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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글 읽으시는 할머니
2005년10월31일 12시00분    조회:6214    추천:55    작성자: jg
우리 글을 읽으시는 할머니










안군/연변1중 1학년






오늘도 할머니는 쏘파에 앉아 무슨 책인가를 열심히 읽고계신다.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돋보기를 끼고 빙그레 웃으며 책을 읽고계시는 모습은 한폭의 그림인양 나의 머리속에 그려져있다.




할머니는 우리 글을 유난히 사랑하시는 분이다. 내가 어렸을적에도 할머니는 책을 읽고난 뒤엔 꼭꼭 나한테 이야기를 들려주시군 하였다. 난 할머니의 무릎아래서 《흥부전》, 《콩쥐팥쥐》등 이야기를 그 얼마나 구수하게 들었던가?




지금 칠순에 가까운 할머니는 편안하게 만년을 보내시고있다. 다른 할머니들 같으면 화투판이나 무도장에서 시간을 보낼것이지만 나의 할머니만은 다르다. 할머니의 유일한 애호는 책읽기이다. 이젠 년로하여 글도 잘 안보인다고 하면서도 항상 돋보기를 끼고 책을 읽으신다. 내가 읽다가 재미없다고 팽개친 책들, 지어 내 서재안의 《중학생작문》잡지도 읽으신다.




어느 하루 어문시간이였다. 선생님께서는 누구네 집에서 조선말잡지를 주문하느냐고 물으셨다. 마침 며칠전 직접 우전국에 찾아가 연변문학》등 잡지를 주문하시던 할머니가 생각났다. 그래서 나의 할머니가 주문한다고 하였더니 모두들 지금 어느때라고 아직도 조선말잡지를 보느냐고 킥킥 웃어대면서 자기네 집에서는 한어말잡지만 본다는것이였다. 이때 선생님께서 환히 웃으며 《우리 글을 우리가 읽지 않고 누가 읽겠습니까?》라고 하시였다. 그리고는 우리글을 사랑하는 나의 할머니가 존경스럽다면서 나한테 《고국소식》등 몇몇 우리 말 잡지를 할머니한테 갖다드리라고 부탁하셨다.




그날 저녁 나는 선생님께서 주신 잡지를 할머니께 드리면서 어문시간에 있었던 일의 차조지종을 이야기하였더니 그이는 자못 기뻐하며 즐겨보던 련속드라마도 마다하고 돋보기를 걸고 그 책을 읽으시는것이였다.


할머니는 책을 읽으시다가도 청소년건강이라든가 학습에 유관된 정보가 있으면 인차 가위로 오려내여 나의 책상우 유리밑에 깔아두시군 하였다. 나는 책을 많이 읽으시는 할머니 덕분에 리기영의 대표작인 장편소설에는 《땅》과 《두만강》이 있다는것도 달게 되였으며 어느 한 차례 어문시험에서는 유독 나 혼자 리기영의 작품제목을 맞게 써넣을수 있었다.




매년 설날아침이면 할머니는 세배돈을 주시면서 항상 하는 한마디가 《꼭 좋은 책들을 사서 보거라.》이다. 평소에도 내가 책을 사서 보겠다고 하면 할머니는 마냥 기뻐하며 나한테 몇십원씩 쥐여주시군 하였다. 그러는 할머니가 고마워 돌아올때면 할머니가 자주 읽으시는 《종합신문》이며 다른 잡지들도 사다드리군 한다. 그때마다 할머니의 얼굴에는 함박꽃같은 웃음이 피여오른다.




아직도 친구는 우리 글을 읽으시는 우리 할머니가 우스워보이는가? 나는 이러한 할머니가 자랑스럽기만 하다. 이후 할머니를 본받아 나도 우리 말 우리 글을 아끼고 사랑할것이며 자식들더러 계속 우리 글을 읽게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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