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그 때 그 모습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12월25일 15시13분    조회:943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65)

◇서정숙(중경)

 

 
언니가 보낸 다시 돌아오지 않는 〈2016년의 렬차〉란 글을 읽으며 감개가 무량하다.

 

무정한 세월은 드팀없이 꾸준히도 흘러 장장 45년이 지나 그제날의 갓 사업에 참가했던 짧은 량태머리 언니도, 늦은 공부라도 하려고 학교 다니던 나도 어언듯 자격이 다분한 할머니가 되였다. 그러나 무정한 세월 속에서도 따뜻한 추억은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지금도 렬차, 역전, 플래트홈 소리만 들어도 이른새벽 텅 빈 플래트홈에 홀로 서서 연기만 남겨놓고 멀어져가는 기차를 향해 하염없이 손을 젓던 언니의 그 때 그 모습과 차츰차츰 멀어져가며 하나의 점으로 남아있던 언니의 그 때 그 모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가슴이 뭉클해난다. 언니의 그 때 그 모습, 지금 생각해도 얼마나 따뜻하고 다정하게 느껴지는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오래오래 손 젓는 이 모습은 원래는 이 세상 어머니들의 ‘상’인데 언니는 부모를 대신해서 어린 동생들을 대신해서 온 가족의 기대와 사랑을 한몸에 안고 홀로 기차를 타고 떠나는 나에게 사랑과 기대의 마음을 전해주었다. 나와 두살 터울인 언니가 어찌하면 그런 사랑을 줄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너무너무 존경스럽고 가슴이 먹먹해나고 이런 언니가 있으므로 마냥 가슴이 뿌듯해난다!

1972년 5월에 나는 행운스럽게도 빈하중농의 추천으로 문화혁명 후 첫패 공농병학원으로 연변사범학교에 들어가서 공부할 기회를 가졌었다. 원래 도문에 있던 한어사범학교가 문화혁명 기간에 문을 닫았다가 동불사 세린하에 있는 새벽대학 자리에서 학생을 맞이하게 되였다. 동불사에서도 삼십여리를 걸어서야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금 고속렬차가 반시간이면 달려갈 거리를 그 때는 돈화에서 동불사까지 두시간 오십분이 걸려야 했고 그 기차는 아침 여섯시면 어김없이 돈화역에서 떠나게 되여있었다.

그나마 학교에서 학비, 류숙, 화식이 모두 면비로 되여있었는데 식사는 매끼 밥 두냥에 채라고는 껍질채로인 통알감자가 둥둥 뜨는 감자국 한사발 혹은 쪄낸 늙은 가지 하나에 된장 반숟가락이면 그만이였다. 혹시 밭일이 있을 때면 밥 석냥에 채를 줘서 모두 밭일이 있기를 은근히 기다렸다. 속이 허해서 흑판을 보면 눈앞이 팽팽 돌아갈 때도 많았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려니 여간만 힘들지 않았다.

또 잊혀지지 않는 것은 개학해서 학교 갈 시간이 되여도 차비 1원 90전을 부모와 달라는 말을 못하고 눈치만 살폈던 일이다. 언니는 이런 내가 궁상스러웠는지 학교로 떠날 때마다 기차역에 배웅 나와서는 플래트홈에 마주서서 이쪽저쪽 호주머니를 샅샅이 들춰 십전이 있으면 십전을 주고 이십전이 있으면 이십전을 주었다. 궁한 나는 렴치도 없이 주는 대로 챙겨갔다.

나는 지금도 각전만 보면 송구스러우면서도 감사의 마음으로 언니한테서 돈을 받아가지던 때가 생각난다. 호주머니마다 샅샅이 뒤져 각전을 내 손에 쥐여주던 플래트홈에서의 그 때 그 모습, 언니가 건네주는 각전마다에는 사랑과 배려, 고무와 기대가 그리고 아량 있는 언니의 섬세한 사랑이 듬뿍 담겨있었다! 겨울에 손이 너무 시리다고 말하면 언니는 장갑을 떠서 보내주었고 춥다고 하면 두툼한 옷도 보내주었다. 방학하여 집에 오면 찬장에 붙어서 짠지면 짠지, 있는 대로 입에 집어넣으며… 나는 그래도 그러려니 하고 지나 왔으나 엄마 아빠와 언니는 먼 후날에도 그 때 내가 그렇게도 가슴 아팠다 하며 많이도 외우셨다.

나는 그래도 덕분에 하고팠던 공부도 하고 그 덕분에 교편을 잡았고 꿈꿔오던 교원사업으로 한생을 살아올 수 있었다.

그 때 그 시절 나는 왜서 갓 사업에 참가한 언니한테 그리도 매달렸던지? 하여간 나의 모든 곤난과 우려는 언니의 담당이였으니. 지금에 와 생각해도 나도 꼭 집어 말하기 어렵다. 아마도 많은 식구를 거느리고 살아가시는 엄마아빠가 측은해서였는지. 나는 언니가 그렇게도 의지가 되였다. 사랑의 힘으로 나를 예까지 동반해준 언니가 나는 너무 너무 고맙다!

그 고마움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세월 속에서 나는 언니의 그 때 그 모습의 그 깊은 마음과 그 사랑의 깊이를 마음으로 피부로 느끼게 된다. 긴 세월 살아오면서 어려운 일 외로운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언니의 그 때 그 모습이 떠오르며 힘을 얻군 한다. 어제도 오늘도 혼신을 다해 나에게 사랑을 준 언니가 너무너무 감사하다!

이런 언니가 계시므로 나는 긍지를 느낀다. 나는 착하고 반듯하고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것으로 그 사랑에 보답하련다. 부모의 사랑, 형제의 사랑을 다 준 나의 언니, 늘 건강하시고 지금처럼 쭉 행복하시기를 바라는 내 마음이다.

기차, 기차역, 플래트홈에서의 언니의 그 때 그 모습, 나의 아름다운 추억, 나의 영원한 삶의 에너지!


길림신문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2016년 5월 13일, 장장 13시간 하늘을 날아 우리 일행은 마침내 상해로부터 프랑스 빠리에 도착했다. 지친 몸을 가눌새도, 구겨진 옷을 갈아 입을 새도 없이 부랴부랴 관광버스에 올라 유럽려행 첫 코스 개선문을 향한 마음은 흥분에 들떴다. 빠리의 거리는 상해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하늘을 향해 치솟은 상해 륙가주(...
  • 2022-05-17
  • 최선 다해 삶을 살아가는 녀강자 고향이 흑룡강성 가목사인 정계화(1967년생)는 부모형제들에 대한 각별한 사랑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정계화는 아버지가 장기환자인, 생활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3남매 중 맏이로 태여났다. 호도거리를 시작하면서 정부에서는 대부금을 내주며 ‘전문호’로 될...
  • 2022-05-17
  • 올해 봄은 코로나19의 여파로 본지방을 마음대로 리탈하지 못하는 방역지침을 따라야 하기에 진달래꽃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타지방으로 가지 못하고 가까운 일광산, 후안산 진달래꽃 구경으로 만족해야 했다. 요즘은 그 진달래꽃도 어지러이 락화하는지라 어디로 구경갈 데도 마뜩잖던 차에 등산애호가인 윤선생이 4월 30일...
  • 2022-05-10
  • 봄바람이 산들산들 부는 어느 휴일, 나는 강변을 거닐다가 우연히 연 띄우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였다. 연이 자유로이 날아오르기도 전에 연줄을 너무 세게 잡아당겨 조금 날다가 휙 돌아치며 땅에 곤두박질하는 ‘물고기 연’이 있는가 하면 하늘 높이 날아올라 보일락 말락 까만 점으로 되자 급히 연줄을 ...
  • 2022-05-10
  •   [료녕신문 최수향 기자] 5월 8일, 대련아리랑예술단 전체 단원 31명은 80세 이상 장수로인 5명을 모시고 뜻깊은 어머니날 경축모임을 가졌다.   이날 대련아리랑예술단 성원들은 예술단의 장수로인 리복록, ...
  • 2022-05-10
  • 빈곤퇴치 난관공략 촌주재사업팀 일군에서 전염병퇴치 ‘따바이(大白)’가 되기까지 연변주청소년사업발전쎈터 부주임 김명길은 그야말로 ‘전문역행자’이다. 이 동북 조선족 ‘90후’는 “어디에서 나를 필요로 하면 나는 어디에 간다.”고 말했다.   3월초, 연변 훈춘에서...
  • 2022-05-07
  • 김향자 촬영작품 《고향•넋》 전시 포스터 4월 16일, 연변녀성촬영가 10인 초청작품전의 첫 행사로 김향자(61세)의 《고향•넋》작품전시가 연길백화청사(8층) 하건나(哈根娜)커피청에서 정식 개막되였다. 녀성의 달 3월을 겨냥하여 준비한 작품전이건만 코로나사태로 미뤄진 행사라 모처럼 이루어진 모임에서 주...
  • 2022-04-22
  • [수기 103]인생을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 편집/기자: [ 홍옥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22-04-15 20:40:27 ] 클릭: [ ] 인생은 홀로서기라는 말이 있다. 말하자면 자신의 강인한 힘으로 인생을 창조해야 한다는 말이겠다. 손에 손 잡고 가자는 말도 있다. 이는 함께 살아가는 동조의 뜻이다. ...
  • 2022-04-17
  • [수기] 마음의 가책 김영숙 (룡정시북안소학교) “앗…” 종합 실천활동 시간에 애들과 함께 채색 종이를 오리고 자르고 붙이는 과정에서 나는 그만 부주의로 가위에 왼손 식지가 찔리웠다. 깊게 난 상처는 아니지만 새빨간 피가 방울방울 솟아나왔다. 애들은 울상이 되여서 “선생님, 괜찮습니까? 빨...
  • 2022-03-29
  • 3월 8일 오전, 료양현 흥륭진 홍광조선족촌은 촌사무실 앞마당에서 ‘3.8’부녀절 경축행사를 가졌다.     “오늘 우리 ‘시골’ 동네에서도 ‘3.8’절 경축행사를 가졌수다” 문정숙 촌서기 겸 촌주임의 가득 들뜬 말이다.      현재 홍광조선족촌...
  • 2022-03-10
  • [수기] 집 찾아 돌아온 오리 김순옥 몇년전 나는 그림 같고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새 아빠트에 입주했다.  아빠트단지에 들어서면 유난히 내 마음을 사로잡는 오리 조각상이 있다.  매번 오리 조각상을 볼 때마다 지나간 추억이 새록새록...
  • 2022-02-25
  • [수기] 부러움 없이 보냈던 동년시절의 설 김춘선 나의 동년시절은 남진골, 차창에서 보냈다. 남진골은 화룡현 덕화향의 한 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지금은 페허로 되였다. 남진골에서 출생한 내가 세상 물정을 알게 되였을 때는 아마도 대여섯살부터인 것 같다.   1958년 7월 화룡 차창에서 형제들과 함께 기념...
  • 2022-02-24
  • [생활수기] 코바늘에 깃든 이야기 - 최범수 갓 결혼하고 첫 딸애를 본 나는 마냥  즐거워 늘 행복 속에 잠겨 흥얼흥얼 코노래를 부르며 학교로 출근했다. 금방 걸음마를 탈가말가하는 딸애는 그렇게도 귀엽기만 했다...
  • 2022-02-24
  • [생활수기] 손자에게서 배우는 재미 - 리삼민 ‘강산이 일곱번 바뀌’는 사이, 뜻밖의 사연으로 얼굴이 뜨거워질 때가 많았지만 외손자가 나에게 준 교훈은 두고 두고 잊혀지지 않는다.     외손자의 이름은 김...
  • 2022-02-17
  •  [수기] 행복을 찾아가는 길 김영실(연길시건공소학교) 전 지구촌을 휩쓰는 코로나19 때문에 정상적인 교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학교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하며 복새판을 부리다 보니 어느새 한해가 다 지나갔다. 지나온 한해를 돌이켜 보노라니 분명히 어려운 일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행복했던 순간들...
  • 2022-02-17
  • 장백산 아래 어느 로부부가 들려준 ‘길’에 담긴 이야기     장백산 아래에 사는 김은호, 남영자 로부부가 고향에 들어선 고속철역 앞에서.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길부터 먼저 닦으라”는 말이 있다. 지난해 12월 24일 장백산고속철이 개통식을 가진던 날, 안도현 현성과 200여리 떨어진 ...
  • 2022-02-10
  • 수기ㅣ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정영수 나에게는 늘 함께 하는 친구가 있다. 며칠전 친구모임을 가졌는데 설전에 단동 친구네 별장에 가기로 약속했다. 지정한 날자에 심양에서 승용차 두대에 몸을 싣고 출...
  • 2022-02-07
  • 과거에는 많은 친척들이 모여 함께 설을 맞이하고 음식을 나눠 먹던 풍경과 달리 코로나19 사태로 직계가족만 모여 조용하게 명절을 보내는 추세가 반영되면서 장을 봐서 일일이 조리해야 하는 음식보다는 간편하고 간단하게 료리할 수 있는 반성품,간편식이 인기이다. 1월 31일, 3년째 반성품  ‘땅추(当厨)&rs...
  • 2022-02-07
  • 연변가정연구소 문화봉사자팀은 지난 1월 16일 그들의 전문 교육장인 연길태원호텔에서 제2기평생교육강좌 수료식을 ‘마지막 수업’으로 15년간 이어온 평생교육강좌를 마쳤다. ‘문화봉사자'라는 이름으로 함께 해온 15년의 성장을 기억하고 기록하며 문화봉사자팀 일동은 우선 “20여년간 하루...
  • 2022-02-03
  • 바로 지금이다. 그대 곧 시작하라!   김훈       며칠전 한국에 있는 지인이 전화로 문안을 전하면서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보람찬"일거리"를 찾았다고 했다. 이름만 대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예술무대에서 유명세를 탔던 별호가 “수러우”인 리옥희 배우다.. 지인이 찾은 보...
  • 2022-01-28
‹처음  이전 1 2 3 4 5 6 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