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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봐주러 간 아내의 빈자리, 이리도 클 줄이야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4월1일 11시54분    조회: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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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성희의 어쩌다 꼰대(39)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아내가 집을 비운 지 딱 사흘, 우리 집안 꼴이며 내가 처한 상황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아내는 사위 집에 있다. 딸이 해외 행사에 참여하느라 외국 여행을 떠났기 때문이다. 
  
당초 “아니 남편을 버리고 간단 말이야” 하고 농 비슷하게 투정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안사돈은 당신의 외손녀를 전담하고 있는 처지여서 움직일 여지가 없는데 매일 출근하는 사위야 그렇다 쳐도 채 두 돌도 못 된 손주를 봐줄 사람이 없으니….  
  
손녀를 데려오는 방안도 생각해봤지만 기저귀며 젖병, 유아용 장난감에 유모차 등 바리바리 싸 오자면 일이 커지기에 포기했다. 결국 ‘나야 반백수니 남아도는 게 시간인데 한 열흘 내 한 몸 건사하지 못하랴’ 싶어 지난 일요일 흔쾌히(?) 아내를 보냈다. 
  
아내가 없어 혼자 밥을 해먹고 이틀치 설거지를 한꺼번에 모아 했는데 어째 그릇에서 향내가 나는 것 같다. [사진 freepik]

아내가 없어 혼자 밥을 해먹고 이틀치 설거지를 한꺼번에 모아 했는데 어째 그릇에서 향내가 나는 것 같다. [사진 freepik]

  
한데 무심코 지나쳤던 ‘살림’이 장난 아니다. 가능하면 설거짓거리를 안 만들려 아침은 시리얼로, 저녁은 빵 등으로 때워도 싱크대에 빈 그릇이 쌓인다. 요즘 젊은이들은 혼술, 혼밥도 잘한다는데 혼자 밥 사 먹는 게 구차하게 여겨져 점심을 끓여 먹자니 이런 일이 벌어진다.  
  
이틀 치를 모아 씻으려는데 세제가 두 가지다. 아내는 하나는 손 씻는 데, 하나는 그릇 씻는데 썼던 것 같은데 뭐가 뭔지 헷갈린다. 대충 골라 그릇을 씻고 나니 어째 그릇에서 향내가 나는 것 같다. 편의점에서 사 온 커피를 마신 후 그 용기를 버려야 하는데, 이건 재활용인가 아닌가. 데우기만 해서 먹는 육개장을 잘 먹긴 했다만 그 포장지는 재활용인가, 버리기 전에 물로 한 번 헹궈야 하나. 의문투성이다. 
  
아침에 먹으라고 아내가 사 두고 간 천혜향. 이건 껍질이 왜 이리 얇은 건지, 씨름하다 보니 잠자리에서 일어난 그대로여서 손도 안 씻은 채다. 여느 때면 아침에 일어나 조간신문을 가져다 읽으며 느긋하게 아내가 까준 걸 먹곤 했는데…. 
  
집 안 청소를 하려니 늘 내 몫이었던 청소기 돌리는 건 거뜬히 하겠는데 걸레질을 좀 하려니 대걸레에 쓸 물티슈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내의는? 뒤져 보니 아내가 올 때까지 버틸 수량이 안 된다. 세탁기는 한 번도 안 써봤는데 이틀씩 입어야 하나? 외출할 때 입을 옷도 아내가 몇 가지 ‘지시’를 하고 갔는데 가물가물하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40년도 더 전이긴 하지만 군대 시절엔 한 일 년 동안 취사병도 했고, 그때는 내의는 물론 군복까지 빨아 입었다. 결혼 당시엔 라면 끓이기와 계란 프라이밖에 할 줄 모르던 아내보다 내 살림 솜씨가 나았는데 이제 보니 반편이 됐다. 


홀아비가 오래 살기 어려운 이유 실감
 

회사 후배들이 "형수만 한 여자가 어디 있어요" 라고 했을 때도 아내의 고마움을 몰랐다. [사진 freepik]

  
아내 탓이다. 전업주부인 아내가 챙겨주는 걸, 밖에서 일하며 생계를 책임진다는 핑계로 받아먹기만 해서 나도 모르게 이 지경이 된 거다. 사정을 아는 회사 후배들이 “형수만 한 여자가 어디 있어요”라고 했을 때도 내가 잘나 그런 줄 알았지 아내 고마운 줄 몰랐다. 그간 여행 등을 이유로 아내가 집을 비운 적이 있긴 하지만 당시엔 어머니가 계셨다. 
  
이번에, 결혼 후 처음으로 오롯이 나만 남게 되니 내 위치가, 내 능력이 그리고 내 처지가 어떤지 실감하게 됐다. 그러자니 여자는 나이 들어 홀로 돼도 오래 살지만 남자는 홀로 되면 살기 어렵다더니만 이유가 있었네, 이제부터라도 세탁기 사용법 등 살림 노하우를 익혀야지 등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결국 아내에게 SOS를 쳤다. 세제 사용처 등을 묻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한 줄 보탰다. “얼른 돌아와. 이제 ‘내조’ 잘할게”라고.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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