아있는 나를 나에게 교수님은 자아소개를 부탁하고는 알아들을수 있느냐 물으셨고 “하나도 모르겠다.”는 대답에 웃음터진 교실의 분위기를 잠재우시고는 아직은 모르는게 당연하니 군사훈련에 지쳤겠는데 숙소에 돌아가 푹 쉬고 공부를 열심히 하여 연구생은 꼭 당신의 제자로 받고 싶다고 고무하시고는 어줍짢게 앉아있는 내가 무안하지 않도록 티타임을 선포하시고는 쭈볏거리며 교실을 나서는 나에게 살뜰한 어버이미소를 지어주셨다.
훗날 연구생시험결과가 발표되던날 교수님을 찾아 그때 일을 얘기드렸더니 두말없이 교수님의 가르침을 원하는 다른 학생들을 마다하시고 나를 자신의 제자로 받으셔서 일일이 도움을 주시고 무딘 학문을 갓난이 걸음마 배워주듯 손수 이끌어 주셨다.
문학과는 동떨어진 공무원으로 직업을 정했을적 인문학의 근본은 사람의 인성에 있으시다며 사람살이의 근본을 배우고 따뜻한 마음만 가지면 삶 자체가 문학이라며 고무격려하시던 당신이셨는데.직장생활 며느리시집살이라 푸념하던 내가 자꾸 눈에 밟히신다며 친히 찾으셔서 직장문앞 길가에서 흐뭇하게 반기시던 그 부모된 푸근한 미소는 아직도 여전한데...
사고로 병석에 계시다는 전갈을 받았을적만해도 의례 그전에도 그랬었듯이 훌훌 털고 일어나 동문신년회에서 당신의 18번 “숨어우는 바람소리”에 맥주병으로 하얗게 밤을 새울줄 알았는데.중저음의 목소리가 가곡엔 딱이라며 손잡고 “향수”를 부를줄 알았는데 ...
장춘의 병원으로 옮길때 동행했던 후배의 전화를 받을때만해도 그렇게 인자하시던 분이 하늘이 꼭 굽어살피실거라 위로 했는데...
중환자실에 계실때만 하여도 아픈사람같지않게 당장이라도 언제 아팠었냐싶게 훌훌 털고 일어날것같이 평상시 같으셨는데 .호전이 보여서 당장 돌아오셔서 지방병원에서 완쾌만 기다리면 된다더시더니 ...
뭐가 그리도 급하셔서 생전 동문끼리 려행으로 좋은 추억 만들자 하시더니 왜 맥주한잔으로 흔한 기억 하나 만들 여유없이 홀로 먼길 떠나셨을까.
지천명의 나이에 젊은이들 못지않게 스키도 배우시고 바드민톤도 탁구도 날렵하게 하시더니 정작 당신은 불혹을 외면하시고 생을 영원히 젊음에 두고 싶어서였을까.남아있는 슬픔은 생자의 몫이라 타이를 사이도 없이 위로없는 먼길 떠나셨을까.
정2월이 다가고 삼월이라 강남갔던 제비도 돌아오고 이땅에 봄은 또다시 왔다.살아있노라 사람이 모인곳엔 또다시 웃음이 넘치고 노래소리 드높을테지만 조근조근하던 타이르심은 가뭇없이 사라지고 한밤 슬픔은 무더기로 쌓이어 스승님 떠난길엔 적설이 녹고 고운 꽃이 소답하게 피여있을까.
부모 잃은 자식마음은 불모지라 슬프다.
강철영
래원:중앙인민방송국 2018-04-14 16: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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