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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기행' - 우리 시대의 이방인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7월18일 23시41분    조회: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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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식 도쿄경제대 교수는 재일동포다. 재일동포라는 사실이 그를 규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장 과정에서 두 형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둘째 형 서승과 셋째 형 서준식은 한국에 유학 중이던 1971년 ‘재일동포 학원침투 간첩단 사건’으로 체포돼 각각 19년, 17년을 옥중에서 보냈다. 서경식은 청년 시절에 형들 옥바라지를 했다. 그러면서 조국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를 ‘디아스포라’라고 부른다. 사전적 의미는 ‘흩어진 사람들’이다. 저서 ‘디아스포라 기행’에서 그 말의 의미를 이렇게 풀이한다. “대문자의 디아스포라(Diaspora)라는 말은 본래 ‘이산(離散)’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이자 팔레스타인 땅을 떠나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이산 유대인과 그 공동체를 가리킨다고 한다. … 오늘날 ‘디아스포라’라는 말은 유대인뿐 아니라 아르메니아인, 팔레스타인인 등 다양한 ‘이산의 백성’을 좀 더 일반적으로 지칭하는 소문자 보통명사 diaspora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디아스포라는 이주한 땅에서도 이방인이며 소수자다. 그러므로 그들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서경식은 “나 자신도 철이 들고부터 이 물음과의 인연이 끊긴 적이 없다”고 했다. “왜 모든 것이 이렇게 어색하고 딱딱한가. 아무리 해도 더 자연스럽게 살 수는 없는 걸까. 그 원인이 나 자신이라는 외곬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자의식이 너무 강한 것 같은 나 자신을 애처로워하고 미워했다.”
서경식 도쿄경제대 교수.
그가 국가·국민 개념에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내셔널리즘이라는 근대적 상상력은 ‘국민’을 하나의 유기적인 신체로 상상한다”고 했다. “끊임없이 ‘타자’를 상상하고, 그들과의 차이를 강조해, 그것을 배제하면서, ‘우리’라는 일체감을 굳혀간다.” 그리고 “‘나’는 유한하지만, ‘국가’나 ‘국민’은 무한하다”고 강조한다. 재일동포가 일상에서 느끼는 박탈감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그는 조국·고국·모국을 구분한다. 그에겐 세 가지 개념이 각기 다른 것이다. “디아스포라에게는 조국(선조의 출신국), 고국(자기가 태어난 나라), 모국(현재 ‘국민’으로 속해 있는 나라)의 삼자가 분열해 있으며 그와 같은 분열이야말로 디아스포라적 삶의 특징”이라고 했다. “조국·고국·모국이 일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삼자의 지배적인 문화관이나 가치관은 서로 많이 다르고 자주 상극을 이룬다”는 것이다.

그는 조국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 책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조국’이란 국경에 둘러싸인 영역이 아니다. ‘혈통’과 ‘문화’의 연속성이라는 관념으로 굳어버린 공동체가 아니다. 그것은 식민지배와 인종차별이 강요하는 모든 부조리가 일어나서는 안 되는 곳을 의미한다. 우리 디아스포라들은 근대 국민국가를 넘어선 저편에서 ‘진정한 조국’을 찾고 있는 것이다.”

고등학생 시절인 1966년 처음 조국 땅을 밟았다. 그때 “조국은 상처투성이였고 가난했다”고 회고한다. “고등학생 때 그랬던 것처럼 내게 조국은 반드시 편안하기만 한 장소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나는 차이를 지닌 채 진행될 ‘외부’와 ‘내부’의 대화에 기대를 품고 있다. 그런 곤란한 대화를 거치고서야 비로소 ‘외부’와 ‘내부’라는 개념의 장벽을 넘는, 새로운 ‘우리’의 모습을 모색할 수 있을 테니까.”

재일동포에겐 그들만의 특수한 사정이 있다. “일본의 다수자 쪽에서 보면 같은 모어를 지닌 소수 민족(에스닉 마이너리티)이며, 본국(한국 또는 북한)에서 보면 같은 민족이면서 모어를 달리하는 언어 소수자인 셈이다. 식민지 피지배자의 후손이면서, 구식민종주국에서 태어난 탓에, 지배자의 국어를 모어로 하는 아이러니컬한 운명을 짊어진 것이다.” 그 결과 “어떠한 연유에서 어떠한 구조에 의해 스스로의 아이덴티티가 분열되어 있는가를 이해하지 못하고, 항상 막연한 불안과 긴장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념의 문제에 그치는 게 아니라 현실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 국적을 지닌 그는 대한민국이 발행한 여권을 소지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해외 여행을 할 수 없다. “태어나 자라고, 직장과 집이 있고, 가족과 친구가 사는 일본”에 돌아오려면 일본 법무성의 ‘재입국허가’가 필요하다. “종이와 스탬프가 없이는 이동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사람들”에 속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한다. “온갖 종이, 온갖 스탬프가 21세기로 접어든 지금도 얼마나 많은 인간의 존엄에 상처를 주고 있는가.”

그에게는 일본 법무성이 발행한 외국인등록증이 있다. ‘특별영주자’들에 한해서는 지문날인제도가 사라졌지만 외국인등록증을 항시 휴대해야 하는 의무는 변함이 없다고 한다. 과거에 강제적으로 일본 제국의 틀에 가둬놓았다가 아무런 상의 없이 다시 ‘국민’의 틀 밖으로 내쫓고는 이런 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책 끝부분에 이런 말을 남겼다. “울면서 황야를 가로지르는 사람들의 기나긴 행렬이, 신기루처럼 내 시야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재일동포가 어떤 존재인지를, 그들의 가슴에 응어리져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내전에 휩싸인 조국을 떠나 우리나라에서 난민 신청을 한 일단의 외국인들을 떠올리게 된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디아스포라가 이리저리 떠돌아다니고 있다. 난민 수용 여부는 일단 차치하더라도 그들의 아픔을 외면하진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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