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교원수기]선생님의 ‘욕’
조글로미디어(ZOGLO) 2021년4월20일 20시03분    조회:1073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30여년의 교직생활을 하면서 나는 수많은 제자들을 졸업시켰다. 제자들과 떨어진 후 련락이 있든 없든 때로는 기억의 편린들이 떠올라 그들의 삶이 궁금할 때가 있다. 나의 이런 부질없는 로파심을 덜어주기라도 하듯 문뜩문뜩 제자들이 나의 위챗을 노크한다.

 

며칠전 늦은 저녁, 딩동- 메세지가 도착했다. 상해에 있는 제자 연화의 문안메세지였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지금 연길에 있는데 이번 주말 시간 되세요? 선생님 뵈러 가볼려구요...”

“바쁘겠는데 오지 마...”

말은 그렇게 했지만 20년이 지나도록 못 본 제자라 은근히 기다려졌다.

연화네 학급 담임을 갓 맡았을 때, 30대 초반에 들어선 나는 담임교원 경험도 없었거니와 젊음의 열기가 충천해서 애들과도 곧잘 마찰의 불꽃이 튕기였다. 스스로는 잘한답시고 학생들을 엄하게 대하고 잘 웃지도 않고 눈꼽만한 잘못에도 용서보다 꾸짖음과 훈시로 닥달하였다. 2학년으로 진급할 때, 문과, 리과 학과를 선택하면서 학급편입을 다시 하게 되였다. 조선어문 교원이지만 리과반 담임을 맡게 되였는데 많은 애들이 그냥 나의 학급에 남았다. 그러자 나는 어쩌다 우스개 소리를 하였다. “참, 너희들이 문과반으로 가면 더는 나한테 욕도 안 먹고 얼마나 좋니. 왜 그냥 리과반에 남아있는 거냐?” 그러자 애들은 넉살좋게 대답하는 것이였다. “우리 모두 졸업할 때까지 선생님만 애 먹이려고요, 선생님이 문과반 담임을 맡으면 우리는 쪼르르 따라 가겠습니다. 히히...”

오늘은 상해에서 온 연화를 배동하여 여섯명이나 되는 제자들이 나를 찾아왔다. 20년만에 보는 얼굴들이지만 여전히 기억 속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정말 꿈 속에서도 보고 싶었던 제자들이였다. 제자들도 어느새 직장을 다니면서 한창 애를 키우느라고 몸이 열개라도 모자라는 워킹맘들이였다. 너무도 반가와 한사람, 한사람 포옹하면서 나는 대뜸 제자들의 뜨거운 분위기 속에 빠져들었다.

잠간 사이에 타임머신을 타고 20년전으로 돌아가서 추억에 잠겼다.

선생님은 그때 나이가 지금의 자기들보다 어렸을 거라고, 그런데도 로련해 보였단다. 그러면서 ‘12.9'활동기념문예경연이 끝나 은밀히 뒤풀이를 가졌다가 혼났던 일, 수업시간에 만화책을 봤던 일, 누구누구는 몰래 련애를 했는데 선생님이 몰랐다는 둥, 야간자습을 땡땡이 치고 몇몇이 생일쇠러 양꼬치집에 가서 술까지 마셨다는 둥 ... 내가 모르던 별의별 ‘비밀' 보따리들을 마음껏 헤쳐보였다.

그런 이야기를 듣다가 나는 지금 마주 앉아있는 명희를 건너다 보면서 뒤늦은 사과를 하였다. 그 때 한창 예민할 나이였을 너희들에게, 특히 명희에게 선생님이 너무 막 대해서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텐데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말했다. 괄괄한 성격의 명희는 자유분방한 애였다. 그래서 나한테 누구보다 욕을 많이 먹었고 쩍하면 꾸지람을 들었다. 뒤끝이 없는 애라 나도 막말을 하고는 그 뒤를 풀어주지 않고 무심하게 지나갔다. 하지만 쾌활한 명희는 내 말을 듣고는 “그 때 선생님의 따끔한 ‘교육'이 있었기에 제가 조금이나마 스스로 단속을 잘할 수 있게 되였습니다. 만약 선생님이 인차 뒤를 풀어줬더라면 저 버릇 못 고쳤을 겁니다.” 하고 생긋 웃는 것이였다.

그러면서 내가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사실을 털어놓았다. 졸업학년 때, 너무 공부가 머리에 들어가지 않으니 청가도 맡지 않고 기숙사에 가서 이불을 쓰고 만화책을 보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쫓아와서는 마음대로 조퇴를 했다고 한바탕 ‘줄욕'을 하고 그럴바에는 이불짐을 싸들고 집에 가라고, 한두번도 아니니까 퇴학을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더란다. 변명 한마디도 못하고 욕만 먹고 하는 수 없이 주섬주섬 옷을 입고 다시 교실로 가겠다고 선생님을 뒤따라 나서는데 이미 화가 난 선생님은 문을 탕 닫고 나가시더란다. 공교롭게도 그 때 비가 퍼부었는데 그대로 비를 맞으며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어가시는 선생님의 왜소한 뒤모습에서 축 처진 두 어깨가 유난히 눈에 들어 오더란다. 우산을 쓰고 같이 가려고 뛰여가면서 불러도 선생님은 못들은 척 그냥 종종걸음을 치더라는 것이였다.

사랑하는 제자들과 함께

“그날 비 속에서 선생님의 가냘픈 어깨를 보는 순간, 웬지 저도 모르게 자책감에 모대기였습니다. 그 때부터 저희들을 위한 선생님의 마음이 리해되였습니다. 미움이 아닌 사랑이라는 것을... 지금도 그 날의 선생님의 뒤모습이 우련히 안겨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모두들 덩달아 한마디씩 하였다. 네가 선생님의 ‘욕'을 남보다 많이 먹은 것은 그만큼 관심을 한없이 받았다는 거다, 우리에게는 그런 ‘배려'가 차려지지 않았는데, 너 선생님께서 자기를 주목해달라고 일부러 그런 거지? 하면서 명희를 놀려댔다.

돌이켜보면 오늘 만난 제자들은 나의 특혜를 받은 것도 아니였다. 연화는 그의 오빠도 내가 가르쳤던 제자라는 인연으로 조금 배려를 해주었던 기억이 어슴푸레 있을 뿐이다. 홍이는 학생시절 무엇이나 알아서 척척 하는 학생이였다. 지금 박사까지 마치고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데 고중 때 공부도 잘하고 학급 공청단 지부서기 역할도 착실히 잘하였기에 욕 먹을 일도 없었고 나도 별로 신경을 써서 따뜻한 말을 해준 적이 있은 것 같지 않았다. 차분한 성격의 옥이도, 란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애들이 오늘, 옛 추억을 떠올리면서 이구동성으로 선생님의 ‘욕'을 충분히 리해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기들도 애를 키우면서 선생님들의 마음을 더욱 리해하고 존경심을 잃지 않고 있다고 하였다.

리해가 오가는 마음에는 앙금이 생기지 않는다. 폭 넓은 마음으로 너그럽게 리해하니 정은 오히려 더욱 도탑게 쌓였다. 리해의 감정 속에서 불유쾌한 기억들을 거를 줄 아는 깜냥을 갖춘 제자들을 보면서 나는 사제간의 정이 버긋이 갈라지지 않는 것이 나의 지난날 ‘공로' 때문이 아니라 제자들의 속깊은 료량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최소천 도문시제1고급중학교 교원)/길림신문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양명금 “늦은 나이에 이렇게 글을 쓰려니 너무 어렵습니다.”    12일, 룡정시에 거주하는 지체장애인 양명금(60세)은 불편한 몸을 지탱하고 앉아 글을 몇줄 적더니 힘든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릴 적 공부를 많이 했어야 했는데…”   &...
  • 2021-01-28
  • 지난해 12월말 나는 북경에서 서울로 향했다. 당시 한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1천 명씩 발생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시기였다. 취재를 위해 나는 한국으로 '역행'하게 됐다.   북경 수도국제공항의 로비는 텅 비여있었다. 공항 면세점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려객기의 좌석점유률은 절...
  • 2021-01-19
  • 새로운 한해인 신축년(2021년)을 맞으며 연길 두만강문화쎈터에서는 로인들을 위한 설날 떡국잔치를 열엇다. 이번 행사에는 약 백여명의 로인들이 참석해 명절분위기를 한껏 즐겼다.     연길 두만강문화쎈터의 주최로 열린 떡국잔치는 오수화 사장이 직접 나서서 사회를 했다. 이날 행사는 어르신들께 떡국...
  • 2021-01-06
  • 원 연변연극단 배우 최금순의 연극 인생 수많은 연극 속의 인물형상과 텔레비죤드라마 《민들레할머니》 연기로 조선족 관객들에게 널리 알려진 배우 최금순, 그의 70여성상 인생길에는 과연 어떤 달고 쓰고 신 사연들이 깃들어있을가. 필자는 그녀의 삶을 살펴보았다. 연극과의 만남 1946년 금순이가 13살 나던 해에 엄마...
  • 2021-01-06
  • [애심녀성컵]-더 미워질 데 없는 녀자 김경희   나는 스물여덟살 나던 해 언니의 소개로 한 남자를 만나게 되였다.   진한 눈섭에 정기 도는 쌍겹눈, 덩실한 코마루, 영준하게 생긴 얼굴에 중점대학 학력까지… 바로 내가 오래동안 마음속으로 그려봤던 리상형이였다. 평생 시집 갈 것 같지 않아 로심초사...
  • 2020-12-22
  • 고중 졸업할 때까지 매달 500원씩 지원키로 지난 4일, 연변봄비애심회 수재원 신입생 맞이 조학금 전달식이 연변제1중학교에서 열렸다. 이날 5명의 신입생을 맞이한 연변봄비애심회 수재원은 신입생들을 포함하여 15명의 학생에게 인당 1000원의 조학금을 전달했다. 1999년에 설립하여 지금까지 259명의 학생을 지원해...
  • 2020-12-09
  •  우리나라 최동단, 중국 로씨야 조선 3국 국경선의 접점에 자리잡고 있는 방천은 현재 유명한 관광지로 위상을 떨치고 있다. 그러나 력사를 거슬러 오르다 보면 방천이 사실 20세기 60년대부터 전국적인 군민공동방위의 본보기로 꼽힌 영예의 과거를 알 수 있다.       군민이 일심협력하여...
  • 2020-11-25
  • [수기] 방천에서의 아버지의 벅찬 나날들 김정일 10월 3일은 아버지가 저세상으로 가신지 벌써 8년째 되는 날이다. 지금도 나는 아버지가 어디론가 외출 갔다가 얼마후면 돌아올 것이라며 기다리는 마음이다. 그럴 때면 아버지를 위하여 뭘 써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버지에게서 들었던 이이야기며 내 눈으로 보았던...
  • 2020-11-17
  • [수기 59] 지지리도 운이 안좋은 나 리기준 나는 삼형제중 막내로 태여났다. 내가 네살 때 친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셔서 우리 집은 매우 어렵게 생활했다. 사람들은 쩍하면 우리를 ‘애비 없는 새끼’ 라고 놀려주었고 어머니는 이상한 남자들의 무시를 당하기가 일쑤였다. 2년 후 우리 어머니는 룡정시 금불사...
  • 2020-11-12
  • 80년대초기 중학교 1학년이였던 내가 쓴 동요 이 일본의 어느 한 국제교류협회가 조직한 글짓기콩클에서 우수상을 받은 적이 있다. 상장과 선물들이 학교에 도착하여 업간체조시간에 전교생 앞에서 표창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때 그 시기가 바로 중국과 일본간의 친선관계 상징이였던 자이언트판다...
  • 2020-10-13
  • 올해 추석에도 어김없이 부모님 산을 찾아 고인들의 명복을 빈 박금석 형제분들 올해 추석에도 어김없이 고향을 찾아 조상들의 무덤 앞에 술을 붓고 제를 지내며 고인들의 공적을 기리는 박금석(76세), 박금룡(65세) 형제는 대소과수농장마을을 굽어보며 감회가 깊었다. 최근 들어 빈곤부축사업이 초요건설사업의 주요...
  • 2020-10-13
  •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 하는데 왜 여자인 내가 단풍사랑에 빠졌을가? ...  가을정취가 다분한 국경절연후 막바지날, 가고싶었던 단풍구경 떠나는 기분좋은 날이다. 화창한 날씨에 쪽빛하늘이 하사한 따스한 해볓이 길 떠난 내 몸을 포근하게 감싸준다. 모임장소까지 가는 길은 신바람에 룰라라가 저절로 나온다.&nbs...
  • 2020-10-10
  • 새 집을 짓던 나날들 김삼철 요지음 나는 103평방메터의 화려한 아빠트에서 혼자 생활하느라니 가난했던 1970년대 연변과는 수천리 떨어진 길림성 동북쪽 맨 끝자락의 길림성 유수현 연화조선족향에서 근무할 때 내 손으로 초가집을 짓던 어려운 나날들이 추억의 쪽문을 열고 밀려나온다.   1970년 가을 나는 지인의 ...
  • 2020-10-04
  • 지난 9월4일 가목사조선족학교에서 진달래마을 장학금을 지급했다.  진달래마을 조선족장학단체(이하 진달래마을)가 9월 개학을 맞아 동북3성 8개 지역 14개 조선족학교들에 장학금을 전달, 오래만에 개학을 맞아 열기 띈 학교분위기에 활기를 더 하고있다.       흑룡강성, 길림성, 료녕성, 내...
  • 2020-09-18
  •     교육대계는 교사육성이 핵심   소외된 교사들 교육열기 재점화   현재 전통지역 학생래원의 급격한 감소와 고갈, 페교위기, 교사의 로령화와 청년교사의 부재로 전통학교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자평나 있다.   이러한 와중에 교육이 살아야 미래가 보인다는 사회풍조가 일면서 학교에 대한 사회적인...
  • 2020-09-14
  • 오승룡동지, 남, 조선족, 1972년 11월 출생, 1990년 10월 사업에 참가, 2005년 4월 중국공산당에 가입, 대학학력. 왕청현사법국 선전과 과원, 인사국 중재과 과원, 인력자원및사회보장국 로임복리과 과장, 부국장, 2018년 7월 왕청현당위 조직부 부부장 겸 로간부국 국장. 선후로 '전 주 법률상식 보급 법에 따라 다스리...
  • 2020-09-11
  • 성송권                                                                                    ...
  • 2020-09-07
  • 위챗 수금기능 24시간 동안 마비되어       월드옥타 청도지회 김금란 회장을 비롯한 운영진이 김홍화씨에게 사랑의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지난 8월 28일 본지에 “저희 남편 살려주세요” 란 기사가 발표된 후 한민족사회에 큰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수많은 단체와 개인들이...
  • 2020-09-02
  • 올해 85세인 엄마는 신문과 책 보기를 무척 즐긴다. 해마다 《길림신문》, 《종합참고》, 《장백산》, 《연변녀성》 등 신문 잡지를 주문하여 구독하고 도서 대여증으로 여러 면의 좋은 책들을 수시로 빌려보고 있다. 근년엔 엄마는 다년간 간행물을 읽으면서 배운 많은 지식을 “인젠 나 혼자만이 아닌 여러 사람들과...
  • 2020-08-27
‹처음  이전 1 2 3 4 5 6 7 8 9 10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