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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1)
2022년 02월 28일 13시 21분  조회:482  추천:5  작성자: 예술세계
영화를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1)
□ 
손룡호

 
    드디여 꿈을 이룬 채운보
    영화를 즐기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영화배우가 된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영화를 너무 좋아하고 또 언젠가는 꼭 스크린에 나타나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욕망, 아니 불타는 꿈이 있었던 분이 있다.
    채운보, 훈춘사람, 중앙민족학원 졸업생, 주법원에서 퇴직, 올해 60대 중반을 넘어선 사람이다.
    채운보는 어릴 적부터 혁명영웅을 칭송한 영화를 많이 보아왔다. 한편 막연하게나마 꿈도 가져보았다.
    ‘나도 영화배우가 되여 영웅인물을 연기할 수 없을가?’
    젊은 시절, 가까운 친구들도 채운보의 훤칠한 키와 름름하게 잘생긴 용모 그리고 문화체육방면에서 늘 남다른 실력으로 항상 선줄을 끄는 그를 보고 영화배우감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럴 때마다 그의 심저에서는 배우가 되여보고 싶은 욕망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하지만 기회는 도무지 찾아오지 않고 나이도 점점 먹어가면서 영화배우의 꿈은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채운보에게 중앙민족학원 동창생 허룡석으로부터 느닷없이 전화가 걸려왔다.
    “이보, 운보, 연변영화드라마애호가협회에서 내가 쓴 극본 〈설날〉을 영화로 제작하기로 하였소. 영화에서 다섯살짜리 아역배우가 필요한데 추천해줄 아이가 있으면 추천 바라오.”
    “무슨 소리? 아역배우?”
    순간 채운보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은 바로 그의 다섯살난 손자였다. ‘그래, 내 생애에서 실현 못한 꿈을 어린 손자한테서 이루는 것도 욕심부릴 만하지.’
    “있소. 내 손자가 다섯살이요. 아이가 귀엽게 생기고 총명해서 될듯 싶은데 추천해보지.”
    내가 아이를 만나보니 귀염성스럽고 발음도 똑똑하였다.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연기를 잘할지는 파악이 없었다. 낯선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아이에게 연기를 요구하는 일은 무리라고 생각되여 극본을 채운보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이 극본을 가지고 집에 돌아가서 아역배우가 등장하는 장면을 잘 본 뒤 아이한테 시켜보세요. 애가 배역을 맡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여 저에게 전화주세요.”
    그 날, 밤 8시가 넘었을 때 채운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감독님, 우리 정우한테 연기를 시켜보았는데 될 것 같습니다.”
    자신에 찬 목소리였다.
    “그럼 됩니다. 할아버지가 촬영기간 함께 동행해주세요.”
    어른이 곁에 있으면 아이들은 마음이 안정되여 시름 놓고 장난질하면서 연기를 해낼 수 있다. 채운보는 어떻게나 이번 기회에 손자의 곁에서 튼튼한 둘러리가 되여 좋은 연기력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정우는 령리하고 집중력이 강했으며 감성이 풍부한 아이였다. 뜻밖에도 내가 요구하는 대로 또박또박 대사를 읊었고 목소리까지 엄마, 아빠에 대한 그리움에 젖어들면서 아이들의 여린 감정세계를 진실하고 자연스럽게 연기해나갔다.
    현장에 있는 다른 성인배우와 스태프들도 입을 딱 벌리였다. 정우의 연기에 눈굽까지 찍어가면서 감동하였다. 곁에서 눈물이 글썽하여 손자의 연기를 지켜보는 할아버지 채운보는 자기가 못 이룬 꿈이 손자한테서 이루어지는 현실을 느끼면서 무등 기뻐했다.

 
미니영화 《설날》에서 손자 역을 맡은 채정우

    기회는 꿈꾸는 자에게 찾아온다.
    2018년 4월, 미니영화 《아버지의 유산》(김무 극본)을 제작하게 되였다.
    나는 협회 회원들 가운데서 극본 요구에 알맞는 배우들을 골라 통지하여 사무실에 모이게 하였다. 먼저 극본을 읽어보면서 자기절로 어느 배역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하였다.
    극본열독이 끝나자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어리였다. 자기가 맡을 배역이 불 보듯 뻔하니 말이다. 그렇게 배역이 하나하나 배분되고 마지막 한사람이 남았다. 키가 껑충하고 눈섭이 짙고 잘생긴 채운보였다.
    “마지막으로 바보아들 역이 남았습니다. 배역을 배분 받지 못한 사람도 채운보입니다. 채운보님, 바보아들 역을 맡아주십시오.”
    다들 놀랐다. 채운보 자신은 더구나 접수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배역 배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돌아가서 극본을 잘 읽어보고 맡은 배역을 어떻게 하면 잘 소화할지 고민해보세요.”
    그래도 채운보는 참을성이 있었다. 가타부타 말 없이 극본을 가지고 돌아갔다.
    집에 돌아간 채운보는 극본을 들여다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기였다. 사실 많은 영화들에서 바보 역을 맡는 배우들은 명배우들이였다. 나쁜 일이 아니였다. 극본요구 대로 연기해내면 되는 것이였다. 워낙 도전정신이 강한 채운보는 이 역을 감당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자고 마음 먹으니 인물의 행동거지며 정신세계가 서서히 그의 몸에 자리 잡아갔다.
    ‘그래, 바보배역으로 오래동안 꿈꿔오던 배우꿈을 실현해보자.’
    채운보는 극본을 자세히 분석해보며 주인공의 심리, 동작, 얼굴표정 등을 바보스럽게 하나하나 련상하면서 행동들을 익혀갔다. 생각해보니 동작 모방도 중요하지만 표정, 목소리, 몸짓으로 주인공의 내심세계를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심사숙고 끝에 눈과 입은 한껏 비뚤어지고 한쪽 팔이 안으로 굽어들고 손가락도 탈리고 한쪽 다리는 밖으로 절룩거리는 연기를 펼치기로 가닥을 잡았다.
    극본에서 주인공은 몸이 성치 못하고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더라도 심성이 착한 인물이였다. 형제들이 아버지가 돌아가자 집을 발칵 뒤지면서 유서, 저금통장을 찾으며 란리법석을 떨고 보모를 쫓아내려고 날뛰고 있을 때 바보아들은 자기와 아버지를 여러해 동안 보살펴온 착한 보모를 지키려고 나선다. 동물적인 감각이다. 자기를 보살펴왔던 보모에 대한 믿음이고 존경이고 의뢰심이였다.
    지적 장애로 죽음에 대한 의식이 모호하기에 아버지유상에 대고 물을 대접하는 바보아들, 죽은 아버지가 살아있다고 절규하는 바보아들, 프랑스 영화 《빠리 노뜨르담》의 착한 종지기와 흡사하였다.
    사실 아버지의 유상을 가슴에 안고 “아버지가 살아있다.”고 웨치는 것은 돈에 혈안이 된 형제들과 사리사욕에 어두워 량심과 착한 인정을 짓밟는 인간들에 대한 단호한 규탄이기도 하다. 정의의 함성이였다. 착한 사람들의 선량한 마음이 살아있다는 울부짖음이기도 하였다.
    형제들로부터도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세상물정을 모르는 바보지만 자기 리익밖에 모르는 금전만능주의 형제들과는 달리 자기를 극진히 관심해주고 보살펴준 아버지와 보모에 대한 고마움과 의뢰심, 보호의식을 갖춘 주인공의 마음가짐은 어느 시대나를 막론하고 찬미 받아야 할 착한 인품인 것이다.
    채운보는 영화에서 주인공의 이러한 성품을 너무나 진실하게, 핍진하게 잘 표현하였다.
    영화가 방영된 후 채운보는 친구에게서 걸려온 재미나는 전화 한통을 받았다고 한다.
    “이보게, 내가 미니영화를 한편 보았는데 영화에서 바보 역을 맡은 배우의 모색이 꼭 당신을 닮았더라구. 연기를 정말 잘하더라이. 당신도 한번 도전해보라니까.”
    친구는 영화 속 주인공이 진짜 채운보일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던 것이다. 그후 주인공의 정체를 알고 나서야 친구는 “역시 채운보답다.”며 진심으로 축하해줬다고 한다.
    채운보의 연기특점을 모아보면 아래와 같다.
    1) 영화에 대한 깊은 리해가 있기에 극본을 손에 쥐게 되면 자기가 맡을 극중인물의 내심세계를 깊이 파고들고 표정과 행동거지를 알맞게 련상하면서 연기실천에 옮긴다.
    2) 인물의 내면심리활동을 생활적으로 자연스럽게 잘 연기해낸다.
    3) 연기에 몰입하여 최선의 연기를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2018년 9월, 미니영화 《빚》을 제작할 때 채운보를 할아버지 역으로 채용하였다. 또한 채운보의 손녀 채정아를 아역배우로 캐스팅하면서 할아버지와 손녀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주었다. 《빚》 촬영기간에 채운보는 아주 헌신적이였다. 촬영장소 일곱개중에서 네개 장소를 그가 제공하였다. 제작비가 넉넉치 못한 상황임에도 채운보처럼 헌신적인 ‘영화가족’ 성원들이 있기에 순조롭게 매편의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우리 연변영화드라마애호가협회가 크게 발전할 것임을 전망한다.
 
 
미니영화 《아버지의 유산》에서 바보아들 역을 맡은 채운보

    인생은 누구한테나 단 한번뿐이다. 많은 사람들은 여러가지 원인으로 꿈을 실현하지 못하고 그냥 접는다. 그러나 채운보는 그렇지 않다. 그는 가슴 속에 품은 꿈을 버리지 않고 오래동안 간직하고 있으면서 엄동이 지나면 꽃 피는 따스한 봄날이 온다는 것을 알고 기다려온 게 아닌가 싶다. 손자, 손녀와 함께 오래동안 갈망해왔던 숙원을 이룬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손룡호 | 연변영화드라마애호가협회 회장

《예술세계》 2022년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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