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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108] 아버지의 소 사랑 (최정금)
조글로미디어(ZOGLO) 2022년6월2일 05시09분    조회: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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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는 어릴 때 일찍 어머니를 잃고 홀아버지의 슬하에서 자랐다. 그때 아버지의 나이는 12살, 삼촌은 7살, 고모가 3살로 한창 어머니품에서 응석 부릴 때였다. 개구쟁이로 뒹굴며 놀음에 빠질 나이였지만 아버지는 여념없이 밭일을 해야 했고 가무일까지 도와야 했다. 아버지는 손재간도 많았고 일솜씨도 좋았다. 마을에서 소문난 실농군이였고 생산대의 주력 일군이였다.
 
필자 아버지 최철산과 어머니 최보옥
 
해방전 아버지는 어느 부자집 소를 길러준 일이 있었는데 그 값으로 윤두소 한마리를 얻어냈다. 그때가 1942년 쯤이다.
 
아버지는 송아지를 자식마냥 돌보며 지극정성으로 길렀다. 윤두소가 자라 새끼를 낳게 되면서 우리 집 살림은 펴지게 되였고 윤두소는 식구들의 사랑을 받으며 장장 16년을 우리와 같이 살며 일도 많이 하고 새끼도 많이 낳았다. 그때 우리 집 외양간에는 어미소, 둥글소, 송아지까지 세마리가 있었다.
 
겨울이면 소먹이로 마당에 조와 벼 짚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여름이면 꼴을 베여다 소먹이를 장만했다. 할아버지께서 작두에 짚을 들이밀면 아버지와 어머니는 디딤돌 우에 올라서서 천장에 매달아놓은 바줄을 잡고 힘겹게 작두질했다. 추운 겨울이라 해도 작두질 하느라면 땀에 옷이 흠뻑 젖군 했다. 하루종일 쉼없이 일해온 아버지는 편히 밤잠도 쉬지 못했다. 여물에다 불린 콩과 두병을 골고루 섞어서 소에게 먹이군 했다.
 
밭갈이철이면 아버지는 몇십근 되는 차좁쌀로 찰떡을 쳐서 소한테 먹였다. 커다란 배떠리(토기그릇)에 찰떡을 듬뿍 담아 아버지는 맨손으로 주물주물 찬물에 찰떡을 헹구고는 소 입에 넣었다. 냉큼 냉큼 맛 있게 받아먹는 소를 보면서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사람도 배불리 먹지 못하는 세월에 소한테 찰떡을 먹이는 것이 아깝다며 리해하지 못했다. 나중에 어른이 돼서야 일만 시키고 잘 먹이지 않으면 소가 지쳐서 드러눕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더우기는 소가 일하지 못하면 그해 농사는 망쳐버린다는 것을 알게 되였다.
 
부지런한 아버지는 늘 깨끗하게 외양간을 청소했고 틈만 나면 쇠 갈구리로 만든 빗으로 소 잔등을 긁어주었다. 소 몸둥이에 묻은 오물까지 샅샅이 빗어주기에 우리 집 소는 항상 깔끔하고 해빛에 소잔등이 반짝반짝 빛났다.
 
가을걷이를 할 때거나 무거운 짐을 싣고 먼 길을 떠날 때도 아버지는 소와 나란히 함께 걸었으며 소수레에 걸터앉아 다닐 때가 없었다.
 
어느 한번 아버지와 어머니는 곡식을 가득 싣고 먼 곳에 있는 정미소로 떠났다. 맥도 없고 다리도 아프고 해서 어머니가 “당신은 힘들지 않습두? 나는 인젠 걷기 바쁜데…” 라고 하자 아버지는 “빈몸으로 걷는 당신이 힘들면 이 많은 짐을 끌고 가는 소는 얼마나 힘들겠소?”" 라고 하더란다.
 
지난 세기 50년대초 연변조선족자치주 초대 주장 주덕해동지는 농업 생산의 중요한 동력인 연변소를 잘 기르고 과학적으로 우량 품종을 기를 것을 호소하였다. 그때 우리 집 어미소 (윤두소 ) 는 연변소 우량 품종으로 선정되였고 우리 아버지는 소 사육 모범으로 당선되였다. 1956년 아버지는 왕청현 제7구 석현진에 가서 상장과 상품을 받아안았고 어미소는 머리에 큼직한 붉은꽃을 달고 돌아왔다. 그날 아버지의 얼굴에는 종일 웃음꽃이 어려있었다. 어미소는 무엇인지 알아차린 듯 붉은 꽃을 달고 절레절레 머리를 저으며 집마당에 들어섰다.
 
그 후 고급농업생산합작사를 건립하면서 농민들의 토지며 소며 집체소유로 되였다. 아버지도 당의 호소를 받들어 우리 집의 세마리 소를 무상으로 고급농업생산합작사에 바쳤다.
 
자식마냥 10년 넘게 아끼며 길렀던 소가 하루아침에 우리 집을 떠나 웃마을 (남양촌) 집체 우사로 갔다. 애지중지 기르던 소를 집체 우사에 보내고 아버지는 허전함과 서운함에 일손을 잡지 못했고 밤잠도 이루지 못했다.
 
우리 집을 떠난 어미소는 마을 앞 신작로를 지날 때마다 제집에 들어오겠다고 발길을 돌리려고 싱갱이질하는 바람에 식구들의 마음을 서글프게 했다.
 
세월은 흘러 아버지의 소 사랑은 아득한 옛말로 되였다. 하지만 어미소를 끌어안고 소잔등을 쓰다듬던 아버지의 모습은 지금도 나의 머리속에서 가셔지지 않는다.
 
/최정금
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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