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아름다운 추억 90]고향의 밥 짓는 연기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7월2일 00시00분    조회:1372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18)

▩황혼호(대경)

촬영작품 〈밥 짓는 연기〉와 필자 황혼호

얼마전 나는 촬영 전시회에 참가했는데 한장의 〈밥 짓는 연기〉라는 사진 앞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사진을 보노라니 어릴 적 내가 태여나고 자란 고향이 사무치게 그리워나며 눈앞에 선히 떠올랐다.

황혼이 저녁노을을 쓰고 시골에 내려앉고 새들이 석양을 물고 둥지를 찾아올 때면 높고 낮은 집집의 굴뚝들에서는 저녁연기가 뭉게뭉게 피여오른다. 밥 짓는 연기의 부름에 문을 떼고 집안에 들어설 때면 어머니가 부뚜막에서 땔나무를 아궁이에 넣으면서 저녁상을 마련하기에 분주하다. 어머니는 가마에서 풋옥수수 반이삭을 꺼내주면서 “얘야, 배고프겠구나. 먼저 이걸 먹어라.” 하신다. 시골 아이들에게 풋옥수수는 가장 맛있는 간식이였다.

시골에서 밥 짓는 연기는 한 가정의 존재와 따뜻함과 화목을 대표하는 그 자체였다. 하루 세끼 제시간에 굴뚝에서 밥 짓는 연기가 솟아나면 그 집은 화목하고 풍족한 가정이였다.

밥 짓는 연기는 또한 어머니의 부름소리였다. 어릴 때 나는 마을에서 8리 떨어진 풍기촌이라는 조선족 마을에 통학하면서 소학교를 다녔다. 하학길에 멀리서도 우리 초가집 굴뚝에서 피여오르는 연기를 보면 방불히 부엌에서 바삐 돌아치는 어머니를 보는듯했으며 뜨끈뜨끈한 밥상을 보는듯했다. 그 저녁연기를 바라보며 나는 집으로 달려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굴뚝에서 연기가 피여오르려면 우선 땔나무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생산대 대장으로 바쁘신 아버지는 거의 밖에서 보내다 보니 해마다 땔나무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 하여 땔나무 하기는 사계절 끝이 없는 어머니의 힘든 일이였다. 어머니의 마음속에는 밥 짓는 연기가 있는 집이라야 집이라 할 수 있었기에 각별히 땔 근심을 몹시 했다. 밭에 나갔다 돌아올 때면 꼭꼭 밭머리에서 땔나무를 장만해서 머리에 이고 돌아오셨다.

어릴 적 나는 어머니를 따라 뒤산에 가서 마른 나무가지를 주었다. 욕심에 많이 주어 단번에 메고 오지 못하면 어머니가 머리에 이여 집에 가져가고 나는 지키고 있다가 어머니와 함께 메고서 집으로 돌아왔다. 헌데 후에는 산을 개간하고 과일나무를 심자 옥수수대거나 벼짚 등이 주요한 땔감으로 되였다. 가을이면 옥수수대를 집으로 실어가 땔나무로 쌓아두었다. 이듬해 봄 땅이 녹으면 밭에는 옥수수그루가 드러나는데 어머니가 괭이로 뿌리를 뽑으면 나는 하나하나 주어서 한데 모았다. 이 일은 아주 힘든 일이였는데 왜소한 체구의 어머니가 어떻게 했는지 참 대단하셨다.

나는 열살 때부터 부엌에서 불을 때면서 어머니를 도왔다. 때문에 일찍 부엌에서 연기에 그을리고 불에 지지우는 맛도 보았다. 어머니가 연기에 숨이 막혀 기침을 하고 눈물을 흘릴 때면 나는 자진해나서서 불을 때군 했다. 어머니는 온통 나무재로 검댕이투성이 된 내 얼굴을 가슴아파하며 옷소매로 닦아주셨다.

밥 짓는 연기는 또 애들한테는 어머니가 지어놓은 맛나는 밥상이였다. 무리를 이룬 짜개바지들은 마을 밖 들판에서 뛰놀고 개울물에서 장난 치고 뒤산에서 산과실을 뜯어먹느라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마저 잊는다. 이 때 누군가 소리친다. “우리 집 굴뚝에서 연기 난다.” 애들의 눈길은 똑같이 마을로 향해 분분히 자기 집 굴뚝을 찾는다. 애들은 아쉬운 대로 장난을 그만두고 서로 쫓아가며 집으로 달린다. 그 따뜻한 노을빛 저녁연기 속에는 엄마의 신신당부가 있었고 아빠의 종소리처럼 우렁찬 부름이 있었다.

눈이 내리는 겨울이면 나는 감자 구워먹기를 좋아했다. 굴뚝에 연기가 멎고 부뚜막 아궁이의 불꽃이 꺼진 후면 가라앉은 불무더기가 발갛게 열을 내고 있다. 이 때 그 불을 헤치고 골라둔 잔잔한 감자를 넣고 뜨거운 재를 덮어놓는다.

구운 감자는 따가울 때 먹어야 제맛인데 불면서 이 손바닥에서 저 손바닥으로 넘기느라면 껍질에 붙은 마른 흙이 떨어지면서 깨끗하게 된다. 다음 두손으로 익은 감자를 잡고 살짝 누르면 “사각” 하고 두동강이 나면서 새노란 속살이 드러난다. 삽시에 고소한 맛이 코를 파고든다. 구수하면서도 흙냄새가 섞인 이 독특한 맛은 천하별미로 골수에까지 스며든다. 한덩이를 입안에 살짝 넣으면 감자의 껍질과 속살이 혀끝에 잠간 머물면서 구수한 맛이 온 입안에 쏴악 퍼진다. 이 때면 모든 미각이 총동원되여 감자 토벌에 참가한다. 이 토벌 속에서 생활 속의 모든 고통, 번뇌와 피로가 가뭇없이 사라진다.

잊을 수 없는 것은 1964년도 내가 화남현조선족중학교를 다닐 때이다. 나는 한어성적이 낮아 취침 후에도 숙사의 돼지죽을 끓이는 칸에 가서 공부를 하였다. 그 곳에는 계속 불이 있었던 것이다. 밤이 깊어가면서 배가 꼬르륵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 때는 우리 나라가 3년 자연재해로 굶주리던 때라 죽으로 때를 에운 저녁음식은 언녕 소화된 뒤였다. 돼지죽 가마를 들여다보았더니 썩은 호박이요, 배추겉잎, 벌레 먹은 무우들이 불렁불렁 끓고 있는 속에 자그마한 감자 몇알이 보였다. 나는 좀 커보이는 감자 한알을 국자로 꺼내 훌훌 불면서 껍질을 발랐다. 정말 먹음직했다. 게걸스레 감자 몇알을 먹고 나니 배가 뜨끈뜨끈해나며 배고픔이 멀리 달아났다.

나에게 고향의 밥 짓는 연기는 달콤한 추억 뿐만 아니라 뼈에 사무치는 아픔으로도 남아있다.

기숙사에 있던 하루 아침, 기상시간이 되여 깨여나 옷을 입으려는데 머리가 어지럽고 몸이 말을 듣지 않으면서 그 자리에 곤드라졌다. 가스중독이였다. 소식을 듣고 선생님이 달려왔다. 선생님은 나를 이불에 둘둘 감아 밖의 눈무지 우에 눕혀놓고는 저가락으로 입을 벌리고 맵고 차거운 김치물을 퍼넣었다. 하여 나는 다행히 사선에서 살아나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당시 부엌이 우리 숙사에 같이 있었는데 불이 잘 들지 않는 데다 구들을 제대로 매질을 하지 않아 아침밥을 짓는 새에 구들에서 새여나오는 연기에 중독된 것이였다. 그 때 숙소의 선생님과 동창들은 귀한 소고기 장졸임이며 과자, 우유가루 등을 나에게 몸보신하라며 들고 왔었다. 그 감사의 마음은 한두마디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 해에 나는 그 중독 미열로 두통이 너무 심해 공부를 계속할 수가 없어 일년간 휴학을 했다. 그러나 마음씨 고운 사생들의 은공은 영원히 잊을 수가 없다.

삶의 려정에서 잠간 총총한 발걸음을 멈추면 기억 속에 서서히 밥 짓는 연기가 떠오르고 코끝에서 시골집 밥상에서 풍기는 향기가 감도는듯하다. 고향의 밥 짓는 연기는 마치 경쾌한 음악과 우아한 춤마냥 항상 내 생명 속 가장 생동하고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있다. 밥 짓는 연기를 생각할 때마다 나의 생명은 더는 나약하지 않고 인생도 더는 힘들지 않다.길림신문/font>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누구나 대련시감정자구조선족로인협회에 가게 되면 장장 15년간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장모를 시중하고 있는 남영걸(73세)의 미담을 들을 수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 남영걸은 2007년 3월, 부인 김태순이 한국으로 가면서부터 장모 한화자(94세)를 모시기 시작했다.   처음엔 쌀과 채소를 사들이고 방을 청소...
  • 2022-01-13
  • 글 김성옥  · 방송 구서림         우리 엄마 기쁘게 한번 웃으면 구름속의 해님도 방긋 웃고요, 우리 엄마 즐겁게 한번 웃으면 아름다운 꽃들도 피여납니다. 고생속에 살아 오신 우리 어머니 웃으시면 온 집 안에 꽃이 핍니다.     바로 이 노래 가사처럼...
  • 2022-01-12
  • 도문시에 살고 있는 2급 지체장애인인 최원(崔源)선생의 가정이 전국부녀련합회에서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가정’(最美家庭)의 한가족으로 된 것은 3년 전인 2018년의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필경 최원선생이 《휠체어의 노래》(2014년 출판)라는 자서전을 펴낸 뒤로 이어진 삶의 이야기였다. 최원의 자서전 《...
  • 2022-01-06
  • “우리 왕자님, 오늘도 선생님 말씀 잘 들었지?” 나는 하학하고 우리 반 교실로 들어오는 아들을 안아주며 습관적으로 물었다. “아니, 오늘은 우리 선생님이 우리 말을 잘 들었어.” 필자 아들애의 홍두깨같은 말에 나는 웬 일인가고 다그쳐 물었다. 아들은 오늘 바줄당기기를 했는데 선생님이 체육...
  • 2022-01-04
  •  ‘사랑의 단비’갈망하는 후진생 김봉금 (해림시조선족실험소학교) 후진생의 전변에는 무엇보다 사랑의 손길이 수요된다. 낳아준 부모조차 어쩔 수 없는 후진생을 쓰다듬고 사랑해주어야 하는 것은 밀어버릴 수 없는 우리 교원들의 사명이다. 심혈과 정성을 가장 많이 기울이 건만 좀처럼 눈에 띠게 효과를...
  • 2021-12-21
  • 항주의 삼돈진 자금서원(紫金西苑)아파트단지는 절강대학의 인재유치우대주택으로 주민들 모두가  절강대학의 엘리트 교직원들이다.    지난 11월 말,  코로나 방역통제원인으로 절강대학 자금항 캠프스도 페쇄관리를 실시해 자금서원 아파트단지의 많은 주민들이 캠프스에 체류하게 되면서 자의반 타...
  • 2021-12-09
  • - 11월 리뷰 11월을 떠나 보내고 12월을 시작하며 문득, 2021년도 이젠 막바지에 다다랐음을 절감하는 요즘입니다. 년초에 세웠던 여러분의 일년 계획은 잘 추진되고 있는지요? 사랑 전파로 따뜻한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고저 《길림신문》에서 지난 5월달에 정식 론칭한 계렬 공익행사 ‘사랑+ 릴레이’도 독자 여...
  • 2021-12-07
  • 아버지와 소의 이야기 어린 시절 내가 살던 우리 집은 오도구라고 부르는 산골 마을이였는데 훈춘에서 150여리 북으로 들어가 네 면이 산으로 둘러있는 그리 작지 않는 골안이였다. 동쪽 산밑으로 훈춘강이 흘러 남으로 흐르고 북으로는 작은 강물이 흘러 훈춘강과 합수하였다. 필자 서쪽 산밑으로는 도랑물이 흘러 동쪽으...
  • 2021-12-03
  • 50년전 오늘. 25세, 23세의 아릿다운 처녀총각이 부부인연을 맸었습니다. 서툴기만했던 새내기 부부는 어느덧  50 년이란 세월이 흘러 머리에 흰서리가 소복이 내린 할머니(정미자), 할아버지(허문봉)가 되였습니다. 어머니(정미자), 아버지(허문봉)  부모님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었을 뿐만아니라  인생맨토...
  • 2021-11-29
  • 김홍봉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를 ‘김꺽다리’라고 부른다. 그는 자기가 하는 라이브 방송 닉네임도‘김꺽다리’라고 지었다. 그의 신장은 저그만치 2.04메터, 조선족으로서는 가능하게 제일 키가 큰 사람일 수도 있다. ‘거인, 구척장신’의 김홍봉의 키가 하도 크기에 거리에 나서거나 쇼...
  • 2021-11-26
  • 편집자의 말       저출산 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우리 주위에 있는 다자녀 가정을 찾아 여러 명의 자녀를 육아 하는 과정에서의 희로애락에 대해 알아봤다.   “아이들과 함께 커가는 과정이 행복합니다” 황화 부부의 넘치는 자식사랑       “...
  • 2021-11-12
  • [수기] 위대한 10월 김승원 (상해) 한기가 짙어가는 11월에 들어서면서 갓 지나간 10월이 몹시 그리워난다. 그 리유라면 10월은 붉게 타오르는 아름다운 단풍계절인 것도 있겠지만 특히 10월엔 중국 근대사와 현대사에 길이 빛날 위대한 자욱이 력력히 찍혀져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10월이란 말 만 들어도 가슴...
  • 2021-11-12
  • 州中重度残疾人托养中心开展“落实消防责任,防范安全风险”消防安全知识讲座及应急疏散演练   2021年11月9日是一年一度的“119”消防日,为进一步加强州中重度残疾人托养中心的工作人员和托养人员消防安全知识覆盖面,防范化解安全隐患,增强自我保护能力,提升对突发火灾等事故的应变、逃生能力...
  • 2021-11-05
  •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26년이란 세월을 석자 교단을 누비며 살아온 나는 사업 수요로 소학교 교원으로부터 학교의 유치원 대반 담임을 맡게 되였다. 금방 소학교를 졸업한 6학년 애들을 갓 노란 꽃잎을 펼친 해바라기라고 비유하면 유치원 아이들은 연푸른 ‘새싹’들이라고 볼 수 있다. 해바라기 꽃들이 열매를 ...
  • 2021-10-27
  •   金秋十月正当时,正是各种瓜果成熟的季节。为了丰富托养中心托养人员的精神文化生活,让托养人员走出家门,在亲近自然中感受丰收的喜悦、体验采摘时幸福激动的心情,帮助他们通过劳动得到锻炼从而收获自信心,提升社会适应能力,同时托养人员尽己所能回报社会,助力乡村振兴,体现托养人员自尊、自强、自立、顽强拼...
  • 2021-10-26
  •   10월 16일, 신주13호유인우주선 발사가 원만히 성공됐다. 우주비행사 왕아평은 딸에게 하늘의 별을 따다 주마 하고 약속하고 떠났다.         한편 15일 저녁, 적기강, 왕아평, 엽광부 3명 우주비행사들이 출정을 기다릴때 왕아평의 딸은 현장에 와서 엄마를 응원했다.   신화사/길림신문
  • 2021-10-18
  • 우리 학년은 여섯개 학급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우리 학급이 제일 우수합니다. 공부도 잘하고 규률도 잘 지켜서 늘 모범학급으로 칭찬 받는답니다. 이는 우리 담임이신 채선생님의 덕분이지요. 독서도 무척 즐겨요 채선생님은 커다란 키, 하얀 피부에 항상 웃음을 담고 있는 크고 까만 눈이 돋보여서 정말 아름답습니다. 채...
  • 2021-10-14
  • [수기] 졸업증에 깃든 사연 최준봉 나의 책장 서랍에는 장장 30여년 고이 간직한 길림성당교에서 발급한 전문 대학 졸업증서가 있다. 너무 오래 되여 증서가위가 색바래지고 보풀이 일었지만 이 졸업증에는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추억이 깃들어있다. 1953년 연변조선족자치주 성립과 더불어 조선족학교가 설립되였다는 기...
  • 2021-09-07
  •   힘든 액화가스 배달로 생활의 어려움 이겨낸 김은자   화룡시 붉은태양 광장에서 흥겹게 춤추고 있는 김은자(왼쪽) 화룡시 문화가 문성사회구역에 가보면 흥겨운 춤노래로 만년을 즐겁게 보내고 있는 사회구역 민간예술단의 로인들을 볼수 있다. 이라는 무용곡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아름다운 민족복장차림...
  • 2021-08-31
‹처음  이전 1 2 3 4 5 6 7 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