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경계인의 고단한 삶… 영혼의 탈출구는 어디에
조글로미디어(ZOGLO) 2015년11월20일 08시10분    조회:1618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조선족 작가 금희 한국서 첫 소설집 ‘세상에 없는 나의 집’ 펴내

“잘살아도 하루 세 끼, 못 살아도 하루 세 끼 밥이 아닌가? 세상 구경은 좀 했겠지들.”

조선족 작가 금희(본명 김금희?36)가 한국에서 ‘세상에 없는 나의 집’(창비)을 펴냈다. 한국문학의 외연을 넓힐 주목한 만한 소설집이다. 이 작품집에 등장하는 어느 중국 인물은 떠나고 돌아오고 또 떠나는 주변 사람들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누구는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떠나고 또 누군가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관성처럼 떠난다지만 하루 세 끼조차 보장되지 않는 생존의 문제에 부닥치고보면 이 언사조차 무색해진다.

‘옥화’에 나오는 탈북 불법체류자는 생존을 위해 떠나왔다. 중국 조선족 교회 부근에 앙상한 몸으로 탈진해 쓰러진 여자. 그네는 북한을 탈출했다가 인신매매로 중국 오지의 불구 남자에게 팔려가 고된 노동 끝에 갓난아이까지 버리고 도망나온 기구한 여성이다. 그네는 교회에서 한국으로 가기 위한 자금을 질기게 구걸하다 ‘하느님마저 버릴 수밖에 없는’ 뻔뻔한 여자로 낙인 찍힌다. 그네로부터 돈을 빌려달라는 요구를 받은 ‘나’에게도 남동생과 혼인을 했다가 도망간 ‘옥화’라는 탈북 여성이 있었다. 그 기억들이 겹치는 가운데 ‘뻔뻔한’ 그 여자를 견제하면서도 차마 매몰차게 대할 수도 없는 팽팽한 심리적 갈등이 긴장감 넘치게 묘사된 작품이다.

생존할 수는 있으나 ‘생계’를 위해 발버둥치는 존재의 자화상은 ‘월광무’에 전형적으로 등장한다.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국영기업에 취직해 가만히 있으면 생계는 해결되는 조건에 놓였던 ‘나’는 ‘반복되는 일상, 나아질 것 없는 인생, 기성세력의 독재, 생활의 중압감’을 못 이기고 뛰쳐나와 각종 자본주의적 사업을 벌였다. 때로 약간의 돈도 벌었지만 끊임없이 자본에 쫓기는 신세. 마지막 빚에 몰려 그가 무시했던, 시골에 정착한 친구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 중국 남쪽 끝 도시에서 동북의 시골마을까지 밤낮 쉬지 않고 사흘을 기차와 버스, 오토바이로 달려가는 과정이 이 단편의 얼개다. 국영기업에 가만히 있었으면 생계는 해결되는 것을, 그는 왜 떠났을까. 그의 아버지도 떠나는 삶을 살았던 이였다. 아버지는 죽기 전 수술대로 떠나면서 그에게 말했다.

 
조선족 작가 금희. 그는 “아직도 맨얼굴의 내 영혼과 조우하지 못한 느낌”이라면서 “중국에서 쓴 글들이 묶여 한국 독자들의 선택권 안에 들어왔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홀가분해진 것 같다”고 썼다.
창비 제공
“나중에 엄마가 많이 울거든 그래라. 아버지를 보내주라고. 니 아버지는, 사실 한 번도 제대로 떠나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떠났지만 한 번도 제대로 따나본 적 없다는 말은, 서러운 사랑이다. ‘노마드’의 박철이는 한국에서 노가다로 돈을 벌다가 중국으로 돌아온 인물이다. 그는 “한 종족이되 이제는 도무지 한 무리에 어울려 살아갈 수 없는 야생 이리와 셰퍼드처럼, 같은 액체지만 한 용기에 부어놓아도 도무지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처럼, 박철이는 결코 그들 중의 한 사람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했다”고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한다. 그는 중국에 돌아왔지만 “그 끝이 자의든 아니든 다시 떠나는 길의 시작”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돌도끼’에서 고향을 떠나는 화자는 원시시대 돌도끼 형상을 주워들고 “시간의 낫질처럼 무정한 것이 또 어디에 있을까”라고 되뇐다. ‘시간의 낫질’처럼 한국 작가들이 잊어버렸거나 놓친 어휘들이 간간이 등장하는 것도 이 소설집 매력이다. 이 인물은 돌도끼에서 “허기를 채우기 위해 겪었을 당시 사람들의 절박함과 함께 예상외의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면서 “어쩌면 그 사람들은 우리가 누리지 못한 다른 풍성한 것들로 인해, 과자 없이 즐겁던 내 어린 시절과, ‘법’ 없이 모이던 우리 동네의 시초처럼, 우리가 추측하는 험한 상황을 느끼지 못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금희는 중국 길림성 조선족 마을에서 태어나서 성장했다. 연길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다 2006년부터 장춘에 정착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07년 ‘연변문학’에서 주관하는 윤동주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중국에서 첫 소설집 ‘슈뢰딩거의 상자’를 출간했지만 한국에서는 처음 소설집을 냈다. 금희는 “언젠가 흔적 없이 사라질 나 자신이 세상에 대하여 실체가 아닌 것처럼, 내 위에 덧입힌 가족, 직업, 민족, 국적 같은 것들도 결국 그 자체만으로 나에 대하여 실체가 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이런 세상 속에서 나는 영혼의 자유로운 탈출을 마련해보려는 요량으로 소설을 쓰고 있다”고 작가의 말에 썼다.

세계일보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39
  • 새 소설 ‘사랑의 행로’ 6월 국내 출간… 英작가 알랭 드 보통 새 소설에서 사랑 이후 부부들의 이야기를 다룬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기술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남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작가 알랭 드 보통(47)이 새 소설 &...
  • 2016-04-05
  •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 1~3권 [오마이뉴스 글:이민희, 편집:최은경] 말이 필요없는 작가의 말이 필요없는 소설 는 2009년 출간 당시 7초에 한 권씩 팔려나갈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이다. 작품은 1,2,3권 합쳐 20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소설이긴 하지만, 단숨에 읽어내릴수 있...
  • 2016-03-29
  • [서울신문] 한국이 주빈국으로 처음 참여한 프랑스 파리도서전이 16일(현지시간)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개막했다. 20일까지 열리는 파리도서전은 55개국 1500개 출판사가 참여하고 전시장 규모가 4만㎡에 이르는 세계적 규모의 도서 전시 행사다. 지난해에는 25만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프랑스는 올해 한·불 수교 130...
  • 2016-03-18
  • 재일 조선족 비교문화학자이며 문명비평가인 김문학(54)교수의 최신 저작 《근대재발견-100년전의 중일한》제2권이 최근 북경의 중국출판집단-현대출판사에 의해 출간발행되어 화제가 되고있다. 장기간 동아시아 근대 문명사 비교연구에 몰두해온 김문학교수는 "문화로서의 역사해독 "하는 학문적 방법으로 근대 중,일,한 ...
  • 2016-03-14
  • ◇파격의 고전: 심청은 보았으나 길동은 끝내 보지 못한 것/이진경 지음/520쪽·2만2000원·글항아리   익숙한 대상의 낯선 면모를 접할 때가 가끔 있다. 그때의 신선함은 강렬하게 각인된다. ‘심청전’ ‘홍길동전’ ‘허생전’…. 동화책으로, 문학 수업에서 자주...
  • 2016-03-13
  • ◇진용선 정선아리랑연구소장(왼쪽)과 책을 편집한 중국 소년아동잡지협회 부회장,전 중국조선족소년보사 사장 사 장(연변작가협회 부주석 역임)한석윤 시인.   중국이라는 다민족, 다문화국가에서 소수민족으로 살고 있는 조선족들은 고국을 떠난 지 150년이 넘었지만 아리랑을 부르며 민족의 혼을 지키고 있었다. 정...
  • 2016-03-04
  • 민간문학작가인 리룡득선생의 대형 저서 《민족영웅 홍범도장군과 안중근의사》가 오는 3월 한국에서 곧 출판발행하게 된다. 30여만자에 달하는 이 저서에는 홍범도장군에 관한 실화와 전설 65편, 홍범도장군을 가송한 민요 130수가 들어있으며 안중근의사에 관한 실화와 전설 5편, 안중근의사를 노래한 민요 59수가 들어있...
  • 2016-02-27
  • 【정선=뉴시스】홍춘봉 기자 = 중국 조선족 아리랑 시가집 '아리랑은 민족혼'이 강원 정선군 정선아리랑학교에서 발간했다. 이 책은 '조선족은 아리랑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를 테마로 중국의 대표적 아리랑 가사와 조선족 대표 시인들이 아리랑을 주제로 쓴 시들을 한권으로 엮은 시가집이다. 중국 소...
  • 2016-02-19
  •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의 일부 내용   *사랑할 때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그 사람을 향한 내 존재 자체입니다. *사랑한다면 버텨주세요. 아파하는 그 모습, 힘들어하는 그 심정을 있는 그대로 알아주고 같이 버텨주세요.   *나 자신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세요. 사랑하는 사람에...
  • 2016-01-27
  • 2016년 1월에 연변교육출판사에 의하여 김만석의 《아동문학창작론》이 출판되였다.   김만석은 52년간의 아동문학창작경험과 교훈,그리고 32년간의 아동문학리론연구의 경험과 교훈을 총화하고 또 그것을 서로 결부하여 이번에 순전히 자기식의 《아동문학창작론》을 펴냈다 특히 창작론에서 자기의 작품창작실...
  • 2016-01-26
  •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내 국문학자들이 한국 근·현대 문학사 100년을 정리한 책을 펴냈다. '한민족 문학사'(역락·전2권)는 김종회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홍용희·고인환·채근병 등 국문학 연구자 19명이 한민족 문학의 역사를 총망라한 연구서다....
  • 2015-12-29
  • 김수안 미르출판사 대표, 조선족 고 김정호 소설 '고선지' 만화로 엮어 "고구려인 기개높인 장군 알리고 싶었어요. 남편도 뿌듯해 할거예요"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고선지는 당나라에서 고구려인의 기개를 드높인 장군이죠. 만화로 펴내 어린이와 청소년, 어른 독자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어요. 하늘에...
  • 2015-12-02
  • 중국조선어문잡지사 전임 부주필이며 시인인 최기자는 시집《고독은 페경이 없다》를 편낸데 이어 수필집《기다림의 아름다움》을 펴내 “은은한 녀심의 향기”를 물씬 풍기고있다.   ‘연변인민출판사’에 의해 출간된 수필집《기다림의 아름다움》에는 최기자의 수필 43편과 기타 6편의 작품이...
  • 2015-11-20
  • 조선족 작가 금희 한국서 첫 소설집 ‘세상에 없는 나의 집’ 펴내 “잘살아도 하루 세 끼, 못 살아도 하루 세 끼 밥이 아닌가? 세상 구경은 좀 했겠지들.” 조선족 작가 금희(본명 김금희?36)가 한국에서 ‘세상에 없는 나의 집’(창비)을 펴냈다. 한국문학의 외연을 넓힐 주목한 만한 소설...
  • 2015-11-20
  • 조선족 작가 금희 국내 첫 소설집 ‘세상에 없는 나의 집’/창비 작가 금희(36·본명 김금희·사진)는 중국 지린성의 조선족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 연길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중국과 한국 등지에서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다 2006년 창춘에 정착해 소설을 쓰고 있다. 눈에 번쩍 뜨이는 이력이다. 한...
  • 2015-11-20
  • 조선족 작가 금희.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짬] 소설집 첫 국내 출간한 조선족 작가 금희 중국 장춘에서 활동하는 조선족 작가 금희(본명 김금희·36)의 소설집 이 출판사 창비에서 나왔다. 중국 동포 작가의 책이 국내에서 출판된 적은 여러번 있었지만, 창비 같은 주요 문학출판사에서 나오기는 이...
  • 2015-11-20
  • 금희 "소설 쓰며 조선족의 정체성 찾고 싶었어요" 첫 소설 '세상에 없는 나의 집'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조선족 작가 금희(본명 김금희)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소설집 '세상에 없는 나의 집'(창비)을 펴냈다. 1979년 중국 지린성(吉林省)에서 태어난 금희는 옌지(延吉)사범학교 졸업 후 2006...
  • 2015-11-19
  • 채선애기자가 집필한 조선족문화예술인 탐방기 (도편제작 김성걸기자) 정년퇴직후에도 기자직업에 대한 뜨거운 열망과 끈질긴 애착으로 손에서 붓을 놓지않던 채선애기자가 16번째 기자절에 즈음해 《조선족문화예술인 탐방기》(상해세기출판집단 출판)를 단행본으로 묶어냈다. 1980년 4월에 연변일보사에 입사해서 신문사...
  • 2015-11-10
  • "漢文으로 동아시아 문학사 집필하자" [한국문학사 연구서 나란히 출간] 문학사… - 自國문학사 중심 벗어야 한민족… - 국적 상관없이 포용하자  조동일, 김종회. "한국 문학사를 새롭게 넓혀서 보자"는 연구서들이 나란히 나왔다. 조동일 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가 '문학사는 어디로'(지식산업...
  • 2015-11-05
  •      윤희언씨가 쓴 "초로의 인간들"이 2015년 10월에 연변대학 출판사에 의하여 출간되였다.       "초로의 인간들"은 농민과 도시인의 갈등, 농촌과 도시의 장벽 그리고 그 장벽을 허물고 새롭게 미만한 삶의 터전을 구축하려고 운명앞에서 몸부림치는 보통인간들의 삶의 모습을...
  • 2015-11-04
‹처음  이전 1 2 3 4 5 6 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