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어금
추석 해살에 눈부신 아침,
부모님 계신 산소로 가는 길
내 마음을 가장 먼저 적시는 건
분홍빛 물결, 코스모스다
가을 길을 지키는 코스모스여
흰색은 어머니의 맑은 미소요
보라색은 깊어진 그리움이라
빨간색은 가슴에 남은 정이더라
꽃잎은 살랑,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지친 삶의 푸념을 달래러 왔다
꽃 사이로 스치는 바람엔
어머니의 손길이 스쳐
이마와 코끝을 간지럽히고
그 향기에 취해 어느새
산소 정상에 다다른다
코스모스야, 너는 어쩌면
내 어머니가 남기신 위로의 말씀
쓸쓸한 이 가을길에
새 희망의 씨앗을 틔워주는구나
네 아름다운 자태는 영원한 그리움으로
이 길 우에 , 저 하늘 아래 새겨지리라
모든 것이 시드는 계절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환히 웃는 네 모습은
곧 어머니의 사랑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이 되여
내 마음길에 영원히 빛나리라
어머니의 풀꽃
작고 다정한 이름 하나
내 마음밭에 피여나
해살 머금은 채 흔들리는 풀꽃
새벽을 물들이는 이슬처럼
서린 밤을 웃음 지우는 풀꽃
당신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가시덤불은 부드러운 꽃대가 되고
메마른 내 땅에 샘이 솟았습니다
세월의 주름사이로 스며든
다정한 향기로 세상을 감싸는 풀꽃
그 향기는 꿀꿀한 죽 한 끼에서 피여나고
헤여진 내 신발 끈을 묶어주는
두 손가락에서 번져나와
온 세상을 따뜻한 이불로 덮었습니다
어머니는 한 송이 풀꽃
알게 모르게 스며드는 사랑으로
나의 작은 하늘을 가득 채운
영원한 풀꽃입니다
이제는 내가 어머니의 풀꽃이 되여
당신의 하얀 머리카락에 내리는
서늘한 바람을 막아주고 싶습니다
당신의 세월에 핀 잊힌 꽃 한 송이를
다시 피워내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마음밭에도
영원한 봄이 가득하기를
코스모스 련가
고향의 언덕길, 홀로 걸노라면
가을 해살에 흔들리는
연분홍 물결, 코스모스가
내 마음 길을 환히 비추네
스러져 가는 꽃잎처럼
지는 내 마음을 어루만지려
하늘에서 내려온 듯
해맑은 미소로 나를 감싸네
아, 가을의 꽃, 코스모스여
차가운 바람에, 회오리바람에도
가녀린 몸으로 맴돌아 춤을 추네
저 푸른 가을 하늘에
꽃잎 하나가 상처처럼 멍들면
잠자리 한 마리 날개짓을 멈추고
논두렁 메뚜기 노래도 잦아드네
오직 내 마음만이
저 높은 하늘로 솟아오르네
아, 코스모스여, 너는 비록 스러져도
내 가슴에 영원한 가을을 새기는구나
이 길의 끝에서 돌아설 때면
너의 그 미소, 다시 떠오르리
보름달
푸른 하늘 한가운데
걸린 동그란 거울
은가루를 뿌린 듯
세상은 온통 하얗다
어둠에 잠긴 내 마음
구석구석 스며든
서늘한 빛에
그리운 얼굴들이 떠오른다
이 달빛 아래, 나의 가족
아버지, 어머니
언니, 동생도
지금 이 달을 보고 있을가
눈부신 달빛에 취해
내 그리움도 한들한들 흔들린다
추석달
추석이 오면
어린 시절은
소고기 맛과 흰쌀밥 향기로
그리움에 젖어 들었다
그러나 오늘의 달은 다르다
어머니, 저 달 속에 계신지
유난히 툭 튀여나온 달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두 손을 모아 본다
어머니, 거기서도 잘 지내시나요
무사히 기도를 올린다
별빛은 마음을 옥죄고
달빛은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그리움의 무게로
가득 찬 이 달
차가운 달빛이 어깨에 내려앉아
그 무게를 견딜 수 없을 때
어머니, 당신의 따스한 손길이 떠오른다
조그마한 내 손을 잡고
골목길을 나설 때의 그 온기가
이 서늘한 밤을 녹여준다
달은 묵묵히 떠 있고
나는 대답 없는 달을 보며
혼자말을 되뇌일 뿐이다
소고기 맛도, 흰쌀밥 향기도
어머니 없는 명절은
텅 빈 그릇과 같다
달님, 부디 내 기도를 전해주오
저 세상에서도
명절 잘 쇠시라고
따뜻한 옷 입고 좋은 만남 가득하시라고
그리움으로 가득 찬 이 달은
이제 슬픔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어머니 계신 곳으로
조용히 기어들어 가네
파도의 언어
파도는 말이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을 말한다
부서지며 내뱉는 하얀 숨결은
세상 가장 격렬한 탄식이요
돌아오는 잔잔한 숨결은
가장 깊은 위로다
밤낮 없이 늙은 바위를
항상 긁어내는 그 소리는
세월의 흔적을 닦아내는
오래된 기도 같다
해살을 온몸에 받고
은빛 비늘을 터뜨리며
춤추는 파도, 그 물결은
아이의 웃음처럼 경쾌하고
늙은 어부의 노래처럼
깊고 서늘하다
그리움으로 부풀어 너를 부르다
아픔이 되여 돌멩이처럼
밀어붙이는 파도
모든 것을 삼키고도
모든 것을 토해내는
그 넓은 가슴에
나의 시를 실어 보낸다
희망이라는 이름의
둥글고 매끄러운 조약돌 하나를
밀물처럼 차오르는 내 마음
썰물처럼 빼내는 저 파도처럼
언젠가 그대에게 닿기를
저 먼 바다가
그대의 발치에 닿기를
编辑:안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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