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근친 불륜'으로 태어난 고려 현종의 '부모사랑' 깃든 석등 보존처리 공개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10월29일 14시39분    조회:530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개성 현화사에 있었던 석등. 현화사는 고려 현종의 ‘불우한 부모’를 추념하기 위해 세운 절이다. 이 절의 석등이 반출돼 1911년 일본인 골동품상인 곤도가 조선총독부에 팔아넘긴 것이다.|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북한 땅 개성에 현화사라는 절이 있다. 북한의 국보유물(제139호)인 7층석탑으로 유명한 절이다. 이 절은 고려 현종(재위 1009~1031)이 불우하게 타계한 부모 명복을 빌기 위해 지은 사찰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불우하게 돌아간’이라는 사연이 아주 흥미롭다. 이 절을 창건한 현종은 태조 왕건의 여덟번째 아들인 왕욱(王郁·?~996·훗날 안종으로 추존)과 헌정왕후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그런데 현종의 어머니인 헌정왕후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즉 헌정왕후는 태조 왕건의 아들인 대종(?~969)의 딸인데, 경종(재위 975~981)의 부인(왕비)이기도 했다. 당시 고려 왕실에서 근친끼리의 혼인은 흔했다. 즉 헌정왕후는 사촌지간인 경종의 부인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헌정왕후가 남편 경종이 서거한 뒤 배다른 작은 아버지인 안종과 사통해서 현종(재위 1009~1031)을 낳았다는 것이다. <고려사> ‘후비열전’을 보자.

개성 현화사 석등을 보존처리하고 있는 모습. 고려 현종 부모의 파란만장한 삶이 녹아있다.|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남편 경종이 훙서하자 헌정왕후는 왕륜사 남쪽의 사택으로 나가 살았다. 일찍이 꿈에 송악산에 올라 오줌을 누었더니 나라 안에 흘러넘쳐 다 은빛 바다를 이루었다. 점쟁이가 ‘아들을 낳으시면 왕이 되어 한 나라를 가지리라’고 하자, 왕후는 ‘내가 과부가 되었는데 어찌 아들을 낳겠느냐’고 했다.”

그런데 이때 안종의 집이 왕후의 거처와 가까왔다. 두 사람이 결국 눈이 맞아 통정했고, 아이까지 임신했다.

“그렇지만 산달이 가까워 와도 사람들이 감히 말하지 못했다가 992년(성종 11년) 7월…만삭 때 비로소 그 사실이 알려지자 성종은 안종을 유배보냈다. 왕후가 부끄럽고 한스러워 목을 놓아 울부짖다가 그 집으로 돌아갔는데 겨우 대문에 닿자마자 태동(胎動)이 있어 대문 앞의 버드나무 가지를 붙잡고 아이를 낳다가 죽었다.”

이에 성종이 유모를 골라 그 아이를 길렀으니 그 이가 바로 현종이다. 현종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어머니를 추존해서 효숙왕태후로 삼고 능을 원릉이라 했다. 현종은 어떤 면에서 불륜에 근친상간까지 더한 아버지(안종·태조 왕건의 아들)와 어머니(왕건의 손녀이자 왕건의 손자인 경종의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임금이었다.

훗날 왕위에 오른(1009년) 현종은 1018년(현종 9년)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의 명복을 빌기 위해 사찰인 현화사를 창건했다(<고려사>). 이후 현화사에서는 왕실의 행차와 법회가 열렸다. 현종은 창건 2년 뒤인 1020년(현종 11년) 삼각산 삼천사 주지였던 법경을 초대 현화사 주지로 임명했다. 이때 7층석탑을 만들어 부처의 사리를 공양했다. 그런데 석탑을 만들면서 석등도 함께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석등은 지금 북한에 없고,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인 1911년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일본인 골동상인 곤도 사고로(近藤佐五郞)로부터 이 석등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당시 정원을 꾸미기 위해 조선의 폐사지에 놓여있던 탑이나 석등 등을 무단으로 철거해갔다. 이 현화사 석등을 총독부에 판 곤도는 악명높은 자였다. 곤도는 1907년 1월 대한제국을 방문했던 일본의 궁내대신(장관) 다나카 미쓰야키(田中光顯7·1843~1939)가 경천사 10층석탑을 무단으로 해체해 일본으로 반출한 일에도 관여한 인물이다.

개성 고려박물관에 서있는 현화사 7층석탑. 북한의 국보 문화재이다.

1907년 1월 순종 황제의 결혼 가례에 일본 정부 특사자격으로 조선을 방문한 다나카는 골동품상인 곤도에게 “고종이 허락했으니 경천사탑을 해체 반출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곤도는 이 지시에 따라 높이만 13m에 이르는 섬세한 부조의 걸작 석조유물인 이 대리석 탑을 해체 반출한다. 이때 총칼로 무장한 일본인 120~130명은 만류하는 주민들을 위협하고는 경천사탑을 해체한 뒤 10여 대의 달구지로 실어갔다. 바로 이 곤도라는 자가 현화사 석등 마저 손에 넣었던 것이다.

곤도가 조선총독부에 판 이 석등은 2005년 10월28일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개관 이후 현재 자리에 세워졌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17년 석등의 전체적인 상태 보강과 각 부재의 강화처리 및 취약부분을 해체해서 3D스캔 촬영 및 보존처리를 진행했다. 이 석등은 고려의 왕실 사찰인 현화사의 명성을 알려주듯 규모가 크고 당당하다. 불을 밝히는 화사석(火舍石)은 네 개의 기둥돌로 구성하여 사방이 트여 있으며, 듬직한 지붕돌 위에는 불꽃 모양의 보주 장식이 돋보인다. 현화사 석등은 논산 관촉사, 금강산 묘길상 마애불 앞의 석등 등과 함께 고려 석등 가운데 수준 높은 작품으로 손꼽힌다.

현화사 석등을 조선총독부에 팔아넘긴 일본 골동품상 곤도가 일본 궁내대신 다나카의 사주로 해체 반출한 경천사10층석탑, 일본인들은 정원을 꾸미기 위해 조선의 석조문화재들을 마구잡이로 반출해갔다.

이번 낙성식 이후 석등 앞에 함께 배치한 배례석(拜禮石)은 영주 부석사 등에서 보듯이 공양이나 예배를 드리는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다. 강삼혜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학예연구사는 “이 배례석의 정확한 출토지는 알 수 없으나 석등과 함께 배치되던 시설이라는 의미를 살려 현화사 석등 앞에 전시했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해체·복원처리가 완료된 현화사 석등을 지난 17일 원 위치에 설치하고 오는 30일 재설치를 기념하는 낙성식을 개최한다. 낙성식의 하이라이트는 점등식이 될 것이다. 열이 나지 않는 Led전등으로 임시로 불을 밝힌다. 배기동 박물관장은 “불밝힘 의식을 통해 옛 개성 현화사를 밝히던 석등의 모습을 재현하고, 선인들이 이루고자 했던 무명(無明)을 밝히는 석등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08
  • 2019년 경북 경산 소월리에서 출토된 사람 모양 도기 항아리(위). 문화재청은 2019년 발굴된 경북 경산 소월리 출토 ‘사람 얼굴 모양 도기’를 활용한 이모티콘 24종을 최근 공개했다. / 문화재청 제공 ‘무표정인 듯, 심각한 듯, 말하는 듯…. 어찌 보면 뾰로통한 듯, 잔뜩 화난 듯….&rsquo...
  • 2023-02-01
  • 병자호란이 한창이던 1636년 12월의 어느 날, 남한산성에서 급보가 날아듭니다. "일이 급하게 되었으니 짐붙이는 생각지도 말고, 밤낮을 가리지 말고 청풍(淸風)으로 가시오." 발신인은 병자호란 당시 고위 관리로 인조를 모시고 남한산성에 들어가 있던 남편 남이웅(南以雄, 1575~1648). 수신인은 그의 아내 남평 조씨(南...
  • 2023-01-11
  • ㆍ휴전선 판문점에서 정북 쪽으로 불과 13㎞ 떨어진 곳에 위치 ㆍ연암은 황해도 금천 연암협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황해북도 장풍군 장풍읍 소속 조선 최고의 기행문 는 황해도의 깊은 산골 ‘연암협’에서 태어났다. 동네 앞에 ‘제비바위(연암·燕巖)’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산골짜기 마...
  • 2022-09-12
  • 청자수집가 주재윤 셀라돈 대표 주재윤(43) ㈜셀라돈 대표는 소년 시절부터 옛것을 좋아했다. 전통을 잃어가는 현실이 안타까워 이를 지키려다 ‘청자(靑瓷)’의 매력에 깊이 빠졌다. 한때 고고학자가 되길 바랐던 그의 꿈은 영롱한 빛깔로 녹아 청자에 스며들었다. 그는 “도자기는 인연이 있어야 만날 수...
  • 2022-06-15
  • [사이언스카페] 네이처에 투르크어·몽골어·일본어 포함하는 트랜스유라시아어 기원 발표 트랜스유라시아어의 형성과정을 보여주는 지도. 한국어(분홍색)와 일본어(짙은 황색), 투르크어(노란색), 몽골어(연회색), 퉁구스어(진회색) 등 트랜스유라시 어족 언어들이 9000년 전 중국 요하(붉은색)에서 조상 언어...
  • 2021-11-11
  • ‘국새 대군주보’ 등 4점 조선초기 음식조리서 '수운잡방'등 3점도[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2019년 미국에서 환수한 19세기 ‘국새 대군주보’를 보물로 지정했다. 또 1946년 일본에서 환수한 대한제국기 ‘국새 제고지보’, ‘국새 칙명지보’, ‘국...
  • 2021-08-24
  • 한국학중앙연구원, 3만8천여 자료 대공개 1884년 부터 21년간, 한국음악 알리기도[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구한말 선교사 알렌(Horace N. Allen, 1858~1932)이 조선에서 활동하면서 기록한 3869여건의 문서가 국민에게 공개된다. 알렌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안병우)은 이 문서들을 DB로 구...
  • 2021-08-10
  •   길지 찾아 거듭한 이장 풍수에 빠진 어리석음일까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12번의 이장 끝에 경남 하동 화개장터 맞은편 산에 정착한 김종회 전 의원의 증조부모 묘. /김두규 교수 자기가 믿는 종교의 가르침대로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심이 든다. 그러나 “도에 관심 있으세요?&rdquo...
  • 2021-07-18
  • 불과 한 세기 반 전만 해도 서양에선 우리나라를 ‘고요한 아침의 나라’ 혹은 ‘은자의 나라’라고 불렀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해 온갖 나라와 교역하고 있는 오늘날과 비교하면 매우 놀라운 일이다. 과연 한반도는 고대 이래로 유라시아 대륙을 이어준 실크로드와 단절된 채 우물 안 개...
  • 2021-06-11
  • 이순신 장군은 어떤 분이었을까. 궁금했습니다. 말로만 듣던 《난중일기》를 정독하고 난 뒤에도 장군에 관한 여러 기록을 찾아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임진왜란에 관한 기록들을 접하게 됐죠. 전쟁이라는 크고도 끔찍한 재난을 겪은 '사람들'이 그때야 비로소 보였습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문장들은...
  • 2020-09-23
  • 화재 원인 조사중…인명피해는 없어 경기도 화성에 있는 용주사 호성전에서 불이나 20여분 만에 꺼졌다. 이 불로 호성전이 모두 탔다.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20일 오전 1시10분께 경기도 화성에 있는 용주사 호성전에서 불이 나 20여분 만에 꺼졌다. 이 불로 호성전(45.15㎡)이 모두 탔다. 호성...
  • 2020-08-20
  • [픽댓]히스토리몇 년 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연이 있었습니다. 한 청년이 1년 5개월간 교제한 연인과 결혼 준비를 밟아가던 중 여성의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리게 됐습니다. 할아버지는 남성에게 본관을 물었고, 경주 김씨라는 대답을 듣자 버럭 화를 내면서 ‘우리는 서경 정씨라서 혼...
  • 2020-08-10
  • 히스토리조선의 발전을 가로막은 장본인인가, 일본의 침략에 희생된 '성녀'인가 명성왕후는 조선 역사에서 가장 논란이 뜨거운 인물 중 하나입니다. 18일 막을 연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는 명성왕후를 둘러싼 구한말 어지러운 정치 상황을 다룬 작품인데, 기존의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명성왕후의...
  • 2020-07-27
  • ‘이순신 장군이 관노(官奴)와 동침했다’는 것은 과연 사실일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이후 한 네티즌이 ‘이순신 장군도 관노와 잠자리를 했다’고 주장한 뒤 ‘시청 공무원을 조선시대 노비에 견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400여년 전 이순신 장군의 ...
  • 2020-07-20
  •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맹활약을 한 김덕령 장군에게는 왜적과의 싸움 외에도 유명한 설화가 하나 있습니다. 그는 장인이 도망간 노비들을 잡으러 갔다가 살해됐다는 사연을 듣고는 신혼 첫날밤 홀로 쇠방망이를 들고 노비들의 은신처로 찾아가 복수를 합니다. 또 그들의 재산을 모조리 빼앗아 장모에게 가져다줬으니, ...
  • 2020-06-29
  • [강혜란의 사소한 발견] 조선조 정통성의 끝판왕, 숙종의 카리스마 2013년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숙종으로 변신했던 배우 유아인(왼쪽)과 숙종 어진으로 추정되는 불에 탄 초상화의 부분. “원자는 적통을 이은 대군입니다. 원자를 살려놓으신다면 이 나라가 큰 혼란에 빠지게 ...
  • 2020-05-09
  • [처용가] 역신이 아내 옆에 누운 모습 본 처용, 도망치지 않고 춤과 노래로 몰아내 이후 신라서 역병 막는 곡으로 불려 집단 노래 중 가장 오래 된 '구지가' 가야 백성들 구지봉서 노래 부르니 하늘서 황금알 내려와 수로왕 탄생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가운데, 이 위기를 이...
  • 2020-03-24
  • 개성 현화사에 있었던 석등. 현화사는 고려 현종의 ‘불우한 부모’를 추념하기 위해 세운 절이다. 이 절의 석등이 반출돼 1911년 일본인 골동품상인 곤도가 조선총독부에 팔아넘긴 것이다.|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북한 땅 개성에 현화사라는 절이 있다. 북한의 국보유물(제139호)인 7층석탑으로 유명한 절이다. 이...
  • 2019-10-29
  • 전 신사임당 필 조충도. 율곡 이이의 어머니 신사임당은 여류예술가로서 조선 사대부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폐쇄적인 조선사회에서 사대부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여류예술가도 있다. 바로 율곡 이이(1536~1584)의 어머니 신사임당(1504~1551)이다.  고전은 여성을 차별하던 조선 선비들...
  • 2019-10-12
  • 영산강 유역 드넓은 평야를 다스린 5세기 말 6세기 초 마한 토착세력의 지도자가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정촌고분의 피장자는 40대 여성이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발굴된 인골을 분석해 복원한 얼굴이다.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제공 ‘영산강 유역 다시벌(평야)을 다스리던 마한 출신 토착세력의 지도자는 ...
  • 2019-10-10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