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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 타고 1년… 아흔 살, 생애 최고의 여행을 떠나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5월19일 10시04분    조회: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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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빙 미스 노마/팀 바우어슈미트/라미 리들 지음·고상숙 옮김/352쪽·1만4000원·흐름출판
노마 진 바우어슈미트 씨는 2015년 7월 말기 암 진단을 받자 투병 대신 여행을 선택한다. 생애 마지막 순간을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운 시간으로 채웠던 그의 여정은 죽음을 향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했다. 흐름출판 제공
 
“난 아흔 살이나 먹었어요. 이제 길을 떠날 참이라오. 더 이상 병원 진료실에는 1분도 있고 싶지 않아요.”

2015년 7월, 90세 할머니는 의사를 향해 이같이 외쳤다. 남편과 사별한 지 이틀 만에 자궁암 말기 진단을 받은 직후였다.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 의사에게 아들도 함께 말했다. “캠핑카를 타고 어머니와 함께 가능한 한 오랫동안 여행을 떠날 겁니다.”

그러자 의사의 표정이 환하게 바뀌었다. “환자분 나이에 수술을 견뎌낼 수 있을지 보장할 수도 없고, 수술을 잘 마치더라도 중환자실에서 한참을 보내야 하죠. 만약 같은 상황이라면 저 역시 캠핑카에서 사는 쪽을 택하겠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마지막 여행’의 짐을 싸기 시작했다. 가방을 차지한 것은 옛 기억을 불러일으킬 사진이나 물건이 아니라 길 위에서 유용한 책과 퍼즐, 망원경 등이었다.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또 어디로 가게 될지 알 수 없는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 책은 노마 진 바우어슈미트 씨(1925∼2016)가 아들 팀, 며느리 라미와 함께 생애 마지막 1년을 함께한 여행을 담았다. 당시 ‘드라이빙 미스 노마’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지를 만들어 세계적 관심을 모았고, 같은 이름의 책을 펴낸 것. 인생의 마지막을 가장 즐겁고 행복하게 보낸 노마 씨의 모습은 죽음이 단지 두렵고 무서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실은 노마 할머니는 결혼 뒤 67년간 미국 미시간주를 한 발자국도 나간 적이 없었다. 그 덕분에 32개 주 75개 도시를 돌며 약 2만1000km에 이르는 거리를 누빈 여행은 그에게 모든 것이 새로움이었다.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인 옐로스톤에서 들소 떼와 마주치고, 1년에 한 번 공개하는 뉴멕시코주 푸에블로족 인디언의 수호성인 축제를 즐기기도 했다. 열기구 여행, 미국프로농구(NBA) 경기 관람, 보스턴 항구에서 즐긴 요트 여행 등 대륙 곳곳을 체험한 노마 가족의 여정을 읽고 있으면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간 노마 씨(아래)와 아들 팀, 반려견 링고. 흐름출판 제공
여행을 하면서 아들은 어머니의 낯선 첫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옥수수 통조림 회사인 그린자이언트의 거대한 캐릭터 동상 앞에서 아이같이 천진난만하게 짓는 웃음, 국립공원의 안내문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전부 읽으며 스펀지같이 모든 걸 흡수하는 모습. 누군가의 어머니로, 아내로 사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의 모습으로 삶을 즐기는 태도를 발견한다. 


 
물론 여행이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50대 후반 나이로 90대 노모를 모셔야 하는 나이 든 아들의 현실적인 고충도 솔직하게 담겨 있다. 휠체어를 타야만 하는 어머니를 위해 캠핑카 내부를 새롭게 설계하는 수고를 감수하고, 혹시 모를 응급 상황에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오늘 하루 종일 휠체어를 밀고 다니느라 정말 고생 많았다. 이제 엄마가 너를 밀어줄게”라며 아들을 위로하는 노마 씨의 말은 가족의 가치를 되새기게 만든다. 

책에선 질병의 고통이나 두려움 등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 대신 멋진 파마를 한 노마 씨의 모습, 애완견 링고와 함께 캠핑장에서 즐긴 저녁식사 등 행복을 가져다주는 소소한 일상들로 채워져 있다. “인생은 붙잡고 있는 것과 놓아주는 것의 균형 잡기”라는 13세기 페르시아 신비주의 시인 루미의 말과 함께 노마 씨의 애도 소식을 전하며 이들의 여행은 2016년 9월 막을 내린다. 캠핑카에서 눈을 감은 노마 씨의 마지막 여행지는 워싱턴주 프라이데이하버였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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