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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껌 >
2005년11월20일 12시00분    조회:6559    추천:62    작성자: 이종섭
< 껌 >



씹고 또 씹었다.
길에서, 차안에서, 집에서, 마당에서...

앉아서, 일어서서, 걸으면서, 뛰면서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모두 씹고 또 씹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씹는 데는 계절도 필요없다.

과일향 껌, 꽃향 껌, 인삼 껌, 은단 껌, 무설탕 껌, 후라보노 껌, 풍선 껌, 만화 껌, 캔디 껌... 참 종류도 많다.
이 땅에 껌이 들어온지 수십 년, 우리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가 닳고 턱이 아프도록 지겹게도 씹어 왔다.

단 물이 없어져 쓴 물이 나와도 책보며, 일하면서, 말하며, 침 튀기며 씹고 또 씹었다.

치아 건강, 치턱 건강, 심심해서, 맛 때문에... 무수히 핑계도 많다.
질겅질겅, 쩝 쩝, 오물오물, 타다다닥, 입 벌리고, 오무리고, 갖가지 모양새로 소리내며 씹어 봤지만 얇밉게도 예쁜 구석은 하나도 없다.

그리고 뱉었다.
땅에다, 강 가에다, 들에서, 산에서, 보도 불럭, 아스팔트 위에 온갖 천지 더럽혔다.
바지에 붙이고, 치마에 붙이고, 신발에 붙이고, 가방에 붙이고, 서류를 더럽히고, 책장을 더럽히며 이 강산 곳곳마다 우리는 씹어 대며 뱉어 왔다.

좋다, 씹어라 씹어!
원한을 섞어, 분통을 섞어, 가루 마져 더욱 으스러지도록, 빚쟁이 생각하고, 시어머니 생각하고, 땅 사는 놈 생각하고, 벼슬아치 생각하고, 극장에서, 카페에서 스트레스 팍 팍 날리며...

그토록 씹어도 씹어도 마음 한 구석의 지워지지 않는 그 무엇인가 남아 있으니 우리는 한 만은 한민족임에 틀림이 없나 보다.

하지만 책임은 져야 한다.
그렇게 씹어 대고 배앝은 단물 빠진 공해는 누구에게 호소한단 말인가.



돌, 이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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