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필] 시한부 삶이 남긴 여백
조글로미디어(ZOGLO) 2026년9월22일 10시40분    조회:179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림순자

삼 년 전,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돌아온 남편은 열흘 넘도록 꽃에 물을 주지 않았다. 창가에 놓인 화분의 흙은 바싹 말라 있었고 잎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믿기 힘든 의사의 진단으로 인해 일상의 리듬이 깨져버린 것이다. 

“폐암 말기입니다!” 

의사의 말은 지나치게 짧았고 뒤이어 이어진 설명들은 공기처럼 흩어져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멍하니 남편만 바라보고 서 있었다. 남편은 나를 의식했는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은 숨 막히게 고요했다. 

신호등 앞에서 차가 멈췄을 때 남편이 창밖을 보며 말했다. 

“날씨 좋네.” 

그 말 한마디가 왜 그렇게 가슴에 박혔는지? 

아무 의미 없는 말처럼 들렸지만 어쩌면 그는 이미 끝을 가늠하고 있었고 그 끝 앞에서도 평범한 하루를 붙잡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것 같다. 

삶은 더 이상 앞으로만 흐르지 않았다. 멈춰 서기도 하고 뒤돌아보기도 하며 출구를 알 수 없는 미로 속에서 길을 찾는 것 같기도 했다. 

병원을 다녀온 뒤로 남편은 저녁 식사 후 밖에 나가는 일이 잦아졌다. 집에 돌아온 후 보면 조용한 곳을 찾아 울다가 들어온 사람이였다. 얼굴이 부어 있고 눈도 충혈돼 있었다. 하지만 나는 묻지 않았다. 묻는 순간, 그가 붙잡고 있던 마지막 자존심마저 무너질 것 같아서였다. 대신 부엌에서 등을 돌리고 설거지를 하며 물소리에 울음을 섞어 삼키는 날들이 늘어갔다. 

남편의 일상도 달라졌다. 뉴스만 보던 량반이 자연인 프로그램을 찾아보고 가까운 산을 하루가 멀다 하게 오르내렸다. 살아 있는 것들, 숨 쉬는 것들, 버티는 것들을 모조리 붙잡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이 나한테는 견딜 수 없이 애처롭게 다가오며 마음이 아렸다. 

항암 치료가 시작되면서 남편의 하루는 병원을 중심으로 반경이 좁아졌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시간은 삶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련속 같았다. 이제는 항암제에도 내성이 생겨 방사선 치료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는 여전히 똑같은 말만 한다. 

“괜찮아.” 

그 말이 나를 위로하기 위한 말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나는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았다. 차가버섯 분말과 비단풀 약초가 효과가 있다 하여 큰 돈을 들이면서도 계속 사들였고 식이료법 역시 신경 써서 병행해 보았다. 그런 것이라도 안 하면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손을 떼는 순간, 리별이 시작될 것 같아서였다. 

요즘 남편은 유난히 말이 많아졌다. 술기운을 빌려야만 겨우 입을 열던 량반이 아침이면 먼저 손주들에게 말을 건다. 

“우리 똘망이들 잘 잤어?”

“밥 많이 먹어.”

“유치원 잘 다녀와.”

행동도 이상해졌다. 멀쩡한 가스레인지 후드와 환풍기를 새것으로 바꾸고 내 손에 현금카드를 쥐여주며 말한다. 

“사고 싶은 거 있으면 다 사.” 

그 말 뒤에 숨은 조급함을 알기에, 사라질 시간을 붙잡는 몸부림 같아서 숨이 막혀온다. 사랑이 깊을수록 리별은 이렇게 잔인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밤이 되면 그는 잠들기 전 내 손을 꼭 잡는다. 나는 그 손의 온기를 느끼며 조용히 눈을 감는다. 말을 꺼내는 순간 울음이 먼저 쏟아질 것 같아서이다. 이제 우리는 말없이도 너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손끝에서 손끝으로...

남편은 자신의 건강을 지나치게 믿었다. 감기 한 번 앓지 않은 것을 자랑으로 여기며 바쁜 일정과 잦은 술자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의 말을 믿고 나 역시 안일함 속에서 남편의 몸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그 사이에는 분명 틈이 있었을 것이다. 서로의 삶을 너무 당연하게 여긴 틈, 매일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 믿은 틈, 그 보이지 않는 여백 사이로 병은 조용히 자라고 있었다.

부부로 산다는 것은 서로를 너무 잘 안다고 착각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사실 ‘괜찮다’는 말에 오늘이 매일로 이어질 것이라 믿고 안심하며 지냈던 것이 가장 큰 오만이였는데도 말이다.

삶은 늘 이렇게 무겁게 가르친다. 잃어갈 때에야 소중함을 알게 하고 끝이 보일 때에야 사랑을 선명하게 만든다. 후회는 늘 늦게 도착해 도착한 뒤에는 갈 곳을 잃고 마음속을 맴돈다.

작년 늦가을, 남편은 낚시를 다녀오다 밤서리에 움츠린 들꽃 한 포기를 뽑아 화분에 옮겨 심었다. 따뜻한 방에서 하루밤을 보낸 꽃은 아침이 되자 금방 얼굴을 펼쳤다. 마치 잠에서 깬 아이처럼 해맑게 말이다. 그때 나는 그 꽃이 살아난 것을 보고 남편을 생각하니 설명할 수 없는 힘이 목에 걸려왔다.

지금 나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순간 속에서 여백을 배운다. 이제 무엇을 더 채워야 하는지, 아니면 그저 이렇게 멈춰 서서 머무는 법을 배워야 하는지. 상실의 두려움 속에서 뼈 아픈 교훈을 얻었지만 시한부 삶이 남긴 여백은 분명 저렇게 다시 살아나는 꽃처럼 남은 삶을 잘 가꾸라는 은유인 것 같다.

나는 꽃을 좋아한다. 우리 집 창가에는 늘 꽃이 있다. 월계화, 초롱꽃, 무궁화…. 물 주는 일은 언제나 남편의 몫이다. 시들던 꽃도 그의 손을 거치면 다시 생기를 되찾는다. 생명을 대하는 그의 손길은 늘 조심스럽고 자상하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자기 몸에도 저만큼의 정성을 쏟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가 하고 말이다.

어느 날 큰딸이 제 아빠한테 물었다.

“아빠는 왜 꽃만 키워요?”

남편은 잠시의 당황스러움도 없이 대답했다.

“너희 엄마가 좋아하니까.”

그 짧은 한마디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평생 말문이 무겁던 사람이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남긴 고백 같아서였다.

창가에 핀 꽃들이 어쩌면 남편의 마음을 대신해서 나에게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사랑한다’는 말, ‘함께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말이다.

나도 아직은 그에게 같은 말을 하지 못했다. 언젠가는 꼭 전하고 싶다. 늦지 않기를 바라면서...

요즘은 남편이 먼저 일어나 나를 깨운다.

“좀 쉬여.”

“무리 하지 마.”

아픈 사람이 아프지 않은 사람을 걱정하는 이 풍경 앞에서 나는 자주 멈춰 선다. 이 말들이 품고있는 시간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서이다.

남편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른다. 다만 하루라도 더 웃게 해주고 싶다. 함께 밥을 먹고 창가의 꽃을 보고 병 없이 지내는 하루를 보내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느끼게 하고 싶다.

저녁 무렵, 창가에 놓인 화분에 해빛이 스며든다. 꽃잎 우에 머문 빛이 천천히 사라진다.

나는 그 모습을 오래 바라본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들, 지나간 뒤에야 보이는 것들... 시한부 삶이 남긴 여백은 오늘도 그렇게 조용히 나에게 말을 건다.


编辑:안상근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8047
  • ● 정부와 기업 련동으로 소비 촉진● 신에너지 브랜드 25개로 거의 40%를 차지9월 12일, 연변굉위자동차무역성이 주최하고 연변주공상업련합회 자동차업종상회와 여러 자동차 4S점이 공동 주관한 2026년 연길 가을철 자동차교역회가 연변굉위자동차무역성에서 개막했다.2026 년 연길가을철자동차교역회가 연변굉위자동차무...
  • 2026-09-14
  • 9월 12일 저녁, 흠주시체육중심에서 열린 2026 중국축구 갑급리그 제23라운드 경기에서 연변룡정커시안팀(이하 ‘연변팀’)은 광서항신팀(이하 ‘광서팀’)에 1대2로 패했다.연변팀은 이날도 익숙한 3-4-3 전형을 꺼내들었다. 다만 경고 루적으로 도밍구스가 빠지면서 중원은 김태연과 박세호가 지켰고 측면에는 22세 허문광...
  • 2026-09-14
  • 경기후 데이터를 보면 연변팀이 얼마나 밀리는 경기를 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주말(12일) 열린 광서항신팀과의 갑급리그 제2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연변팀은 1대2로 역전패를 당했다. 경기 내내 연변팀은 슈팅 8회에 유효 슈팅은 3회에 그쳤다. 반면 광서항신팀은 66%의 공 점유률을 바탕으로 슈팅이 무려 18회에 달했...
  • 2026-09-14
  • 길림성체육국, 통화시인민정부, 길림체육학원에서 주최하고 집안시인민정부, 집안시문화라지오텔레비죤방송및관광국(체육국)에서 주관한 ‘성장’컵 중국·길림 제3회 변경 즐거운 달리기 시리즈 집안역 대회가 12일, 집안시박물관 앞에서 출발을 알리며 시작되였다. 전국 각지에서 온 1,000여명 달리기 주자들이 변경 도시에...
  • 2026-09-14
  • 9월 9일, 반석시조선족로인협회는 협회에 소속된 퇴직교사 40여명을 초청해 교사절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는 따뜻하고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며 평생 교육사업에 헌신해온 퇴직교사들의 노고를 되새기는 시간이 되였다.첫 순서로 김병석 협회 회장이 전체 퇴직교사들에게 교사절 축하 인사를 전했다. 김병석...
  • 2026-09-14
  • —길림시 조선족 4개 단체 제6회 금추예술절서 다채로운 공연 선보여하늘 높고 선들바람이 불어 기분이 상쾌한 계절, 길림시 조선족 4개 단체의 120여명 회원들이 송화호고로장산장에 모여 민족의 전통과 예술, 문화를 한껏 선보이는 특별한 무대를 마련했다.9월 11일 열린 길림시 송화호고로장 제6회 금추예술절에서 길림시...
  • 2026-09-14
  • —장춘조선족부녀협회 제62차 ‘애심어머니’ 장학금 전달식 및 국경절 맞이 문예공연 활동 성황리 개최9월 12일, ‘월원구주동경·정취민족동심’을 주제로 한 추석·국경절 맞이 각 민족 군중 친목행사 및 장춘조선족부녀협회 제62차 ‘애심어머니’ 조학금 전달식이 장춘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장춘시민족단결진보촉진회가...
  • 2026-09-14
  • 최근, 매하신구공안국 교통관리지대는 ‘헬멧, 안전벨트 착용(一盔一带)’ 안전수호행동을 착실히 추진하고 헬멧을 착용하지 않는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며 전동차 교통사고 사상률을 낮추기 위해 도시구역 주요 교차로에서 ‘애심 공유 헬멧’ 편의대여봉사를 시범적으로 시행했다./매하구시공안국 编辑:정현관
  • 2026-09-14
  • 금융이 인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리념을 실천하고 자금세탁방지 선전교육 봉사의 혜민성과 편리성을 한층 높이며 자금세탁방지 지식을 기층에 널리 보급하기 위해 9월 9일, 중국인민은행 길림성분행이 조직한 자금세탁방지 가을철 집중 선전활동이 장춘시 관성구 장산화원사회구역에서 정식 가동됐다. 길림성 자금세탁방지사...
  • 2026-09-14
  • 인터넷에서 만난 ‘투자 전문가’를 믿고 금이나 고급 휴대전화를 우편으로 보내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가 신종 사기수법에 빠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일전, 연길시공안국 사기방지중심은 전신망 사기 사건 2건을 련이어 처리해 군중의 거액 재산을 제때에 지키고 ‘우편 발송형’ 신종 투자사기...
  • 2026-09-14
‹처음  이전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