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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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나의 수공업주의
2012년 10월 16일 22시 20분  조회:4109  추천:20  작성자: 김문학
3. 나의 수공업주의
 
나는 컴퓨터가 아닌 육필로 원고를 쓴다.
 
“21세기 최후의 手工業者”라고 자조 할 만큼 나는 수공업주의를 철저하게 견지한다.
“왜 컴퓨터로 쓰지 않느냐?” 라고 수도 없이 많은 물음에 나는 이런 반문을 준비해 놓았다. “왜 내가 꼭 컴퓨터로 써야만 하냐?” 라고.
 
지금껏 나는 작가가 파소콤(컴퓨터)를 사용해야 한다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기실 원고가 탈고 되면 편집부를 거쳐 인쇄소에 가면 곧장 활자로 변신한다.
컴퓨터로 타자하면 작가 자신이 인쇄소를 경영하는 것과 같아서, 뭐 자비로 지하 출판사를 경영할 작정도 아닌 데야 왜 컴퓨터로 타자할 이유가 있는가?
나는 글쓰기의 프로패셔널로서 자기 자신, 즉 작가가 발표를 위한 목적으로 쓴 글은 그 글 자체 내용이지, 꼭 활자체로 입력해서 써야 한다든가, 입력하여 편집자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이유가 없다.
 
책 제작의 프로세스를 간략화 하기 위해 작가가 편집 일까지 거들어줘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작가가 다 편집해 주면 편집은 뭘 하는가?
실제로 내가 하루 글 쓰는 속도는 컴퓨터로 타자하는 속도에 뒤지지 않는다. 나는 하루에 적어도 만자 내지 2만자는 쉽게 써 내려간다. 게다가 나는 단숨에 써내려감으로써 삭제하거나 보태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글쓰기의 프로라면 적어도 이런 내공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무엇을 어떻게 쓰는가? 를 미리 구상해 놓으면, 구체적 언어사요, 단어선택, 문장구성, 글의 흐름은 내 두뇌의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동으로 도도히 흐르고 흐르는 강물마냥 쏟아져 흐른다.
그래서 중국어로 인간의 두뇌를 모방했다고 컴퓨터를 ‘전기두뇌’로 칭하지 않는가, 내 머리가 곧 전기두뇌와 같은데 왜 하필이면 컴퓨터를 사용하여야 하는가? 황차 전기도 절약 하는데 말이다.
 
누구한테서 들은 에피소드인데, 어떤 컴퓨터 연구에 몰두 하는 호사가 있었다. 이 양반은 컴퓨터에 인간의 방귀(소리와 냄새)를 저장, 재생산 하는 연구를 하다가 결국 숱한 컴퓨터를 폭발시키고 방귀냄새(폭발로 인한 악취)를 맡고서야 질려서 관두었다고 한다.
컴퓨터가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관념의 노예로 된 그 호사가 취미는 방귀의 악취보다 더 구린 것이 아닐까?
 
나 같으면 차라리 비닐 봉 다리를 특제해서 거기에 엉덩이를 대고 바지를 벗고 쏜 다음 0.3초 내에 밀봉해 버리겠다. 그런 단순한 수공업이 오히려 더 생산적이 아닐까?
어쩌다 말이 새서 구린 “방귀소리”가 나왔네. 그럼 방귀소리 그만 스톱하고 다시 본제로 돌아서자.
컴퓨터로 타자하는 기계문명의 우월성을 나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쓰기 쉽고 고치기 쉽고 저장하기 쉬운.... 천 가지의 우월성을 강조해도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거기엔 천편일률의 차가운 컴퓨터 활자가 그냥 재생산될 뿐, 나 자신만의 글줄, 그 행간 속에서 발산하는 잉크의 향은 코에 확대경을 써도 안 보인다.
근대 문명의 승리에도 도취된 대다수는 나의 이런 행위나 변명자체가, “눈에서 고기비늘이 나온다” 라는 격이 될 만큼 우스꽝스러울 것이다.
나는 그런 웃기는 내가 좋다. 전기적(電氣的)인 기계의 처리로 내 개성의 향기를 죽이고 싶지는 않다.
이처럼 기계문명을 창조해 놓고 오히려 자신이 만든 기계 문명의 노예로 되는 것을 망각한 것은 인간 자신이 아닐까.
 
1999년 20세기를 마감하는 해 영화 <매트릭스>가 우리의 안구(眼球)를 자극하여 세계를 석권했다. 이 영화는 근 미래 인류문명의 암담을 암시한 것으로, 인간이 만든 기계는 결국 인간을 통제하고 육성하고 있다는 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이상적인 가상현실을 설정해 놓고 인간들로 하여금 그것에 빠지게 함으로써 인간의 삶을 완벽하게 조종, 통제하는 아이러니.
 
미국 작가 파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도 인간의 여러 주제와 함께 순수한 녹색의 꿈을 꾸던 주인공 개츠비가 인간의 기계주의, 상업주의에 의해 희생당하는 비극을 반영하고 있다.
순수한 인간 개츠비는 꿈도 이루기 전에 기계(자동차)로 인해 사고를 당하며 또 기계(총탄)에 의해 살해된다. 기계문명주의에 빠진 인류에 경종을 소설에서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기계가 의지를 지닌 인간에 적대하는 테마로서<터미네이터>란 영화 역시 “기계가 인류를 멸망시키는 적”이 된 근 미래를 명시해주고 있다.
이런 기계 문명, 컴퓨터, 휴대폰을 주무르는 모습이 유난이 우습꽝스러운 광경으로 내 시야에 안겨온다. 한시라도 휴대폰이 없으면 못살 것만 같이 안절부절 못하는 젊은이들, 누군가가 그런 일본인을 “휴대폰을 든 원숭이”로 야유한 지식인이 있다.
 
수업 시간에서 보면 나의 학생들 속에도 휴대폰을 주무르는 모습이 유난이 우습꽝스러운 광경으로 내 시야에 안겨온다. 한시라도 휴대폰이 없으면 못살 것만 간이 안절부절 못하는 젊은이들, 누군가가 그런 일본인을 “휴대폰을 든 원숭이”로 야유한 지식인이 있다.
휴대폰이 그런 젊은이들을 조종하는 것이 분명하다. 마치 신(神)이 인간을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떠날 수 없어 하는 관념과 같이 말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꼭 컴퓨터로 써야 한다는 관념에 너무 익숙해져 육필로 글을 쓸 수 없다는 인간이 대다수다. 기계 의존 중에 걸려, 실제로 컴퓨터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가 글을 써주는 격이 되었다. 결국 또 하나의 기계문명의 노예로 돼서 본말전도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원고지와 펜으로 작문, 리포토를 써내려가 는 지 작업을 잘 시킨다. 연필을 쥐는 자세도 (컴퓨터 건판을 치는 식으로)이상한 학생들까지 속출하니 말이다.
 
반시류적 기질이 농후한 나는 글 쓰는 내용만이 아니라 글 쓰는 스타일 역시 반시류적이다.
나는 컴퓨터로 때리면 글이 안 나올 것 같다. 글은 써서 나오는 것이지, 때려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들릴 줄 모르지만, 컴퓨터를 치는 이는 打家(타가)이지, 손으로 손수 쓰는 作家(작가)는 아니다. 굳이 작가라는 명칭을 붙이자면 그 앞에 “타가적”이라는 3자를 부착시켜야 할 것이다.
 
물론 나는 컴퓨터로 쓰시는 제현들을 아유하는 것이 아니라, “근대문명을 향유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 적 인물인 나 자신의 자조적 익살이다. 일개 헨진(戀人)의 타령 일뿐이다.
그래도 내겐 동조자가 예나 지금이나 숱하게 많아서 위안을 느낀다.
내가 숭경하는 소설가 헤밍웨이는 “연필 두 자루 정도는 닮아 없어져야 하루 일을 충분히 다 한 것과 같다”라고 하면서 글을 써왔다.
 
존 스타인백은 하루 종일 글 쓰는 연필을 깎는 시간을 절약하려고 자동연필깎이 가 필요하다는 말까지 했다. 그는 수십 개의 연필을 두고 그날그날의 기분과 천기에 따라 다른 연필을 골라 썼다는 에피소드 또한 유명하다.
 
붓, 펜, 연필, 만년필, 볼펜... 이것이 있어서 “펜은 검보다 강하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건판이 검보다 강하다고” 하면 감동이 안 온다. 차라리 건판이 “정치판보다 강하다”로 해야 할 것인가.
 
세계의 무라카리 하루키도 여전히 몽브랑 만년필로 소설을 쓴다. 그리고 요시모토 바나나도 도 그리고....
나도 역시 수성볼펜으로 쓴다. 그것도 나만 쓰는 일본제 uniball.sig
NO GP의 0,5미리 직경 수성 펜이다. 원고지도 횡선 35행간의 A4사이즈의 것이다.
 
나는 고려 최고의 문호이며 안빈낙도의 삶을 즐긴 이규보(李奎報)의《슬견설》에 나오는 “벼루에 부치는 글(小硯銘)이 좋다. ”벼루여! 벼루여! 나의 무진장한 뜻을 쓰게 했으니, 나는 그대와 사는 것도 죽는 것도 함께 하리오.“
그리고 천재 이상과 절친했던 당대 일류의 문인 이태준(李泰俊)이 만년필을 “만세필”롤 부르며. “촉긴 붓과 향기로운 먹만 있으면 어디든 정토(淨土)일 수 있다” 라는 말이 좋다.
이 선각자들의 말 한마디에 나의 뜻이 다 들어 있기 때문이다.
 
기계 문명의 노예를 거부하는 나는 여전히 수공업주의를 견지한다. 내 손때 묻은 펜으로 잉크 향 그윽한 나만의 글을 쓴다.
 
수공업주의의 나는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모레도 육필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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