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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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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후보로 각광받는 고은시인
2012년 12월 04일 14시 46분  조회:4987  추천:1  작성자: 구름바다
 
리나(아나운서)-안녕하십니까? 문학살롱 리납니다. 지난시간에는 9.3명절을 맞으면서 우리 민족의 수난의 력사를 반영한 시들과 우리 민족 풍속도를 그린 시들을 중심으로 당의 정확한 민족정책의 빛발아래 중국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고있는 조선민족의 정서에 대해서 느껴보았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노벨문학상 후보로 각광받고있는 한국의 저명한 시인 고은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오늘도 연변시가학회 림금산부회장을 마이크 앞에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림금산—네 수고많습니다.
리-그럼 먼저 수차에 걸쳐 노벨문학상후보로 선정되였던 고은시인님에 대해서 소개해 주시죠.여러차 옥중에 같힌적도 있다면서요. 또 입산하여 승려도 했다면서요? 참 고운시인님은 기구한 운명이였던거 같아요 어떻습니까?

림--시인 고은 소개
1933년에 전북군산 출생. 범명은 고은태, 1947년 군산중학교에 입학하였다가 1950년 조선전쟁으로 휴학했다.
1952년 입산하여 승려가 되였다. 이때 법명은 일초, 효봉선사의 상좌가 된 이래 10년동안 수선과 방랑의 날들을 보내다가 1962년에 환속했다.
1958년에 시 “페결핵”이 “현대문학”에 추천되여 등단한후 누구보다도 왕성한 시작활동을 벌렸다.
1970년 전태일분신자살사건에 큰 충격을 받고 문학의 사회적 기능과 현실참여에 적극 눈을 돌려 민족문학의 발전과 민주화운동에 압장섰다.
1970년대 이래 네번의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197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대표를 거쳐 1990년 -1991년 민족문학작가회의 의장을 역임했다.
리--그럼 고은시인님한테는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요? 그의 작품들에 대해서 소개해주시죠
림—네 아주 많습니다. 가히 방대하다고 할수있습니다.
그의 작품
시집으로는 “피안감성”, (1960),“해변의 운문집”(1963)
“신언어의 마을”(1967),“문의마을에 가서”(1974)
“입산”(1977),“새벽길”(1978),“고은 시전집” (1983)
“중국의 별”(1984), “시여, 날아가라”(1987)
“네 눈동자”(1988), “아침이슬”(1990)
“눈물을 위하여”(1990), “해금강”(1991)
“내일의 노래”(1992), 등이 있으며 단시집 “세노야”(1970)가 있다.
또 장편서사시 “백두산”(1-4) (1987-1991) 가 이미 나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간행될 예정에 있다.
소설집으로는 “산산히 부서진 이름”,  “밤부막”(1983)
“화엄경”(1991)등이 있으며 “이상평전”(1974)등 150여권의 저서를 냈고 “고은 시전집”및 “고은 전집”이 간행되였다.
 
올해로 등단 54년째를 맞이하며, 이미 세계적인 시인으로 올라섰음
그의 시는 자연을 이야기 하고 있는 듯 하다가도 민족의 아픔을 이야기 하고, 역사를 이야기 하고 있는 듯 하다가도 사랑을 이야기 합니다.
또한 그의 문학은 시에 국한하지 않고, 소설, 에세이, 동화, 동시 뿐만 아니라 문학비평과 번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를 ‘한국 최대의 민족시인’‘비판적 리얼리즘의 최고봉’으로 우러르는 것은 그러한 그의 활동에 대한 격찬의 일환이겠다.
리-고은시인님의 “만인보”란 련작시집이 이 세상에 아주 큰 센세이숀을 던지고 있다던데요 “만인보”란 작품에 대해서 좀더 구체적을  소개해주시죠?
림—네
고은과 “만인보”

시인은 지난해 4월 <만인보> 30권을 완간했다. 1980년 여름 내란음모 및 계엄법 위반으로 육군교도소 특별감방에 갇혀 있는 동안 구상을 시작해서 1986년부터 2010년 4월까지 무려 24년에 걸쳐 4,001편의 시를 써 책으로 묶어냈다. 세계 시단에서도 ‘오늘날의 문학에서 가장 비범한 기획’이라 평가받는 이 작품은 5,600여 명의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자신이 겪었던 모든 사람의 삶을 만인보로 엮어냄으로써 우리 역사와 민중의 빛과 그늘을 끊임없이 파헤치고 평가하는 작업을 비로소 완성하게 됩니다.
그의 우리 역사 다시쓰기 작업은 우리 문학사에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눈부신 업적으로 남을 것입니다.
‘<만인보>는 그가 이 세상에 와서 알게 된 사람들에 대한 노래의 집결이다. 우선 내 어린 시절의 기초 환경으로부터 나아간다.’  1986년에 나온 <만인보> 1~3권과 1988년 나온 4~6권은 시인이 어린 시절에 만났던 사람들 이야기를, 1989년에 나온 7~9권은 시인이 고향 군산을 벗어나 몹시도 가난하고도 힘겨운 삶을 살 때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 7년이 지난 뒤인 1996년에 나온 10~12권과 1997년에 나온 13~15권에는 1970년대 만난 사람들의 삶이, 그 7년 뒤인 2004년에 나온 16~20권에는 일제 강점기를 거쳐 이데올로기에 휩쓸린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했던 슬프고도 아픈 삶이 그대로 투영됐다.

2006년에 나온 21~23권은 4·19 혁명을 배경으로 학생들과 정권 실세, 민초들의 삶을 그렸고, 2007년에 나온 24~26권은 고승들의 발자취를 좇아 신라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한국불교와 고승들의 삶을 담았다. 마지막 27~30권은 광주민주화운동을 둘러싸고 처절하게 벌어지는 삶과 죽음을 표현했다.

“사람들이 ‘<만인보> 이후에 작품을 쓰지 않냐’고 물어보기도 합니다. 지금 내 손은 놀고 있지만 도박꾼의 손가락처럼 긴장을 잃지 않고 있어요. 3월쯤에 두어 권 내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 나오지 않은 걸 미리 말하는 거면 볼품도 없고, 그래서 미리 말하기는 그렇습니다.”


리-고은시인님의 문학관에 대해서 말씀부탁드립니다.
림-네 
고은의 문학관
언어는 온몸을 다해서 세상에 바쳐야 한다
“나는 격류였다”란 책의 출판을 계기로 기자는 서울 인사동 어느 술집에서 고은을 만난다.
“올해도 한반도를 비롯한 지구상에 많은 사태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지구라는 곳은 사건의 행성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새해가 와도 새해 역시 사건 없이 조용하게 운행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올해 두어 권의 책이 진행되는데, 그중 한 권이 먼저 나왔습니다. 책 제목을 하필 <나는 격류였다>라고 했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제목은 일본 도쿄대의 명예교수 와다 하루키와의 대담의 제목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변변한 것으로 마주 앉아 있어야 하는데 변변치 못한 것 가지고 창피하게 앉아 있습니다. 원래는 봄 학기에 나와야 했는데 이번에 나왔어요. 한 해를 뜻 깊게 보냈다는 의미를 부여하겠습니다.”

그는 서울대에서 시 강좌를 하고 있는데, 1천 명이 넘는 학생들이 대기할 정도로 열기가 대단하다고 한다.
“세상의 이름 중 시인이라는 이름이 가장 낮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인은 교사가 아닙니다. 기껏해야 마음을 다쳤을 때 위로해주는 힘없는 친구입니다. 이렇듯 시인은 세상에서는 가장 낮지만, 시가 몸에 들어왔을 때는 가장 높은 이름이 됩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평생 지키면서 살아왔습니다. 한때 시를 미워한 적도 있고, 때려죽이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시를 태운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결코 시를 미워하지 않습니다.”

그의 말은 하나하나가 모두 시처럼 들렸고,  몸짓은 풍류로 가득했다. 그는 중간중간 너털웃음을 짓기도 했고, 손가락을 모아 한쪽 귀 뒤쪽에 가져가 이야기를 경청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6.25 전쟁을 겪으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보았고, 이후 인간의 소리가 듣기 싫어 한쪽 귀에 직접 청산가리를 넣는 바람에 고막이 녹아버려 지금은 한쪽 귀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시는 세상에 널려 있습니다. 산과 들, 흐르는 물속에 있습니다. 시는 밖에서 떠돌아다니다가 하찮은 언어로 수습되는 것 같아요. 나는 모세혈관, 박테리아, 아메바가 검게 춤추는 그런 시를 쓰고 그런 시인이 되고 싶어요. 하지만 재주가 없어서 작품으로 반영되지 않네요. 시에서 얻어지는 자유라는 게 하룻밤 자고 얻어지는 게 아니네요.” 

“나는 최근 ‘언어의 신체화’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를테면 으르렁거리는 고양이 꼬리의 뻣뻣하고 곧추선 떨림, 주인이 돌아올 때 개 꼬리의 하염없는 기쁨 같은 것을 인간의 언어가 과연 표현할 수 있을까요? 온몸을 뒤흔들며 우는 매미의 울음소리, 가을밤 새벽까지 멈추지 않는 벌레의 울음소리는 어떻고요. 우리 언어도 이렇게 신체로 온몸으로 심신을 다해서 세상에 바쳐지는 언어가 되어야 되겠는데 단지 문자의 범위에서 문법이나 표현에 만전을 기하기만 하고 있죠. 우리 언어도 온몸을 다해서 세상에 바쳐져야 할 것입니다. 이런 충정이 산문집에 반영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리—시를 쓰는 분들은 술을 좋아하는분들이 많은것 같습니다.고은시인님도 술을 아주 즐겨하신다면서요? 보통 한간에서는 “술도 못마이는 사람이 어떻게 시를 쓰나?”하고 시인들을 만나면 하는 일상용어라 생각되는데요 고운시인님은 술을 어느정도 즐기시는지요?
림—네 아마 그런거 같아요
고은과
시인은 한 편의 시를 읊듯 인사말을 하고 술을 주문했다. “한 잔 걸치면서 합시다. 술 좀 주쇼. 나는 소주 한 병 주쇼. 한 잔 합시다.” 시인은 소문난 술꾼이다. 그는 소주를 ‘어머니의 두 번째 젖’이라고 하기도 했고, ‘이 하얀 액체는 20대 이후 내 삶을 증명하는 몸 밖의 혈액’, ‘내 청춘의 무덤’이라고도 했다. 때문인지 그가 1987년 일본 <아사히신문>의 의뢰로 소주 광고 모델을 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때문에 그와 인터뷰를 앞둔 기자들은 그와 소주를 거나하게 기울일 각오를 하고 찾아가야 한다.    

시인은 잔에 ‘몸 밖의 혈액’을 가득 채우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번 산문집에서는 그의 외동딸인 고차령의 ‘저기’라는 그림이 표지를 장식했다. 좀처럼 자신의 가족을 외부로 노출하지 않는 시인으로서는 파격적인 일이었다. 그의 딸은 영국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책의 표지그림은 그의 딸이 그린것…딸은 영국서 미술전공…

리: 노벨문학상 후보로 되였다고 하는데요. 이 방면에 대해서도 좀 소개해주시겠습니까?
노벨문학상과 고은

노벨문학상 이야기는 졸렬한 대화밖에 나올 없어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 ‘150여 권의 방대한 저서’ ‘전 세계 15개 언어로 소개된 시’  시인 고은에게 이 같은 수식어나 숫자는 어색하다. 그의 이름 앞에는 어떤 단어도 일체의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시인 고은’이라는 단어는 ‘시인 자신’이기도 하면서 ‘글자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드는 거대한 존재’를 뜻하는 동음이의어다.
그는 2002년부터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어 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AP 등 외신들은 노벨문학상 수상을 두고 고은과 시리아 시인 아도니스가 유력하다고 전했다. 200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예측했던 스웨덴의 일간지 다겐스 니헤터의 문학 전문가 마리아 쇼테니우스 역시 “두 사람의 수상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또 국내외 외신은 최근 6년간 노벨문학상 수상자 중 5명이 소설가, 1명은 극작가로 그동안 시인이 수상한 적이 없었다는 점과 같은 기간 유럽 작가 5명, 터키 작가 1명 등 유럽 소설가들이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점을 들어 비유럽 출신의 시인인 고은이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결과는 페루의 소설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에게 돌아감에 따라 시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다시 후일을 기약하게 됐다.
‘유천희해’(遊天戱海·하늘에서 놀고 바다에서 노니네). 시인은 최근 노벨문학상과 관련해서 한마디로 잘라 이렇게 말했다. 시인은 가을만 되면 ‘노벨 계절’을 보낸다. 그에게 노벨문학상이라는 것은 무거운 짐일 뿐이다.

그는 집에 찾아오는 기자들이 노벨상의 노(N)자만 꺼내도 ‘예끼, 이놈’ 하고 쫓아 보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기자는 이 자리에서만큼은 그의 속내를 듣고 싶었다. 그러나 시인은 “졸렬한 대화밖에 나올 게 없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시인은 여러 가지 감회에 젖는 듯 ‘시’에 대한 속내를 밝혔다.

리—네 정말 많은 문학작품들을 펴냈고 또 독특한 인생관을 갖춘 시인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럼 먼저 고은시인의 서정시 “열매 몇개”를 감상하고 선생님의 해설을 듣겠습니다.

열매 몇개
           고은
지난 여름내 땡볕불볕 놀아 밤에는 어둠놀아
여기 새빨간 찔레열매 몇개 이룩하며
 
옳거니, 새벽까지 시린 귀뚜라미 울음소리
들으며 여물었나니
 
리—아주 짧지만 깊은 뜻이 깔려있는 시같아요. 삶과 인생에 대해서 썼나요? 좀 구체적으로 해설해주시죠  
 
림-해설
제1련 찔레열매가 새빨갛게 익어가는 성숙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찔레뿐만아니라 모든 식물들이 성숙한다. 생명이 있는 것들은 여름내내 불볕같은 뙤약볕 아래서도 자신을 키워가고 칠흑같은 한 밤중에도 어둠과 더불어 익어가는것이다.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고 마침내 생명이 완성되였음을 노래하고 있다
제2련 심지어 새벽녁에는 귀뚜라미울음소리를 들어가며 새벽의 냉기를 이겨내며 찔레열매는 여물어 간다. 어느덧 가을이 되여 찔레는 그 생명을 완성시킨것이다.
 
감상-생명의 성숙과 완성의 과정을 바라보며 자연의 섭리를 깨닫는 선시풍의 작품이다. 역기서 찔레열매는 자연 그대로의 찔레열매가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를 가리킨다고 보는것이 타당하다. 어떤 열매이든 자연환경의 악조건과 싸워야만 제대로 건강하게 자랄수있다. 그리하여 열매가 완숙하는 철(가을)이 되면 새빨갛게 여물어진다. 이같이 열매가 익어가는 과정을 통하여 자연의 섭리와 그것의 위대성을 시인은 각성하여 노래한것이다. 생명의 성숙과 완성은 언제나 오랜 인고끝에 얻어지는것이다. 그래서
옳거니, 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나온다.
이 감탄사에는 단순히 놀라움의 정조만이 아니라 어떠한 깨달음이 내재되여있는것이다.
잘 익어염근 찔레열매는 영실이라 하여 (영양가 있는 과실)한약재로 쓰이기도 한다. 만일 찔레열매를 사람에 빗대여 생각해보면 온갖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며 밝은 래일을 준비하는 사람을 암시하는것으로도 읽을수 있다.
영실과 같이 어려운 환경을 뚫고 마침내 단단한 결실을 얻어 좋은 쓰임새를 내는 사람을 뜻하는것이다.
 
주제: 생명의 성숙에 대한 깨달음
 
리-계속하여 고은시인님의 시 “화살”을 감상하고 선생님의 해설을 듣겠습니다.
화살
        고은
우리 모두 화살이 되여
온몸으로 가자
허공 뚫고 온몸으로 갖자
가서는 돌아오지 말자
박혀서 박힌 아픔과 함께 썩어서 돌아오지 말자
우리 모두 숨끊고 화살위를 떠나자
몇십년동안 가진것
몇십년동안 누린것
몇십년동안 쌓은것
행복이라든가 멋이라든가
그런 것 다 넝마로 버리고
화살이 되여 온몸으로 가자
허공이 쇠리친다
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
저 캄캄한 대낮과녁이 달려온다
이윽고 과녁이 피뿜으며 쓰러질때
단 한번 우리 모두 화살로 피를 흘리자
돌아오지 말자! 돌아오지 말자!
오 화살, 정의의 병사여 영령이여!
 
리: 어떤 비장한 결전을 보여주지않는가 하는 느낌이 드는데요. 이시에 대해서도 해설 부탁드립니다.
 
림-이 작품에서 활시위를 떠나 허공을 나는 화살은 1970년대 박정희정권의 유신체제에 맞서서 반독재민주화운동에 목숨을 걸고 나섰던 사람들을 비유한것이다. 그래서 이 시는 민주화운동에 대한 헌신과 그 투쟁에 앞장선 전사들의 결연한 의지를 노래한 작품이다.
그런점에서 이 시는 혁명적 낭만성을 강하게 띤다고 할수있다. 특히 제2연에서 가진것, 누린것, 쌓은것을 넝마로 버리자는 말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보다 이 구절은 오히려 낭만적 선언으로서의 의미를 강하게 지닌다. 그러한 혁명적 낭만성은 과녁을 향해 허공을 뚫고서 날아가는 화살이 민주화투쟁의 결사대와도 같은 것을 의미한다고 볼때 더욱 분명해진다.
주제: 반독재민주화투쟁에 대한 결연한 의지
 
리: 계속해서 고은시인의 <자작나무 숲으로 가서>입니다. 시 제목부터 참된 인생을 갈망하는 시인의 소박한 인생이 들여다 보이는데요. 함께 감상하고 선생님의 해설을 듣겠습니다.
자작나무 숲으로 가서
 
고은
 
 
광혜원 이월마을에서 칠현산 기슭에 이르기 전에

그만 나는 영문도 모를 드넓은 자작나무 분지로 접어들었다

누군가가 가라고 내 등을 더밀었는지 나는 뒤돌아 보았다

아무도 없다 다만 눈발에 익숙한 먼 산에 대하여

아무런 상관도 없게 자작나무숲의 벗은 몸들이

이 세상을 정직하게 한다 그렇구나 겨울나무들만이 타락을 모른다

 
슬픔에는 거짓이 없다 어찌 삶으로 울지 않은 사람이 있겠느냐

오래오래 우리나라 여자야말로 울음이었다 스스로 달래어온 울음이었다

자작나무는 저희들끼리건만 찾아든 나까지 하나가 된다

누구나 여기 오지 못해도 여기까지 온 것이나 다름 없이

자작나무는 오지 못한 사람 하나하나와도 함께인 양 아름답다

 
나는 나무와 나뭇가지와 깊은 하늘 속의 우듬지의 떨림을 보며

나 자신에게도 세상에도 우쭐해서 나뭇짐 지게 무겁게 지고 싶었다

아니 이런 추운 곳의 적막으로 태어나는 눈엽이나

삼거리 술집의 삶은 고기처럼 순하고 싶었다

너무나 교조적인 삶이었으므로 미풍에 대해서도 사나웠으므로

 
얼마 만이냐 이런 곳이야말로 우리에게 십여 년 만에 강렬한 곳이다

강렬한 이 경건성! 이것은 나 한사람에게가 아니라

온 세상을 향해 말하는 것을 내 벅찬 가슴은 벌써 알고 있다

사람들도 자기가 모든 낱낱 중의 하나임을 깨달을 때가 온다

나는 어린시절에 이미 늙어버렸다 여기 와서 나는 또 태어나야 한다

그래서 이제 나는 자작나무의 어여쁨에 들떠 남의 어린 외동으로 자라난다

 
나는 광혜원으로 내려가는 길을 등지고 삭풍의 칠현산 험한 길로 서슴없이 지향했다.
 
리: 겨울 자작나무를 빌어 참된 인생을 적지 않았는가 생각됩니다. 그속에 깊은 뜻이 담겨있을것이라고 느껴지는데요.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림-이 시는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하여 삶의 경건성과 새로운 도약을 말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자작나무숲속에 들어와 그 나무들을 통하여 타락하지 않음. 곧 정직함을 깨닫는다.
제1련 그리고 자신과 자연 세상전체가 일체되는 것을 느낀다.
제2련 이어서 자아를 반성하고
제3련 마침내 삶의 견건성을 발견한다.
제4련 그리하여 “험한 길”로 지향하는 새로운 출발
제5련 을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제3련에서 나무의 “떨림”은 생명의 미세한 움직임을 통하여 삶의 고운결을 암시한다.이는 시인의 인간주의적인 정신으로 이어지는데 가령(추운곳의 정막으로 태여나는 눈옆이나 삼거리술집의 삶은 고기처럼 순하고 싶었다)는 부분에서와 같이 삶에 대한 부드럽고 넉넉한 태도로 나타나있다. 그런데 시인은 왜 (우쭐해)질가? 여기서의 우쭐함은 결코 교만함이 아니다. 나무의 가는 떨림을 보고서 삶의 진리를 깨달은 자의 자기 충족감에서 오는 우쭐함인 것이다. 즉 스스로에게 어떤 대견스러움을 느낀 것이다. 시인은 거기서 생명의 충만속에 깃들인 삶의 경건함을 본것이고 그래서 순해지고 싶다는 자기반성에 도달할수있게 된다. 이러한 자아성찰은 자연과의 합일 제2련에 도달했을 때만이 온전히 달성되는것이다.
그리하여 시인은 이 시의 핵심구절인 삶의 강력한 경건성, 에 대한 통찰을 얻게 되고 서슴없이 험한 길로 자신의 삶의 방향을 잡게 된다. 시인은 우연히 자작나무 숲에 와서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또 태여”났으며- 다시 말해 새로이 인생의 진리를 터득하였으며 그것으로써 더욱 풍부해지고 우연해진 자세로 삶의 시련과 고난에 대처해가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1980년 신군부에 의해 죽음의 직전에 까지 이르렇던 시인자신에 대한 새로운 다짐이라고 읽을수있겠다. 즉 삶의 견건성에 대한 각성을 새로이 함으로써 참된 인간화 및 사회민주화에 대하여 자신을 다시금 도약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제: 삶의 경건성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  
 
리-계속하여 고은시인님의 대표작중의 하나인 시“선제리 아낙네들”을 감상하고 선생님의 해설을 듣겠습니다.
 
선제리 아낙네들
고은


먹밤중 한밤중 새터 중뜸 개들이 시끌짝하게 짖어댄다
이 개 짖으니 저 개도 짖어
들 건너 갈뫼 개까지 덩달아 짖어댄다
이런 개 짖는 소리 사이로
언뜻언뜻 까 여 다 여 따위 말끝이 들린다
밤기러기 드높게 날며
추운 땅에 떨어뜨리는 소리하고 남이 아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의좋은 그 소리하고 남이 아니다
콩밭 김치거리
아쉬울 때는 마늘 한 접 이고 가서
군산 묵은 장 가서 팔고 오는 선제리 아낙네들
팔다 못해 파장떨이로 넘기고 오는 아낙네들
사오릿길 한밤중이니
십리길 더 가야지
빈 광주리야 가볍지만
빈 배 요기도 못하고 오죽이나 가벼울까
그래도 이 고생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못난 백성
못난 아낙네 끼리끼리 나누는 고생이라
얼마나 의좋은 한세상이더냐
그들의 말소리에 익숙한지
어느새 개 짖는 소리 뜸해지고
밤은 내가 밤이다 하고 말하려는 듯 어둠이 멀뚱거린다.


리—참 한밤중에 장보고 돌아오는 선제리 아낙네들의 도란도란 주고받는 말을 듣는듯 합니다. 아주 소박하고 민중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습니까?

림-이 시에서는 민중의 꾸밈없는 생활의 한 부분을 형상화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서민(?)적인 삶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즉 중소도시의 변두리에서 근대화의 혜택보다는 피해만 입으며 살아온 인생들이 '끼리끼리' 모여서 함께 어우러져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시인은 유연한 가락으로 노래하고 있다. 이런 민중적 삶의 모습은 우리들과 가장 친근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어두운 밤길을 걸으면서 무서움과 지루함을 쫓으려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아낙들과 그들을 마중 가는 남정네들의 모습마저도 눈에 선하게 형상화되어 있다.

물건을 다 팔고 난 텅 빈 바구니의 즐거움도 누리지 못하고, 텅 빈 배를 냉수로 채우면서 길을 재촉하는 아낙의 모습이 어머니의 얼굴과 겹쳐 서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짖어대는 개와 기러기 '어둠의 눈'(별)들은 이들에게 적의와 친근감을 동시에 주는 장치로 작용한다. 아울러 이런 장치를 통하여 민중의 삶이 외로운 것만은 아님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이처럼 시에 형상화된 생활의 진실한 모습을 통하여 우리는 주변의 삶에 대한 또 다른 애정을 확인하고, 그들과 같은 삶 속에 우리 자신을 다시 위치시키는 행위를 반복한다.


특히 이 시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어느 측면에서는 일상적인 삶의 형상화를 통하여, 시대의 어두운 현실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단계까지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즉 역사적 전망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역사의 한밤중을 저주하기보다는 '못난 백성','못난 아낙네'들이 모여서 함께 나누는 '의좋은 한세상'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시에 형상화된 민중은 확실한 역사의 전망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캄캄한 어둠을 밝히는 눈(별)의 멀뚱거림을 위안 삼아 길을 가고 있다. 자신들의 생활에 대하여 막연하나마 '밤은 내가 밤이다'라는 새로운 사실을 자각하면서도, 도중에서 그만둘 수 없는 역사의 현장을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있어야 할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 시에서는 선제리의 아낙네 이야기가 주는 객관적인 정서와 그들의 이야기가 객관화된 시적 대상으로 독자에게 전달된다. 이런 시적 서술 구조는 서정 장르가 주로 의존하는 주관성과 주관의 진술이 주는 서정의 순간성이 어느 정도 극복되면서, 나름의 서술적인 구조가 주는 서사적 총체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객관성을, 시라는 장르를 통하여 구현한다.

이런 경우에 독자의 감흥도 직접적으로 시인의 정서에 동화되지 않고, 시 자체가 주는 객관의 정서에 독자가 감흥을 하는 방식을 보인다. 즉 시에 서술된 사건이나 이야기에 대하여 독자가 어느 정도의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면서 받아들이는 형태를 취한다.
 
리—네 오늘 문학살롱 작가초대석시간에는 림금산 시인님을 모시고 한국의 노벨문학상후보 고은시인님과 그의 일부작품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아직까지 후보로만 당선되였다고 하니 좀 아쉽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꼭 노벨문학상이 우리 민족에게도 찾아오기를 기대하는 마음입니다. 선생님 오늘도 수고가 많았습니다.
 
림-네 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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