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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부터 바로 지어야 한다
2013년 10월 11일 07시 34분  조회:7091  추천:1  작성자: 정인갑
 

이름부터 바로 지어야 한다

정인갑


 

  일본 침략군에게 성상납자로 충당되었던 여성들을 최초에 ‘여자근로 정신대挺身隊’라 불렀다. 1992년 제1차아시아연대회의(서울)에서 이 명사를 폐지하고 ‘위안부慰安婦’라 고쳐 불렀다. 최근에는 또 영어 ‘military sexual by Japan’에 맞추어 ‘일본군성노예’로 고쳐 부르기로 하였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장장 68년 만에야 정명正名이 되었으니 너무 한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명의 의의에 대해 중시가 부족했기 때문일지도 모르므로 이 글을 쓴다.
 

  사실상 한국에는 이렇게 정명을 한 것이 적지 않다. ‘이조李朝’라는 명사도 약 70년간 부르다가 ‘조선’으로 고쳐 불렀다. 일한합방 후 일본인은 저들이 멸망시킨 나라를 비하하여 ‘이조’라고만 불렀다. 한국, 중국 등도 이렇게 따라 불렀다. 20여 년 전 한국사학계에서는 이미 이를 정명하여 다시는 ‘이조’라는 명칭을 쓰지 않기로 하였다. 매우 지당한 처사이다.

  일본군주를 일본과 중국 등은 ‘천황’이라 부르지만 한국만은 ‘일왕’이라고 부른다. ‘천황’은 ‘황제’이므로 뭇 왕국을 통솔하는 군주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일본 본국과 조선총독부, 만주국, 대만 등 식민지를 망라하는 4개 ‘나라’를 통솔하는 황제의 뜻이 잠재해 있다. 그러므로 한국은 ‘천황’이라 부르지 않는다. 합리한 처사이며 필자는 한국인의 바른 처사를 찬양하며 중국사학자에게 소개한 적이 있다.
 

  한국에는 아직 정명되지 않은 것이 많다.
 

  한국이 1592년 일본에게, 1636년 청국에게 당한 침략은 한국역사상 아주 잔혹한 침략이었다. 전자의 경우 나라가 망할 뻔했고 후자의 경우 60만 국민이 청국으로 끌려가 노예로 되었으며 임금이 꿇어 엎디어 비는 치욕까지 감내했다. 그런데 한국은 이 두 차례의 침략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라 칭한다. 한국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이 이름만 들으면 마치 일본인이 변경에서 집적거리며 노략질이나 좀 한 것과 같은 감이다. 명나라 말 척계광戚继光이 평정한 ‘왜구倭寇’는 바로 산동성 해안에서 중국인을 노략질한 일본인들이 저지른 사건을 일컫는다. ‘왜구倭寇’와 ‘왜란倭亂’은 정도가 거기서 거기가 아닌가? 필자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 두 이름을 침략의 정도와 걸맞게 고쳐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일합방’에는 ‘한’자를 앞에 놓았기 때문에 한국이 주체가 되어 일본과 합쳤다는 의미가 잠재해 있다. 그리하여 필자는 항상 ‘일한합방’이라고 고쳐 불렀다. 얼마 전 북경 민족출판사에서 필자의 칼럼 <정인갑의 횡설수설>을 출판할 때 출판사 측에서 필자 문장 중의 ‘일한합방’을 아예 ‘일한병탄日韓倂呑(일본이 한국을 삼키다)’으로 고쳤다. 너무나 잘 고쳤다고 보며 한국도 적어도 ‘일한합방’이라 부르든가 좋기는 ‘일한병탄’이라 불렀으면 좋겠다.
 

  1950년 일어난 한반도의 전쟁을 북한에서는 ‘조국해방전쟁’이라고 부른다. 1990년대 초에 중국정부는 단동丹東에 중조우호기념탑을 세웠는데 그 외벽에 ‘1950년 6월 25일 조선반도에서 내전이 일어났다…’로 씌어 있다. 중국의 입장에 ‘내전’이란 애매모호한  말을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이 부르는 ‘6·25전쟁’이라는 이름도 ‘내전’이란 이름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지 않은가? 필자가 보건대는 ‘6·25남침전쟁’이라 고쳐 불러야 적절하다고 본다.
 

  지금 한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 ‘다문화가정’도 잘못된 이름이다. 1980년대 미국의 미래학자 헌팅턴은 냉전체제가 해소됨과 아울러 앞으로 세계는 이데올로기의 갈등은 없어지고 문화의 충돌로 변한다고 하였다. 그의 이론 및 현재 세계적 관례에 따르면 관형어 없이 ‘문화’라 부를 수 있는 것은 ‘문명(황하문명, 중동문명, 인도문명 등)’과 ‘종교(기독교, 이슬람교, 유교 등)’ 두 가지 뿐이다. 종교적으로 볼 때 한국의 다문화는 1~2천 년 전에 이미 형성되었고 최근 10~20년간 외국인과의 결혼에서 생긴 가정은 오히려 종교 갈등이 없다. 또 한국에 시집온 중국인(여러 민족), 몽고인, 베트남인, 일본인은 모두 황하문명권에 속한다. 그 나머지는 아마 100분의 1이 될까 말까 할 것이다. 즉 문명권으로 보아도 다문화가 아니다. 그리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다민족가정’이라 부르는 편이 더 사물의 본질에 접근할지 모른다.
 

  ‘800만 재외동포’라는 말도 어폐가 있다. 같은 민족이라는 의미에서는 이렇게 불러도 괜찮다. 그러나 정치적 의미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하는 경우에는 거주국국적 자, 한국국적 자, 이중국적 자 등 신분이 다른 사람들을 서로 다르게 부르는 이름이 있어야 한다.
 

  공자는 말했다: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일이 성사될 수 없다(名不正…則事不成).’ ‘정신대’나 ‘위안부’라면 그녀들이 자원으로 일본군에게 봉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일본군성노예’라 불러야 사물의 본질을 찌르며 문제해결의 방향이 바르게 된다. ‘일본군성노예’라 불러야 한다는 통일된 견해가 생겼고 언론에도 대서특필한지 한 달이 돼 오는데 지금도 한국에서 여전히 ‘위안부’라고 부르고 있다.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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